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최종장 이후의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스포에 민감한 분이시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우...우와아아악?!?!?!?"


[아루!! 조심해!!!]


거대한 폭음과 함께 터져나가는 창문들.

흥신소 68의 사장, 리쿠하치마 아루는 여느 때 처럼 울상인 표정을 지은 채 내달리고 있었다.


'젠장!!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분명 오늘의 의뢰는 간단한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까지 본격적일거라곤 말 안해줬잖아아앗!!'


그녀의 뒤를 쫒는 수많은 오토마타들의 향연에 지휘를 맡은 선생도 정신이 절로 아득해졌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었다.


[300m 앞에서 좌회전 해서 그곳에 있는 엄폐물에 숨도록 해!]

[거기서 조금만 더 왼쪽으로 가면 하루카가 낙오되어 있는 위치가 나올거야!]


"아... 알겠어 선생....!!"


등 뒤에 커다란 배낭을 매고, 아루는 있는 힘껏 전방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전방에 위치한 수많은 적들이 그녀의 길을 가로막았지만, 그녀의 전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목표 발견!]


[다들, 이쪽이...*&^%$]


"큿, 비켜어엇!!!!"


선생님과 함께 보낸 수많은 시간.

이에 따라 차든차근 쌓여온 인연들.

그에게서 받은 애장품과 전용 무기까지.

고작 오토마타 따위로 막기에는 그녀는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였다.


"허억...! 허억...!"

"젠장... 앞으로 이런 의뢰 다시는 받나 봐라...!"


이내 수많은 적들을 뜷고 도착한 접견 장소.

그곳에는 정말 선생님의 말대로 하루카가 공포에 떨며 앉아 있었다.

주변은 부숴져버린 오토마타들의 잔해로 가득 채워져 있는 상태.


"ㄷ...다 주,죽을거야... 나같은.... 나같은 쓰레기가 이곳에와서어으어아라이이ㄹ..."


"하루카!!"


"아,아루니임...???"


엄폐물에 몸을 숨긴 아루는 곧바로 하루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별 다른 큰 부상은 없어보였다.


"아...아루님께서 이곳에..."

"절... 버리신게 아니었군요...."


"바보같은 소리나 하기는...!! 내가 널 왜 버리겠어!"

"가자, 밖에서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핫... ㄴ...네엡...!!"


벌벌떠는 하루카를 일으켜 새운 후, 아루는 선생에게 연락해 말했다.


"들려, 선생? 하루카를 만났어!"


[잘했어 아루! 그럼 경비들 눈에 띄지 말고 천천히 좌측으로 나와.]

[주변에 경비들이 꽤나 삼엄하니까 조심하고!]


"응! 맏겨두라고!"


'으흐흐...!! 비록 일이 꼬이긴 했어도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잖아?'

'계속 이렇게만 가면 이제 우리들도 텐트 신세를 탈출할 수 있어...!!'


아루가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해벌래 하고 있을 때 즈음.

그녀의 뒤를 따르던 하루카는 문득 그녀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말했다.


"저기... 아루님...?"

"다리의 그 상처는 대체...??"


"아? 응, 아무것도 아니야!"

"오히려 널 구하기 위해 오다 생긴 영광의 상처랄까... 훗."


"...구한다구요...? 저 따위를 위해서...??"

"저 잡것들이... 감히 아루님에게 상처를....?????"

"저.... 쓰레기 같은 고철 덩어리들이...!?!?!?!?"


'아차.'


순식간에 변해버린 하루카의 낯빛.

당황한 아루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황급히 둘러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도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아,아니야아!!! 하루카! 너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야!!!"

"이...이건 그냥 내가 혼자 굴러서 생긴 상처야!!! 그러니까 진ㅈ..."


"용서못해.... 용서못해...."

"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애애애액!!!!!!!"


"자,잠깐 하루카!!! 그 쪽으로 가면...!!!"

"오토마타들의 경비가....!!"


아루는 하루카를 향하여 손을 황급히 뻗었지만 차마 닿지를 못했다.

설령 닿았다고 할 지라도 분노한 하루카의 펌프질을 막을 수 있을리는 만무했지만.


[...하? 뭐지?]


[...!!]

[침입자를 발견했다!! 모두 집합!!]


"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아.'

'망했다.'


[ㅁ...무슨 이런....!!!]

[젠장!! 지원... 지원을 부ㅌ...#$%^&]


"히에에에에에에에에엑!!!!!!!"

"죽어주세요죽어주세요죽어주세요오오오오!!!!!!!!"


끊임없이 불을 뿜어대는 하루카의 총구.

그와 동시에 아루의 머릿속에 의뢰인이 했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들키면 큰일나니까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 주세요...!!'

'만약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의뢰금은 못 드립니다!'


"...하. 하하..."

"결국... 이번달도 텐트인가..."


"끼에에에엑!!!!"


