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


***


"...일단 급한 불은 끈 것 같아요."


"그래? 고마워..."


피투성이가 된 장갑을 털어내며, 세리나가 말했다.

고이 잠에 든 하루카의 표정은 퍽 편안해 보였다.


"...내가 한심하게 방에만 틀여박혀 있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젠장... 하루카아앗....."


"...너무 자책하지는 마세요."

"하루카씨는 괜찮으실거에요. 제가 보증할게요."


"그,그래... 고마워."


고인 눈물을 닦아내는 아루.

주변 정리를 끝낸 세리나는 그녀를 회복실로 안내했다.

정확히는, 회복실이라는 이름만 붙인 골방이었지만.


그녀의 치료 덕분인지 창백했던 하루카의 피부에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에 안색이 밝아지는 아루였지만 그녀를 향한 죄책감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저기. 세리나... 라고 했지?"

"고마워... 진심으로."


"뭘요. 저는 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아루씨도 그렇게 너무 풀죽어 있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도... 나는 하루카를 방관했단 말이야..."

"사오리가 응급처치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너가 오지 않았더라면 하루카는 정말 죽었을지도 몰라."

"정말... 정말 어떻게 감사해야할지..."


울먹이며 그녀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아루.

그러나 그런 아루를, 세리나는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으면서도 열리지 않는 입.

잠시 뒤, 세리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루에게 말했다.


"..나중에 하루카 씨께서 깨어나시면 말씀해주세요. 경과를 지켜보아야 하거든요."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사오리 씨의 치료도 해야해서..."


"으응... 그럴게."

"고마워. 세리나."


"으윽...."


아루의 그 한마디에, 세리나의 발걸음이 멈춰섰다.

하지만 이도 잠시. 세리나는 말없이 미소지으며 방을 나섰다.


"....후우."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닦아내며, 그녀는 말없이 흐느꼈다.

감사 인사. 그것은 그녀가 받기에는 너무나도 과분한 은혜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환자를 포기하지 말것.

환자를 발견하는 즉시, 출신을 가리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진료할 것.

그것이 지난 세월동안 구호기사단에 몸을 담으며 그녀 나름대로 정한 모토였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자고 생각했던 그녀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백의의 천사라는 이명은 그러한 그녀의 속성을 잘 드러내는 일종의 칭호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이젠 오직 고통만이 느껴지는 저주의 낙인만이 남아 그녀 마음을 사정없이 후벼파고 있었다.


그녀든 더 이상 백의의 천사가 아니었다. 

아니, 될 수가 없었다.


의료인으로써 가장 기본적인 의무.

환자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려내는 것.


그러나 그녀는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환자를, 두 번 씩이나.

가장 도움이 필요했던 그를 외면하고 총을 겨누었다.

완전히 의료인 실격이었다.


결국 그 환자는 죽고 말았다.

가장 비참한 몰골을 한 채 길바닥에서 말이다.

선생. 다름 아닌 그녀의 선생님이었다.


세리나는 천천히 걸어나와 근처 벽에 몸을 기대었다.

조마에 사오리는 회복을 위해 잠에 든 상태. 치료는 이미 끝난지 오래였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세리나는 그녀의 상태를 살피려 나올 필요가 전혀 없는 셈 이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아루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밖으로 나온 이유는 다름 아닌 본인.

세리나 자신의 심신 안정을 위해서였다.


[나는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


'...죄송해요 미네 단장님. 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어요.'


구호기사단 입단 당시 외웠던 선언문을 떠올리며, 세리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흐느꼈다.

자신이 살리지 못한 환자, 선생을 추억하며 그녀는 과거의 과오를 떠올렸다.


'환자가 있어야 제가 존재하는 의미가 있는데... 환자가 없으면... 저는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요?'

'그러니 선생님... 제 환자가 되어주시겠어요...?'


지우고 싶은 기억.

의료인으로써 결단코 해서는 안되는, 끔찍한 선언.

상처입은 환자를 살리기는 커녕 확인 사살을 하려고 하다니.

세리나는 자신이 한 죄악에 고통스러워 하며 몸부림쳤다.


"윽.... 으으윽...."


"본심이 아니었다" 라는, 간단하고도 단순한 면죄부.

그녀가 마주치는 검은 헤일로의 학생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기도 했다.

비록 자신들의 손으로 선생을 위협했지만, 이는 결코 자신의 뜻이 아니었라고 항변하는 그녀들.


하지만 세리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들의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을.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그녀들 모두 진심으로 선생을 증오하며 죽이려고 했다는 것을 말이다.

왜냐하면 본인이 그랬으니까.


문득 선생이 혐오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신과 함께 엮이는 그가 무척이나 가증스러웠다.

시간을 겨우 쪼개며 따라다니는 자신을 알아주지도 않는 그가 증오스러웠다.


그러니 죽인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나 하지 않겠습니다.]


"아... 아아....!"

"아... 아니... 아니에요오오...."


하지만 자신에게 총을 겨눈 그녀를 보며 선생은 화를 내지도, 두려워 하지도 않았다.

대신 모든 것을 이해 한다는 듯, 긴장은 하면서도 절대 그녀를 욕하거나 증오하지 않았다.

온갖 억지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던 그녀의 완벽한 안티체제였던 것이다.


'...세리나. 혹시라도 깨어나게 된다면 기억해줘.'

'이건 네 탓이 아니라는것을...!!!!!'


그 말을 끝으로, 그는 까마득한 계단 밑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가 본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잘못한건 선생일 터.

하지만 그의 마지막 단말마는 마치 그녀의 잘못인 것 처럼 규정하고 있었다.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지.

어째서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걱정했는지.

모든 것이 가식처럼, 그리고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계속해서 고민했다.

세상을 불태우는 사소한 일 따위, 그녀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선생의 의도였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시간을 거듭하던 어느 순간.


불현듯 그녀는 깨달았다.

