1) https://arca.live/b/regrets/35459420?target=all&keyword=%EA%B2%BD%EB%A9%B8&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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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게 지금 무슨 말이야?"



그녀가 나에게 휴대폰을 들이밀며 묻는다.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노기의 감정이 서려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그녀가 내민 휴대폰의 화면엔 당연하게도, 그 놈들이 쓴 글이 내 얼굴을 비추고 있다.



"김후진, 들어봐. 이건 내가 한 짓이 아니야."



"그럼, 이 사진은 뭔데?"



내가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변명을 해보지만, 그녀가 스크롤을 내려 보여준 화면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 놈들이 찍은 두 사진은 내가 보아도, 내가 그 여학생을 덮치려다 놈들에게 저지당한 사진이었으니까.


주변이 어두워 내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고, 각도와 타이밍으로 인해 내가 여학생의 위에 올라타 여학생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여학생의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이 화룡점정으로 이 연극을 돕고 있었다.



"그건....."




내가 그 사진에 만큼은 대답을 할 수 없자, 후진의 얼굴이 점점 더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




"후진아, 믿어줘. 정말 내가 한 게 아니야. 그 사진은 그냥 절묘하게 찍힌....."




내가 그녀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자, 그녀가 뒷걸음질을 치며 내 전진을 막는다.




".......후진아....."




"왜 그랬어?"




그녀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현재 매우 차분해 보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내 온 몸에 소름을 돋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발, 후진아. 다 놈들이 짠 짓...."




"왜 그랬냐고!!!"




그녀와 만난지 5년.


중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부터 알아왔으며, 5년 동안 매우 긴밀한 사이로 지낸 절친이었지만, 나는 지금 살면서 그녀가 이렇게 까지 언성을 높이는 것을 처음 들었다.


그 덕에 충격을 받은 나는 후진에게 더 이상 변명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후진은 역겨운 것을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녀가 내 바로 앞에 섰지만, 아까부터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릿속에, 그녀가 나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다는 충격이 더해져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바보같이 미안하다는 말 만을 할 뿐이었다.


병신 같은 놈,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자신이 그 짓을 한 게 맞다는 걸 인정할 뿐인데.




-짜악!




"윽...."




그녀가 있는 힘 껏 나의 뺨을 후려갈겼다.


운동도 하고 키도 큰 그녀가 진심으로 뺨을 때리자, 나약한 나는 한 방에 나가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뺨을 맞은 곳이 불에 데인 듯 화끈거리고, 입 안에선 쇠의 맛이 물씬 났다.



"너랑 5년 넘게 친구로 지내면서, 널 참 좋은 아이라고 여겼었어."



"그리고 좋아하기도 했었지, 널. 네가 여자친구가 생겼을 땐 집에 가서 혼자 울기도 했어."



그녀가 갑작스럽게 나에게 사랑 고백을 했지만, 별로 놀라진 않았다.


그보다 더 한 충격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와서 그런 것을 알아봤자 뭐하리. 모든 게 끝나가고 있는데.




"좆 같은 쓰레기 새끼.... 넌 인간도 아니야. 너한테 강간 당할 뻔한 그 여자애, 내 친구야."



"그 애가 어떤 앤 진 알기나 해? 널 좋아했던 아이야. 너에게 고백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네가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나한테 와서 울고불고 했던 애라고."



"그 후에도 널 계속 못 잊으면서 너랑 접점을 만들려고 한 애였지, 연인이 안된다면 친한 친구로도 지내겠다면서."



"....그런데.... 넌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어떻게... 어떻게 그런 애를....."




그녀는 말을 잇다 분노로 몸을 떨었다.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마. 학교는 전학 가던지, 자퇴 하던지 알아서 하고. 아니, 그냥."




"뒤져. 그런 짓을 하려고 도망가서 살려고 하지도 말고."




"길 가다 내 앞에 만나면 내가 죽여버릴거야."




말을 마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


나는 한참 동안이나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너무 나도 많은 일들이 지나가자, 일어날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참이나 앉아있다, 다시 욱씬 거리는 뺨의 고통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학교 밖으로 나섰다.


내가 어느 길로 걸어왔는지 알지도 못한 채, 어느새 나는 조용히 집에 도착했다.


당연히 집엔 아무도 없었다. 후순은 현재 학교에 있기에.



