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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로 가는 마차 안.


마차 밖에는 정말 놀랍게도,

당가의 가주가 마부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당..가주..님..?"


차갑고 냉혹해 보이는 모습에 어렵사리, 불러봤다.


"....."


말을 몰던 모습 그대로, 고개만 돌려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남자.


'무섭다.'


"....그..자..잘부탁드립니다..운주라고 해요.."


좀 밝게, 말을 더듬지 않고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운주는 이런 말 하나 제대로 못하는 자기자신을 탓하며, 당가주의 말을 기다렸다.


"....."


여전히, 아무 말 없는 남자.


아무 말 없는 분위기에, 운주는 아무 말이나 주워삼키는 기분으로 말했다.


"그리고 얘는 비라고 하는데요... 비야. 어서 인사해."


[쪼르르륵!]


"...제 아버지랑은 많이 다르군."


"....?"


당가주의 말을,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해서 고개를 갸웃거린 순간.


나를 보던 당가주의 고개가 다시 앞으로 돌아갔다.

한마디 말만 남기고.


"장인어른이라고 부르거라."


...저 말에, 조금은 덜 무서운 것 같아서.

조금은 안심한 운주는, 마차 안에서 당가에 가져갈 선물을 이것저것 정리하기 시작했고.


비는, 운가가 있던 쪽을 바라봤다.

단 하나의 생각만을 하며.


운가를 나온 이상, 운가에 무슨 일이 생기든, 더는 관계 없다고.


운미리가, 죽게되어도.

그것은, 운주를 내보낸 운가의 선택이라고 말이다.


앞을 바라보는 사내.

바닥을 바라보는 소년.

뒤를 바라보는 새는, 그리 조용히 잠시의 여행을 했다.


이윽고, 며칠간의 어색한 야영 끝에...

셋은, 사천당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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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의 금지옥엽으로서 귀히 자란 당은주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왜 내가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하고 약혼해야 되는데?!"


그리 외치는 당은주의 말에, 당은주의 어머니인 초미령은 당황스러웠다.


그야, 이 약혼 자체가 거짓이었으니까.

언젠가 파혼할 약혼.


운가에게 보상금을 주기위한 약혼이라고 이 철없는 딸에게 어찌 말하겠는가.


과거, 당천과 운유향의 약혼은 당사자들 그 누구도 바라지 않았고, 원치 않았다.


당천은 초미령을 사랑했고,

운유향은 이제는 죽어버린 남편을 사랑했으니.


오로지 가문의 어른들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진행한 약혼.


하지만, 그때 당시의 당천은 힘이 없었다.

부모가 일찍 죽어 뒷배 하나 없이 당가의 다른 사람들한테 이용당하던 소년이 당천이었으니까.


정파라기엔 너무도 냉혹했던 과거의 당가.

서로가 서로를 독살하여, 가주가 되려고 했었던 당가.


그리고, 권력다툼에서 너무도 일찍 죽은 당천의 부모.

그러니, 당가에서 당천을 죽이려던 시도는 계속 이어졌었다.


위험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 이외의 계승권을 가진 인간을 모조리 죽이는 것이었으니까.


당천을 죽이려던 시도가 끝난 것은, 운유향의 남편덕분이라고 들었다.

당천이 죽을 위기에 도망친 산에서, 그를 처음으로 만났었다고.

그 덕분에 얻은 기연으로, 당천의 목숨을 살려둘 이유가 생긴 당가에선 운유향과의 약혼을 추진했었지.


그랬던 상황에서, 당천이 먼저 운유향과의 약혼을 파기하면, 당천의 목숨은 다시 위태로워 질 것이 뻔했었다.


그리하여 운가에서 직계로 대우받는 운유향이 먼저 약혼을 파기했었지.

보상금을 줄지언정, 목숨은 위험하지 않을테니까.


초미령에게 있어서 운유향은, 당천과 결혼하게 해준 은인이나 다름 없었고,

당천에게 있어 운유향의 남편은, 이름모를 산에서 목숨을 구해준 은인.


그래서, 운유향의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당천은 미쳐 날뛰었었다.


...그래.

미쳐서, 살았지.


당가의 가주엔 관심 없이, 소박한 행복을 바랬던 당천이 온갓 권력다툼과 독살에서 살아남고, 이겨내어서 당가의 가주가 된 이유가, 애당초 '운주' 라는 아이 때문이었으니까.


