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클리어 인증. 아르테미스 딜뽕 좋다. 추천함.


일단 난 그렇게 하드코어 게이머는 아님. 그럴 체력도 안되고. 그냥 하루에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할 만한 게임이 내 생활패턴과 맞았고, 그래서 로그라이크는 자연스럽게 내가 선호하는 장르가 되었지.


문제는 그러면서 스토리가 좋으면 더 좋아했고, 그런 게임은 없었어. 대부분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진행되니까.


그리고 우연히 고트라면서 산 하데스1은 명성대로였어. 최고였지. 죽어도 진행되는 스토리라니, 대단하지 않아?


2도 처음엔 적응하기 빡셌지만 갓겜인 건 마찬가지고. 지금도 계속 플레이하고 있어. 양상 해금을 위해 악몽을 해금해야 하거든. 하지만 어째서인진 몰라도, 죽인 후에 의욕은 떨어져버렸어. 왜일까?



간단히 말해 늙어서 하데스1은 '신들이 하는 가족 시트콤', 하데스2는 (현재 공개된 스토리를 기준으로) '왕도적인, 하지만 완결나지 않은 복수물'이기 때문이었어.


하데스1의 주인공, 자그레우스는 법칙을 어기고 엄마를 찾아 지옥으로 나가려는, 지옥 출신 신이야. 비록 하는 짓이 온 지옥을 뒤엎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신의 힘을 빌리지만, 결국 목적은 하나야. 엄마 찾기. 무슨 무기를 골라서, 어떤 신의 축복을 받던 간에. 그 모든 이유는 하나란 말이야.


그래서 대화도 일상에서 볼법한 상황이야. 말썽쟁이 아들 자그레우스를 막는 아버지 하데스, 그런 아들을 도우려는 양어머니 닉스, 틱틱대면서도 계속 부딛히니 정이 드는 전 남친과 전 여친까지. 어디선가 드라마에서 안 보이면 이상한 조합이란 말이지.


거기에 npc의 서사도 그래. 하데스의 악사 오르페우스는 여친 에우리케데가 없어서 처음엔 노래도 못하고, 자그레우스의 전투 스승인 아킬레우스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연인인 파르토클레스를 그리워해. 각자 자신의 자리에 있어서, 저승 너머로 못 가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걸 자그레우스가 해결해주지. 이렇게 자그레우스는 공감가는 갈등을 해금하는, 좋은 해결사의 역할을 부여받는 거지.


하데스2의 주인공 멜리노에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상황은 더 심각하지. 아기였을 때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시간의 티탄 크로노스에게 봉인당했으니까. 그래서 멜리노에의 목적은 당연히 크로노스의 죽음이야. 비록 다시 부활하더라도, 그리고 나중에 스토리가 더 밝혀지더라도 말이지. 멜리노에의 목적은 크로노스를 막는다는 것. 그게 주 목적이 될 거야.


문제는 그러면서 하데스 1과는 사뭇 다른, 왕도적인데 이질적인 느낌이 든단 말이지. 얼리엑세스여서 모든 지역이 해금되지 않았어도, 그걸 감안하더라도 왜 그럴까라고 계속 생각해본 결과는 하나였어. 목적이 너무 거대해진 나머지, npc들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는 거지. 주인공 멜리노에마저도 말이야.


자그레우스는 스토리 중 죽고 깨어날 때마다, 아빠한테 듣는 얘기가 있어. '좀 포기 좀 해라.' '철 좀 들어라.'. 거기에 자그레우스도 답하지. '조까세요 아버지.' '난 반드시 엄마한테 얘기를 들어야겠어요.' 심플한 갈등이고, 심플한 목적이, 역으로 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는 거지. 당장 우리만 해도 우리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니라면? 내가 3억분의 1의 경쟁률을 뚫기 전에 무슨 염병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한번 가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어?


이처럼 주인공에 대한 공감은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 중 하나야. 주인공의 목적과 행동이 합당하고 그럴 수록, 독자나 플레이어를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만들어. 그리고 하데스 1의 모두는 신이면서도, 인간의 갈등을 그리고 인간의 해결방법을 찾아내지. 개인적으론 인간을 닮은 신이 무수히 많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잘 따왔다고 생각해.


멜리노에도 마찬가지야. 멜리노에는 시작부터 크로노스에게 자그레우스 같은 일상을 빼앗겼어. 엄하지만 따뜻한 아버지 하데스, 침착한 닉스와 활발한 페르세포네, 집에 있는 개 케르베로스와 왜인진 모르지만 계속 죽으면서 나아가는 오빠 자그레우스와 그 오빠의 남친 여친까지.


멜리노에는 그 모든 걸 빼앗겼어. 그것도 갓 태어났을 때부터. 그래서 멜리노에의 목적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티탄 크로노스를 죽이는 거야. 크로노스를 죽여서, 자신의 가족과 집을 되찾는 거지. 공감되지 안 그래?


문제는 공감과 동급으로 여겨지는 요소 중 하나. 효율이야. 자그레우스에겐 계속 죽으면서도 엄마를 찾아서, 계속 얘기를 들었어. 목숨을 바치면서 계속 왔다갔다 한 자그레우스는 결국 가족을 하나로 만드는 데 성공했지. 길이 그것 밖엔 없었고, 노력이 결국 진행되긴 했으니까.


하지만 멜리노에가 크로노스를 죽이면, 무엇이 바뀌지? 현재로선 성운모래가 나올 뿐이야. 그리고 거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지. 설정상 크로노스는 시간 그 자체인 티탄이라, 멜리노에가 '이겨야 한다'모드로 싸워서 결국 죽어도 '딸깍'한번이면 다음날에 부활해. 시작부터 예수의 3배의 힘을 지닌 거라고. 즉, 현재 얼리엑세스 기준으로 크로노스를 죽이는 건 불가능해. 여기서 느껴지는 게 무력감이지. 길이 그것 밖에 없는데, 노력해봤자 아무 쓸모가 없네.


그렇다면 npc들과의 서사는 어떨까? 아쉽게도 대부분 이미 결론이 나있어. 적어도 내 시점에선 그대로야. 헤카테와 오디세우스는 멜리노에를 지지하고, 네메시스는 멜리노에 대신 자기가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고, 에리스는 아예 멜리노에를 담궈버리지. 비록 오디세우스와 연관있는 보스와 npc가 나오지만, 결국 '남의 집 이야기'란 말이야. 왜냐하면 진짜로 남의 집이니까.


물론 멜리노에 개인에겐 서사가 없는 게 아니야. 당장 멜리노에도 계속 실패하면서 자신의 중압감을 느끼고 있어. 괜히 '내 인생의 모든 걸 여기에 걸었는데, 계속 실패하고 있다.'라고 자책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걸 말할 수 없는 상황이지. 결국 저들은 남이고, 멜리노에는 가족의 기억이 없으니까.


물론 하데스2에겐 아직 얼리엑세스라는 방패가 있으니까, 해결할 시간은 아직 남아있어. 사람들도 이해하고, 나도 이해하고 있지. 하지만 이건 개발자들에게 거대한 과제가 되어있고, 어쩌면 시간이 부족할 지도 몰라. 그리고 난 시간이 부족한 게임의 결과가 결코 좋지 않음을 무수히 느낀바가 있어. 적어도 이번에는, 개발사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기를 바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