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게시글 반응이 좋길래 올리게 됐어. 시간이 늦은 건 회사 일이랑 집안일이랑 하다가 그랬고.


일단 프롤로그부터 차례대로 올리고, 주의할 부분이 있는 편들은 앞에서 안내할게.


[주의]


이 이야기는 블루 아카이브를 주제로 한 패러디 후회물이며, 설정을 모른다면 뭔가 싶을 서술이 많이 들어있음. 이 점 유의해주길 바람.


또한 이 편은 고어적인 묘사를 함유하고 있음. 내성이 없다면 당장 뒤로가기를 눌러 평온을 유지하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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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악의].

올바르고 타당한 진리와 선을 수호하고 따르는, 이를 부정하고 흉하는 뜻으로서 행하는 저마다의 의지.

생명으로서는 뗄레야 뗄 수 없고, 어떠한 일로 뒤집어질 수 있는 경계에서 태어나기에 감히 [표리일체]란 수식이 어색치 않은 것.

이 두 의지. [정의]와 [악의]가 가지는 차이는 마음가짐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가 있다고들 한다만.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눈여겨 보는,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라 하면... 행동.

각자 다른 뜻으로서 행하는 행동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에 집중하는 이들의 이목을 끌어 모으기 마련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악--!!!! 끄으윽!! 께아아악!!!!"


그 행동이 두 뜻의 차이를 대표하게 된 근원은, 인간의 심리들 중 하나인 [망설임]. 우유부단이란 사자성어로 표현되는 것에 있었다.

인간. 약육강식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고등생물로서, 늘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생명체인 이상.

스스로 갈등하고, 고뇌를 거쳐, 변화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결코 떨쳐내지 못하는 이 심리에 말이다.


"그만...! 제발... 제발 그마아아아아악!!!! 끄아아아하아악!!!! 그마아아아안!!!!!"


[악의]는 부정한 생각에서 우러나는 것. 분노, 증오, 살의, 원한 등. 모두 처음은 맹렬한 화마로서 타오르지만.

경계를 막론하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망설임]에 의해, 그 난폭함은 서서히 진정을 거쳐서는 종극에 불씨. 

또는, 그 마저도 남지 않게- 다시 살아나도, 처음만도 못하게 되어 버리고 만다.


"... 흐흐흐... 이봐, 선생... 거 엄살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이제 겨우 4개 밖에 자르지 않았는데 말야... 그만해달라고 애원하기엔, 아직 한참 남았는데 말야!!!"

"끄햐아아아아악!!!!!"


하지만, [정의]는 아니었다.

종극에 멸하는 [악의]. 스스로 악을 받아들이는, 끝에 다다라서는 [망설임]에 무너지는 의지와는 달리, [정의]는 멸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옳은 일. 이것이야말로 타당한 진리. 따르고 이어나가야 마땅한 것. [정의]는 이러한 생각에서 우러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망설임]이 부풀어 오를 이유가 없었던 [정의]는 조금도 무너지는 일 없이, 처음보다도 맹활히 타오른다.


"하아아... 생명이 극한의 고통을 마주할 때 밖에 듣지 못하는, 이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 괴성...!

이제까지 몇 십에 몇 백을 들어 온 음색이다만... 선생, 자네의 신음은 정말 예술이야...! 어째 조금도 질리지를 않는군...!"


... 왜 [정의]와 [악의]의 관계에서 [망설임]을 들먹여서는, 그 뒤의 결과를 불의 세기에 비유하느냐고 묻는다면, 가상의 행동을 예시로 알려주도록 하지.

소중한 이의 생일날. 그 이가 생일파티에서 얻을 행복과 감동을 배로 만들겠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

폭언 • 폭력 • 따돌림을 행하는 데에 있어 과연 [정의]와 [악의] 중, 어떠한 성향의 의지로 행해야 더 효과적일 것 같은가?


"끄윽...! 끄흑...! 부탁이야...! 이제 그만해 줘...! 이젠 충분하잖아...! 이정도 하면 충분하잖아!!! 대체, 대체 얼마나 더 끊어낼 작정이야아아아아아악?!!?!!!!"