하이얀 사백안을 뜬 채 총알을 아낌없이 퍼붓는 하루카.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아루는 왠지 모를 배덕감과 함께, 서서히 감정이 고양되기 시작했다.

곧이어 하루카의 곁으로 천천히 걸어온 아루는 멋들어진 포즈와 함께, 그녀의 전용 무기를 꺼내들며 말했다.


"...후... 후후후후....후후훗....!!!!"

"한 방이면 충분해앳!!!!"


아루의 한 마디와 함께, 커다란 폭음을 동반한 불기둥이 사방을 뒤덮었다.


.

.

.


'아... 저질러 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망연자실한 상태로 바닥에 주저 앉아있던 아루에게 하루카가 쭈볏쭈볏 다가와 말했다.


"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제가임무를다망쳐버렸습니다죽여주세요죽음으로써사죄를...."


"...하루카."


"ㅇ...예엣...??"


"고개 들어. 기 죽어있을 필요 전혀 없으니까."


"그,그게 무슨...?!"


아루는 코트를 입음과 동시에 머릿결을 쓸어 넘겼다.

마침 때 맞게 불어온 바람으로 인하여 그녀의 붉은 코트는 마치 망토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방금 최고로 멋있었어. 하루카."

"자! 돌아가자구!"


'큭... 이런 상황에서 폼이나 잡다니, 나도 참...!!'

'뭐...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상관 없으려나...?'


"아... 아루니이이임....!!!!"

"아루니이이이이임!!!!!"


"우...우와아악?!?!?"


갑작스럽게 달려든 하루카 탓에 아루는 그만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하루카는 감동의 눈물을 쏟아내며 흐느끼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온 흥신소.

아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쿠후후...! 아루 짱은 역시 하드 보일드해!]

[방금 한 대사, 엄청 멋있었다구?]


[...뭐, 그래봤자 의뢰는 실패지만.]


[카요코 짱도 차암~! 이러면 기껏 폼잡은 아루짱이 무안해지잖아~]

[아무튼 물건도 모두 챙겼으니 돌아오라구?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아~!]


"아, 알겠어! 고마워 무츠키!"

"휴우..."


큰 불을 끈 아루는 잠시나마 벽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무츠키 일행의 차량이 도착하기 전 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때, 아루의 휴대전화가 또 한번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저...여보세요? 선생?"


[아루! 다행이구나...]

[하루카는, 하루카는 괜찮니?]


"아, 아아~ 물론!"

"이 나의 실력과 선생님의 완벽한 서포트 덕분에, 성공적으로 구출해 낼 수 있었다고?"


[하하... 다행이네. 계속 걱정했다고.]

[다름이 아니라 많이 힘들텐데, 오늘 당번일은 쉬어도 된다고 하기 위해 전화했어.]


"ㅁ,뭐엇? 아아니야! 괜찮아. 난 멀쩡한데 뭐."

"그래서... 한 식경 쯤 뒤에 샬레 오피스로 가면 되는거지?"


[괜찮겠어? 난 아루가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무,무슨 소리야? 내가 선생을 보좌하는게 힘들리가 없잖아?"

"....아아아ㅏ 그,그러니까 그 말은....!!"


자신의 말 실수를 깨달은 아루가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선생은 그런 아루의 반응을 즐기는 듯, 웃음을 참는 목소리로 말했다.


[푸훗. 알겠어ㅋㅋㅋ 알겠으니까 너무 그러지 않아도 돼.]

[그건 그렇고, 날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니... 선생님 조금 감동인걸.]


"우읏.... 노,놀리지 마!!!"


[저런... 화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 아루...!!]

[그럼, 아루가 오기 전까지 농땡이나 피워볼까나~]


비록 짧은 대화였지만 그것으로도 족했다.

이내 아루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훌쩍이고 있던 하루카가 아루의 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


"저,저기... 아루님...?"


"응? 왜 그래?"


"저... 저거... 제가 잘못 보고 있는게 아니죠??"

"제,제가 헛것을 보고 있는게 아니죠??? 아루님도 보이시는거죠???"


"저것이라니...? 대체 뭘..."


아루는 하루카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펼쳐진 광경을 본 아루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래?? 아루... 아루...??]


"선생... 선생도 저것... 보여...?"


[저것이라니? 무엇을...]

[...설마. 젠장!!!!! 아루!!! 하루카!!!! 당장 그 곳에서 빠져나와!!!!]


하루카의 손 끝이 닿은 장소.

그곳에서는 거대한 '무언가'가 윙윙거리며 자신을 빛내고 있었다.

시간도, 인과율도 적용되지 않는 "개체". 신묘한 형상을 지닌 존재.

"그" 신묘한 존재는 이내 커다란 굉음과 함께 그 속에서 다채로운 빛깔을 내뿜기 시작했다.


"저건.... 대체...??"


"아... 아루님!!!!!"


