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 저 꽃은 이름이 뭔가요?"


가벼운 스포츠복 차림의 분홍머리 소녀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박사에게 말을 걸었다.


"음... 저건 양귀비라고, 마약 성분이 있어서 원래 반입하면 안 되는 꽃인데..."

"우와! 역시 박사님은 뭐든지 잘 아시는구나, 헤헤."


블루포이즌, 로도스 아일랜드의 스나이퍼 오퍼레이터.

특유의 '독성'으로 인해 다른 오퍼레이터들에게 꺼려지는 존재이지만, 오늘만큼은 가장 좋아하는 박사와 함께 퍼퓨머의 화원으로 나들이를 나왔다.

정작 박사는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떻겠는가. 이 소녀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박사님과 함께 나들이라니... 꼭 연인 같잖아...///'


소녀는 콩닥대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한 채 박사와 연인 사이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화원 한가운데에서의 기습적인 프로포즈, 눈앞의 남자에게 안긴 채 예식장을 나서는 자신, 그리고 둘을 꼭 닮은 아이...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현실은 갑작스럽게 닥쳐왔다.


"블루포이즌, 얼굴이 좀 빨개졌는데... 어디 아파?"

"앗, 바... 박사님! 아아아아아아무것도 아니에요! 전 그저-"


부극, 꾸르르르르르륵......


당황한 채 횡설수설하던 소녀의 아랫배를 강타하는 느낌. 블루포이즌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흐읏!"

"블루포이즌...?"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블루포이즌의 머릿속을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가는 생각들.

이 느낌은... 그렇다. 소녀는 지금 방귀가 마려워진 것이다. 오늘 아침에 케이크와 함께 마셨던 우유가 문제일까? 아니면 박사와의 데이트 때문에 주체할 수 없이 나댄 심장?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지금 이 상황은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소녀는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가스를 빼지 않았잖아...!'


블루포이즌 본인의 방귀 냄새 자체도 굉장히 위험하지만, 더 위험한 것은 그녀의 체내에 가득 들어찬 '독소'.

'포이즌'이라는 이름답게 몸에서 독소를 자연적으로 분비하는 그녀는, 잉여분의 독소를 대장을 통해 가스... 그러니까 방귀와 섞어서 내보내는 식으로 처리한다. 이 독소는 방귀에 한층 더 끔찍한 냄새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독'이다. 함부로 뀌어버릴 경우 화원의 꽃들은 물론, 같이 있는 남자의 목숨도 보장할 수 없다.

게다가 너무 흥분했던 나머지 평소보다 더 진한 농도의 독소가 분비되었을지도 모를 일.


'그것만큼은 안 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블루포이즌은 다리를 배배 꼰 채 다급하게 외쳤다.


"박사님! 저... 저 방에 뭘 놔두고 온 거 같아서 잠깐만 다녀올게요!"

"아니, 힘들어 보이는데 일단 의무실부터-"

"괘, 괜찮아요! 으으..."


영문도 모른 채 당황하는 박사를 뒤로 한 채 소녀는 급하게 화원 입구를 향해 움직였다. 안 그래도 가스가 항문을 당장 뛰쳐나오기라도 할 듯 항문을 두들기는 상황에서 뛰어가다가 방귀가 새어나오기라도 하면 대참사니까 빠르게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너무 엉덩이 쪽에만 집중한 까닭일까? 그만 화단 턱에 발목이 걸려버리는 바람에-


"흐아앗-?!?!?!"






뽀오오옹-! 부으윽- 뿌스스스슷......


"......!!!///"


그대로, 폭발.

소녀의 뱃속에서 오랫동안 발효된 가스는 물론, 기화된 독소가 같이 섞여 만들어진 '유독가스'가 그녀의 유독가스 구멍을 비집고 바깥 공기를 오염시켰다. 계란을 한 달 정도 푹 삭힌 듯한 유황 썩은내에, 독소의 매캐한 악취가 풍미를 더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으으... 꽃이..."