악독한 짓을 일부로 하는 거니까, 당연히 [악의]가 정답이 아니겠냐고? 그럴 듯한 추론이지만, 오답이다.

앞서 설명했었지, [악의]는 [망설임]에 무너진다고.

일부러 [악의]를 지니고 행동하는 것 만큼, 속이 뻔히 보이면서 어수룩하기 그지 없는 건 세상에 둘도 없는 법이다.


"오오... 오오...! [신의 눈]이 다시 가동을 시작했군...! 좋아... 좋아좋아좋아...! 이제부터는 더 끝내주는 시간이 되겠군 그래...!"


그럼, [정의]가 정답이냐고?

올바르고 타당한 진리와 선을 지키는 [정의]야말로, 이런 의도된 악행의 마음가짐으로서 더욱 효과적이냐고?

몇몇 부류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겠지만, 그렇다.

물론, [악의]도 악행을 저지르기에 있어 기본적인 마음가짐이기는 하지만. [정의]는 그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끄아아악!!! 끅?!! 그힉?! 윽!! 끄햐아아아악!!!!"

"[신의 눈]이 머릿 속을 침식하면서 발생되는, 뇌가 끓는 듯한 고통... 손가락과 발가락이 잘려나가면서 찾아오는, 저릿하고도 끔찍한 고통...

자, 선생... 다시 한 번 그 두 무대를 오가면서, 통곡을 질러댈 시간이다...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나를 즐겁게 해다오...!"


기대한 것과 천지 차이로 다른 대답.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지식들이 몽땅 부정당하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

그렇다면, 이번에는 [목적]을 넣어서 생각을 해보자.

[의지]와 [행동]을 잇는 이 키워드라면, 그 이상함은 얼마 가지 않을 것이다.


"끄햐악?!! 끅!! 그만...! 그만...! 그만...! 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아아아아아아아!!!!!!"


'이제까지의 잦은 야근과 출장으로 피폐해진 마음을 환기시켜 주기 위해.'

'공사의 구분 없이 받았던 수 많은 도움과 배려,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머지 않은 때에 찾아오는 제 생일을 잊어버린 주인공에게, 보다 큰 감동과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한눈에 보기에도 선량하기 그지 없는 이 목적들에, 과연 [악의]가 어울릴까? [정의]가 어울릴까?





[이런 간단한 것도 못하고, 노력하지도 않는 걸 어른이라고...]




[... 선생님이 유달리 괴짜인 건 알고 있지만 말야. 공적인 자리에선 조금은 진지해져야 하지 않을까?]



[두 번은 말 않겠어... 내 앞에서 사라져, 당장.]


그리고, 잊지 않았을 테지.

이것이야말로 옳은 일. 이것이야말로 타당한 진리. 따르고 이어나가야 마땅한 것. [정의]는 이러한 생각들에서 우러난다고.


[... 이제 그만 포기하는 게 어때? 학생들에게 미움받는 선.생.님?]


선량한 [목적]. 옳은 일을 행할 때 가지는 [의지]. 이에 [망설임]이 없어진 [행동]...

이 정도면 '왜 [정의]가 [악의]보다 잔인하고, 악독한 것인가'의 성격을 띈 지금까지의 설명을 얼추 이해 했으리라고 본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가장 처음에 잡았던 질문.

[정의]와 [악의]의 관계에 뜬금 없이 [망설임]을 들먹이고, 그 뒤의 결과를 왜 불의 세기에 비유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인가?


"으!! 끄흐?!! 으으그아아!!! 가아아아아아악!!!!!!"


그 대답은... 생일이 가까워진 어느 순간부터, 비극의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를 위함이다.

지금까지 계속, 질리도록 언급한 [정의]. [정의]. [정의].

그 빌어먹을 [정의]에게 잔인하게 도륙이 나고 있는, 나약하고 나약한 어느 [외부인].

[선생]의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끼윽...! 케하윽...!! 제발...! 그만...! 그마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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