하루카의 단말마와 함께, 온 사방이 하얗게 물들었다.

귓가를 찢을듯이 울리는 굉음과 함께 아루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색채.

공포의 근원이자 기묘한 이형체.

몇 달 전 선생은 색채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였고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참이었다.


폭발과 함께 연락이 끊긴 두 학생, 리쿠하치마 아루와 이구사 하루카.

이후 몇 식경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두 학생은 계속해서 연락이 되지 않았고, 이에 선생은 신경이 바짝바짝 말라가던 참 이었다.

그녀들과의 연락에서 마지막으로 목격한 광경은 선생으로 하여금 과거의 숙적을 떠오르게 하기 충분했다.


'역시 그 불빛... 아무리봐도 이전의 그것이야....'

'하지만 분명히 키보토스 밖으로 밀어냈을텐데.... 만약 그것이 맞다면 어째서 다시 이 곳으로...?'


"아로나, 혹시 이전에 관측했던 색채의 파장이 다시금 나타났는지 조사해줄래?"


"네, 선생님!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최대한 빨리 끝내볼게요!"


"고마워 아로나."

"...역시 나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만은 없겠어. 지금 즉시 연락이 닿는 모든 C&C 부원들에게 샬레 1층으로 모이라고 해줘."

"아, 그 전에 유우카를 먼저 불러줄 수 있을까?"


"넵! 알겠습니다 선생님!"


.

.

.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하야세 유우카 입니다 선생님. 들어가도 될까요?"


"아, 유우카가 왔구나."

"미안... 갑작스럽게 연락해서..."


"아니에요, 선생님은 늘 제 도움이 필요하시니까요."

"크흠...! 그래서,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새침하게 얼굴을 붉히는 유우카.

그녀는 왠지 모르게 한껏 들떠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색채건 때문에 다급했던 선생은 그런 유우카의 변화를 미처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아, 다름이 아니라 급하게 출장을 떠나게 되었거든."

"그래서 말인데,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유우카가 여길 맏아줄 수 없을까?"


"ㄴ,네에? ㅈ...제가요...?"

"아,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를 너무 쉽게 보신거 아니에요?"


"미안...! 유우카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그래...!!"

"유우카라면 내가 안심하고 맏길 수 있으니까...!"


간절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싹싹 비는 선생.

그런 선생을 보며 유우카는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잠시 뒤, 콧방귀를 흥. 하고 뀌며 발걸음을 옮긴 유우카.

이윽고 선생의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은 유우카를 보며, 선생은 말했다.


"...유우카?"


"뭐, 선생님꼐서 그렇게 절실하게 부탁하시는데..."

"다녀오세요! 여긴 제가 지키고 있을테니까요."


"유우카...!"


"읏, 오버하지 마세요! 무거우니까요...!!"

"그건 그렇고. 이런 늦은 시간에 출장이라니...?"


"응, 그게... 아끼는 학생들로부터의 연락이 끊겨버렸거든..."

"혹시 몰라서 C&C와 함께 확인 차 들려보려고."


아끼는 학생들.

아끼는 학생.

아끼는.

아끼는.


"우...우와앗?? 유우카?? 갑자기 왜 그래??"


"흥! 몰라요!! 얼른 다녀오시기나 해요!!!"


유우카는 막무가내로 선생을 밀어낸 뒤, 문을 잠가버렸다.

이윽고 뾰루퉁한 표정을 지은 채 자리로 터벅터벅 돌아온 유우카.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를 괜스레 만지작 거리던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되내었다.


'기껏 늦은 밤에 불러서 단장 하고 나왔더만 이게 뭐야...'

'머리... 꾸미고 왔는데... 알아봐주지 않으셨어...'


"....으아아아아아!! 나도 참... 무슨 생각을 하는거람!"

"...정신 차려, 하야세 유우카! 밀려있는 업무나 하자고! 음!"


뺨을 두어차례 가볍게 두들긴 후, 유우카는 업무를 시작하였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책상 위에 산더미 같이 쌓여있던 서류철도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었다.

유우카는 오랜만에 허리를 펴며 말했다.


"휴우~ 완벽해."

"그나저나 선생님... 늦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선생님의 액자가 있었다.

잠시 동안 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유우카는 볼을 한껏 부풀리며 액자를 들어올렸다.

환한 미소를 지은 자신과 선생님의 자신이 들어있는 액자.

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만 같았다.


"선생... 님."

"정말, 어째서 요즘은 저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주지 않으시는건가요..."

"...막이래. 꺄아아아앗...!!!!"


유우카는 얼굴을 붉게 붉히며 의자를 뱅뱅 돌렸다.

냉혹한 세미나의 회계라는 이명에 맞지 않는 그녀의 이면.

결국 그녀도 한 명의 고등학생 소녀였던걸까.


그러나 그 순간.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통에 유우카는 그만 액자를 떨어트리고야 말았다.

