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익


"드디어 내가 죽을 날이 왔나 보군."


"....."


"혹시 누군지 이름을 들을 수 있겠나? 내가 누구 손에 죽는 지 정도는 알고 싶은데, 보시다시피 눈이 안보여서."


"....접니다."


"희아?"


"네."


"그 천뢰검후의 검에 생을 다한다라.이정도면 신교의 장로로써 부끄럽진 않겠군."


"물어볼 게 하나 있어요."


"신교의 정보를 파느니 죽겠다고 이미 말 한거 같은데."


"그게 아니라....왜 하필 마교였던 건가요?"


"무슨 말이지?"


"다른 곳도 아니고 왜 하필 마교에 들어간 건가요? 저희와 멀어지고 싶었던 거라면 다른 곳도 있었을 터인데."


"아무리 이름 뿐 이라도 혼약을 맺었던 사람 앞에서 하긴 꺼려지는 이야긴데."


"....."


"그래도 듣고싶다면야."


"..들려...주세요."


"그래. 어디보자......당가가 날 남궁에 팔아넘긴게 8년 전인가?"


"10년 전에 당신이 세가에 오셨어요."


"그렇게 오래됐나. 여하튼 이 빌어먹을 몸뚱아리 때문에 당가고 남궁이고 날 무시했었지. 너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때는...."


"뭐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이 내공 한톨 없는 반쪽짜리랑 부부의 연을 맺어야 했으니 이해는 한다만, 그럴 거 였으면 처음부터 잘해주지 말앴어야지."


"....."


"가족들에게 한평생 천대받으면서 살다가 처음으로 받아본 온기는 나한테는 엄청난 행복이었어. 그 따뜻함을 잃기 싫어서 너에게 맹목적으로 헌신했고.

하지만....따뜻했던 소녀가 현실을 아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제서야 넌 내가 혼약자라는 이름의 족쇄란 걸 깨달았지."


"아니...아니에요..."


"그렇게 너마저 내게서 등을 돌리자 나는 무너져 버렸어. 따뜻함을 알아버린 후에 찾아온 냉대는 정말 미치도록 아팠으니까.

결국 그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남궁세가에서 도망쳐 정처없이 돌아다나다가.....그녀를 만난 거야."


"....천마."


"그래. 갑자기 다가와서 망가진 단전을 고쳐주고 주저앉은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 그녀는 날 교에 받아들였어."


"......"


"처음에는 무슨 속셈이 있는 건 아닌가 경계했고,그녀가 이끄는 집단이 그 천마신교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도망치려고 했지만......진심으로 행복하다는 듯 웃고있는 교도들의 모습이 왜인지 내 발목을 잡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그들의 곁에서 웃고 있더라고."


"내게 가족을,집을,행복을 준 그녀는 과분하게도 내게 사랑마저 주고자 했고, 나는 그걸 받아들였지."


"그..그런..."


"이후론 너도 아는 이야기지? 세를 불리는 신교를 위험하다 판단한 무림맹이 정마대전을 일으켰고,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남은 교도들과 그녀를 안전하게 보내려고 혼자 버티던 나는 잡혀서 이런 꼴이 되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지."


"......."


"더 궁금한 게 있나?"


"...아뇨."


"그럼 이만 끝내지.저승에서 기다리는 교도들이 있어서 말이야."


"......"


-스르릉


"마지막으로...할 말은...?"


"천마군림 만마앙복. 천마신교에 무한한 영광 있으라."


"이제와서 이런 말은 의미 없겠지만.....정말 죄송해요...그리고....."


-서걱


"사,랑....했어요. 염치없지만....정말로...."


-데구르르


"....."




*

예전에 후챈에서 대화로만 전개되는 소설 보고 감명받아서 '언젠가는 저렇게 써봐야지' 하다가 시간 난 김에 한편 써봄.


퇴고도 안하고 끄적거린 거라 이상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고건 양해좀 부탁함.


한손으로 타자치는게 생각보다 마이 빡세더라.....


여튼 모자란 글 읽어줘서 고맙고 손목 다 나으면 살 붙여서 제대로 써올게.


+다시보니까 대화형식이라고 해놓고 후붕이 대사가 90%가 넘네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