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철이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니?"


모두가 순서대로 자신의 장래희망을 발표하고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나를 가리키며 밝게 웃으며 이야기 했다.


"에미야 키리츠구."


"응...? 방금 뭐라고 했니?"


선생님의 귀는 옹이구멍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검지와 중지를 안경 중앙에 갖다대며 시선을 재확인했다. 겨울이라 서리가 가득한 내 안경은 시야확보에 있어서 최악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에미야. 키리츠구."


나는 또박또박 말하며 선생님에게 내 긍지와 장래희망에 대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넋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이놈의 인기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상을 쫓던 사람...이라고 할까요?"


말이 끝난 나는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며 창문 밖에 펼쳐져 있는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넓게 보이면서도 작게 느껴지는 운동장의 공허한 느낌과 방금 말한 '에미야 키리츠구' 라는 단어를 들었다면 선생님도 눈치챌 것이다.


그렇게 고개를 돌리며 선생님을 바라보자 그녀는 말없이 굳어있었고 주변의 반 아이들조차 경직된 모습이었다.


'칫... 역시 내 수준 높은 미학은 미개한 존재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인가.'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