잘못된건 선생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비로소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타는 세상, 변해버린 자신의 헤일로, 실종된 하나에, 잠들어버린 미네 단장과 그녀 주위에 떨어진 빈 수면제 통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용서받지 못할 죄악들까지.


자책의 시간은 없었다. 하루 빨리 그를 찾아야만 했다.

그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그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자신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부디 자신이 올바른 때에 도착할 수 있기를 바라며.


처참하게 붕괴한 트리니티를 넘어 게헨나.

살아있는 지옥으로 변모한 게헨나를 지나 밀레니엄.

처형기계들로 가득한 밀레니엄을 지나 마침네 샬레에 도달하나 했건만.


문득 그녀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고, 그곳에는 학생회장이 보낸 전언이 적혀 있었다.

선생님이 사망하셨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으응."


"저기, 세리나 씨~☆.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에 세리나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

그러자 그곳에는 자신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한 여성이 그녀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빛에 빛나는 커다란 황금빛의 눈동자로 하여금 절로 신비한 분위기를 풍겼다.


"어라, 히나 짱이 여기로 가라고 했는데..."

"내가 잘못 온걸까나? 네가 세리나 아니야? 스미 세리나☆"


"ㄴ,네..? 누구시죠...?"


"으음, 그러게~☆ 누굴까?"


환한 미소와 함께 찰랑거리는 분홍빛 머릿결.

별빛이 가득한, 빙빙 도는 검은색 헤일로까지.

지극히 이질적인 외모의 소유자인 그녀.


세리나는 분명 그녀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다.

다만 최근 철야를 하며 무리한 탓인지 잘 떠오르지가 않았다.


"저, 저기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아~☆ 몰라도 돼!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니까!"

"난 미카라고 해. 미소노 미카!"


"아... 티파티의 그..."


"맞아맞아! 잘 알고 있었구나!"

"너가 그렇게 치료를 잘 본다며? 그래서 신세좀 지려고 왔어!"


유난히 밝은 텐션의 그녀.

과도할 정도의 긍정을 지닌 미카 탓에 세리나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런 미카의 뒤에서 히나가 못마땅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리나가 힘들어 하잖아. 너무 괴롭히지마."


"엣. 그런거야? 세리나 짱, 나 때문에 힘든거야?"


"아,아뇨 딱히 그런건..."


"그렇다잖아 히나 짱~☆ 괜스레 막막 끼어들어서 참견하지 말아줄래?"

"응응... 조금 신경쓰일지도? 에헷☆"


"ㅁ,뭐? 너 아까부터 보자보자하니까..."


"꺄아앗~☆ 나죽네~! 게헨나의 선도부장이 애먼사람 잡는다아~!!"


"이 자식이...!!"


두 눈을 부릅뜨며, 히나가 내려두었던 총을 빼들었다.

그러자 미카또한 이에 지지않고 미소를 지으며 히나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이에 세리나는 깜짝 놀라 둘 사이에 끼어들어 외쳤다.


"자,잠깐만요... 다들 싸우지마세요!!"

"지금 상황이 상황인데...!!!"


"흐으응~? 그렇다는데 히나 짱?"


"...칫."


험악해졌던 분위기는 세리나의 중제 탓에 겨우 진정될 수 있었다.

이윽고 그녀들이 동시에 총구를 내리자 그제서야 세리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샬레에 도착한지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벌써부터 피곤해질 것 만 같은 느낌이 드는 그녀였다.


"앗 따가워..."

"정말~ 조금만 더 살살해달라구~!"


"소,소독인데 따가울 수 밖에 없죠..."


미카의 상처를 치료하며, 세리나가 말했다.

상처는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결코 간과할 수준도 아니었다.

전신에 남아있는 수많은 열상, 찰과상, 자상들로 하여금 그녀가 샬레에 오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절로 짐작가게 만들었다.

이에 세리나는 말없이 소독을 하고 거즈를 덧대었다.


"있지, 있지 세리나 짱?"

"널 보면 왠지 예전에 알던 친구가 생각나."


"그래요? 영광이네요..."


"에이 무슨 영광이야~! 고맙게시리..."

"으흠,흠! 뭐 어찌되었든. 그 친구도 너처럼 분홍 머리고, 치료를 잘하고 잘 돌봐주는 아이였어."

"야한걸 조금 좋아해서 문제였지만... 헤헤☆"


"그렇군요... 좋으셨겠네요."

"혹시 그 친구분은 어떻게...?"


그러나 미카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당황한 세리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미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황금빛 두 눈은 생기를 잃고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죄,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

"우리 다른 이야기 하면 안될까?"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ㅎ..."


"아니야~ 신경 쓰지마."

"잘 모르고 한 말일텐데 뭐... 난 이해해!"


"..."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시점.

불현듯 미카가 세리나의 손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붙잡았다.


"히얏?!"


세리나는 깜짝 놀라 미카를 바라보았으나 이내 그녀의 기백에 질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미카는 말했다.


"왜, 알고싶어?"


"ㄴ,네? 아...아뇨..!!!! 절대로..."


"아니야~ 알려줄게. 너도 알고 싶잖아. 그치?"

"알고싶으니까 이렇게 말도 안하고 그러는거잖아. 내 말이 틀려?"

"알고 싶은거잖아. 알고 싶으니까 그렇게 말한거잖아???"


"아...아아뇨오 아뇨오오...!!!!"

"절대로 아니에요....!!! 알고 싶지 않아요...!!!"


미카는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세리나는 공포에 질려 황급히 두 손을 뺴려고 해 보았지만 미카의 악력은 너무나도 강했다.

그렇게 그녀가 꼼짝없이 갇혀 벌벌떨던 그 순간, 불현듯 미카가 웃음을 빵 터트리기 시작했다.


"히히~ 농담이야 농담~☆ 장난 한 번 해본거야." 

