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 중에서도 특히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아이돌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화려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연히 밝게 빛나는 무대 뒤에는 어두운 이면이 있는 법.


 보통 수준의 정신력으로는 간신히 견뎌내는 게 고작일 정도로 어두운 이면에 시달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내면이 천천히 시들어 버리기 시작하고 그 시들어 버린 부분이 결국 썩어가기 시작하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맹목적인 혐오감마저 생기기 마련.


 유우코는 아직 시든 부분이 썩어가기까지 하는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자신도 그렇게 되리라는 걸 그녀 역시 어느 정도 직감하고 있었다.

 아직 한참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꽃다운 나이 임에도 유우코가 연예계라는 곳에서 학을 떼게 원인이야 한 두 가지를 콕 찝을 수 없었겠지만 아마 연예부 소속의 기자들이 제법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다.

 최대한 좋게 말해줘서 '기자'라고 부르는 것 뿐이지 기자라는 신분을 방패로 삼아 도촬을 일삼는 파파라치일 뿐인 그들의 추태는 인기 연예인들의 열애 행각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스토킹을 하는 수준  정도였다면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었을 것이다.

 사실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은 소문을 기정 사실처럼 꾸며 기사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꽃다운 나이의 연예인들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도촬하며 들어간지 몇 분 만에 나왔는지를 계산해 변비에 걸렸느니 마니 하는 낯부끄러운 소재까지 기삿거리로 삼는 건 어느새 하나의 악습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

 만약 촬영 현장에서 가벼운 생리 현상을 배출하기라도 했다가는,

 혹은 몸을 움직이다가 속옷이나 속살이 노출되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기기라도 했다가는 그 장면이 담겨 있는 녹화 테이프를 기자들에게 돈을 받고 팔아 넘길 정도로 연예인들에게 최소한의 보호도 해주지 않는 이런 현실을 더 이상 지켜보는 것 조차 싫었던 유우코는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결국 은퇴라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유우코는 아직 단 한 번도 그런 지저분한 기삿거리의 희생양이 된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촬영장이나 무대에서 그런 류의 실수 한 번 한 적이 없는, 환상종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프로페셔널한 모습의 극치를 보여주는 아이돌이긴 했지만 여기에는 비밀이 한 가지 숨겨져 있었다.

 본인 외에 다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공간에서는 화장실 같은 공간의 근처도 가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조심 또 조심하다보니 그 강박은 어느새 정말로 화장실에 갈 필요가 없어져 버리는 마법 같은 결과를 낳아 버린 것.

 단순히 변의가 찾아오지 않는 것을 넘어 아무리 뱃속에 음식물을 집어 넣어도 가스가 차오르거나 소화가 다 된 음식물이 장 속에 대변으로 저장되는 일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고 하면 과연 믿겠는가?

 하지만 이 마법 같은 일 덕분에 유우코는 최소한 생리 현상 따위의 지저분하고 부끄러운 일로 화두에 오르는 것 만큼은 피해갈 수 있었다.

 정말로 '화장실에 가지 않는 아이돌' 이라는 존재가 되었으니 그런 사진이 찍힐 리가 있겠는가.

 허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냐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어지간한 걸로는 규제 받을 일이 없는 사설 채널이나 개인 블로그 등등에서는 이런 사실을 물고 넘어지며 유우코를 미스테리 하다고까지 평가하며 혹시 자기 대기실에 개인 변기가 따로 마련 되어 있는 게 아니냐, 혹은 지독한 수준의 변비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여댔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이를 표현만 살짝 순화시켰을 뿐 아무 증거 없는 추측을 토대로 정식 기사를 작성한다거나 하는 경우 역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완벽한 모습을 보이든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든 아이돌이라는 존재는 결국 특정 사람들에게 그저 재미를 위한 희롱의 대상이 될 뿐.

 당연히 일부 사람들이 그런 추태를 보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인 이상 다른 사람의 백 마디 따뜻한 말 보다 한 마디 더러운 말이 마음에 오랫동안 남는 법이었다.

 "갑자기 은퇴를 결심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연예계 생활을 정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현재 혼전 임신을 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는 진짜 입니까?"

 "...그런 거 전혀 아니예요."

 은퇴 발표 직후 마련된 기자 회견 장소에서 조차도 사실 무근의 소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이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마치 '그런 이야기가 나도니까 물어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하는 듯한 낯짝으로 증거도 없는 추측을 들이미는 기자들.

 한창 잘 나가고 있고 이렇다 할 구설수 조차 없는, 그야말로 전성기를 구가하는 아이돌이 돌연 은퇴를 선언하니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은 당연한 일.

 그리고 여러 방면으로 추측을 해보는 것 역시 당연한 일.