귓가를 찢는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액자는 산산조각이 났다.


"....으으읏...!!!!"

"ㅁ...뭐야....!!"


핑 하고 도는 시야와 함께 붉게 물든 세상.

극심한 어지러움과 함께 유우카는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야 말았다.

곧이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그녀의 전신을 뒤덮기 시작했다.


"끄흑....!!!"


끔찍한 고통에 유우카는 외마니 비명조차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려 있어야 했다.

사방에서는 이명이 그녀를 괴롭히고, 심장은 격렬함을 넘어서서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숨을 쉬고자 했던 그녀였지만 답답한 가슴 탓에 이마저도 불가능 한 상황.

그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


"...카..."

"...카...!!! 유우카!!!!"


"허억...! 허억... 허억...."


그녀의 눈에 비친것은 선생.

그녀가 그토록 기다려오던 선생이 틀림 없었다.


"유우카... 괜찮아??"

"세상에... 유우카 네 눈이...!!"

"젠장... 이미 늦어버린건가..."


"쿨럭, 허억... 허억... 허억..."


그렇지만 뭔가 이상했다.

군데군데 찢어진 양복과 깨진 안경.

격한 운동을 한 듯 헐떡이는 거친 숨 까지.

평소의 선생이라면 전혀 보이지 않을 행동들을, 그는 하고 있었다.


'선생님... 어째서 저렇게 상기된 얼굴로...'

'자,잠깐.... 무슨 생각을 하는거람 나도...!'

'선생님이... 선생님께서 그런 행동을 하실 리가 없잖아..?'


C&C는 미인들의 동아리였다.

밝은 성격의 아스나와 차분한 성격의 카린.

순종적인 성격의 아카네와 당찬 성격의 네루까지.

그들이라면 선생을 유혹해서 몰래 일탈을 벌이는것도 분명히 가능할 터.


'그,그치만 어째서 하필이면 그녀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러 나가신걸까...'

'나도... 나도 잘 싸울 수 있는데... 물론 C&C 정도는 아니더라도...!'

'선생님의 보좌 정도는... 잘 할 수 있을텐데.... 어째서....?'


"유우카...!!! 괜찮아???"


"허억...! 허억...! 허억....!!!!"


유우카의 호흡이 점차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푸른색 빛으로 빛나던 그녀의 헤일로도 점차 검은색으로 침식되고 있었다.


'아...아니야....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 선생님께서... 다름 아닌 선생님께서 그러실리가...'

'학생들에게 손을 대실리가.... 없.... 설마... 설마 C&C와....? C&C 그 년들과 함께...?????'

'그,그런... 그럴리가 없어.... 그렇다면 어째서 나에겐 손끝 하나도 대지 않으신거지?? 내가 마음에 안 드신건가????'

'시,싫어.... 싫어....! 내가 얼마나 당신에게 정성을 다했는데....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나 만은 안된다는거야...?'


이내 유우카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선생은 몹시 당황했지만 학생을 차마 내칠 수 없었던 그는 유우카를 잡은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이를 부득부득 갈고, 온 몸을 이리저리 튕기던 유우카는 순간 모든 움직임을 멈춘 채 침묵하였다.


"유...유우카!!!!!!"


'이해할 수가 없어... 어쨰서.... 어째서 나를 그렇게... 걸레짝 처럼 내처버릴 수가 있는거야...?'

'....응. 그런거네. 내가 필요 없어졌으니까... 나에 대한 흥미가 모두 식어 버렸으니까... 응.... 당연한걸지도.....'

'....그렇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


유우카는 완벽했다.

그녀가 풀지 못하는 문제는 없었고, 구하지 못하는 답은 없었다.

그렇기에 유우카는 자신의 생각과 지론에 대한 확답을 가지고 있었다.


선생은 유우카를 배신했다.

그것이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유우카. 자세한건 안전한 곳에 가서 설명할게."

"지금 시간이 없어. 빨리 내 등에 업혀...!!"


"선ㅅ... 선ㅅㅐ...."

"선생.... 선생님......"


"...! 유우카....!!"

"그래... 나 여기 있어 유우카. 선생님 여기 있으니ㄲ.."


푸욱.

순간, 선생의 뱃속 깊숙한 곳으로 부터 이물감이 느껴졌다.

곧이어 끔찍한 고통이 선생의 복부를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선생은 떨리는 눈으로 유우카를 바라보았다.


"허억...! 끄어억...."

"유우.... 유우,카...?"


자신의 배에 꽂힌 커다란 유리조각.

그 끝에는 유우카의 가녀린 손이 위치해 있었다.


"선생님.... 선생니임....."

"...어째서 저는 안 되는거에요...?


"그,그게 무슨 말이니 유우카...!!!!"


"저를.... 속이신거에요...????"

"저는 항상 선생님만을 위해 살아왔는데... 다른 년들에게 눈을 돌리신거에요...???"