"...어차피 다들 소중한 사람 한 두명 쯤은 잃었을테니까."


세리나는 말없이 두 손을 벌벌 떨다가 다시금 치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치료를 마친 세리나는 말없이 그녀로부터 천천히 물러났다.

이후 옷을 모두 챙겨입은 미카는 세리나를 향해 미소지은 뒤,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사라졌다.


"허억... 허억..."


세리나는 근처 자리에 몸을 기대어 걸터 앉았다.

샬레에 온 이후로 줄곧 잊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 따위,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비록 잠깐이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 미소 너머에 있는 수많은 좌절과 슬픔의 감정을.

지금 그녀가 짓고 있는 미소는 억지 미소라는 사실을.

망가진 마음의 상처를 애써 감추기 위한 감투라는 것을.


다리에 힘이 풀린 탓에 차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끔찍한 시간이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이 골방에서 쉬고 싶었다.


하지만 미카를 비롯한 모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구급약품이 전부 소진된 상태.

세리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기운을 차린 뒤 밖으로 나가기 물품을 구해오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그 순간.


"똑똑."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리며 내는 소리.

순식간에 온 몸의 신경이 바짝 선 세리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문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 주위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이내 세리나의 두 눈동자가 서서히 떨려오기 시작했다.


"똑똑"


"히익...!!!"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곧바로 총기를 든 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사람은 커녕, 사람 형태 비스무리한 것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온 몸의 털이 바짝 선 그 순간.


"이쪽입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낮선 목소리.

이에 세리나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


"...미안하다. 교육을 잘못 시킨 내 잘못이다. 사과하도록 하지."

"아즈사 너도, 어서 세리나에게 사과하도록!"


"미,미안합니다...!!"


"하하.... 괜찮으니 그쯤 하셔도 돼요..."


세리나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사오리와 아즈사.

하지만 아즈사의 표정은 꽤나 억울한 것 처럼 보였다.


"왜 그러지. 아즈사."


"...난 잘못 없어."

"난 그저 배운대로 방독면을 쓰고 로프로 잠입을 한 것 뿐이라고!"


"멀쩡한 정문을 놔두고 로프 잠입이라니."

"거기다가 방독면은 또 왜 쓴거냐 아즈사..."


"샬레는 최중요기관이잖아."

"그런 중요한 시설에 진입하는 나를 지켜보는 눈이 단 하나도 없을거라고 확신해? 난 아니라고 봐 사오리."

"신원을 숨기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 음!"


"하지만 그 방독면 때문에 세리나가 놀랐잖아."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 시점에서 이미 너의 위장은 효력을 잃은 것이야!"


"크윽... 그,그런...!!!"


"여,여러분 전 진짜로 괜찮은데..."


세리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간의 언쟁은 끊이지가 않았다.

당황한 표정을 한 채 쩔쩔매는 그녀 곁으로 누군가가 천천히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마. 두 사람은 예전부터 종종 그랬거든."

"적당히 저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친해질거야. 아마."


"에,에엣? 누...누구..."


"음? 나 말이야?"

"...미사키. 그 정도만 알아둬도 돼."


"미사...키..."

"혹시 두 사람을 아세요...??"


"...응."

"예전 동료였거든."


마스크를 치켜올리며 미사키는 말했다.

비록 입을 볼 수는 없었지만, 세리나가 보기에 그녀는 웃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한층 누그러진 분위기에 내심 안심하는 그녀였다.


"..가보도록 해. 넌 구호기사단이잖아."

"저기 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 네,네엡..."


세리나는 미사키의 배웅을 받으며 방 문을 나섰고, 이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전에도 있던 히나. 유우카. 아루. 하루카. 사오리. 총학생회장외에도 언뜻 보이는 뉴페이스들.

문득 그녀들이 궁금해진 세리나는 때마침 근처에 있던 아루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저기, 저 분들은...?"


"응? 세리나구나."

"그게... 총학생회장이 메시지를 보냈나봐."

"키보토스 전국 각지에서 왔다나 뭐라나... 나도 잘 모르겠어."


아루는 골머리를 썩히듯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하나 둘 셋 넷. 언뜻 새어봐도 10명은 족히 넘는 숫자.

안 그래도 좁아 소란스러웠던 사무실이 더욱 소란스러워진 느낌이었다.


"유우카 짱... 기운을 차려야죠."

"저는 괜찮아요... 아직은 견딜만 하니까요..."


"...으음. 역시 한결같이 차분한 공간이군."

"하지만 콤라드는 어디에도 없구나..."


"주군.... 주군은 도대체..."


안타깝게도 분위기는 그닥 좋지 않았다.

모두 하나같이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있었고 치료가 시급해 보였다.

세리나는 침을 꿀꺽 삼킨 뒤, 그녀들을 향해 말했다.


"ㅈ,저기... 다들 여기좀 봐주실수 있나요??"

"어...어라...?"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긴장한 탓인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세리나가 당황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말없이 두드렸다.


"...어? 어어??"

"미카 씨..? 여긴 어떤 일로.."


"헤헤. 아깐 미안했어 세리나 짱☆"

"여기 사람들을 다 부르면 되는거야? 응? 그런거지?"


세리나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미카는 말없이 미소 짓더니, 세리나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성량으로 그녀들을 향해 외쳤다.


"다들 주모모옥!!!"

"세리나 짱이 할 말이 있다네~☆"


방금까지 시끌벅적 했던 샬레가 일순간 잠잠해졌다.

이윽고 모든 시선이 자연스레 미카와 세리나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ㅇ...에엣? 미카...씨....???"


"자, 그럼."

"잘 해봐☆ 헤헷~"


미카는 슬며시 미소를 지은 뒤, 언제 그랬냐는 듯 휘파람을 부르며 사라져버렸다.

