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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그 아이가 보고 싶어요..."

여인이 자신의 남편에게 기댄다.


"너무 미안해요. 그 아이에게... 당장이라도 데리러 가고 싶어요..."

남편은 그런 아내를 말없이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들은 한 나라의 귀족. 명문 기사 가문이었으며, 나라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역자로 몰려 사실상 몰락했고, 그들은 도피생활을 했다.

다행히도 그들에겐 죄가 없다고 판단 받아 이름뿐인 귀족으로나마 돌아오게 되었다.

그 가문의 이름 '빈센트'.


그들이 몰락하게 된 원흉은 현재 이 집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그 것'은 왕국 감옥에 있지않을까.


그들이 사랑했던 아들을 내치게 했던 원흉.


가주 게럴드는 입을 다문다.

그의 아내 마리아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들은 고작 허영심 하나에 단 하나뿐인 아들을 내쳤기에.


*


아이를 출산했을때, 남자아이인것을 보고 게럴드는 아주 기뻐했다.

드디어 이 가문을 이을 아이가 태어났다고.


그 아이의 이름을 ㅡ로 지었다.

이름은 어찌되든 상관 없다. 어차피 더 이상 불리지 않기에.


아마 이름을 지은 본인들도 잊지 않았을까 싶다.


간단했다. 그 아들은 너무나도 몸이 허약했다.

6살이 되어서도 검 하나 제대로 들지 못해 게럴드의 속은 타들어갈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 아이는 항상 웃었다.

게럴드가, 마리아가 아무리 혼내도 그 아이는 계속 웃었다.


그것이 그들의 마음을 더욱 애타게 했다.

"도대체 이 아이는 칠칠맞게 웃기만 할까!"


그러던 와중, 마리아가 두번째 아이를 임신했다.

그 아이에게는 알렉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게럴드는 첫째 아이의 경험을 토대로 둘째에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렉스는 달랐다.


고작 4살 때 부터 검을 들고 나무를 베었으며 6살때 마법을 사용했다.

날이갈수록 알렉스는 점점 강해졌다.


게럴드는 점점 알렉스에게 신경을 많이쓰게됐고, 점차 첫째 아이에겐 무신경해졌다.


차라리 마리아가 첫째에게 사랑을 줬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마리아는 첫째에게 그러지 않았다.


알렉스는 그런 첫째를 비웃고 깔보았으며, 심지어 가끔은 첫째를 때리기도 하였다.

게럴드와 마리아는 알렉스가 하는 행동을 묵인했다.


사용인들 몇몇만이 주인의 눈이 닿지않는 곳에서 첫째를 간간히 챙겨줄 뿐이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첫째는 집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첫째의 방은 잠기게 되었다.

'에릭'. 그 이름은 누구에게도 불려지지 않아 잊혀지고 그는 '후붕'이 되었다.


*


에릭이 모습을 감추고 몇년이 지났다.


알렉스는 무럭무럭 자라 성인이 되었다.


"알렉스. 너는 학원에 가서 실력을 더욱 키워야겠구나."

게럴드는 알렉스를 불러 말했고.


"예. 아버님."

알렉스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게럴드는 그 모습을 보고 흡족해했다.


그 미소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채.


학원에서. 알렉스는 방탕한 생활을 했다.


검술을 내팽겨 치고 여자를 가까이 했으며, 권력을 제멋대로 휘둘렀다.

아비가 한 나라의 중추였으니 선생들의 묵인은 당연한 것이었다.


알렉스가 학원에서 정말 제멋대로 하던 도중 금발의 소녀를 만났다.

"이봐. 거기 너. 좀 예쁜데?"

"..."

알렉스는 하던대로 그 소녀를 꼬실려고 하였으나 그 소녀는 무시했다.


"이 년이!"

알렉스는 손을 뻗어 그 소녀의 어깨를 잡았다.


알렉스의 손이 녹았다.


"뭐, 뭐야!!"

알렉스는 고통스러워 했다.


그 소녀는 이 나라의 왕녀이자 선택받은 성녀였다.

성녀는 악마를 정말 손쉽게 녹여버리는 신성력을 온 몸에 두르고 있다.


그동안 게럴드와 마리아가 에릭을 버리고 키워온 알렉스는 악마였다.


게럴드의 저택 밖이 떠들썩하다.


