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갓 태어난 아이.

그리고, 방금 태어난 아이를 경이로운 눈으로 보는 산파.


"왜...아이의 머리가..."


그리고, 당혹으로 물든 산모의 목소리.


응애! 응애!


작고 허름한 집에, 두 아이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서로를 껴안고 있는 검은 머리칼의 남자아이와, 은빛 머리칼의 여자아이.


쌍둥이의 출산으로 인해 쇠약해진 몸으로 두 아이를 안고있던 산모는, 방금 출산한 은빛 머리칼의 아이를 보며 눈물흘렸다.


"어째서... 내 아이가..."


이유는 알고있었다.


무작위의 인간에게 '발현'되는 은빛머리칼.


그것은 인류를 지키는 위대한 일곱 별의 화신 중 한명이란 거니까.


그리고...

그 뜻은, 이 아이가... 그녀의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과 같았으니까.


"여기인가?"


두명의 남녀가, 갑작스레 산모의 집으로 들어오는 모습에, 산모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알고있었기에.


산모의 품에있는 여자아이와 똑같은 은빛 머리칼.


아이와 똑같은, 별의 화신들.


경외하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환영하는 산파와, 품에 안고있는 아이를 더 강하게 안는 산모를 보며

그들은 산모에게 말했다.


[그 여자아이는, 두번째 별 미자르다.]


[우리와 같은 별의 화신으로, 셉텐트리온 가문에 소속될 것이다.]


이어서 아이를 품에 안고, 건내지 않으려는 산모를 보고, 곤란하다는 듯이 이어 말했다.


[은빛 머리칼이 발현된 시점에서.

당신들의 가족이 아닌 우리의 가족이다.]


[미자르를 낳아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약소한 보상금을 준비했다.]


아니면...




[아니면, 평민인 당신이, 이 아이를 더 잘 보살필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 말이.


산모의 가슴에 깊이 박혀들어서.


"......"


멍하니 있는 산모의 눈에서,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쉰 은빛 머리칼의 남성은,


허공에 손짓을 했고, 그 손짓에 산모의 품에 안겨있던 은빛 머리칼의 아이가 공중으로 둥실 떠올랐다.


아니. 떠오르려 했다.


서로 껴안고 있던 검은 머리칼의 아이랑, 은빛 머리칼의 아이가 손을 맞잡고 있었기에.


하지만 이내, 사내의 손짓 한번에 은빛 머리칼의 아이가 사내의 품으로 들어가고...


둘이 아이를 데리고 사라진 집에.


산모의 소름끼치는 절규가 울려퍼지다, 끊어졌다.













--------------------





"레니. 잘 들으렴."


홀몸으로 나를 키우시던 엄마는, 언제나 잠들기전에 같은 말을 했다.


"네게는 쌍둥이 여동생이 있단다."


엄마는 매번 내게 말했다.


품에 한번 안아본게 끝인 그 아이가, 걱정된다고.


잘 살고있을까.

잘 먹고있을까.


셉텐트리온 가문의 사람들이, 그 아이를 괴롭히는 것 아닐까.


혹한의 괴물들과 싸우다가, 어디 다치진 않을까.


언제나, 걱정하고 슬퍼했다.


하루는 술을 마시며 웃으면서 말했다.


"너희들이 태어났을 때. 어땠는 줄 아니.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 서로를 품에 안고 우는거야. 그게, 그게 정말 귀엽고 소중했단다."


하지만 웃음의 끝은 언제나


"...레니. 미안해. 마지막까지 너는 그 아이의 손을 놓지 않았는데.

엄마가, 엄마가 무능해서 미안해.

엄마가, 두려웠어...


그 아이를 키울 힘이 없었어.

평범한 평민으로 자라는 것보다, 셉텐트리온 가문에서 크는게 좋다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무서웠어.

언젠가, 그 아이에게 원망을 들을까봐 손에 힘이 안들어갔어...


미안해 레니.

너는 정말, 좋은 오빠가 될 수 있었을텐데..너는, 손을 놓지 않았는데..너는, 그런 오빠였는데.."


언제나 엄마는 술을 마시면, 나를 껴안고 이런 중얼거림을 했다.