 하지만 비밀 열애 라느니, 혼전 임신 이라느니 하는 억측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이들의 행태에 유우코는 은퇴하기 전에 눈 앞에 있는 이 인간들의 뺨을 한 대씩 시원하게 후려 갈기고 싶다는 생각까지 진지하게 들 정도였다.

 자신을 좋아해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이 최선을 다하려고 했건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 조차 지킬 줄 모르는 인간 비슷한 것들과 말을 섞고 있자니 유우코는 이제 화가 난다기 보다는 서러움 때문에 눈시울이 다 뜨거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차피 하고 싶은 말만 해대고 말도 안 되는 무례한 억측을 사실 확인이랍시고 던져대는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따위는 하지도 않었던 유우코.

 그녀는 적당히 침묵과 '네' , '아니오' 정도의 단답으로 일관하고 팬들을 향한 마지막 인사 정도나 올린 다음 차후 개인 SNS에 심경을 따로 게시할 생각이었다.

 사람 성질을 건드리는 민감하고 무례한 질문 세례에도 유우코는 이를 악물고서라도 건조하기 짝이 없는 반응으로 일관할 뿐.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잠정적인 활동 중단 및 휴식이 아닌 연예계 생활을 완전히 청산할 생각이신가요? 차후에 복귀할 여지 역시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까?"

 "...네. 복귀 계획도 전혀 없고 그냥 은퇴 하고 조용히 지내고 싶습니다."

 썩은 질문들 틈바구니에서 그나마 진지하게 대답할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에 확실히 은퇴할 생각임을 못박아두는 유우코.

 감정이 앞선 잠깐의 탈선이 아니라 완전히 아이돌 활동을 마무리하겠다는 확실한 은퇴 선언.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확실한 은퇴 선언을 하고나니 굉장히 홀가분해지는 기분이었지만 바로 그 순간 유우코는 뱃속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며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변의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으읏...!"

 살면서 몇 번쯤 겪어 봤던 다급한 변의 정도와는 아예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변의.

 그 동안 변의가 찾아오기는 커녕 화장실 조차 갈 필요가 없을 정도였건만 갑자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하며 당혹스러워 하는 유우코는 이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었다.

 아이돌이라는 존재로 남아 있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마음도 완전히 떠나버렸으니 더 이상 화장실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마법 같은 일 역시 일어나지 않게 된 것.

 은퇴를 확정지은 마당에 그런 건 이제 어찌 되든 별로 상관 없었지만 장소가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어제 오늘 섭취한 음식물들 뿐만 아니라 그간 화장실에 가지 않았던 오랜 기간 동안 아무 거리낌 없이 섭취 했던 음식물들까지 모조리 한꺼번에 지저분한 가스와 대변 덩어리로 되돌아오며 빨리 내보내달라고 항문을 두들겨 대고 있는 상황. 

 지금 유우코의 머릿 속에는 은퇴 기자 회견이고 뭐고 그저 화장실 변기에 앉아 뱃속에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 걸 단 일 초라도 빨리 내보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인간이라면 생존을 위해 무조건 호흡을 해야 하는 것처럼 세상이 갑자기 뒤틀린다고 해도 거스를 수가 없는 수준의 변의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참을 수도 없었고 만에 하나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다가는 정말로 생명에 지장이 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꾸루루루루루르르르륵... 꾸구구국----!


 부루루루루르르륵...


 몇 년간 화장실을 가지 않으며 묵혀 놓은 온갖 것들이 한데 모여 격렬한 논쟁을 하며 몸부림을 치고 있는 유우코의 뱃속.


 마치 뱃속의 장기가 살아 움직이기라도 하는 듯 심상치 않게 꿈틀 거리는 유우코의 복부는 당장이라도 뭔가 엄청난 것들을 뿜어낼 것 마냥 불길한 소리가 계속해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마 가까이 있던 기자들 몇몇은 그 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마 이 소리가 유우코의 뱃속에서 들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여쁜 아이돌의 뱃속에서, 아니 사람의 뱃속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가 없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이 건물 직원들이 카트라도 끌고 짐을 옮기는 소리겠거니 하고 다들 별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천둥 소리 마냥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안색이 허옇게 변한 것을 넘어 아예 사색이 되어버린 유우코.

 이건 변기에 커버에 엉덩이를 대기도 전부터 엄청난 양의 변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나올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푸식- 푸시식-- 시이이익..


 기자 회견이 다 끝날 때까지 이 무지막지한 변의의 파도를 견뎌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괄약근에서 주고 있는 힘을 조금이라도 푸는 순간 뱃속을 그득하게 채우고 있는 대변 덩어리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올 것임은 분명하고 아무리 틀어 막으려고 해도 엉덩이 구멍의 작은 틈 사이로 계속해서 가스가 새어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기자 회견이고 뭐고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유우코는 어떤 기자가 질문을 던지건 말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엄청나게 부자연스러운 걸음 걸이로 회견장 문을 향해 걸어갔다.