"...용서할 수 없어요.... 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


"...젠장!!!!"


콰앙.

선생이 곧바로 몸을 돌려 피했기에 망정이지, 그대로였다면 꼼짝없이 상반신이 아작 났을 힘 이었다.

그는 비정하면서도, 차마 애정을 떨치지 못한 복잡한 눈빛으로 유우카를 바라보았다.


선생의 눈에 비친 유우카는 헤일로가 검게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얼얼한 배를 부여잡으며 겨우 일어난 선생은 유우카를 향하여 있는 힘껏 소리쳤다.


"...유우카. 잘 들어... 너는 지금 제정신이 아닌 상ㅌ...!!!"

"크윽...!!! 유우카!! 선생님 말 좀 들어줘...!!!"


"선생님이... 나를... 내 마음을 가지고 놀았어...."

"나를..... 배신했어....!!!!"


유우카는 선생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갔다.

한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유리조각을, 다른 한 손에는 그녀의 전용 무기를 든 채.

선생은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나보았지만 결국 막다른 벽에 몰리고야 말았다.


'젠장... 아스나에 이어 유우카도 당하고 만건가...'

'평상시의 유우카 성격하고는 완전 정 반대야... 그렇다면 그 폭발의 정체는 역시...!'


".....내가 가질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가져선 안돼."


"유우카! 진정해.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생각은 네 진심이 아니야...!!!!"


"그렇다면. 죽어버려."


"우와아아악!!!!!!"


타다다다다당!!!

선생은 몸을 비틀어 날아오는 총알을 겨우 피하는데 성공하였다.

무자비하게 난사되는 탄약을 뒤로, 선생은 겨우겨우 몸과 싯딤의 상자만을 건진 채 사무실을 탈출 할 수 있었다.


'상처가 너무 심해... 더 벌어지기 전에 빨리 응급처치를 해야만...!'


"거기서!!!!!!!"

"선생님! 걱정마세요!!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직접 선생님을 편하게 해드릴테니까요!!"


"크흑... 젠장...!!!"


멀리서 들려오는 유우카의 목소리에, 선생의 발걸음은 더욱 다급해졌다.

그때, 한창 계단을 내려가던 선생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헉...! 까,깜짝이야...!"

"세리나...? 여긴 어쩐 일로..."


그녀의 정체는 스미 세리나. 

구호기사단의 일원이자 백의의 천사라고 불리는 학생이었다.


세리나는 공허한 표정으로 선생을 빤히 응시하였다.

그녀의 헤일로 또한 검게 물든 상태.

선생은 어금니를 꽈악 물 수 밖에 없었다.


"...선생님."


"세,세리나... 괜찮아...?"


"저... 어떡해야할까요...?"

"환자를.... 환자를 살려야 하는데..."

"환자가... 없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환자가 있어야 제가 존재하는 의미가 있는데... 환자가 없으면... 저는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요?"

"그러니 선생님... 제 환자가 되어주시겠어요...?"


철컥. 하고 세리나의 총구가 선생을 향했다.

앞도, 뒤도 막힌 절체절명의 상황에 몰린 그.

선생은 비장한 목소리로 세리나를 향하여 말했다.


"...세리나. 혹시라도 깨어나게 된다면 기억해줘."

"이건 네 탓이 아니라는것을...!!!!!"


"...네? 지금 무슨 말씀ㅇ"


"크읏!!!!"


선생은 고통스러운 배를 움켜잡고 계단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의 건장한 육체는 굉음을 내며 한참 동안을 이곳 저곳에 부딪힌 뒤에서야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아로나의 혼을 다한 서포트 덕에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그의 배에 생긴 상처가 더 벌어지고 말았다.


"쿨럭...!!! 쿨럭.... 크윽..."

"아로나... 아로나! 내 말 들려...??"


"네, 선생님!"

"선생님... 상처가 너무나도 심해요...!! 빨리 응급처치를...!"


"나도 알고 있어!! 그래서 널 부른거잖아...!"

"지금... 지금 바깥상황이 어떻지...?"


"잠시만요...! 찾아볼게요!"


아로나가 열심히 정보를 수집할 동안, 선생은 비상계단의 방화문을 닫고 그 벽에 몸을 기대었다.

바깥에서는 세리나와 유우카가 선생님을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피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나와 선생의 손바닥을 적셨고, 선생은 고통에 몸부림 쳤다.

잠시 후, 잔뜩 공포에 질려버린 표정의 아로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선생에게 말했다.


"...역시 선생님의 예상이 맞았어요. 그 폭발은 역시 색채가 맞았어요!"

"아루씨의 연락이 끊어진 곳에서 색채의 파장이 이전 대비 300% 규모로 관측되었어요..."


"역시... 그랬던거구나... 그렇다면 아루와 하루카는... 으읏..."