자신에게 집중된 이목.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형형색색의 빛을 잃은 눈동자가 그녀를 뜷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세리나는 크게 당황했지만, 이내 심호흡을 한 뒤 모두를 향해 또박또박 외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구호기사단 소속 2학년 스미 세리나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 여러분들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부상자 분들은 그 정도가 심하신 순서대로 제 앞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사태의 정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짐에 따라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니, 부디 서둘러주십시오!"


그러자 잠깐의 정적 이후, 눈치를 보던 학생들이 천천히 세리나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치가 끝난 학생들은 세리나를 돕거나, 거동이 불편한 학생들을 안내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모두의 도움 덕에 힘을 얻은 세리나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그녀들 모두를 치료할 수 있었다.


"우시오 노아에요. 밀레니엄을 탈출하여 오는 와중 여기, 복부에 철심이 박혔습니다."

"다리는 부러졌고... 헤헤. 자랑은 아니지만 기흉까지 일어난 것 같아요..."


우시오 노아. 밀레니엄의 세미나 소속 서기.

유우카의 절친이자 완전기억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녀의 상태는 가장 심각했다.

세리나는 유우카의 도움을 받아 철심을 제거하고 뼈를 맞춤과 동시에 흉부에 박혀있던 파편을 제거하였다.


"기흉은 아니었구요, 파편이 하나 박혀있더라구요."

"유우카 씨. 노아 씨를 잘 보살펴 주세요. 회복이 최우선 과제이니까요."


말없이 미소짓는 노아와 슬픈 눈빛의 유우카.

그녀들을 내보낸 후, 세리나는 다음 환자를 호출하였다.

그때, 순간이지만 그녀는 가슴이 욱신 거리는 것을 느꼈다.


"백귀야행 연합학원 소속 쿠다 이즈나입니다."

"그리 큰 부상은 아닙니다만... 두 팔에 자그마한 상처를 입었어요."


그녀의 상처를 본 세리나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큰 부상이 아니긴 커녕, 당장 응급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커다란 자상들.

세리나는 당황하면서도 한땀한땀 그녀의 상처를 꿰매어주었다.


다만 마취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술은 맨정신으로 진행되었다.

이즈나는 이따금 인상을 찌푸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날 때 까지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세리나는 그런 그녀의 정신력에 감탄하면서도 그녀를 위해 손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다 끝났어요..."


"감사...합니다."


"그, 저기... 실례가 아니라면 혹시 어쩌다가..."


"이거요? 그게... 조금 싸웠거든요."

"아시다시피 저희 부에서 인술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오직 저 뿐이라서..."

"...결국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었지만요. 헤헤..."


자신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 떠나는 그녀를 보며 세리나는 오묘한 슬픔을 느꼈다.

대체 어째서 이런 참상을 모두가 겪어야 하는지. 그녀는 마음 속으로 조용히 분노했다.

그리고 이즈나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또 다시 가슴이 욱신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휴우... 이걸로 마지막..."

"수고하셨습니다~!"


"...고맙네."

"자네도 참 고생이 많아. 이렇게나 헌신적이고..."


"하하... 감사합니다."


"누군가를 떠오르게 만드는구먼."

"똑같은 분홍빛 머릿결에 헌신적인 성격까지... 자네는 그녀와 많은 점에서 똑 닮았어."


"그,그런가요? 헤헤..."


자신을 격려하는 마지막 환자, 렌카와 체리노.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초단신에 여리여리한 체형까지.

누가봐도 어린 아이가 분명했지만 그녀의 말과 눈빛은 어린아이의 그것이 아니었디.

이에 이상함을 느낀 세리나는 떠나려는 그녀를 붙잡고 말았다.


"음? 뭔가."


"어... 그,그게..."

"...아니에요. 몸 조심하시라구요."


"고맙군. 그럼..."


꾸벅,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떠나는 체리노.

어째선지 세리나는 그녀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단순한 어린아이일 뿐인데.

그녀의 눈빛 너머로 느껴지던 이루 말할 수 없는 연륜과 슬픔.

이후 체리노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로도, 세리나는 한참 동안이나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 순간, 또 한번 그녀의 가슴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윽...! 으으으..."

"뭐,뭐지.... 너무 무리했나....?"


어째서일까. 느껴지는 이 허무함은.

문득 정신을 차린 그녀는 천천히 근처에 있는 소파로 걸어가 몸을 구겨넣었다.

그러자 한결 더 편해진 느낌이었다. 다만 그것이 끝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었다.


"허억... 허억...."


그녀는 떨려오는 자신의 손을 붙잡은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잠시 뒤, 사방이 점차 어둡게 조여오고 귓가는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가슴은 욱신거리다 못해 터질 것 처럼 쿵쾅거리고 숨은 점차 가빠졌다.


"허억...!!! 허억...!! 허억....!!!!"


'세리나... 세리나...'

'왜 날 버린거야....? 난 널 계속 기다렸는데....'

'나는 널 믿었는데... 너에게 난 그 정도 뿐이었던거야...?'


"허억... 아,아니에요 선생님.... 절대 아니에요...!!"


깨질듯이 아파오는 머리를 붙잡으며, 그녀는 침묵의 절규를 내질렀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고 도피해봐도 머릿속에 들리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츰 잦아드는 목소리와 함께 그녀는 모든 것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잠시 뒤, 그녀의 눈 앞에 전신이 뒤틀리고 만신창이가 된 선생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세리나...'


"서,선생님...??"


'날 보고 네 환자가 되어 달라고...?'

'너의 손에 직접 죽어달라고...? 그게 네 진심이었던거야...?'


"오...오해에요 선생님... 그러니까 그건 제 진심이....!"


세리나의 말을 들은 선생은 천천히 미소지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영문 모를 미소. 이에 세리나는 말도 하지 못한 채 천천히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그 순간, 찌이익하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입이 찢어져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광경에 비명을 지르는 세리나를 향하여, 선생은 덜렁거리는 턱으로 두 눈을 부릅뜬 채 그녀를 향해 울부짖었다.


