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걸로 조금은 괜찮아질거야."

"와아..! 고마워 후붕아!"


내 이름은 김 후붕. 나에겐 한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바로 타인의 불행을 받아갈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의 양손을 잡고 눈을 마주보면 그 사람의 불행을 내가 받아가는 것이다.

내가 불행을 받아간 사람은 행운만이 남게 된다. 한 일주일 정도는 운 좋은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불행이라는 것은 저절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아.. 500원 잃어버렸다.."

내가 그 불행을 겪어서 해소해야 했다.

그렇기에 난 이 능력을 주변 사람들 몇명에게만 알려주었다. 부모님과 내 소꿉친구 후순이에게만.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나는 그 세명의 불행을 받아가 대신 겪었다. 세 사람의 불행 정도는 내가 감당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쭉 운이 나쁜 인생을 살아왔다.

근데..

"후붕아, 부탁이야. 아저씨 한번만 좀 도와주겠니?"

"..."

이렇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힐 줄은 몰랐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후순이는 장난스럽게 손을 모은 채 짧게 사과했다.

"아저씨 사업이 조금 힘들어져서.."

"그래서 그 불행을 저한테 옮기시겠다구요?"

"아저씨도 진짜 미안하긴 한데... 이 사업 망하면 우리 가족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된단다.."

"진짜 미안해 후붕아. 나중에 맛있는거 사줄테니까.. 눈 딱 감고 이번 한번만 도와주라. 응?"

"후순.. 내가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지 말라고 했던거 같은데."

"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아빠잖아! 아빠가 힘든데 알려줄 수도 있는거지."

"넌 너희 아버지 힘든건 보이고 나 힘든건 안보이나보네."

후순이와 옆집 아저씨는, 내 도움을 받기 위해 나를 세워둔 채 끊임없이 설득했다.

"....하아."

"후붕아, 아저씨 평생 부탁이니까.. 이번 한번만 도와주면.."

"손 내미세요."

내 말 대로 내밀어진 아저씨의 양손을 맞잡은 채 말하였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내가 건 두 가지 조건을 옆집 아저씨가 받아들였기에, 난 눈을 마주보며 말하였다.

"아까 말씀드린대로.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시고. 이걸로 크게 다치면 병원비 내주셔야 합니다?"

"알았어. 약속 꼭 지켜줄게!"

왜 불행을 받아줬는지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10년도 넘게 알고 지낸 이웃이라서? 아니면 땡볕에서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듣느라 지쳐서? 그게 아니면 그 이웃들이 길거리에 나앉는걸 가만히 보고 있을 정도로 모질지 못해서? 그것도 아니면 나도 뭔지 짐작 안 가는 이유 때문에?

중요한 건 오늘 이 일로 10년 넘게 알고 지낸 우정에 금이 갔다는 것과, 불행하게도 신호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자동차에 치여 내 왼쪽 팔다리 뼈에도 똑같이 금이 갔다는 사실이다.


"하아.."

붕대를 감은 채 병원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는 동안,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사업이 기울어질 정도의 불행이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크게 다쳐본 적은 없었다. 

다음부턴 이 정도의 불행은 받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며, 나는 눈을 감고 잠에 들려 했다.

"..아.. 붕아.."

그리고 얼마나 잤는지는 모르지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에 다시 눈을 떠야 했다.

"몸은 좀 괜찮아?"

"...나름대로."

나를 깨운 후순이는 침대 옆에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다. 교복 차림인 것으로 보아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온게 분명했다.

조심조심 사과를 깎던 후순이는, 그중 한 조각을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자."

"..."

"..저기."

"안돼."

"..아니 부탁하려는게 아니라.."

"..그럼 뭔데."

몇번 뜸을 들이던 후순이는, 말없이 사과만 씹고 있던 나를 보며 말하였다.

"..미안해. 네가 이렇게까지 심하게 다칠 줄은 몰랐어."

"..너희 아버지 사업은 어떻게 됐어?"

"아, 덕분에 일이 잘 풀렸어.. 그.. 고.. 고마워! 그리고 정말 미안해."

앞으로 아는 척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10년도 넘게 알고 지낸 인연을 그대로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그치만 막상 꺼내려던 말은 목구멍에서 걸려 나오지 않았다.

"..미안한거 알면 앞으로 부탁하지마. 뭔가 불행해질 때마다 나한테 떠넘기지 말고."

"아. 알았어.."

"이젠 스스로 해결해줘. 제발."

"...응."

후순이가 이 말을 새겨들을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내가 타인에게서 받아간 불행은 일주일이면 다시 생겨나기 시작한다. 

일주일 뒤에 불행을 떠넘기려고 또 찾아오면 그땐 뭐라 하든 진짜로 연을 끊어버려야지.



https://arca.live/b/regrets/81528253

이 소재로 글 쓰면 재밌을지 재미 없을지 모르니까

일단 써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자판을 마구 두드렸음.

우선 첫화이니 빌드업 좀 했는데, 다음화 중후반까진 고구마 전개가 좀 나올거 같긴 함.


그래도 주인공이 받아둔 불행을 떠넘기는 능력도 각성하는건 변하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