'후순이가 그 일을 알면 어쩌지?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



내 동생 이 일을 안다는 것이 너무나도 공포스러웠지만, 후순이라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후진에게 그런 짓을 당했음에도, 바보같이 나에게 의지해주는 가족인 후순은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오전인데도, 머리와 몸 둘 다 피곤했던 나는 씻거나 옷을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었다.


자고 일어나면 이 모든게 꿈이었길.



아니, 제발 꿈이길.






***







"끄응...."



곁에 있던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오후 7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후순이가 돌아올 시간인데....'



이미 후순이 집에 돌아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후순에게 밥을 해주고자 몸을 일으켰다.


후순이 집에 왔다면 자고있는 나를 깨웠으리, 그리고 밥을 해달라고 졸랐을 것이다.


물론 그 모든 사실을 깜빡 잊은 나는 불이 켜져있는 부엌으로 걸어갔다.


식탁에는 후순이 앉아있었다.



모든것을 체념한 듯, 분노로 가득 찬 듯, 그렇게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동생이.


후순을 보자, 내 현재 처지와 상황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두려움으로 몸이 떨렸다.




"후, 후순아...."




"......."




후순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어찌나 차가운지, 그저 눈을 마주치는 것 만으로 온 몸에 한기가 돌 정도였다.




"후순아......"




"거기 가만히 있어. 다가오지 말고."




그녀의 단호한 선 긋기가 현재 내가 추측하는 사실이 맞다는 것에 말뚝을 박았다.




"후순아, 제발 내 말부터 들어줘. 내가 상황 설명을 해줄...."




"아....."



후순은 지겹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내 작은 키를 따라잡은 후순을, 나는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후순의 차가운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그 눈동자를 버티지 못하고 땅에 처박힐 듯 했다.



"내가, 내가 있잖아....."




"끝까지 믿으려고 했어. 끝까지....."




"네가 했다는 것도 안 믿었고, 그 놈들이 짠 짓이라고 생각했었어....."




이제 모든 것을 내려 놓았다는 듯한 후순은, 나를 내려다 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그런데, 그런데 있잖아....."




"어떻게 넌 그런 내 믿음을.... 무참히 짓 밟아버릴 수 있어?"




"응? 말해봐.... 어서."




그녀가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조작하더니, 이내 휴대폰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놔! 이 시발 새끼야!"



"야, 꽉 붙잡아."



"미친 새끼, 어쩌자고 이런 짓을 벌였냐?"



"주장이라는 놈이 한다는 짓이 강간이라...."



"넌 이제 좆됐어, 병신아."



"괜찮아? 다친 덴 없고?......"




그녀의 휴대폰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의 주인은, 나와 그 새끼들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내가 저항하는 말은 어젯밤 했던 말이 맞지만, 놈들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녹음에 저장된 놈들의 목소리엔 명백히 여학생을 덮치려던 나를 저지한 측이 할 법한 말들이었고, 작게 여학생을 걱정해 주는 듯한 목소리도 담겨있었다.


내 몸과 머리는 더욱 굳기 시작했다.



'뭐지? 뭐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서, 설마... 놈들이 증거 조작을.....'



떨리는 몸을 뒤로 하고 고개를 들자, 차가운 눈빛의 그녀가 나를 내려다 보는 것이 보였다.


아까와 별 다름없는 눈빛이었지만, 아까보다 더욱 날카로워진 눈빛이 내 몸 구석구석을 찌르고 있었다.



"후, 후순아....."



"왜 그랬어....."



사람만 다르지 아침과 똑같은 전개.


상대가 왜 그랬냐 묻고, 나는 의미없는 변명을 또 토해낸다.




"내 말을 들어줘, 후순아. 이것도 놈들이....."




"조작했다고 하게?"




후순은 더 들어줄 필요도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끝까지 추잡하구나, 정말."




"내가 알던 사람이 맞기나 해? 아니면, 이게 진짜 네 본모습이야?"




알게 모르게 그녀가 나를 부르는 호칭은 오빠에서 너로 바뀌었고.


나는 또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




"널 어떻게 할 지는 내가 결정할 일이 더 이상 아닌 것 같아."




-퍼억!




"웁, 크흑....!"




후순이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러 내 복부를 가격했다.


나는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내 잘못이네, 내 잘못이야."



"니가 그딴 쓰레기였다는 걸 몰라본, 내 잘못이라고...."