'거짓말. 나의 죽음을 바라고 있었잖아!!!!!'

'날 갈기갈기 찢어서 온 천지에 흩뿌려놓고 싶었던거잖아. 안 그래?'

'뭐어, 그 결과. 난 이렇게 죽었어. 어때? 너의 바램이 이루어진 소감은? 어떠냐고!!!!'


"서...선생님...."

"...아,아니야. 선생님께서 그런 말을 하실 리 없어...!"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내 탓이 아니라고 하셨어... 그래도 날 끝까지 생각해 주셨다고!"


'널 생각했다고? 천만의 말씀!'

'단순한 체면치레용 립서비스인거 모르겠어? 착각하지마!'

'넌 날 죽이려고 했어. 상식적으로 그런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아낄 수가 있겠니?? 응???'


"그,그런...."


털썩. 하고 주저앉은 그녀를 향해 선생은 피를 뚝뚝 흘리며 다가갔다.

이윽고 그녀 바로 앞까지 도착한 그는 세리나의 두 손으로 세리나의 머리를 쥔 채 속삭였다.


'죽어줘. 스미 세리나.'

'날 죽였으니, 너도 죽어야 마땅하지 않겠어?'


"....아니야. 선생님은 그런 말씀을 하지 않아!"

"너, 너 누구야?? 대체 누군데 그런 말을 하는거야!! 그것도 선생님의 모습을 한 채!!!"


'나? 나는 너의 선생님이야.'

'너의 운명을 거부하지 마. 스미 세리나.'


"크윽...!!!"


세리나는 선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바닥에 떨어져있던 총을 들어 난사하였다.

그러자 선생의 모습을 한 무언가는 전신이 찢기며 비틀거리다 이내 펑하고 터져버리고 말았다.


"허억... 허억..."

"끝난... 건가..."


'끝난줄 알았어? 어쩌나~ 난 아주 멀쩡한데.'


"히익...!!!"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세리나는 다시 한 번 총구를 겨누어 갈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번을 죽이고 터트려고 그것은 결코 그녀의 눈 앞에서 사라질 줄을 몰랐다.

결국 지쳐버린 세리나.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그것은 천천히 그녀를 향하여 다가갔다.


"오...오지마..."


'안돼. 그럴 수 없어.'

'죽도록 해. 스스로 말이야.'


"오지말라고 했잖아...!!!!"

"대체...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건데!!!!"

"난 아무도 해치지 않았어!! 아무도...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았단 말이야!!"


'...상처?'

'그래... 넌 아무도 상처 입히지 않았어, 적어도 외형적인 면에서는 말이야.'

'...그치만 선생의 마음에 씻기지 않을 상처를 입혔잖아?'


곧이어 다시금 선생이 그녀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이번의 세리나는 속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


잠시 뒤, 세리나의 주먹이 맹렬하게 선생을 향해 꽂혔다.

이내 살이 터지는 특유의 기분 나쁜 소리가 방 전체를 서서히 매우기 시작했다.


'흐흐... 흐흐흐흐...!!!!!'

'백의의 천사? 의료 봉사?? 그건 다 너의 죄악을 감추기 위한 허물일 뿐이야!!!!!!'


"크윽...!!!! 조용히 해애앳...!!!!"


'너도 스스로 잘 알고 있잖아? 너의 치료는 모두 위선이라는걸..!!!!!!'

'네 감정을 숨기기 위해 남들을 이용한 것 뿐이잖아!!! 남들을 치료하며, 자기 위안을 얻으려는 속셈이었지???"


"허억... 허억....!!!!"

"넌 선생님이 아니야... 당장 그 모습을 드러내...!!!"


'...'

'......'

'...그래. 난 선생님이 아니야.'

"하지만 그래서 너가 뭘 할 수 있는데?"


"...뭐?"


"너가 뭘 할 수 있냐고. 화내거나 울부짖는거 말고 뭘 할 수 있는데?"

"어차피 선생님은 죽었어. 시체를 살릴 수도 없으면서, 너가 뭘 할 수 있냐고!"


그 순간, 선생의 외형이 산산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내 본 모습을 드러낸 그것을 본 세리나는 충격과 공포에 새하얗게 질리고야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갈라진 살갖 틈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었으니까.


"너가 죽인거야. 너가 선생님을 방관해서 죽음으로 몰아간거야."

"모두가 선생님을 적대하는 순간에 너라도 그의 편을 들어줬어야 했어."

"그렇지만 넌 그러지 않았잖아.... 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나,나는.... 나는 그러니까...."


"위선자!!!!! 정작 지켜야할 사람은 못 지켜놓고선, 이제와서 착한 척이야???"

"이제와서 간호사 코스프레라도 해보겠다는거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그만해... 제발 그만...."


"고통스러워? 고통스럽냐고. 선생님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사랑하는 제자로부터 죽어달라는 소리를 듣고... 그런 그가 과연 정말로 괜찮았을까???"

"넌 살인자야. 선생을 죽인 살인자!!!!!"


"그만...!!! 그만해!!!!"

"흐윽... 흑.... 제발.... 제발 그만...."

"나도... 나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할지..."

"어떻게 선생님께 용서를 빌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단 말이야...!"


"..."

"그럼 죽어."


어느새 그녀의 눈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무기가 놓여있었다.

세리나는 세리나를 향해 그 무기를 발로 걷어차 건내주었다.


"방법을 모르겠으면 직접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

"...뭐야 그 눈치는? 친절하게 방법까지 가르쳐줘야해?"


"시... 싫어..."

"싫어.... 싫어... 싫단 말이야..."

"이젠 아무 것도 하고싶지 않아... 더 이상 누구도 해치고 싶지 않아..." 


"...그럼 내가 도와줄게."


철컥.

이윽고 세리나의 턱 아래 총구가 겨누어졌다.