 "유우코 씨...? 갑자기 어디 가시는 겁니까...?"

 엄청나게 심각한 얼굴로 벌떡 일어나서는 기자 회견장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유우코를 벙찐 채로 바라보는 사람들.

 이들은 따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힘겹게 걷고 있던 유우코의 엉덩이 틈에서 일순간 부북 뿌욱 하는 소리가 상당히 경쾌하게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누가 들어도 선명하기 짝이 없는, 방귀 소리의 교과서라고 해도 좋을 청량하면서도 부끄러운 사운드가 유우코의 엉덩이 틈에서 흘러 나오자 기자들은 뭐에 홀린 사람 마냥 카메라와 캠코더 등등을 들고 유우코에게 달려들었다.

 "우왁...! 이거 대체 무슨 냄새..."

 "어흑... !!"

 파파라치 만도 못한 기자들은 1년에 한 번 건질까 말까 한 특종이라도 잡은 것 마냥 서로를 밀쳐가면서까지 유우코에게 달려와 카메라를 들이대려 하지만,

 "우우욱...!"

 가스가 살짝 새어나온 것 만으로도 아찔한 향기를 어마어마하게 풍겨대는 유우코의 지독한 방귀 연막에 겁도 없이 접근하려 한 몇몇 사람들은 그 흉악한 위력에 온 몸을 비틀어대며 기침을 하거나 헛구역질까지 하며 고통을 호소한다.

 "어우우으윽..! 냄새...!"

 간혹 몰상식한 사람들이 먹다 남긴 우유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집어 던져 버린다거나 해서 발생하는 고약한 악취 쯤은 모카 라떼에서 나오는 달달한 향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지독한 냄새.

 오죽 했으면 그 가십거리에 환장한 인간들이 카메라를 엉덩이 바로 앞에까지 들이 밀려다가 이 알싸하고 구린 냄새 때문에 함부로 접근하려 하지 못 하고 순간 본능적으로 몇 발자국 물러날 정도였다.

 "방금 그거 방귀 맞죠 유우코 씨?"

 "유우코 씨가 뀐거 맞죠?"

 "생리 현상은 물론이고 대기 중에 화장실 한 번 가지 않는 걸로 유명하신데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이제 어차피 은퇴하니까 방귀고 뭐고 그냥 시원하게 뀌어버리겠다 뭐 이런 뜻으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냄새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인데 아마 이 냄새 때문에 그 동안 철저하게 감춘 것이겠죠."

 "냄새는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지독했던 겁니까?"

 사람이 사색이 된 안색으로 걷는 것 조차 힘겨워 할 만큼 위태로운 모습이었는데도 이 많은 사람 중에 조금이라도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기는 커녕 엄청난 열의를 보이며 취재 경쟁을 할 뿐인 기자단들.

 방귀가 문제가 아니라 감당 하지도 못 할 만큼의 똥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오기 일보 직전의 위태로운 상황이었기에 밀려오는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참으며 유우코는 일단 여기를 빠져 나가 화장실에 가는 것만 생각하려 했지만. 

 부우우욱-- 뽀보보복-- 피시시이이익...

 "아읏...!"

 푸스스스스으으윽...

 뽀와아아아아아아악!!

 상당히 화끈한 방귀 소리가 뿌부부북 하고 터져 나오자 누군가 연못에 뿌린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격한 물장구를 치며 헤엄쳐오는 잉어들 마냥 유우코의 주위로 몰려드는 기자들.

 "어흐아악...! 우우욱...!"


 지독한 냄새는 코를 가리거나 숨을 참아서라도 버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덤벼든 몇몇 이들은 그 대가를 처절하게 치를 수 밖에 없었다.


 반경 50cm 이내에 아무런 안전 장비 없이 맨몸으로 접근하는 건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보는 행위나 마찬가지.


 얼굴에 사람 다리통보다 두꺼운 철판을 깔고 있는 파렴치한 기자들이라고 해도 상식을 뛰어 넘는 흉악한 위력이 담긴 지독한 구린내에 말문이 턱 막히는 모양이었다.


 "막아! 못 가게 막아!"


 "문 닫아 버려!"


 하지만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아이돌 유우코의 경악할만한 비밀 이라는 엄청난 특종은 단 한 톨도 놓칠 수 없는 법.

 유우코의 무시무시한 방귀탄을 가까이에서 직격 당해버린 사람이 바닥에 나뒹굴며 고통을 호소하건 말건, 거품을 물고 발작을 하건 말건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유우코를 가로 막으려 한다.

 "비켜 주세요..! 잘못하면 당신들까지 위험해진단 말이에요...!!"

