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김' 군이 있다. 김 군의 친구는 '현' 군이다. 두 사람은 친밀한 친구 사이다. 동성애, 양성애 같은 사이도 아닌 순수한 친구 사이다. 두 남자는 으레 그렇듯 데이트를 즐긴다.


김 군은 사회에 녹아 있는 전형적인 능숙한 남성이다. 적당히 관리한 몸에 계절과 상황마다 변하는 장식품은 그가 그저 관리 잘하는 남자를 넘어 사회생활의 표본이다. 150 후반에 옆과 뒷머리를 기르고, 적당한 톤으로 염색한 머리칼과 흰 피부가 인상에 잘 녹아든다. 더구나 웃는 상으로 친절한 얼굴은 한 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이다.


잠시 대화를 나누면 알 수 있다. 그는 상당히 매력적인 남성이다. 저급한 마음씨가 있다면 여러 여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는 그런 인물.


반대로 현 군은 그와 정반대에 서있는 인물이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에 넝마 같은 오래된 옷, 향수조차 뿌리지 않아 원초적인 살냄새가 뒤덮인 인물이다. 본 판이 매력적이라 허술한 면이 더 매력적이면서 과거 집단 성폭행 피해자 답게 우울한 분위기가 있다.


어울리지 않는 김과 현 군의 데이트를 멍하니 따라다니며 지켜보고 있다. 상호 대척점에 서있는 두 남자가 시선이 탁 트인 번화가 한복판 편집샵에 들려 옷을 사고, 오로지 섹스를 위해 꾸미는 남창들이 가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매만진다. 그 후로 네일 아트와 화장까지 치장하며, 향수를 사는 것도 목도하였다. 이 심한 변화는 곧장 체감할 수 있었다.


침울한 남자가 짧게 머리를 자르고, 이마를 보이는 초롱한 두 눈엔 컬러렌즈를 껴 산뜻한 인상이 심어져 있다. 그걸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 주위에서 김 군보다 현 군에게 관심을 표하는 건 동시에 느끼는 수순이다.


전문가의 손길이 유려하게 흐르는 매끈한 머릿결과 미려한 화장에 숨이 훅 막힌다. 넝마 같던 옷이 없는 흔한 옷이 그의 우울감으로부터 타인의 시선을 피하게 만들었다. 그 분위기를 걷자 여느 매력적인 남성처럼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두 남자는 전형적인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김 군은 친구 현 군을 꾸미며 거울 앞에 서게 해 자존감을 불어주었다. 손에 넣고 싶은 욕구와 반대로 그들의 주위에 범접할 수 없는 어떠한 기운이 맴돈다. 이 한 번의 변화는 사람 자체를 달리하게 만드는 효과인 것이다.


기존의 현 군은 쉬운 남자로 인식된 희생자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그 과거가 무색하게 여성들로 하여금 연애의 욕망을 일으키게 만든다. 도리어 꾸미는 것이 건전한 성생활로 이어진 것이다. 사회에 섞이면서 특색을 버리고 적당히 눈에 띄는 매력은 강남의 성공한 여성들의 신랑감이 된 듯 보인다.


아직 결혼 적령기도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서로 손을 잡고 걸으니 일종의 거부 의사라고 여겨진다. 간을 보던 여성들도 주위에서 벗어나 또 다른 남자를 탐닉한다.


이대로 간다면... ... 좋은 삶의 안착으로 이어지겠지. 아아 나는 죄책감이 든다. 김 군만 타켓이었는데 불쌍한 현 군마저 친구를 잘못 둔 죄로 내 눈에 띄어버렸어.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실수로' 납치한 두 남자를 마당 달린 주택을 가진 친구에게로 데려갔다. 그 친구는 그걸 보고 너무 기뻐서 펄쩍 뛴다. 대가로 천만 원을 받았고, 현 군에게 성기를 애무하라고 강요한다.


저 일그러진 얼굴보다 박스에 담긴 지폐가 더 흥분이 된다. 돈까지 받고 이걸 하다니... 그 순간 터지는 행복의 기운에 의존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성폭행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현 군이 발작을 일으키자 김 군이 와서 진정 시키는 모습에 미소가 흐뭇하게 피어난다.


김 군이 보복이냐며 노발대발 하니 슬쩍 친구가 본래 현 군이 목적이 아니었다며 귀뜸해준다. 김 군의 표정에서 오만가지 감정이 솟는 순간이 성으로 남자를 무너뜨리는 시간이다.


쾌락 중독의 친구를 둔 것이 다행이다. 나는 이 귀여운 남자가 숨을 쉬지도 못한 채 음경을 희롱당하는 꼴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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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4년 만에 신원미상 중고차 안에서 발견된 일기장. 언론이 발표를 하자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즉시 철회 조치. 해당 문서 복사본 일부 제외하고 전부 폐기. 일기장 주인 및 동조자 1인이 얽힌 것으로 추정. 10년 차 베테랑 유부남 '도 기자'가 취재 중 실종. 추후 필리핀에서 약에 취한 채 몸을 팔고 있다고 전해짐.


미제 사건 190호 사건이었으나 명부에서 지워지면서 190호 숫자 자리 공백. 검, 경, 언론, 정치, 행정 등 자료 소멸.


인터넷 음란물 사이트에서 'Black Woman...'으로 시작하여 가학적인 태그를 입력 시 두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오지만 추적 불가. 풍문으로는 김 군과 현 군은 경험 여성 숫 자가 네 자리 수가 넘어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