사악하면서도 불경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노려보는 또 다른 그녀.

세리나는 끊임없이 저항해보았지만 다가오는 그녀의 숙명을 피할 수는 없었다.


"헉... 허억.... 허억...."

"후우우.... 흐윽, 흑...."


"자... 눈을 감아."

"눈을 뜨면 모든게 끝나 있을거야."


.

.

.


"세리나!!!!!!!"


콰앙.

그녀를 덮쳐오는 강한 충격.

순식간에 바닥을 구르며 쓰러진 세리나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으...으으..."

"뭐....뭐지...?? 나는 분명..."


"제정신이야?? 너 마저도 그런...!!"


"ㄴ,네에?? 그게 무슨 소ㄹ...으아악??"


"제정신이냐고!!"


자신을 쥐흔드는 히나와 멀리서 그녀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미카.

이윽고 세리나는 그동안 자신이 보아왔던 모든 것이 한낮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히나 부장...님?"


"힘들면 말을 하지... 못 하겠으면 말을 하지...!!!"

"꼭 그래야만 할 필요는 없었잖아!!!!!!"


차마 자신을 바라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는 히나.

그런 그녀의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세리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절하게 자신의 두 손을 구속중인 히나.

그리고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세리나 자신의 무기.

그제서야 세리나는 모든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죽음.

살인.

자해.

자살.


"...죄송, 합니다."

"죄송....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뭐?"


"죄송합니다... 흐윽,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갑작스레 울음을 터트린 세리나.

한 번 터진 눈물은 쉽사리 그칠 줄을 몰랐다.

이에 히나는 당황하면서도, 오열하는 그녀를 말없이 토닥여 주었다.


"...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님...."


세리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무언가를 중얼거리길 멈추질 않았다.

끊임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흐느끼는 세리나.

이에 히나는 천천히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


히나는 말없이 세리나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한층 더 감정이 격해진 세리나의 오열이 부실 전체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부재.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깊은 상처.

그 상처의 깊이를, 고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감히 나서서 세리나를 말리지 못했다.


"흐윽... 흐아아아아아...!!!!"

"선생.... 선생님.... 선생니이임...."


선생을 지키지 못한 슬픔과 자책의 절규.

그 고통섞인 절규와 함께 샬레의 밤은 서서히 깊어져 갔다.


***


"....부장. 히나 부장!"


"...응? 왜??"


"총학생회장의 호출이야. 따라와!"


지처 잠들어버린 세리나를 돌보던 히나에게, 아루가 다급하게 달려와 외쳤다.

한껏 상기된 두 뺨과 흘러내리는 땀, 그리고 확장된 동공까지.

분명히 어떠한 큰 일이 일어났음이 분명했다.


히나는 세리나를 소파에 뉘이고 재빨리 아루를 따라 중앙 부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상태였다.


"늦었군요, 히나 씨."


"미... 미안. 세리나를 위로하느라."


"뭐, 이제라도 오셨으니 됐어요."

"그럼 못 들으신 분들을 위해 다시 설명을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총학생회장은 디스플레이를 두드려 거대한 홀로그램 지도를 테이블 위에 띄웠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키보토스의 전경. 이내 그 중앙에서 붉은 빛 점이 발광하며 그녀들의 이목을 끌었다.

총학생회장은 이를 점차 확대하였고, 그것은 어느덧 그녀들이 질리도록 보아왔던 이질적인 기둥의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이를 목격한 히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도 모르게 되내었다.


"이건..?"


"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진실의 성소입니다."

"게헨나 옆에 위치한 블랙마켓 지구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시간 전에 모습을 드러내었네요."


"블랙...마켓이라고?"


"네, 블랙마켓이요. 무슨 문제라도?"


"아,아니야... 아무것도."


그 말을 들은 아루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블랙 마켓. 그녀와 하루카를 비롯한 흥신소 68의 맴버들이 함께 임무를 하던 장소.

그 곳에서 의문의 구체를 만난 그녀는 그것이 내뿜은 빛에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니 키보토스는 마굴이 되어있었다.

아루에게 있어서 아픔과 의문이 공존하던 공간이 다름 아닌 블랙마켓이었던 것이다.


"...그럼 브리핑을 계속 하도록 할게요."

"블랙마켓에 나타난 성소는 이전에 나타났던 성소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파장을 내뿜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자료에 따르면 키보토스에 최초로 색채가 강림한 곳이 블랙마켓이라 그런 것 같다고 하네요."


"자,잠깐!!"


"...네, 리쿠하치마 아루 씨. 무슨 일이시죠?"


"바...방금 뭐라고 했어? 색채가 최초로 강림한 곳이 블랙마켓이라고....?"


"네, 그렇습니다만."


"그...그렇다는 뜻은..."


아루는 떨리는 눈빛으로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하루카 또한 아루와 마찬가지로 매우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눈이 마주친 그녀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총학생회장이 아루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시죠? 뭐 짐작가는 사항이라도 있나요?"


"그,그게... 너도 알다시피 나와 하루카만 유독 모습이 튀잖아?"

"너희들은 전부 이전 모습에서 헤일로만 검게 물들었는데... 나와 하루카는 그렇지 않단 말이지?"


"그래서요?"

"그게 블랙마켓에 성소가 있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거죠?"


"...그때 내가 블랙마켓에 있었거든."

"색채가 첫 폭발을 일으켰을 때... 그 빛을 직격으로 맞았어."

"혹시 이 변화가 그것과 관련이 있나 해서 말이야..."


"..."

"눈치가 빠르시군요. 리쿠하치마 아루 씨."


총학생회장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홀로그램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잠시 뒤, 그녀들 앞에 각각 고유한 척도를 그래프가 나타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우,우왓??"


"이 그래프는 여러분들이 노출된 파장의 정도입니다."
"보다시피 여러분들은 모두 이 특정 기준선을 넘어섰어요. 그래서 헤일로가 검게 변한거구요."