운유향이, 자신의 아이만 아끼고 그의 사생아를 방치한단 소식을 들은 당천은, 애당초 운주를 데려오기 위해 당가의 가주가 되었던 거였으니까.


그리하여, 가주가 되어 당가의 모든 권력을 틀어잡은 당천이, 운주를 데려오기 위해 초미령과 같이 생각한 방법.


그것이, 지금 진행하는 약혼이었다.


운주를 데려와서 보호한 후에, 운주가 성인이 되어 자기자신을 책임질 수 있게되면 아이들을 파혼시키자고.

그리하면 과거 운가가 당가에 냈던 보상금 또한, 돌려줄 수 있지 아니한가.


그리하여 진행된 약혼이었다는걸, 철없는 딸아이에게 설명할 방법을 찾다가..


"...."


갈갈이 날뛰는 딸을 보고는,


'무슨 말을 해도 안되겠네.'


결국 포기한 초미령은, 

당은주의 말을...


"...네 아버지의 뜻이잖니."


간단하게, 넘겨버렸다.

애당초 본인들부터가, 약혼을 때려친 경험이 있기에 큰 신경 안쓰고 진행한 방법이었으니까.


개인적인 희망이야 아이들끼리 잘 지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가 파혼할 것이니.


뭐 큰일이라도 있겠어.


곧 당천이 아이를 데리고 돌아올 때이니, 일일이 설명할 시간도 없었다.


"마음에 안들더라도 어쩔 수 있니. 옷 입고 준비하려무나."


마지막 말은, 귀여운 딸을 놀리기 위해 덧붙였다.


"---네 남편보러 가자꾸나."


"아 엄마!!"


부끄러워하기는,


마냥 어리게만 보이는 딸이 귀여워서, 초미령은 쿡쿡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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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편보러 가자꾸나."


"아 엄마!!"


소리를 빽하고 지르고는, 


'으음...'


믿고 있던 어머니마저 자신을 외면했다는 것에, 당은주는 속으로 침음성을 흘렸다.

평소엔 이러면 대부분의 일이 해결되었었으니까.


그러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예전에, 자신의 아버지 당천과 운유향의 약혼파기 사건은 당은주 또한 알고 있으니까.


'우리 아빠가 싫다고 계약 파기까지 한 사람의 자식을, 또 데려와?!'


아니. 그렇다고 엄마가 싫은건 아니었지만.


오히려, 당은주는 자신의 엄마가 초미령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당가는 독을 사용하는 문파.

고로, 옛날부터 최근까지. 인체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특이체질'을 모으던 시기가 있더랬지.


현재 당가에서 그 비윤리적인 일을 멈추게 한게, 부모님이라고 들었었다!


근데 정작 자신들의 딸을 운가의 사람과 강제로 혼인시켜?

우리 부모님과, 예전 당가의 차이점이 뭔가.


자신이 무슨 씨받이도 아니고...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어떤 놈이 오는지 면상 좀 보고.

내 몸에 손도 못대게 며칠쯤 중독이라도 시켜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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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야...미리야...눈을 떠보렴..."


운주가 떠난 다음 날부터, 미리의 상태가 이상했다.


제대로 서있지 못하고, 종종 쓰러지더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로 며칠 째.


급기야 오늘은 쓰러진 상태에서 각혈까지.


이에 운유향은 기겁했다.

양심을 외면하고, 운주가 남기고 간 영약 중 희귀하고 약효가 좋은 영약은 모조리 사용했다.


나쁜 년은 본인이지. 운미리가 아니지 아니한가.


그럼에도, 미리가 깨어나지 않는다.


마치 어미의 죄를 대신 씌워져, 하늘에서 데려가려는 것 마냥.

이게, 내게 내려진 벌인가.


오늘도 쓰러져 있는 미리의 목에 약을 흘려넣고, 목을 주물러 약을 삼키게 하면서 운유향은 눈물흘렸다.


온갓 영약을, 수많은 약재와 조합시켜 만든 약을 하나도 흡수하지 못하고 토해내는 운미리.


이럴 순 없다.

이러면 안된다.

남편과 운주에 이어 딸아이마저, 멀리 보낼 순 없었다.


미리까지 잃으면, 그녀는...

더는, 버틸 수 없을테니까.


그렇기에, 운유향은.


누군가에게 빌듯.

기도하듯.

떨리는 손으로 운미리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그저 하염없이.


'제발..누가..누가 좀 우리 미리를...'


도움을, 구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