블루포이즌이 뀌어보낸 유독가스가 퍼지는 방향으로 아름답게 피어있던 꽃들이 순식간에 말라죽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이 화원 안에는 단순히 냄새만 풍기고 끝나는 방귀가 아니라, 정말로 생물을 죽일 수도 있는 생화학 무기가 누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퍼퓨머 씨가 화낼 텐데... 앗! 박사님은...!'


그 상태에서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남자였다. 소녀의 머릿속에 엄청난 부끄러움이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갔고, 그 직후 걱정과 절망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블루포이즌! 어디 안 다쳤어?"

"바, 박사님... 지금 오시면..."


당황한 블루포이즌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박사를 향해 최대한의 경고를 표했지만, 말을 차마 맺지 못했다. 왜냐하면 눈앞의 남자가,


"으읍?! 컥, 커헉! 쿨럭...!"

"......!!!"


자신이 내뿜은 유독가스를 잔뜩 들이마시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기 때문.

박사는, 자신이 남몰래 짝사랑하는 이 남자가 지금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평소보다 농도가 짙은 만큼 어쩌면 다시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채, 소녀는 쓰러진 박사의 몸을 잡고 흔들었다.


"박사님? 박사님??? 정신 차리세요..."

"으... 윽... 블루... 포이즌......"


박사는 힘겹게 팔을 휘저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해... 해독제......"

'맞다, 해독제가 있었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허리춤에 늘 비상용 해독제를 가지고 다닌다는 것을 까먹었던 것이다. 소녀는 재빨리 푸른색 플라스크를 꺼내서 박사의 입에 따라주었다.

서서히 박사의 몸에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 으... 살겠네. 뱃속은 좀 괜찮아?"

"바, 박사님......! 다행이다...!"


블루포이즌은 기쁜 마음에 자신을 걱정해주는 박사의 품에 와락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랫배에 갑작스러운 압력이 가해져서 그랬을까,


뽀오오오옹~


다시 한번 유독가스 구멍으로부터 소량의 유독가스가 누출되었다. 비록 해독제를 먹어서 독으로부터는 안전하다지만, 특유의 구릿하고 매캐한 냄새는 박사의 후각을 뚫고 그대로 들어왔다.


"크흡, 콜록! 많이 참고 있었구나..."

"으으... 갑자기 압박되는 바람에...///"


그러자 박사는 블루포이즌의 몸에 밀착하고는 그녀의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꾸르륵- 하고 곧장 반응이 왔다.


"바, 박사님?! 지금 뭐 하시는 건가요?"

"가만히 있어 봐, 아직도 많이 차 있잖아."


풋... 스으으으으으......


소녀의 짧은 교성과 함께 소리없는 독가스가 유독가스 구멍에서 흘러나오며 화원의 꽃들을 하나둘씩 덮치기 시작했다. 파퓨머가 애지중지하던 꽃들이 눈에 띄게 말라죽어가기 시작했지만 더 이상 두 남녀는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안쪽에 막혀서 가스가 잘 안 나오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한 박사는 블루포이즌의 귀여운 유독가스 구멍을 간지럽혔다.

그것은 화원에 대한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흐으읏... 더 이상 못 참아요오오오오......///"


뿌뤄러러러러럭-!!! 부으으으으윽-!!! 푸쉬이이이이이......


그 직후 뱃속에 압축되어 있던 유독가스 덩어리가 한번에 뿜어져 나오며 화원 전체의 공기를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는 독기를 품은 유황 썩은내가 박사의 안면을 강타하며 이성이 완전히 날아갔고, 한때 아름다웠던 화원은 마치 오리지늄 폭탄이 터지기라도 한 듯 살아있는 식물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 후 화원에 가득찬 악취를 지우고 제독 작업을 마치기까지 꼬박 몇 주가 걸렸고, 두 사람은 퍼퓨머에게 끌려가서 오만가지 고초를 겪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박사와 블루포이즌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으니 뭐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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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들어간 청독이 커미션 신청넣은 본인임

결과물이 예상보다 너무 꼴려서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빠르게 아무렇게나 휘갈겨 봤음

작가한테도 참 고맙고, 부족한 필력 봐주시는 똥방오붕이들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명일방구 대회 열려있는데 금손 여러분의 많은 참가를 부탁드리는 바임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참가자가 한 명밖에 없어서 참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