"하지만 여기, 아루 씨와 하루카 씨는..."


총학생회장은 말없이 그녀들의 그래프를 가리켰다.

다른 학생들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한껏 솟아오른 아루와 하루카의 그래프.

이에 그녀들을 비롯한 모두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들의 수준을 한참 넘어섰죠."

"즉, 오버플로우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기다려 보세요 히나씨. 지금 막 말씀 드리려고 하잖아요."

"색채의 파장은 대상을 변화시키고 반전시킵니다. 폭발이 2회 있었다는건 다들 선생님꼐 들어 알고계시죠?"

"2차 폭발로 인하여 기존의 검은 헤일로 학생들의 이성이 회복되고, 나머지 학생들의 이성이 사라진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래서 그게 뭔 상관인데!!"


"...아루 씨와 하루카 씨는 색채의 파장을 받아 반전되다 못해 이를 초월한 상태라는 거죠."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반전을 2회 겪어 그동안의 반전이 상쇄된 상태라면, 아루 씨와 하루카 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쨋든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리쿠하치마 아루 씨와 이구사 하루카 씨는 우리들과는 다른, 반전을 넘어선 존재라는 뜻 입니다."


"..."


"..."


총학생회장의 말이 끝나자 부실은 적막만이 맴돌고 있었다.

좌로보나 우로보나, 아무도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동공이 풀린 채 자신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아루를 본 총학생회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루 씨랑 하루카 씨는 우리랑 다르다 이 말이라구요!"


"아~ 단번해 이해했어."

"그래, 처음부터 이렇게 말해주면 얼마나 좋아?"


"후우... 그래서 계속하자면, 아루 씨와 하루카 씨는 지금 색채 반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에요."

"색채로부터 받은 신비가 엄청나 오버플로우 된 나머지, 오히려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뜻이죠."

"...그 말인 즉슨 색채가 아직 그녀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뭐,뭐라고?"


총학생회장은 또 다른 자료들을 그녀들 앞에 띄워주었다.

흥분하여 폭주하는 붉은 눈의 학생들과, 그녀들에게 공격받는 검은 헤일로의 학생들이 담긴 자료화면.

재생을 일시정지 한 뒤. 화면을 가리키며 총학생회장은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 이 붉은 눈의 학생들이 2차 폭발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 입니다."

"두 차례의 반전을 거친 끝에, 색채는 두 번째 반전으로 변화를 준 검은 헤일로들은 모두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태..."

"우리들 모두 이 두 번째 반전의 영향을 받은 탓에 색채로부터 적으로 인식되어 다른 모두들에게 공격받고 있는거죠."


"하... 하지만 나도 여기 올 때 공격을 받았는데?"


"저들은 눈이 있잖아요. 그저 닥치는대로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수는 것 뿐 입니다."

"아루 씨도 운 나쁘게 우연히 그들의 눈에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다만...."


"...다만?"


"색채 공략전에 돌입하면 다를겁니다."

"저는 유일하게 과거 벌어졌던 1차 색채 공략전에 참가했던 입장으로써... 그것들의 공격 방식을 압니다."


그 말을 하는 총학생회장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선생을 구하지 못한 그녀에게 있어 그 날의 상황은 악몽과도 같기 떄문이다.

생생한 홀로그램 화면과 함께 그녀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군세를 만들고 줄기를 꺼내고... 그 위용과 공포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죠."

"무수히 빗발치는 공격과 흩날리는 선혈... 그것은 아마 성소 공략전에 참가하는 우리들에게 또한 마찬가지일겁니다."

"...하지만 리쿠하치마 아루. 이구사 하루카."

"오직 당신들에게만은 예외입니다. 당신들은 공격받지 않을거에요."


'...응? 잠깐. 뭐가 이상한데?'


"자, 기초적인 설명은 끝났으니 작전을 설명드리도록 하죠."

"내일 새벽. 우리들은 몰래 블랙마켓으로 잠입하여 성소를 상대할 것 입니다."


곧이어 테이블 위에 블랙마켓의 자세한 지도와 구역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총학생회장은 모두에게 천천히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체리노 씨와 히나 씨, 그리고 미사키 씨가 후방을 담당해주세요."

"유우카 씨와 노아 씨, 미카 씨와 이즈나 씨가 전방을 뜷는 동안 사오리 씨와 아즈사 씨는 성소의 줄기를 처리해 주시구요."

"...그리고 다른 모두들이 성소의 군세와 몰려오는 학생들을 방어하는 동안, 성소의 본격적인 공략은 아루 씨와 하루카 씨가 맡아주세요."

"저와 세리나 씨는 상공에서 작전을 지원하며 여러분들을 서포트 하겠습니다."


"..."

"..."

"...뭐,뭐라고???"


당황하는 아루와 하루카.

단독으로 성소를 상대해야만 한다니. 어찌 이런 경우가 있단 말인가.

아루는 재고를 부탁하고자 했지만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입이 얼어붙어 도무지 떨어지질 않았다.


"자. 남은 시간은 약 10시간 정도."

"그 동안 모두 개인 정비와 합을 맞추어 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자,잠깐...!!"


아루는 떨리는 눈빛으로 천천히 뒤를 돌아 보았다.

분명히 불합리한 작전. 다른 모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모두가 그녀를 숭고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서 있었다.


"ㅁ...뭐야? 왜 그런 눈으로 봐...?"


"리쿠하치마 아루... 그런..."

"미안하다. 너에게 그런 짐을 지게 만들어서..."


"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ㅇ"


"아루... 라고 했지."

"너의 그런 강단... 미안해. 선도부장으로써 꼭 기억할테니까..."


"아니아니 지금 무슨 소릴하는거야????"

"아니... 진심으로? 내가 그렇게 홀로 나서서 싸우길 바라는거야?"


"아루... 하루카..."