"그리고 모종의 이유에서인지... 키보토스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여기...!"


아로나가 보여준 화면에는 혼란에 빠진 키보토스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시가지는 불타고 안드로이드들은 무참하게 박살나 거리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었다.

불타는 게헨나 중앙광장의 영상부터, 끌어 내려지는 체리노의 동상이 포착된 사진까지.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상황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섣불리 바깥으로 나가는건 무리겠네... 그렇지?"


아로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 처럼, 무턱대고 바깥으로 나갔다면 순식간에 고깃조각이 될게 뻔했으니 말이다.

선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에 있는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문이 닫히고, 한 숨을 돌린 선생은 곧바로 자신의 옷을 찢어 상처에 감기 시작했다.

피가 흘러나오는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상처에 쑤셔 넣은 휴지 뭉치는 덤 이었다.


"읍... 우으으으으읍...!!!!!"

"쿨럭, 쿨럭... 크윽.... 역시... 아프네.... 하아..! 하아..."

"왜 이렇게 아픈 방법을 추천해 준거야... 후우...! 뭐, 견딜만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임시 방편이에요 선생님..."

"지금 당장은 출혈을 멈추어 주겠지만 언제 큰 감염으로 번질지 몰라요...!"


선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어느새 흐르고 흘러 하루가 넘어간 시점이었다.


"...아로나. 근처 엔젤 24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줘."


"엔젤 24요? 엔젤 24...."

"네! 없어요! 지금이라면 실과 소독약을 구할 수 있겠... 잠깐만요..."

"한 명.... 한 명이 들어왔어요..."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아마 창문을 깨고 내려온 것 같아요."


"젠장, 그 높이에서..????"


화면에 비친 모습은 날선 칼날과 총기를 들고 서성이는 유우카의 모습이었다.

선생은 인상을 찌푸리며 낡은 화장실 벽에 그의 육신을 의탁하였다.

흘러내리는 식은땀들로 하여금 선생의 셔츠는 흠뻑 젖은 상태였다.


"저기, 아로나."


"네? 선생님?"


"만일 내가 쓰러지면, 내 모든 권한을 네게 위임할게..."

"네 힘 정도라면 이 혼란을 모두 잠재울 수 있을거야."


"그,그런...! 안돼요 선생님..."

"벌써부터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잖아요!"


"누가 그래? 내가 포기한다고...?"

"난 기필코... 내 학생들을 이전으로 되돌릴거야. 그 전까진 죽고싶어도 못 죽어!"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는거야 아로나."


"선생님..."


"내가 성공하지 못하면, 너가 나의 뒤를 이어줘."

"나의 소중한 학생들을... 지켜줘."


선생의 눈동자는 의지로 불타올랐다.

그런 선생을 바라보던 아로나 또한 의지를 다질 수 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기필코 선생님의 학생을 지켜보일게요...!"


***


"윽... 으으...."


그 후 얼마나 지났을까.

아루는 욱신대는 머리를 감싸쥐며 깨어났다.


아루는 방금 전, 자신이 겪었던 기묘한 현상이 떠올랐다.

알 수 없는 빛. 익숙한 기억과 보다 근본적인 공포, 그리고 신비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알 수 있는것이 없었지만, 그덕에 더욱 정체가 명확한 "그것".

문득, 그녀는 자신에게 느껴지는 압박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는 두 눈을 떴다.


"무...무거워.... 이 느낌은..."

"...으응?? 하... 하루카...!!!"


하루카는 고통에 신음하며 그녀 위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에게 황급히 다가선 아루는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외형적인 부상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내면이었다.


"으... 으으..."


"하루카!! 괜찮아?? 정신이 들어??"


"으으... 아... 아루님...."

"살아... 계셨군요... 다행...이다...."


"정신차려 하루카!!! 그게 무슨.... 그게 무슨 말인데!!"

"하루카!! 하루카!!!"

"....하루카?"


하루카는 말이 없었다.

아루의 시야 주변이 검게 물들어 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하루카의 맥박을 짚어보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실낱같은 미세한 맥박이 그녀로부터 느껴지고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훌쩍, 허억... 허억......"


긴장이 풀린 나머지 아루는 온 몸에 힘이 풀려 쓰러지고야 말았다.

비록 순간이었지만, 맹우이자 자신을 따르는 충직한 부하를 잃은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심적인 여유가 생긴 아루는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사방에 튀어있는 파편들, 그리고 오토마타 경비병들의 시신까지.

이곳이 방금 전 까지 아루와 하루카가 있었던 장소라는 것을 알기 까지는 그닥 오랜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부숴져 있는데...'

'역시 방금 전 그것 때문에 충격파가 일어난게 분명해.'


아루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일어섰다.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무츠키 일행이 다가 오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 없었다.

하루카를 들쳐업고, 아루는 차례차례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이상했다.


'제,젠장.... 뭐가 이렇게 어지럽지...?'

