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형, 이건 또 뭐하는 거에요”


 태현은 동민의 멱살을 쥐었다. 


-까드드득


 얼마나 강하게 쥔 것인지, 태현의 손에서 꽤나 큰 마찰음이 들렸다. 동민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태현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을 정도로 화가 나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 이 개 호구새끼야!!!!!!!!!!!!!!!!!!”


 “켁.컥...커..허...”


 “내가 얘기 다 듣고 왔다. 왜! 니가 그렇게 여자 얘기를 피했는지도 알았고, 왜 니가 그렇게 다 뒈져가는 사람처럼 보였는지도 이제 다 알겠어. 씨발. 다 알겠다고. 그래도 씨발 이해가 안 된다고! 너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대체”


 밀려오는 짜증을 참을 수가 없다. 당장 이 호구새끼를 살려놓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


 


-




 태현은 고개를 들어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공간에서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이런 조용함이 태현의 짜증을 가증시킨다. 


 “하.... 이제야 좀 알겠네..”


 그 미친 여자에게 동민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야 그동안 동민이 보여주었던 어색한 태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생각보다 당신이 잘못한건 없네?” 


 그래서 한번 띄워줬다. 


 ‘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그녀의 대답에 따라서 조금은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니까. 


“헤헤.. 그러면 저 이제 동민이 한테 갈게요!”


 그런데 그녀는 태현의 생각보다 더...


-쾅


 더...


 “야.”


 ‘존나 이기적인 년이네’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태현은 두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태현 자신은 모르겠지만, 양 눈이 얕은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울고 있는 어린 아이 같기도 하였다.


 “네..? 저는 딱히 잘못한 게 없다고...”


  큰 소리에 겁에 질린 수아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러나 그것은 태현의 분노를 가증시킬 뿐이었다.


 “너, 결국 다 알고 있었단 거잖아. 동민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근데 너 마음 하나 편하자고 모든 일을 만들었어. 최소한의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거잖아. 맞잖아.”


 “내가... 그럴려고 그런건... 아니었잖아요.. 나는 그냥 행복 하고 싶었을 뿐인데..그게 왜 내 탓이에요..?”


 “니가 남자친구 만든 건 그럴 수 있어. 근데 너는 그것조차 제대로 못했잖아. 너는 그냥 책임 하나 가지고 싶지 않은 그냥 애새끼라고.”


 어느 순간, 지금까지 위축되어 있었던 수아의 어깨가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뭘 못했다는 건데, 나, 진짜, 진짜로 여자 친구가 되보고 싶었다고...요, 그래서 애교도 많이 연습했고, 동민이랑 연락하지 말라고 해서, 그것도 나 진심으로 열심히 했는데, 진짜로 하기 싫었던 거라고, 그런데도 내가 뭘 못했다는 건데...?”


 “너, 결국엔 여자 친구 노릇도 못해서 쫓겨났잖아. 그리고 니가 일방적으로 연락 끊은 동민이에게 빌빌대고, 다시 말해봐, 니가 뭘 잘했다고?”


 “근데..”


 “근데, 니 남친 놈이 개새끼라고? 그게 뭐 어쩌라고, 그 새끼도 니가 충실한 여자 친구를 연기했다면 그렇게 했을까? 아니 그전에, 니가 고백을 안 받아줬다면? 과연 그 개새끼가 너를 패러갔을까? 웃기지마”


 “니가..니가 뭘  안다고 지, 랄이야..”


 수아가 말하는 동안 그녀의 입꼬리가 괴상하게 꺽인다. 분노로 인해서 떨리는 것일까, 에초에 수아 자신은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모를 것이다. 그야, 이런 추한 모습임을 알았다면, 대화를 그만 두었을 것이니까.


 “하..하하, 그래도 동민이는 알아줄 거야. 나를 말이야. 아, 걔는 내가 병원에 있을 때도 매일 병문안을 와준 애라고,  알아? 내 보호자는 그 애 한명 뿐이었다고, 나를 관리해준 사람, 나를 돌봐준 사람, 나에게 보금자리를 안겨준 사람이라고, 걔는 말이야. 걔는 나를 좋아한다니까? 나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걔는 걔는.. 걔는!!”


 “야.”


 “하..하하, 말해보라고, 그 애는 말이야..”


 “너, 방금 동민이를 사랑한다고 한마디는 했냐?”


 “뭐..?”