갓난 어린아이의 행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건, 자식을 잃은 엄마의 슬픔이었다.


언제나 홀몸으로 고된 일을 마치고 저녁엔, 내게 말했다.


"레니. 너라도 잊지 말아줘."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의 얼굴은,


"너는, 그 아이의 오빠야.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레니.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레나. 그렇게 이름 지으려 했단다."


매우,


"이 엄마의 욕심이지만, 언젠가..."


슬퍼보였다.


"언젠가, 너랑 그 아이가 가족처럼 지내면.. 그럴 수 있다면, 엄마는 여한이 없어."


불가능한 이야기.

제국을 수호하는 고귀한 셉텐트리온 가문의 일곱 기둥 중 하나랑, 나랑 어떻게 가족처럼 지낸단 말인가.


그렇지만, 단순히 엄마를 달래기 위해, 나는 거짓말을 했다.


"...응. 꼭 그럴게."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는 그 거짓말을 믿고 싶었던 것 같았다.


"...착한 우리 아들. 언제나, 고마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엄마의 몸은 쇠약해졌다.


임신했을때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홀몸으로 살기위해 빚을 지셨다고 했다.

그 빚을 값기위해, 어머니는 건강과 돈을 맞바꾸셨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산에서 약초를 찾는 것 뿐.


하지만 어느날. 산에서 내려간 내게, 충격적인 관경이 보였다.


피를 흘리는 엄마.

엄마를, 구타하는 여러명의 사람들.


돈을 내놓으라는, 강도들.


다음에 올때까지 돈을 준비하라며, 강도들이 떠나간 어느 저녁.


그 날 밤이, 엄마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언제나, 엄마는 쌍둥이 여동생을 걱정했다.


..단, 한번만 빼고.

단, 하루만 빼고.


오늘만, 빼고.


"...엄마...!"


붉게 물드는 손.


나를 보는 얼굴.


몽롱히 풀려가는 눈.


"엄마, 괜찮아..?"


"..레니.."


내, 사랑하는 아들.


엄마가, 언제나 미안해.

이런 너를 두고 가서 미안해.

엄마가 약해서, 미안해.


너한테, 의지해서 미안해.


그동안, 정말 미안해. 레니.


너는 너의 삶을 살아.


여기. 셉텐트리온 가문의 사람들이 주고 간 전표야.


히히..적힌 숫자가 꽤 많지?


내가 쓰면 안될것 같아서,

내가 쓰면, 네 여동생를 돈주고 판 것 같아서.


그래서 쓰지 않고 있었어.


엄마가 밉지? 더 잘 살 수 있었을텐데.

이 돈이면, 네가 원하는건 뭐든 해줄 수 있었는데.


레니.


엄마가, 망집에 물들어 있었어.

그래서 너한테.. 너무, 심했어.


너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까, 그랬었어.


미안해.


콜록...


레니.


마지막 부탁이야.

끝까지 잔인한 엄마라 미안해.


모든걸 잊고, 나도, 미자르도, 다 잊고.

그냥 이 돈으로, 행복하게 살아. 레니.


레니.


언제나, 사랑하고..있...



"...응. 그럴게."


그렇게, 나는 엄마에게 마지막 거짓말을 했고

그렇게, 엄마는,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셉텐트리온 가문이 주고간 돈을 노린 강도때문에.

차라리, 이 돈을 강도에게 줬으면 나랑 같이 살 수 있었을텐데.


엄마는, 마지막까지 이기적이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셉텐트리온 가문이라네."


"아.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러니까.


엄마의 마지막 부탁은 들어주지 않을거야.


나도, 궁금한걸.


여동생이라 할 수 없겠지만.

나야 하찮은 평민이고, 미자르님은 고귀한 별의 일족이시지만,


내 여동생에게, 언젠가 뭐라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셉텐트리온 가문에서 하인 일이라도 하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너를 만나면-----


가슴 한 구석에 뚫린 이 구멍이 메워질까.







------------------------------



"미자르. 어딜 보고 있어?"


"저기.. 사람들이 모여있어."


"아. 이번에 새로 들어온 하인들이구나."


"....."


왠지, 그 사람들 중에,


눈에 띄는 한명이 있어서.


언제나 공허한 마음이...

약간, 채워진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