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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5줄요약

1. 축협 내 정치싸움이 감독선임에 영향을 줬다.

2. 홍명보는 좆됄 줄 알았는데 했고 좆됐다.

3. 슈틸리케는 병신이고 신태용은 겁을 많이 먹었었다.

4. 벤투-김학범은 과정 자체는 ㅆㅅㅌㅊ 지만 성적이 그만큼 안됐다.

5. 다음 감독 선임은 좆박을 확률이 높다.



1.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16강의 업적을 달성한 허정무 감독은 협회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 감독 재임 기간 내내 악플러들에게 너무 시달렸던 게 컸음. '선수빨'이라며 되도않는 헛소리를 하는 자들이 넘쳐나던 시기였음. 유로2004 우승의 그리스, 메시/디마리아가 버티고 있던 아르헨티나, 야쿠부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이룬 성과였고 16강전에서도 수아레스, 카바니, 포를란이 이끌던 우루과이와 대선전을 했던 국대를 터무니없이 폄하하던 저능아들이 드글드글했음(당시 우루과이는 대회 4강에까지 올랐던 팀임)


2. 당시 협회장은 축구인 출신 조중연이었는데 조 회장은 차기를 외국인 감독으로 생각했었다고 함. 그런데 회장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던 당시 기술위원회가 전격적으로 조광래를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해버림. 소위 축구계 재야 세력이던 조광래 감독은 조중연과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이 결정을 마뜩치 않게 여겼을 거라고 봄. 그러나 부회장이자 조중연의 축구계 선배이기도 한 이회택까지 나서자 조 회장이 일단 한발 물러나면서 조광래가 국대를 맡게 됨


3. 조 감독은 부임 이후, 우리가 2010년 남아공에서 성공을 이뤄낸 방식 대신 새로운 방식의 축구를 도입하려고 시도함. 롱볼의 비중을 줄이고 좀 더 많은 패스를 통해 주도권을 갖는 축구로 전환하려고 한 것이나 연령별 유스 시스템에서부터 이러한 축구를 경험해 본 바 없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이것이 잘 통할 리가 없었음. 더구나 조광래는 애초 선수단 관리 능력에는 크게 소질이 없던 터라 내부 잡음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임


이 와중에, 2011년 한일 친선전에서 대표팀이 일본에게 0-3의 참패를 당하며 여론이 들끓었으나 이회택 부회장이 조중연의 앞을 막아서며 조광래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졌음. 그러나, 월드컵 2차 지역예선에의 부진 과정에서 조광래-이회택의 갈등설이 언론을 통해 불거졌고 이회택 부회장이 자릴 박차고 나왔음. 이후 조광래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었고 레바논 원정에서 졸전끝에 1-2로 패하며(조광래 평화왕 등극 사건) 경질됨


4. 2차 예선 마지막 경기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협회는 새 감독 찾기에 나섰으나 자칫 잘못하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에도 실패한 감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는 자리에 오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결국 조중연 회장은 과거 인연이 있던 최강희 당시 전북 감독에게 거의 반강제에 가까운 SOS를 쳤고 최강희는 본선까진 같이 가지 않는다는, 희한한 조건을 달고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게 됨


난 국대 감독직 선임 과정에서 과거 인연을 들먹이며 술자리에서 후배에게 강요하듯이 부탁한 조중연 회장의 업무 처리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예선까지만 맡겠다는 이상한 단서를 달고 그 제의를 수락한 최강희의 태도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함. 맡으려면 끝까지 책임을 지든가 그러고 싶지 않다면 아무리 조중연과의 인연이 있다고는 해도 마지막까지 거부했어야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와 관련된 일이었으니까 말이야


어쨌든 이렇게 변태적(?)으로 출발한 최강희호였기에 그 끝은 사실 뻔했음. 월드컵 본선에 함께 하지 않을 감독의 말빨이 선수들에게 제대로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야말로 바보천치지. 아니나다를까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최종예선 내내 국내파/해외파 갈등 및 감독과의 충돌 루머(기성용의 최강희 저격 SNS 사건이 이때 나옴)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고 예선 탈락의 위기에도 몰리는 등 바람 잘 날이 없었음


천신만고 끝에 겨우 본선행에는 성공했으나 마지막 홈 경기를 치렀던 문수경기장에서 최강희가 케이로스에게 주먹감자를 받는 수모까지 겪었더랬음. 최종전을 앞두고 최강희 감독이 언론사들과의 인터뷰에서 케이로스에게 월드컵은 집에서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두 사람 간의 설전이 오갔던 상황이었음


5. 조중연 퇴임 후, 정몽규 체제가 등장하고 당초의 약속처럼 최강희는 물러나게 됨. 이후 2009 U-20 월드컵 본선 8강/2012 올림픽 본선 동메달의 업적을 이뤄낸 홍명보가 선택되는데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불과 10개월여 앞둔 시점이었음. 후일담에 의하면 주변에선 모두 홍 감독을 말렸고 홍명보 본인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짐작했음. 그러나 한국 축구를 통해서 많은 혜택을 받아온 자신이 영광만 누리고 어려운 책임을 회피하는 건 축구인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 기꺼이 감독직을 수락했었다고 함


