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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의 어느 도시.

후돌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잠시 정보를 얻기 위해 주점에 들렸다.

"후돌? 그 망나니 자식을 말하는건가?"
여기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았다.

후붕이와 내가 같이 살고 있던 도시에서도 후돌의 평판은 좋지 않았다.
다만 실력은 확실했기에 해코지 하는 사람은 없었다나 뭐라나.

나하고는 동 떨어진 얘기였으니까 딱히 신경쓰지 않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알아?"
"모른다."
내가 묻자. 나와 대화를 하던 점주는 그렇게 말하곤 손수건을 내밀었다.

더 듣고 싶으면 그만한 돈을 내라는 의미다.

나는 금화 한 장을 냈다.

"...다만 여기서 북쪽 도시에 가는 의뢰를 받았다는 소문이 있더군. 그 곳의 영주의 호위를 맡게 됐다고 했나."

영주라...
"...영주는 어떤 인물이지?"
"소문으로는 많은 노예들을 데리고 있다고 하더군. 후돌 자식의 형이라고 하던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워."
"가격에 맞는 정보를 넘겼을 뿐이다."
작은 감사를 건네자 점주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나는 주점을 떠나 북쪽 영주의 도시로 향했다.

*

북쪽의 도시.

거리는 밝지만 삭막하다.
주변을 걷는 사람도 얼마 없다.

건물 사이사이의 골목에서는 거지들이 즐비했다.

...대충 어떤 도시인지 감이 오는군.

이곳을 관리하는 영주는 관리는 내팽겨치고 자신의 배만 두둑히 불리우는 사람일것이다.

원래라면 신경끄고 무시했겠지만 이번엔 후붕이가 관련되어있다.

후붕이가 그 영주에게 팔려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춥다.

오늘따라 후붕이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조금만 기다려..."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루빨리 후붕이를 만나야한다.
그렇지않으면 내가 미쳐버릴것만 같다.

어느새 영주관에 도착했다.

대문 앞에 경비병 둘이 있다.
아직 그 둘은 날 눈치 채지 못한듯 했기에, 나는 담을 넘었다.

삭막한 도시와는 다르게 아름다운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 상관은 아니지만.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저택에 들어간다.

복도의 소리를 들어보니 사용인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기척을 감추고, 사용인들을 제압하며 영주의 장으로 가 문 앞에서 안 쪽의 소리를 듣는다.

"형님도 참~ 이런 곳에 누가 온다고 그래~"
후돌의 목소리다.

"넌 몰라서 그런다. 얼마전에 내 친구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어. 그 자식도 쓸만한 노예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새 다 사라져 버렸다더군."

아무래도 내가 죽였던 귀족이 영주의 친구였는듯, 영주는 상심에 빠진듯이 말했다.

"뭐, 그 사람은 운이 없었던거고. 형님 옆에 내가 있잖아? 부르기만 하라고~"

"하하! 그거 도움 되는군! 그러고보니 저번에 구했다던 노예는 어떻게 되어가나?"

귀를 더 기울인다.

"아~ 걔? 보니까 아예 정신을 놨던데? 얼마나 쳐맞았던지 그 년이 보면 버릴지도 모르겠다니까?"

이를 까드득 문다.
지금 당장이라도 쳐 들어가고 싶지만, 저 대상이 후붕이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후붕이와 관련이 없는. 생사람을 잡는격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후돌이 나오는 틈을 타, 후돌을 제거 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 노예 놈 이름이 '후붕'이랬나?"

그 말을 듣기 전까진.

아.

화를 주체하지 못하겠다.

문을 박살내고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일에 놀란 영주와 후돌.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한채 후돌은 제압당했고, 영주에겐 목에 칼을 겨눴다.

"뭐, 뭐야!!!"
당황한 후돌이 소리를 지른다.

"젠장... 뭐 이리 무거워!!"
그러나 내게 깔려있는탓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

영주는...
"..."
기절했다.
눈을 뒤집은 상태로.

손을 놓자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좋아. 다른곳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어.

"끄아아악!!!"
우선 후돌의 손가락을 밟았다.

"이렇개 보니 반갑네. 거지같은 새끼야."
목소리를 깔고. 후돌에게 말한다.

"뭐... 뭐야... 누구야!!!"
가면을 벗고, 머리채를 잡고서 고개를 친히 돌려준다.

"너, 너는... 분명 그때... 그럴리가..."
후돌이 내 얼굴을 보고 절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손목을 밟았다.
"끄아아아악!!! 그만!!!"
후돌이 고통스러워 하였다.

"미, 미안해. 그때는 진짜 어쩔수 없었어... 형. 그래, 형이 시킨거야! 난 아무 잘못 없어!"
잠시 힘을 풀었더니 후돌은 자신이 아니라는듯 이것저것 변명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역겹다.
그때 그렇게 웃으면서 내 대가리를 후려쳐놓고, 이제 와서 내가 일부러 그런게 아니다?