"...나는 지금까지 게헨나를 줄곧 싫어해왔는데, 아마도 내가 틀렸던 것 같네.

"존경해. 리쿠하치마 아루. 티파티의 이름을 걸고, 이건 진심이야."


"아니 왜 다들 나의 희생에 동의하는 분위기인데?"

"...뭐야. 진짜로? 나 죽어? 나 죽는다니깐...?? 너희들 내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래??"


불합리는 커녕, 숭고한 희생으로 생각하는 그녀들의 태도에 아루의 심정도 점차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선두로 나서서 홀로 성소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 분명한 상황.


평소에는 온갖 허세란 허세는 다 부리는 그녀였지만 이번 만큼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지금의 그녀에겐 상식을 관철할 카요코도, 바람을 넣어줄 무츠키도 곁에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알겠습니다. 그것이 제 숙명이라면...!"
"이 하루카... 아루님과 함께라면, 기꺼이 모두를 위해 희생하겠습니다!"


'ㅇ...에에에에??? 지금 뭐라는거야 얘는???'


"...알겠다. 이구사 하루카. 기억하도록 하지."


"하루카... 미안해 하루카..."

"그리고 고마워... 선도부장으로써의 진심이야!"


"게헨나에는 의인이 많았군요..."

"이것이 닌자의 정... 닌자의 마음가짐... 크흑...!"


'단체로 미쳐버린건가?? 아니 이걸 진짜로 한다고?'

'제발... 제발 누가 나 좀 도와줘...!! 선두는 싫단 말이야...!!!'


서서히 아루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

반복되는 각오와 존중에 아루마저도 마음을 꺾고 서서히 채념해갈 무렵.

순간, 커다란 굉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뭐지...??? 침입자인가!!"


"읏... 다들 주변 경계를 하도록 해!!"

"혹시라도 정문을 돌파했을지도 모르니 조심하고!"


"...어머나. 그러실 필요 전혀 없답니다?"

"저는 이미 이 곳에 들어왔으니... 후후."


"이... 이 목소리는...!!"


천장에서 들려오는 매혹적인 목소리.

모두의 시선이 집중 된 그 곳에서, 천장을 뜷고 나오며 와카모는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녀들은 재빨리 방아쇠를 당기고자 했지만 똑같이 검게 물든 그녀의 해일로를 보고는 서서히 총구를 내렸다.

단 한 명, 사오리 만을 제외하고.


"아아~ 정말이지. 피곤해 죽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나 멀리 도망치시다니..."

"조마에 사오리,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당신을 확실하게 죽여드리겠.."


철컥.

측면에서 들려오는 장전소리.

이에 와카모는 잠시동안 침묵하더니, 천천히 두 손을 머리위로 올렸다.


"그래그래, 잘하네☆"

"이제 그대로 뒤돌아서 이름과 신변을 밝히도록 해."


"...미소노 미카 씨, 맞죠?"


"응? 내 이름을 아는거야? 부끄러워라~"

"하지만 말이야, 지금 상황이 매우 위급하거든? 허튼 움직임을 보이면 죽여버릴 수도 있어~☆"

"삿짱은 뭐랄까~ 그리 좋아하진 않아도 우리에게 있어 소중한 전투원이니 말이야!"


"어머... 정말 아무 것도 모르시는 군요?"

"제가 생각하기로, 그 총구를 겨누셔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사오리 씨 일텐데요?"


서서히 굳어지는 분위기와 더불어 모두가 긴장하고 있던 그 순간.

와카모는 순식간에 미카의 총기를 처낸 뒤, 사오리의 뒷편으로 가 그녀를 제압하였다.

미카는 재빨리 총을 집어들어 그녀를 겨누었지만 와카모는 이미 사오리의 목에 칼을 겨눈 상태였다.


"크윽...!!!"


"흐음~ 상황이 안 좋아졌네..."

"그래도 말이야, 그 칼 도로 집어 넣어주지 않을래? 귀찮은건 질색이라☆"


"어때요 사오리, 진실을 말할까요? 응?"

"어떻게 생각하세요? 배신자?"


"읏... 미카! 난 신경쓰지 말고 이 녀석을...!!"


"어떻게 생각하냐니까요? 네?"

"뭔가요... 두려운건가요? 당신의 죄를 고백하고 싶지 않은건가요?"

"이래도...? 이래도??? 이렇게 당신의 목에 칼을 겨누어도??"


"당장 그 칼 내려놔!!!"


미카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와카모는 씨익 미소만을 지을 뿐, 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이윽고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에 아루를 포함한 모두가 서서히 총기를 꺼내들며 공격 준비를 하던 그 순간.

와카모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뭐, 정 그렇다면 제가 말씀드리도록 하죠."

"조마에 사오리, 그리고 하야세 유우카. 당신 둘은 선생을 직접적으로 해친 유일한 사람들이죠?"

"그리고 조마에 사오리... 당신이 선생을 죽였잖아요... 안 그래요?"


"..."

"크윽, 미카... 어서 빨리 이 녀석을... 크으윽!!!!"


콰앙.

굉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


아주 순간이었지만 아루는 볼 수 있었다.

순식간에 미카가 달려와 와카모를 밀어내는 모습을.

그리고 그녀를 겨누었던 총구가 단숨에 사오리의 측두부를 향해 겨누어지는 모습을.


"...헉, 아... 안돼!!!!"


탕! 타당!!

아루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총알은 발사되고 말았다.

그렇게 모두의 시야가 암전되었다.


***



3일 늦은 만큼 3일치 분량 몰아서 가져왔어...

요즘 중간고사 기간과 겹쳐서 글 쓸 시간이 없는데, 그래도 노력해보도록 할게.


이번 편은 세리나가 주인공임.

세리나의 수기를 통해서 망가진 키보토스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함.

아마 다음 편 까지 하고 나면 진짜 최종국면에 접어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