그녀는 억지로 울음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식탁을 붙잡고 몸을 들썩이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은 붉어져 있었고, 눈물 몇 방울이 얼굴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금부터 너 같은 새끼는 내 가족도 아니야."



"평생 동안 너랑 같이 살면서도 니가 그딴 새끼인지도 모르고, 너에게 의지하기만 했던 과거의 날 죽여버리고 싶어."



"제발 꺼져. 나가서 죽어버리던가 해줘."



"뭘 하든 제발 내 눈 앞에 띄지만 마. 죽여버릴 테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까 들었던 말과 비슷했다.


어째 아까보단 충격을 덜 받은 듯 했다.


어떻게 날 변호할 거리 조차 찾지 못한 나는 배를 움켜쥐고 조용히 집 밖으로 나섰다.


그녀를 위해 내가 집 밖으로 나가줄 이유는 없었지만, 


어떻게 변명할 의지 조차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기에, 그저 그렇게. 집 밖으로 나왔다.





어둑어둑해지는 하늘.


집 근처의 공원에서 벤치에 앉았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처음 겪는 일이었다.


원래 같았으면, 어떻게든 내 무고함을 풀기위해 뭐라도 해보려 하겠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거기에, 나와 가장 가깝던 두 사람에게 욕을 얻어먹으며 쫓겨나기 까지 한 현 상황에 머리가 큰 충격을 먹었는지, 그렇게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벤치에 앉아있었다.




'.......후희.....'




한참을 앉아있다, 문득 한 소녀가 생각났고, 그녀의 이름을 나도 모르게 읊조렸다.


그러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났다.



'후희, 후희라면.....'



이미 두 번이나 믿음을 배신 당했음에도, 바보 같이 나는 이번엔 그러지 않을거야. 하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래, 후희에게 이 사실을 말하면, 어쩌면.... 해결할 수 있을 지도 몰라.'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나의 누명을 인정하는 것 보다, 뭐라도 해보는게 나았다.


나는 걸음을 옮겨 후희의 집으로 향했다.


미래의 내가 그 짓 만큼은 해선 안된다며 울부짖고 있었지만, 그래도 옮겼다.


그걸, 현재의 내가 어떻게 알까?






***






"와...."



나는 택시에서 내리며 감탄사를 내 뱉었다.


후희의 집은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주소는 알고 있었다.


후희가 금수저라는 것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대기업인 후챈그룹이 세운 후챈고.


후희가 그 후챈그룹 총수의 딸이라는 소문까지 있었으니.


물론 나는 그저 흘러가는 소문이라 생각해, 그 사실을 믿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후희의 집은 강남구에 위치한 타워팰리스였다.


그 아파트에 대해선 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새삼 후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워팰리스 안엔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었기에, 나는 휴대폰으로 후희에게 전화를 했다.




-뚜르르르르르......




몇번의 통화음이 울리고 나서, 후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평소에 듣던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아니라, 굉장히 사무적인 목소리 였지만, 나는 그저 후희가 내 전화를 받아줬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




"후희야....! 지금 혹시 만나줄 수 있어? 잠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지금 너네 집 앞인데."




".......거기서 기다려. 내가 데리러 갈게."




"응...! 알았어. 고마워!"




'됐어!'




나를 데리러 온다는 후희의 대답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됐다. 후희만큼은 날 믿어주는 구나. 이제 됐어.


후희에게 내 누명에 대해 얘기하고, 함께 내 억울함을 풀 방법을 찾으면 될 거야.



모든게 잘 되리라는 마음을 가진 채, 나는 후희를 기다렸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길가에 쪼그려 앉아있던 내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이후붕씨?"



고개를 들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내 앞에 서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물었다.



".....누구시죠?"




"이후붕씨 맞습니까?"




"맞는데요... 누구시냐고요?"




"맞다. 데려가."




-퍼억!




"끄윽...."




"주변 목격자는...."



"통제했습...."




수상한 남성들의 목소리를 끝으로, 내 시야는 검게 무너져 내렸다.







***







"으윽....."



"정신이 들어? 후붕아?"



눈을 떴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조금 지나고 나서야, 주변이 어둡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깜깜한 방에 약한 빛의 전등만이 들어와 있었고, 바닥은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내 앞엔 의자에 앉아있는 후희가 보였다.



"후, 후희야... 이게 대체...."