무슨일인가 싶어 사용인이 문을 열어보니 병사들이 집을 둘러싸고 있었다.


"빈센트! 네 아들은 악마로 밝혀졌다!"

게럴드와 마리아에겐 청천벽력같은 말이었다.


병사들이 집에 들어오고 마리아와 게럴드를 잡아가고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재판이 시작된다.

알렉스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전투능력이 없고 연구대상으로써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럴드와 마리아는 악마 추종죄로 기소되었다.


그들은 억울했으나, 자신의 아이가 악마라는게 밝혀졌으니 별 반론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집안의 모든 서류를 뒤져도, 숨겨진 지하실을 뒤져도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 지역의 영주에서 사임되고 변방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충직한 몇몇 사용인만 데리고서.


그제서야 그들은 첫째아이가 생각났다.

항상 해맑게 웃던 그 아이가.


"악마는 제대로 웃지 못하는데... 우린 왜 그걸 몰랐을까...."

"지금이라도 그 아이에게 사과하러 가요..."


그들이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보았을때.


이미 그 집은 무너져있었다.


*

마차를 타고 여행한지 며칠이 지났다.


야영지에서 잠시 불을 피우고 앉아있을때 후순이 내 어깨에 기댔다.


그녀는 이미 곯아 떨어진듯했다.


'귀엽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도 노예의 낙인이 찍힌 부위가 쓰라려 몸을 떨면.


뭐야?!

눈을 뜨고 멍하니 후붕이를 쳐다본다.


후순이가 벌떡 일어난다.


시선이 가는곳은 검은색에서 붉은색이 된 낙인.

낙인이 찍힌자에게 큰 고통을 줄때 바뀌는 색이다.

그의 낙인이 다시 활성화 되고있다.


"어... 괘... 괜찮아...?"

그녀가 내 낙인을 보더니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괜찮아."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전했다.


"너랑 있으면 그렇게 아프지 않은걸."

이건 진짜다.

후순이와 함께 있으면 딱히 아프다는 감정이 들진 않았다.


거짓말이다.

나를 걱정시키지 않게 하기 위한 거짓말.

하루빨리 가야한다.


"... 일어나자."

후순이 제 눈을 비비고 내 손을 잡으며 일어난다.


나를 마차에 태우곤 숲을 떠난다.


그리고 말들을 이끌고 다시 출발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추울거야. 당신 추우면 안되지."

후순이 내게 모포를 덮어준다.


"...그러고보니 우리 어디로 가는거야?"

도대체 어디로 가길래 이리 날씨가 험한가.


"말 안해줬었나?"


내가 알고있는 '마법에 가장 능통한 종족'.


"우리가 가는곳은."

예전에 그들이 안내해줬었지.


후순이가 말한곳은.


"용의 둥지."

한번 가면 아무도 살아 나올 수 없는 곳.


"허."

탄식을 내뱉었다.


"날 죽이려고?"


그렇게 묻자 후순이 손사래를 친다.


"내가 당신을? 설마. 당신을 또 잃고 싶지는 않아."


이전에 드래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으니까.

무엇보다, 이미 그곳엔 알고있는 용이 몇몇 있다.


"내가 예전에 드래곤을 잡았을때, 안면을 트여놨으니까."


"그들도 나를 알테니 너무 걱정하지마."


후순이 나를 안심시킨다.


설령 그들이 내 남편에게 발톱을 향한다 하여도.

나는 검이 되어 그들을 쓰러뜨릴것이니.


말발굽 이 눈에 파묻히는 소리만이 들리고.


"멈춰라. 한낱 인간 따위가 이곳에 들어오다니."

밖을 보니. 우리의 길을 막는 거대한 드래곤이 있었다.


"쯧."

후순이가 혀를 찼다.


가장 처음에 만나는 게 내가 보지 못한 드래곤이라곤 생각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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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노벨피아 보느라 쓰는 날이 2일 늘어 났습니다.


슬슬 노벨피아로 이주할 준비를 해야할거 같군요.


이번편은 그 밑작업입니다.


드디어 후붕의 제대로 된 이름이 밝혀졌습니다.


자꾸 늦는 이유는 제가 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중은 하지 않습니다.


댓글 감사하고 추천 감사합니다

다음화는 언제 연재될지 나도 잘 몰?루지만 이거 많으면 더 빨리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