"그, 그래... 그러니까. 그러니까 날 살려줘!"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자, 후돌은 내가 정상참작을 해준다고 알아들은 듯, 내게 목숨 구걸을 했다.

"엿이나 먹어."
"어?"

검을 들고 손을 베어낸다.

"아. 아아아아악!!!!! 씨발!!!! 내 손!!!!"
후돌은 울부짖었다.

하지만 내게는 아무 감흥도 없었다.
"아파? 난 그것보다 더 아팠어."

후붕이를 잃었다는 내 마음이.

"워, 원하는게 뭐야. 제발, 날 살려줘. 인장? 네 인장은 내 주머니에, 주머니에 있어."
후돌은 울부짖다 못해 목이 다 쉰 상태로 내게 말했다.

인장은 더 이상 내게 필요 없었지만, 얘를 여기서 죽여버리면 후붕이가 어디있는지 모른다.

"후붕이."
"어?"

"후붕이 어디있냐고."
"아아악!!! 몰라!!!"
얼떨떨해 하길래 다른 손 한 쪽도 검을 박아 넣었다.

"몰라?"
방금까지 내가 그런 대화를 들었는데?

"허... 허억... 내, 내 손..."
더 이상 후돌은 소리 지를 기운도 없었는지 자신의 손만 찾고 있었다.

"어디 있냐고. 우리 후붕이를 어디 보냈냐고."
발로 후돌의 배를 걷어 차며 말했다.

"후... 후진. 후진한테 주었다. 그, 그 의외에는 몰라."

"후진은 어디있지?"
"여, 여기서 서쪽 도시. 그 녀석 귀족이지만 정치엔 관심 없어서 자기 집에 있을거야. 영주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큼지막한 집. 거기에 있어."
아주 그냥 술술 불어대는구나.

"그래. 고맙고."
"이... 이제 날 살려 주는거지?"

뭐, 들을 것도 다 들었으니까.

"아니?"
"아... 안돼..."

거절했다.

"아아아악!!!"
후돌의 몸에 상처가 늘어난다.

"제발... 그만... 아아악!!!"
들리지 않는다.

곧 후돌은 정신을 잃었고, 나는 검을 치켜들었다.

후돌에 목에, 영주의 목에 검이 박힌다.

그들은 더 이상 숨을 쉴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몸이 되었다.

나는 창문으로 뛰어 내렸고, 그들의 시체가 발견되는건 12시간 후에 벌어진 일이다.

나는 곧장 서쪽으로 출발했다.
내가 머뭇거리면 후붕이는 더 상처를 받는다.

내가 그의 상처를 되돌릴수 없게 되기 전에.
하루 빨리 그에게 가야한다.

다시 추위가 느껴진다.

*

3일간을 제대로 먹고 자지도 못하고 달렸다.

중간에 넘어져 다리가 부러질때도 있었지만, 억지로 일어서서 다시 달렸다.

마침내 서쪽 도시에 도착했다.

시간이 아깝다.

바로 영주관 쪽으로 뛰어간다.

죽은 놈의 말대로, 영주관 근처에 큰 집이 하나 있었다.

창문을 통해 보아하니 사람이 한 명 보였다.
후붕이와 내가 살던 집의 이웃. 후진.
그 년이 맞다.

곧장 들어간다.

"꺄악!"
후진을 제압했다.

"뭐하는 새끼야 이거! 내가 누군지 알아?!"

후붕이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후붕이는 보이지 않는다.
냄새도 며칠이 지난. 그런 냄새다.

"후붕이 어쨌어."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로 묻는다.

"모... 몰라! 니가 뭔데 나한테 질문을 하지?"
후진은 잠깐 주눅이 들었었으나 다시 나에게 세게 나왔다.

배를 걷어 찬다.
"커흑! 컥, 켁."
후진은 갑작스러운 고통에 숨마저 제대로 쉬지 못했다.

"우리... 후붕이를 어쨌냐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하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후붕이에, 약간 먹먹해진 말로.
다시 한번 물었다.

"모... 몰리, 니가 뭔데 걔를 찾아."
가면을 벗었다.

"아."

후진은 내 얼굴을 보고 질렸다.

"아니야, 거짓말이야. 분명 후돌이 나한테 처리했다 했어."
내게 대항할 마음도 사라졌나보다.

현실도피할 시간은 주지 않을거야.

다시 한번 배를 걷어 찬다.

"크흑... 흑... 커헉..."
배를 부여잡고 쓰러져 눈물을 흘리며 숨을 간신히 내뱉는 후진.

"으, 으아아아..."
다시 한번 걷어 차려고 하자 후진은 뒤로 도망갔다.
그러나 그 도망이 무색하게도 벽에 금방 막히게 되었다.

