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토]


머나먼 동쪽 나라에서 온 퇴마 소녀, 칠롤라 대륙 주민과는 전혀 다른 옷차림을 하고, 대륙 주민이 모르는 신비한 마법을 사용한다.


그녀는 대륙의 끝에서 자신의 숙명을 다하라는 신의 뜻을 받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길을 막는 모든 생물은 사악한 세력으로 취급되며, 일말의 망설임 없이 신의 이름으로 제거 당한다.


무녀는 신탁을 통해 신의 계시를 받을 수 있으며, 신의 인도에 따르는 것이 그들의 행동 준칙이고, 사악한 세력을 타파하는 것은 대대로 전해지는 신념이었다.


긴 여정에서 많은 악당을 굴복시켰지만 그 누구의 감사도 받지 않았고, 이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주장해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여행 중 똑같이 빛의 섬에서 온 타마를 만났다.


경건한 신념이 있는 그녀와는 다르게 타마는 삶에 희망을 잃고 멍하니 살고 있었다. 무녀로서의 사명감으로 타마를 구할 방법을 찾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를 올리기로 했다.


머지않아 "무지몽매한 사람과 함께 서쪽으로 가라" "생명의 의미와 미래의 희망이 그곳에 있다"는 계시를 받았다.


그녀는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타마에게 이야기해 준다.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이 비춘 것처럼, 타마는 바로 그녀의 동료가 되기로 하고 함께 서쪽으로 떠난다.




[타마]


빛의 섬의 한 평범한 마을에서, 극히 평범한 농민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타마는 특이하게도 태어날 때부터 일반인을 훨씬 능가하는 정신력을 가져, 마을 사람에게 '신의 아이'로 불려 왔다.


기억이 시작될 때부터 정상적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녀의 부모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신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기에, 그녀는 자신의 신녀라는 신분에 일말의 의심도 없었고, 신은 쓸데없는 감정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숭배가 촉매제가 되어 그녀는 점차 성장하면서 정신력은 더 강력해졌고,


점차, 염력을 사용해 마을의 모든 사물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힘은 그녀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결국 소녀는 정신력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고,


통제력을 잃은 힘이 마을에 치명적인 재난을 가져오게 되어, 사람들은 정신이 뒤틀려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고향을 잃은 소녀는 순식간에 무너져내렸고, 과거의 기억을 잃고, 순박하고 천진난만하게 바뀌었다.


소녀는 자신의 몸이 점점 쇠약해지고 있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품은 소녀는 막연한 미래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빛의 섬을 떠난 타마는 몸이 더 약해져서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들었고, 이 때문에 외출을 삼가하고 장기간 실내에 머물러, 피부도 더 창백해졌다.


생각 없이 살아가던 삶은 얼마 가지 못했다. 칠롤라를 떠돌던, 같은 빛의 섬에서 온 무녀를 만난 것이다.


무녀는 그녀에게 목표가 있으면 언젠가는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삶의 의미를 찾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무녀의 말에 마음이 움직인 타마는 무녀와 함께 여행길에 오르기로 했다.


자신의 생명이 언제 다할지는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미약하나마 자신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나미]


머나먼 동쪽 빛의 섬의 공주, 아마나미의 어머니는 이 땅을 통치하는 여왕이다. 동작 하나하나에서 궁중의 고귀한 품격이 드러난다.


현세의 신의 계승자로 선택되어 어려서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정무를 배우고 예절을 연구했으며, 각종 주술에 능통하다.


매년 제사에서 선보이는 춤은, 경쾌한 걸음과 우아한 자태는 보는 모든 사람의 감탄을 자아낸다.


계승자만 배울 수 있는 춤으로 '세이가이하'라고 불린다고 한다.


광활한 해수면에 겹겹이 이는 파도처럼, 신의 은혜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무한하다.


계승자인 아마나미는 백성들의 평안을 위한 기도와 미래에 대한 축복을 춤에 녹여 이 땅을 축복하는 신에게 바쳤다.


모두에게 부러움을 사는 공주지만 궁에 얽매여 있는 것을 싫어했고, 궁 밖으로 나가서 마음껏 놀고 싶어 했다.


매일 "바깥은 어떤 세상일까?"라며 궁금해했지만, 신분의 제한 때문에 외부와 접촉을 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종종 고민에 빠지곤 했다.


마음속 고민이 해소되지 않을 땐 정원에서 춤을 연습했다. 아마나미의 걸음걸이에 그녀의 머리에 꽂은 단풍잎이 하늘하늘 춤을 추다 바람을 따라 흩날렸다.


충분히 예쁜 단풍잎이었지만, 아마나미의 미모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걸 알고 물러나는 것만 같았다.


이 장면을 본 사람은 모두 감탄하며, 대부분은 이 세상 사람이 맞을까 하고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