'몸도 찌뿌둥 하고... 뭔가 이상해... 으읏....'


의미불명의 이상현상 탓에 결국 그녀는 다섯 걸음도 채 못 내딛고 다시금 자리에 쓰러지고야 말았다. 

이내 그녀의 눈 앞이 핑핑 돌고 사방은 붉게 물들어 보이기 시작했다.

척 봐도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상황이었다.


"쿨럭...! 쿨럭... 흐으.... 으으윽...."

"물... 물이...!"


고통스러워 하던 아루는 이내 극심한 갈증을 느끼고 주변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녀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자그마한 웅덩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루는 급히 달려가 무릎을 끓고 물을 떠 마시기 시작했다.

수질 따위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흐으....!!! 흐으..... 흐으으...."

"하아... 이제야 좀 살거 같.... 으응?"


순간, 아루의 눈 앞에 이질적인 형상을 한 학생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헤일로는 검게 물들어져 있고 눈매는 사악한, 발 끝까지 닿는 긴 머리의 소유자인 '그녀'.


"허억... 허억...."

"...!!!!!!"


본능적인 위기의식을 느낀 아루는 곧바로 등 뒤에 장착해 두었던 '와인레드 어드마이어' 를 꺼내어 쏘았다.

한 발, 두 발. 이후 수십차례나 쏘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일말의 생채기도 줄 수 없었다.

당황한 아루는 그만 무기를 떨어트리고야 말았다.


"첨벙."


'아.'


들려오는 물소리.

이와 함께 '그녀' 의 형상도 일렁이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아루는 깨달았다.


자신이 방금까지 공격하던 대상은 다름 아닌 웅덩이었다는 사실을.

'그녀' 는 자신이라는 것을.


"이...이게 대체....!!!"


아루는 황급히 전화기를 꺼내어 카메라로 자신을 비춰보았다.

카메라 속의 자신은 변명의 여지 없이 아까 전 웅덩이 속에 보였던 '그녀'와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부쩍 길어진 머리에 붉게 물든 커다란 뿔.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눈동자는 물론이고 검게 물든 헤일로 까지.

아루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닥쳐온 미지의 공포에 그녀가 떨고 있을 때 즈음, 등 뒤에서 하루카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 하루카!!!!"


아루는 즉시 하루카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비극은 반복되고 있었다.


"하루...카...?"


가녀린 몸의 그녀는 온데간데 없고, 그곳에는 오직 보라색 머리의 성인 여성만이 누워있을 뿐 이었다.

헤일로가 검게 물든것은 물론이고, 여성 또한 아루처럼 머리가 발에 닿을 정도로 매우 길어져 있었다.

오직 옆에 놓인 보라색 산탄총 만이 그녀가 하루카였던 존재라는 것을 입증해 줄 뿐이었다.


"이 목소리는... 아루님...?"

"아루...님.... 그 모습은 대체...?"


"허억... 허억..."

"ㄴ,날... 알아 보겠어...??


"뭐...뭐지...?? 분명 아루님의 목소리였는데..."

"다... 당신 누구야...? 아루님을 어떻게 한거야???"


"자,잠깐!!! 하루카... 나야! 나라고!!"

"네 사장, 리쿠하치마 아루란 말이야!!"


자신을 향하여 산탄총을 겨눈 여성을 보며, 아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익숙함이 느껴지는, 묘하게 허당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여성 또한 매우 혼란스러운 것 처럼 보였다.

잠시 뒤, 여성은 서서히 총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정말... 정말 아루님이세요...??"

"제가 아는.... 그 아루님이신거죠?? 맞죠???"


"맞다니까 그러네??? 내가 내가 아니면 대체 누구겠어!"


"아... 아루님.... 정말 아루님이시군요...!"

"저... 저 너무 무서워요... 눈을 떠보니 주변은 박살이 나있고... 몸은 이상하고... 어지럽고...!!!"

"뭐.... 뭐가 어떻게 된거죠??? 아루님... 대답해 주세요!!!!"


울상이 된 여성. 아니, 하루카는 얼굴을 쥐어 뜯으며 자리에 주저앉고야 말았다.

아마 그녀가 이전에 느꼈던 혼란을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아루는 생각했다.

그녀는 하루카에게 다가가 조용히 포옹했다.


"괜찮아... 괜찮아 하루카..."

"어디 다친데는 없지? 그거면 됐어..."


"그... 그치만 모르겠어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눈 앞이 빨갛게 변하더니... 일어나 보니까 이런 모습이었어서...!!!!"


"나도 잘 모르겠어... 일단 무츠키 네를 만나고 생각하자."


아루의 부축을 받으며, 하루카는 그 커다란 몸뚱아리를 일으켜 새웠다.

약속된 접선장소에 도착한 그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약속된 시간을 이미 한참 넘겼음에도 무츠키 일행은 나타나지 않았다.