"아, 아아아. 아..."
나는 그런 후진에게 한걸음씩 다가갔다.

"ㅈ...조,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후붕이에게 몹쓸짓을 했어요. 메가, 제가 그랬습니다. 한번만... 한번만 봐주세요..."
후진은 그러며 팔로 최대한 자신의 몸을 지키려고 했다.

후진이 앉은 바닥이 축축해졌다.

그것보다, 후붕이에게 몹쓸짓을 했다고?

주먹을 꽉 쥔다.
손에서 피가 날 정도로.

"뭔 짓 했어."
"제... 제가... 제가 후붕이를 노예로 만들자고 후돌에게"

쾅!!!
"히, 히익!!!"

벽을 주먹으로 강하게 치니 후진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계속 얘기해봐."
"그, 그래서, 노... 노예로 만든거까진 좋은데 자꾸 다른 여자, 얘기를 하길래, 먼저 다른 귀족한테 넘기고 받았더니. 애가 망,가져 있어서. 처음엔 그냥 좋아라 먹었는데, 저...점점 흥미가 떨어져서 다시 다른 사람한테 팔았... 아악!!"

팔았어?
더 들을 가치가 없다.

배를 다시 한번 걷어 찼다.

"죄, 죄송합니다. 그때는 진짜 사랑했었는데. 막상 제 손에 들어... 히익?!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후진은 울면서 나에게 매달렸다.

"...좋아. 어디에 팔았는지만 말해. 자비를 줄테니."
나는 수긍한듯이 그녀게 묻는다.

"ㅈ, 저기. 여기 도시에 있는 노예시장에..."

하.
또 거기구나.

"이, 이제 절 용서해주시는거죠?"
내가 한숨을 쉬자 후진은 그런 나에게 자비를 보여 달라는듯이 용서를 구했다.

나는 그런 후진의 머리채를 잡았다.

"잘 들어."



"니가 한 행동은."



"용서받기엔 선을 너무 많이 넘었어."

바닥에 내팽겨치고.
단검을 떨어뜨려둔다.

"할복해."
그리고 그녀에게 명령했다.

자비의 의미를 깨달은 후진은 다시 절망했다.
최소한 내 손으로 죽이지 않는다는 자비.

"헤헤... 씨발... 이럴 줄 알았다면..."
후진은 자신의 목을 찔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자리를 떠났다.

*

노예시장을 습격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후붕은 없었다.

다음 곳, 그 다음 곳에서도

후붕은 없었다.

"그녀석 숲에 버렸어! 더는 몰라!"
청천벽력같은 말이었다.

도시를 빠져나와. 숲으로 들어간다.

점점 지쳐간다.

마음은, 지친 몸을 달래다 무너져 내려간다.

"우웨에에에엑..."

구토를 한다.

먹은것도 별로 없건만, 그것마저 뱉어내 버렸다.

후붕이를 구하지 못했다.

그는 이 숲에 버려졌다.

정말 수도 없이 맞고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로.

죄책감이 나를 덮쳐온다.

피는 비에 씻겨졌으나, 내 몸은 흙투성이가 되어갔다.

미래를 보여준다고 믿었던 내 눈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후붕이가 사준 갑옷은, 여기저기 부숴지고, 망가졌다.

추억이 담긴 애검은 날이 무뎌져 검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

그럼에도 후붕이에 대한 애정은 남아있었다.

날 간신히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그러고보니.'

이 숲은, 예전에 후붕이와 내가 빠져나올때 지나치던 숲이었다.

그 후붕이는 지금 내 곁에 없다.

더욱 쓸쓸해진다.

길을 걷던중, 한 오두막을 발견했다.

나는 그 오두막으로 가서 후붕이를 본적 있느냐고 물어보려 한다.
문을 두들긴다.

문이 열린다.

"저기..."

집에서 나온 사람과 눈이 마주 친다.

"아."

그동안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을 보여주긴 싫었던 사람.

후붕이 나왔다.

*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바뀌었다고 하여도 그 사람을 끝 없이 사랑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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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썼다가 차단 먹고 못 쓸뻔한 똥은 아닌 소설입니다.
소설 올릴라했는데 차단걸려 있어서 못 올렸지 뭡니까?

푹 쉬고 왔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약 두 편을 합친 만큼 가져왔습니다.

후붕이가 직접 복수를 하진 못했지만 후순이가 대신해서 복수를 했습니다.

이 복수가 마음에 드셨는지, 사이다는 제대로 드셨는지, 아니면 고구마를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업보에 맞게 보내준듯 합니다.

드디어 후순파트에서도 후붕이와 만났습니다.
우리 후순이 귀여워 해주세요.
적대하지만 않으면 참 착한 아이에요.

이딴 소설에 시간을 써서 추천 눌러주시고, 댓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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