 “하... 너, 앞으로 동민이한테 가까이 오지마라, 동민이한테 여자 때리는 양아치 선배가 붙어 다닌다는 소문 안생기길 바란다면”


 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향했다.


 “소란 피워서 죄송해요 아빠, 아..저 계산은...카드가, 아..”


 “됐어. 손님도 없는데, 나가봐”


 “...네, 고마워요.”


 소란스러웠던 방금 상황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대화였다. 세 사람의 얼굴이 대비되었다. 누군가는 허탈하며, 누군가는 분노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표정 없이 울었다.


 



-




 -터벅터벅


 다리에 힘이 풀린 상태로 집 밖으로 나온다. 기운이 떨어진다. 오랜 시간 잡혀있었던 목이 갑갑하다. 무슨 멱살을 그렇게나 오래 잡는지,


  -니 인생을 살라고 이 새끼야


 대체 내 인생이란 뭐란 말인가, 애초에 내 인생에 목표라는 게 있긴 했나? 잘 모르겠다. 도대체 얼마나 걸은 거지, 슬슬 다리가 아프네,


 “아...하하하, 동민아. 동민아. 동민아!”


 “누나...?”


 분명히 그녀는 내가 아는 그 수아 누나가 맞다. 그런데 뭐란 말인가. 이 이질감은, 뭐랄까,


 “나랑, 같이 가줄래? 응?”


 “...”


 그녀는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수아 누나였다. 목소리가 그랬고, 얼굴이 그랬다. 


 “아..하하하, 깜빡했네, 이 휠체어 때문에 그래? 아니야! 나 이거 없이도 걸을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


 그녀는 분명 내가 입원 시킨 병원의 환자복을 입고, 그 병원의 휠체어를 타고 있다. 그 모든 것이 분명한데, 대체 이 이질감의 정체가 뭐란 말인가. 미치겠다.


 “아.. 이것도 아니야? 어.. 아! 아하하,, 그러면 설마 그거야? 에헤헤,,, 그래도 너라면 나, 괜찮으니까, 자! 날 안아줄래?”


 수아 누나가 안아달라는 듯이 양 팔을 앞으로 뻗는다. 그때서야 알았다.


 “누나”


 “응??”


 “나, 이제 누나를 봐도 공황이 안 오네.”


 “어?”


 “나 병원에서 누나 얼굴을 많이 봤어. 의식이 없는 얼굴이 마치, 죽은 사람 같았어.”


 “...뭐라고?”


 한번 말하기 시작하니, 입이 멈추질 않는다. 그렇게, 의미 없는 말만이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언제나 마음에 담아두었던 그 말들이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다.


 “나, 부끄럽게도 말이야. 그렇게 잠든 누나 앞에서 별 말을 다했어. 진짜로 부끄러운 이야기들,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 너무 중요하지만 돌려보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말이야.”


 “...동민아?”


 “누나의 말투를 흉내 낸다거나, 웃는 얼굴을 따라해 보거나... 그 안에는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도 있었는데, 참.. 그걸 누나가 듣지 않아서 다행이었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나네, 뭐 그래 봤자 거짓말 일거야. 누나, 그때 진짜 무서워했었으니까. 거기서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해”


 “...”


 “나, 누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게 착각인지, 진심인지, 그래도 말이야. 나는 누나의 웃는 얼굴을 좋아했어. 처음 그 얼굴을 보고, 그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누나 앞에서는 언제나 웃고 있었어.”


 잔잔한 웃음을 짓는다. 그에 반대로 누나의 얼굴은 뭐랄까, 절망적이다.


 “누나, 웃어줘, 그래야 나,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아아...제발,, 아,,, 동민아...”


 “역시 무리겠지? 그래도... 고마워, 나,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했던 고민이 방금, 풀렸거든.”


 “아..야,,야..야!!!!!!!!!!!!”


“잘 있어, 누나, 나 없다고 너무 외로워하지 말고, 알겠지?"

 


 동민은 그 말을 끝으로 여전히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남은 공간에는 동민을 붙잡으려 일어났지만, 다리에 근육이 없어 엎어진 여성만이 남아있었다.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적어도 동민이 멀리 떨어질때까지는 말이다.


-


초기 설정

-남주, 이름 미정, 착한아이콤플렉스, 애새끼

-여주, 이름 미정, 소시오패스, 유아퇴행, 애새끼

-양아치, 이름 이 수, 생각보다 정상적인 개새끼

-성격변화, 말투 변화가 드러나는 서술방식 

-결말에서 여주의 감정 서술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