이후 결과야 다들 아는 사실임. 모두의 우려와 홍명보 본인의 예상처럼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은 우리에게 잊고 싶은 기억이 되어버렸고 홍명보 감독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했음


6. 이후 이용수가 이끄는 기술위원회는 국내지도자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달한 상황에서 당분간은 외국인 감독이 국대를 이끄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함. 누차 말해왔지만 유럽 지도자의 입장에서 아프리카처럼 가깝지도 않고 중동/중국처럼 엄청난 돈을 안겨줄 수도 없는 한국/일본의 대표팀 감독직은 전혀 매력적이질 않음 


여러 어려움을 겪다가 간신히 후안 데 라모스/울리 슈틸리케 정도로 범위가 좁혀졌다고 함. 라모스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이후 김판곤 위원장도 접촉했던 인물로서 90년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었고 2000년대 중반 토트넘을 지휘하며 이영표와도 인연을 맺었던 지도자임. 감독으로서 한때나마 유럽 중심에서 놀던 사람이었다는 거지 


반면 슈틸리케는 선수로선 위대했으나 감독으로서는 하자 그 자체였던 폐물이었음. 여담 하나 소개하면 2003 U-20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우리 U-20 대표팀이 독일 U-20 대표팀을 2-0으로 격파하는데 이 당시 독일 감독이 울리 슈틸리케였음. 박성화에게도 진 바보였다는 거지. 독일 애들을 데리고 말이야


이용수 위원장이 대체 무슨 이유로 라모스를 거르고 슈틸리케를 택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음. 나중에 김판곤이 라모스 감독을  걸렀던 건 데리고 온 코치진 수준이 너무나 형편없었기 때문인데 정체불명의 말동무 아르무아 한 명만 달랑 데리고 있던 슈틸리케 감독을 선택한 걸 보면 코치들 수준 때문에 이용수가 라모스를 걸렀다고 볼 수는 없음. 말이 안 됨. 그러면 대체 왜 그랬을까?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함. 후안 데 라모스는 토트넘에서도 그랬듯이 대단히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지도자임. 그런데 한국의 축구 엘리트들은 이런 축구보다는 주도권을 갖고 능동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에 대한 열망이 있고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선수들도 대개 이런 유형의 축구에 적합한 경우가 많아 라모스를 걸렀던 게 아닐까 짐작하는 사람들이 있음


그러나 아무런 철학도 디테일도 없이 그저 돈만 벌어갔던 슈틸리케의 행태를 보면 과연 저런 이유로 이용수가 라모스 감독을 걸렀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달림. 솔직히 설득력이 부족하잖아


7. 슈틸리케 체제에 대해선 긴 말 안 하겠음. 그냥 인간 말종의 막장쇼 그 자체였으니까


8.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위기 속에서 4년전의 재방송처럼 신태용이 대회 1년여를 앞두고 소방수로 투입됨. 4-4-2 포메이션을 통해 손흥민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가려줄 전술도 구축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올리는 듯 했으나 본선을 앞두고 당시 절정의 폼을 보이던 권창훈이 아킬레스건 파열로 이탈하고 대형 유망주로 관심을 모으던 김민재마저 리그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하며 대회 준비에 차질이 빚어짐 


감독 본인부터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이 보였고 그 대안으로 이런저런 전술 변화를 모색해봤으나 여의치 않았음. 얼마전 KBS 월드컵 특집 다큐에서도 신태용호에 몸담았던 구자철, 기성용은 당시를 회고하며 시간도 부족했지만 감독의 전술마저 너무나 왔다갔다하여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고 토로한 바 있음.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을 잡긴 했으나 결국 1승2패로 16강 진출에는 실패함


9. 이에 앞서 축구협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정몽규 회장이 빼들었던 카드는 홍명보 전무-전한진 사무총장 체제였음. 홍 감독은 원래부터 행정가를 꿈꾸며 선수 말년부터 준비했던 사람이고 전한진은 히딩크의 통역사로 일하며 협회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사였음. 홍명보는 취임 이후 홍콩에서 축구계 시스템 전반을 관리하며 좋은 결과를 내던 비주류 출신 김판곤을 영입했음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기 위해 출범했던 김봉길호가 U-22 아시안컵에서 졸전으로 부진하자 이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여 경질한 홍명보-김판곤 집행부는 사상 최초로 후보군 인터뷰를 일일이 가지며 새로운 감독을 찾기 시작함. 볼만찬 기자들 취재에 따르면 이 당시 후보들은 김학범, 최용수, 김병수, 남기일 이렇게 4명이었다고 함. 결과적으로는 김학범이 선택을 받았었고


