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함장 님. 항해가 길어질 걸 염두에 두지 않았던 탓에..."

 "후우... 귀관의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대신 다음 부터는 항해가 평소 보다 두 배 가까이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고려해서 저장 식량을 넉넉하게 보급 받도록 하세요. 부족한 것 보다는 버리는 한이 있어도 넘치는 쪽이 나으니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례적일 정도로 젊은 함장은 침울해 있는 조리장에게 별 다른 책임을 묻지 않고 돌려 보낸다.

 본래 출동 기간으로 보름 정도를 잡고 있었건만 예상치 못 한 상황이 발생해 벌써 3주 째 이어지고 있는 항해.

 병사들의 사기 문제 보다 당장 먹을 식량 마저 바닥이 나기 시작한 탓에 어쩔 수 없이 함대로 복귀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아이린은 어지간한 병사들과 별 차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젊은 나이에 수려한 미모의 소유자였던 만큼 병사들이나 다른 간부들에게 인기 자체는 많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임무 중에는 굉장히 엄격한 지휘관이었기에 조리장은 미모의 여함장에게 된통 깨질 것을 각오하고 왔지만,


 의외로 사소한 잔소리 하나 조차 없어 그는 살짝 얼떨떨한 표정과 함께 경례를 하고는 함장실을 나가는데.


 "으윽..."


 조리장이 함장실 밖으로 나가자 마자 배를 부여 잡으며 심호흡을 하는 아이린.

 사실 그녀가 조리장에게 별 다른 책임을 묻지 않고 돌려 보냈던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 보다는 배에 가스가 한 가득 들어 차 새어 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던 탓이 더 컸었다.

 게다가 식량이 부족해진 탓에 함장인 아이린 조차도 오늘은 품질이 썩 좋지 못 한 육포나 고구마 칩 등등으로 끼니를 때운 탓에 그녀의 뱃속은 그야 말로 전쟁통이 벌어지고 있는 아비규환 그 자체.

 배탈이 난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뱃속은 실시간으로 묵직한 가스가 생성되고 있었다.

 평소에도 남들 보다 배 이상으로 가스가 차는 체질인데  지금은 그야 말로 실시간으로 가스를 만들어 내는 화학 공장 수준으로 진화한 뱃속.


 하급자 앞에서 가스가 새어 나가기라도 했다가는 큰 일이었기에 아이린은 엉덩이를 틀어 막고 버텼는데 그 덕에 그녀의 배는 육안으로 변화가 확인 될 만큼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후우... 진짜 큰 일 날 뻔 했잖아..."


 아우성을 치는 자신의 복부를 살살 달래며 허리 아래 쪽에 가볍게 힘을 주는 아이린.


 그러자 마치 화기를 갖춘 무장 단체의 습격이라도 받은 것 마냥 무지막지한 소리가 그녀의 엉덩이에서 기운 차게 뿜어져 나온다.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푸부부부부부부부북---


 "후아아..."


 매사에 엄격하고 근엄한 함장 아이린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뱃속에 단단하게 뭉쳐 있는 가스를 배출하고 해방감에 사로 잡혀 있는 아가씨 만이 이 자리에 있을 뿐.


 이 정도면 근처의 다른 병사들이나 간부들에게 들리고도 남을 만한 소리였지만 다행히 함장실 만큼은 방음이 완벽했기에 그럴 걱정은 불필요했다.


 그렇기에 아이린이 마음 놓고 펑펑 뀌어 댈 수 있었던 것.


 시도 때도 없이 가스가 차오르는 아이린에게 함장실은 괄약근에 긴장을 풀어도 되는 유일무이한 장소.


 평소 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이 담긴 가스를 기운차게 한 번 뿜어내고도 아직 뱃속에 한 가득 남아 있는 가스가 거슬렸는지 아이린은 배를 쓰다듬으며 푸쉬시시식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잔여 가스를 배출하기 바빴는데  그런 아이린은 한 가지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바로 이번 출항 전에 함장실에도 전성관이 설치 됐다는 사실을.


 반대편 전성관에 사람이 없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안타깝게도 한 소년 병사가 근무를 서던 중이었다.


 우우웅--- 부욱 부욱---


 갑자기 전성관 쪽에서 흘러 나오는, 그것도 함장실과 연결된 전성관에서 웬 북북 거리는 소리가 흘러 나오자 소년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의를 기울였는데 전성관에서는 함장 아이린의 목소리가 아니라 정체 모를 매캐한 향이 스멀 스멀 새어 나오는 게 아닌가.


 "우욱 뭐야 이 냄새는...?"


 배출하는 가스의 양이 심각할 정도로 많아 전성관 너머 까지 전달되는 매캐한 구린내.


 "저, 저기 무슨 일 있으십니까 함장 님?"


 함부로 함장을 호출했다가는 밑의 간부들에게 꾸중을 들을 지도 몰랐지만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겼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소년은 전성관에 대고 목소리를 높였다.


 뱃속에 가득한 가스를 빼내는 데 열중하던 아이린은 전성관을 통해 소년병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말 그대로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떠오르는 이번 출항 전에 함장실에도 전성관을 설치 했다는 사실.


 건강하고 시끌벅적한 자신의 방귀 소리가 전성관을 통해 전달 됐을 거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아이린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 황급히 뭐라 뭐라 변명을 해보지만 깜짝 놀란 탓에 우수수 뿜어져 나오는 요란한 방귀 소리가 아이린의 목소리를 전부 집어 삼켜 버리고 말았다.

 "하, 함장 님?!"


 덕분에 소년 병사가 들을 수 있는 건 정체 불명의 부부북 뿡빵 거리는 소음과 함께 코를 틀어 막아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지독한 냄새 뿐.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응급 상황이 벌어진 것을 직감한 소년은 부리나케 함장실로 달려가 문을 열어 젖히는데.

 "자, 잠깐만! 문 열면 안 돼!!"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절규에 가까운 명령을 내려 보지만 홱 하고 열려 버리는 문.

 "함장 님 괜찮으..."

 문을 열자 마자 마치 묵은 혼령들이 지옥 문을 탈출하기라도 하듯이 누렇게 뭉쳐 있는 자욱한 가스가 소년의 몸을 뒤덮어 버린다.

 그야 말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수준의 잔혹한 악취.

 지옥의 구린내에 무방비 상태로 유린 당해버린 소년의 호흡 기관.


 "으읍...! 으허억...! 이게 대체 무슨...! 어으으윽..."

 각오라도 했다면 모를까 불의의 습격을 당한 소년은 그 지독한 냄새에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벅벅 기어 대다가 얼마 버티지 못 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진짜 응급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기에 아이린은 어쩔 줄 모르며 일단 소년 병을 황급히 부축 하려 했지만 이미 한 번 터져 나오기 시작한 끝 모를 방귀의 행렬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가뜩이나 당황했던 터라 본인 괄약근에 대한 통제권을 반 이상 상실해 버린 아이린의 엉덩이에서는 지독한 가스가 펑펑 새어 나와 기절 해 있는 소년을 더욱 더 깊은 나락으로 집어 삼켜 아이린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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