몸을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팔 다리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내려 살펴보니, 내 사지가 의자에 묶인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희야....?"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며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차가운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베짱으로 찾아온 거야?"



그녀의 뒤엔 검은 양복에 검은 장갑을 낀 장정 몇이 서있었다.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한 내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애초에 후희를 찾아간다는 방법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와 몇주간 사귀는 동안 안 사실중엔, 그녀는 의외로 애인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질투도 꽤 심한 편이었다.


오죽하면 오래된 친구인 후진과 대화하고 있을 때도, 어디선가 나타나 나를 데려갈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내가 다른 여자를 건드리려 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될까.


공포에 질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후희를 설득해 누명을 푼단 생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후, 후희야.... 제발....."



구차하게 살려달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사귀고 나서, 이런 말을 했었지 않아? 후붕아?"



"바람피면, 죽는다고."



물론, 언젠가 후희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애인의 귀여운 협박일 것이라 치부하고 그냥 넘겼었다.


완전히 겁에 질린 나는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떠는 것 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걱정마. 죽이진 않을 거야. 후붕아."



그녀가 언제나 내게 지어주던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지금 그녀의 미소는 내 공포심만을 더 돋굴 뿐이었다.




"대신, 어디 하나쯤은 부러질 각오 해야 할거야."




"시, 싫어... 제발, 제발. 살려줘...! 후희야!"




필사적으로 후희를 불러보았지만, 후희는 무표정으로 날 내려다 노려볼 뿐이었다.


뒤의 남성들이 후희를 지나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






"끄, 끄아아아악!"



장정이 휘두른 망치에, 발목을 얻어맞고 마구 바닥을 굴러댔다.


바닥을 구르자 얻어맞은 다른 상처들이 욱씬 댔지만, 그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내, 내 발목! 내 발목...."



"아파?"



의자에 앉아 있기만 했던 후희가 걸어 나와, 내 손등을 밟았다.



"내 마음은 더 아팠어, 후붕아."



이제 더이상 물불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만이 내 머리를 잠식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덜덜 떨리는 한 쪽 손으로 후희의 다리를 붙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후희는 아까와 변함없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안 죽인다니까? 그냥 내가 아팠던 만큼, 후붕이 너도 아프기만 하면 돼."



"시, 싫어..! 살려줘.... 살려줘!"



후희는 내 손길을 뿌리치고 다시 의자에 가서 앉았다.



"다시 시작해."






*****








집에 도착한 것은 새벽이 가까워 나서야 였다.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얻어맞다 고통에 못 이겨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떴을 땐 집의 문 앞이었다.


들어가면 후순이가 있을 터 이지만, 그런걸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후순이는 자고 있었는지, 집 안의 불이 모두 꺼져있었다.


나는 엉금엉금 내 방으로 향했다.


망치에 얻어맞은 발목은 부러지기라도 했는지, 심하게 부어올라있었다.


방안으로 들어와 문을 잠그고 침대에 올라갔다.


나는 붉게 부어오른 발목을 확인했다.



"내, 내 발목.... 내 발목....."



발목 만은 다쳐서는 안됐다. 


축구를 하는 입장에서, 가장 두려워 하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벼, 병원에 가야.... 내일 날이 밝으면.....'



어떻게든 발목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만 하다, 문득 깨달았다.




'어, 어떻게?'




후희의 집 근처에서 확인해본 결과, 내 카드는 정지당했다.


아마 후순이가 그런 것이겠지.


그리고, 후순이가 카드만 정지시켰을까?


내가 돈을 못 쓰게 막을 것이다.


후순에게 부탁하면 돈을 줄까?


이미 손절 당하고 쫓겨났었던 처지다.



"으, 으흑... 으흐....."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야.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건데.


왜 내가 이런 일을.....


왜...





밤은 깊어가지만, 날개가 꺾인 새는 날아오를 수 없었다.


밤은 깊어가지만, 나는 잠에 들 수 없었다.


밤은 깊어가지만,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언제나 그리던 따뜻한 삶이 무참히 바닥에 처박혀 산산조각이 났다.







*****



원래 두 편으로 나눠 쓰려던 거 합쳐서 한 편으로.



이번편을 쓰면서 유독 내글구려 병이 생겨서 몇번이나 고쳤었는데



왜 다시 읽어도 별로인거 같지.



아무튼 빠르면 다음화, 못해도 다다음화에는 본격적인 후회가 나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