이와 동시에 홍명보-김판곤은 월드컵 본선 준비 과정을 점검하면서 시간 부족과 주요 일부 선수들의 이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태용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렵겠다는 내부 판단을 내렸다고 함.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KBS 다큐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선수들의 불신이었음 


얼마전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용이 오범석, 김진규와 가진 자리에서 이야기하기를 선수가 피치에서 뭘 해야하고 왜 그래야하는지를 정확히 설명하고 지시하는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라며 벤투는 그런 사람이라고 주장한 바 있음. 끝내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한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한 것임. 또한 김민재 역시 벤투호에 올 때마다 감독이 요구하는 사항이 일관성이 있어서 좋다고 한 바 있고 손흥민과 이청용도 벤투 체제의 훈련 세션이 유럽에서 경험한 것과 비교해 퀄리티에서 뒤지지 않는다며 만족감을 표했음


다큐 및 여러 인터뷰에서 다양하게 언급된 것처럼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가 이리저리 달라지거나 훈련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감독을 의심하고 불만을 갖게 됨. 이를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 선수들을 통해 확인한 김판곤 위원장은 제대로 된 경력을 지닌 외국인 지도자를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하기 위해 나서게 됨


10. 볼만찬 채널의 아래 영상을 보면 선임 과정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옴(몇 개월 전의 영상임)





레스티시티의 동화를 썼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프랑스 국대와 파리 생제르망을 이끌었던 로랑 블랑,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멕시코를 이끌고 독일을 격파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후안 오소리오와의 접촉에 실패한 김판곤은 이어 에르베 르나르(아르헨티나를 격파한 사우디의 감독 르나르 맞음)가 모로코 현직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시도했고 르나르 감독도 긍정적인 반응이었으나 결국 위약금 문제로 결렬됨. 이어 이란 축협과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던 케이로스와 접촉했으나 이 여우같은 영감은 이란 협회를 상대로 본인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우릴 이용했을 뿐 진심으로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고 함


유럽으로 날아간 김판곤 위원장은 AT마드리드의 토대를 쌓은 키케 플로레스를 만났으나 플로레스는 협회가 제시할 수 있는 최상의 연봉 제시에도 그 정도로는 안 되겠다고 반응하며 실패로 귀결되었고 뒤이어 연락을 시도한 슬라벤 빌리치(크로아티아를 이끌고 유로 2008 본선 8강)도 "아직도 유럽에서 활동하는 내가 아시아로 가려면 너희들도 그만큼의 보상을 해줘야겠지?"라며 엄청난 액수를 요구하여 아예 만나지조차 못했음


그 다음 접촉한 후보가 바로 유로2012 본선 4강을 이뤘던 파울루 벤투와 이용수도 만난 적이 있던 후안 데 라모스였음. 그러나 앞서 서술했다시피 라모스는 활동을 쉰 지 오래되어 본인의 사단이 깨진 상태로 이름도 없는 코치들을 데리고 나와 김판곤을 실망시켰음. 반면 벤투는 명확한 축구 철학과 그에 대한 디테일을 제시했고 본인의 사단이 통째로 움직일 수 있음을 피력하여 계약에 성공하게 됨


11. 김학범-벤투 모두 한국 축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체계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서 선임되었음. 그러나 김학범은 올림픽 본선에서 멕시코에게 대패하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후진적인 선수단 관리에 대한 잡음도 나오면서 팬들을 실망시켰음. 벤투호 역시 공격 양대 축인 손흥민-황희찬이 모두 부상이라는 불운까지 겹쳐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지금 1무1패로 사람들의 기대와 다른 상황임


안타깝기 그지없음. 충분히 애써서 영입하고 시간도 제공한 지도자들이 좋은 결과까지 내는 선례를 만들어줘야 한국 축구 선순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텐데 그게 어그러진 게 좋은 결과물을 받아들지 못한 것만큼이나 가슴 아픈 대목임


이청용, 구자철, 기성용이 하나같이 이번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성공하기를 바랐던 건 바로 바람직한 사례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어서였음. 기성용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만약 실패하면 대체 우린 뭘 어떻게 해야하느냐며 간절함을 드러내기도 했음


12. 걱정되는 것은 월드컵 본선 이후임. 코로나 사태와 천안 종합축구센터 건설 등으로 협회의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축협이 얼마나 제대로 된 플랜을 가지고 국대 차기 감독 선임에 나설지 모르겠음. 협회에는 더 이상 홍명보-김판곤 두 사람이 남아있지 않음. 홍명보는 울산 현대 감독직을 맡고 있고(울산과 계약 직전 행정가로서의 한계를 느껴 현장 복귀를 하고 싶어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있었음) 김판곤 역시 말레이시아로 떠나면서 협회와는 좋은 기억만을 갖고 가려고 한다는, 매우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겼음 


그리고 남은 건 그 유명한 이용수-황보관 콤비임. 또한 정몽규는 조직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부터 의문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