문득 그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한 아루는 전화기를 꺼내었다.


[...]

[...]


"...받지 않아."


"어떡하죠 아루님...?"

"여기는 키보토스의 외곽 중에서도 외곽인데... 걸어간다면 사무실까지 반나절은 족히 걸릴 거리잖아요..."


"뭐 어쩌겠어... 기다려야지."

"걱정하지 마. 무츠키가 비록 장난꾸러기일 지언정, 우릴 버리거나 그러진 않으니까."


아루는 하루카를 향하여 생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에 하루카도 어색하게나마 자그마한 미소를 지음으로 화답하였다.


.

.

.


"아아악!!! 무츠키!!!!!"

"우릴 버린게 분명해!!!!! 아아아악!!!!!"


"지...진정하세요 아루니임...!!!"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장난해? 지금 벌써 몇 식경이 지났는데!!"

"무츠키 이 녀석.... 장난을 쳐도 되는게 따로 있지 정말....!!"


배신감에 온 몸을 뒤틀며 분노하는 아루에게, 문득 전화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루는 성을 냄과 동시에 전화기를 꺼내들며 말했다.


"장난해 무츠키!!!! 지금 어디야!!!!"


[....아루...니...?]


"에....?"

"이 목소리는.... 선생...??"


[다행... 이다... 아루는 멀쩡,쿨럭...!!! 했구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선생의 목소리는 위중했다.

떨리는 목소리에 쉴 세 없이 몰아쉬는 거친 숨소리 너머로 들려오는 의문의 폭발음까지.

척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님이 분명했다.


"ㅁ,뭐엇? 멀쩡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허억... 허억.... 끄으윽...!!!]

[쿨럭...!!! 허억... 허억.... 아루... 시간이 없으니 잘 들어...]


"선생...!!! 선생!!!! 대체 무슨 일이야!!!"


[절대.... 절대 키보토스로 돌아오지마.... 알겠니...? 절대로...!!]

[적어도... 허억.... 시라토리 구 로는 절대로... 쿨럭!!!!]


"무,무슨....!!!"

"선생!!! 내말 들려??? 선생... 선새애앵!!!!!!"


[...]

[...]


"...."


"...아루...님...??"


"하루카."

"지금 당장 주변에 탈만한 탈것이 없는지 찾아봐. 어서!!"


"ㄴ...네엡!!!"


하루카는 떨어진 펌프 액션 샷건을 주운 뒤 주변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었다. 선생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금, 1분 1초가 황금처럼 귀했으니까.

아루는 다시 한 번 흥신소 69 멤버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젠장... 왜 안 받는거야... 그렇다면...!!"


[...]

[...]

[...여보세요?]


"여보세요? 알바짱???"


[뭐야, 누구야?]


"나야, 나!!! 이전에 라멘집에서 신세 졌던 리쿠하치마 아루...!"


[...아아. 그 세전함의 그?]

[미안. 지금은 우리가 조금 바빠서.]


[응... 세리카... 전화는 보안에 취약해...]


[아,알겠어!! 알겠으니까, 내가 끊을게!]

[...잘 들었지? 쨋든 그런고로 끊는다?]


"자,잠깐!!!"


겨우 닿았던 연락은 이윽고 또 다시 끊어지고야 말았다.

머릿속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던 아루는 휘청거리다 그만 자리에 쓰러지고야 말았다.


'젠장... 뭐가 어떻게 된거야...??'

'몸은 이상하고... 멤버들은 연락도 되지 않고...'

'무엇보다 선생은 이상한 말만 남긴 채 연락이 끊겼어...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저,저기!! 아루님!!!"


그때, 저 멀리서 하루카가 자그마한 픽업 트럭을 끌고 오며 말했다.

아루는 이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트럭에 몸을 실었다.


"그,그게 아루님... 이건 절대 훔친게 아니ㄹ..."


"알아. 지금은 한시가 급하니 빨리 출발하자...!!"


"어디... 로 말인가요...?"


"..."

"...D.U 시라토리 구로. 샬레 건물로 가자!"


"네엡!!"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하루카의 트럭은 출발했다.


***


아루와 선생님의 순애 이야기입니다.

물론 변해버린 아이들의 후회도 확실하게 나올 예정임.

미움 받는 약 기다리다가 2연속 연중튀 당하는 바람에 개빡쳐서 걍 내가 씀.

급하게 쓴거라 오탈자라던지 그런거 많을 수 있으니 이해부탁...



여기 등장하는 아루는 내가 키우는 아루와 동일한 스펙이라는 설정임(전3 MMMM T7 T7 T6 T2).

그리고 왜 하필 아루와 하루카냐고 묻는다면 내 최애가 아루랑 하루카 둘이기 때문이다!!!!!!



쨋든 앞으로 잘 부탁함.

미움 받는 약 올라오기 전까지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