 "원래 이렇게 냄새가 지독한 체질 이었습니까? 지금까지 대체 무슨 수로 숨겨왔는지요?"

 "유우코 씨의 방귀 냄새가 이렇게 지독하다는 건 지금까지 몇 명이나 알고 있었습니까? 소속사 직원들이나 주변 지인들한테도 철저하게 숨겼던 건가요?"

 무례한 질문을 퍼붓는 것 까지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큰 일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아가씨를 화장실도 못 가게 가로 막기까지 하는 건 선을 넘어도 한참 전에 넘은 일.

 못된 기사를 작성하기로 유명한 악명 높은 기자들의 면면은 물론이고 여성 기자들까지 길을 막는 걸 동참하는 모습에 유우코는 그 동안 억누르고 억눌러 왔던 부아가 다 치밀어 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예의를 지키지 않는 건 이제 예삿 일도 아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한낱 종이 쪼가리를 채우는데 필요한 가십거리보다 못 하게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화장실 안까지 따라 들어와서 카메라를 들이 밀고도 남을 인간들.

 이미 창피는 당할대로 당했고 여기서 뭘 하든 결국 저 인간들 좋을 대로 하는 꼴이 될 뿐이라고 생각한 유우코는 일순간 표정이 굉장히 차분해지더니,

 "누구는 지금 제대로 걷지도 못 하고 배가 터져서 죽을 것만 같은데... 그렇게 남의 지저분한 냄새가 궁금해요?"

 굉장히 차분하지만 살기 마저 녹아 들어 있는듯한 차가운 목소리.

 전쟁통보다 훨씬 더 급박하게 돌아가는 뜨거운 뱃속과는 완전히 정반대 되는, 무서우리만큼 정적인 목소리였다.

 감히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꺼려질 만큼의 차가운 냉기 같은 아우라가 흘러 나오는 유우코는 바지 단추를 풀고 속옷과 함께 내려 뽀얀 엉덩이를 보란듯이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눈이 다 따가울 정도로 터져 나오는 카메라의 플래시.

 특종 이상의 특종에 미친듯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무질서하게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순간적으로 벽이 무너지는 듯 사람들이 위험하게 넘어지기까지 하지만 위험한 건 겨우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북--------- 푸쉬이이이익...

 뽀오오오오오오옥!!!

 푸스으윽.. 피시시시시--- 뿌우우욱!! 뽜아아악!!!!!!

 아무리 냄새가 구려터졌어도 방귀는 기껏해야 결국 엉덩이 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체였을 뿐.

 하지만 무지막지한 폭음과 함께 터져 나오는 유우코의 방귀는 그야말로 실체 없는 대포와도 같았다.

 군사 작전용 공기 대포를 직격 당했을 때의 위력이 아마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태풍 앞에 나부끼는 낙엽 마냥 유우코의 어마무시한 방귀 대포를 영거리에서 얻어 맞고 날아가 버리는 몇몇 사람들.

 상식을 뛰어 넘는 수준이라고 표현하는 것 조차 부족할 만큼의 말도 안 되는 위력이 담겨 있는 풍압을 자랑하는 방금의 그 한 방에 가까이 있던 카메라들은 렌즈에 콰지직 하고 금이 가버릴 정도였다.

 황사 먼지가 대기 중에 가득 끼어 있는 것 마냥 사방 팔방이 누리끼리하고 뿌옇게 변한 기자 회견장.

 정말 말 그대로 생화학 테러를 당한 현장에서나 볼법한 광경이었지 누군가의 지독하기 짝이 없는 방귀 때문에, 그것도 인기 있는 여자 아이돌의 방귀 폭탄 때문에 이 꼴이 났으리라고는 차마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만약 이 기자 회견 현장이 생중계가 되고 있고 TV에 라이브로 송출 되고 있는 중이었다면 채널을 돌리던 사람들은 아마 연예 채널에서 나오는 방송이 아니라 아니라 웬 전쟁이나 재난 영화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뱃속을 괴롭히던 초대량의 가스를 일부라도 누출 시켰더니 그래도 조금이나마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드는 유우코의 뱃속.

 하지만 방금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 유우코는 엉덩이를 살짝 더 내밀고 한 번 더 가스를 분출해버린다.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부부부부부부부부북.... 푸쉬이이이이이이이익---- 

 물리적인 위력이 이 정도라면 그 안에 담긴 지독한 향기는 말 그대로 인체에 손상을 가져다 주고도 남을 생화학 무기나 다름 없었다.

 기자 회견장 전체를 순식간에 집어 삼켜 버리는 어마어마한 구린내.

 한 60년 정도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는 고대의 푸세식 화장실이, 안에 쌓이고 쌓인 똥이 어지간한 바위 덩어리보다 딱딱하게 굳은 채로 악취를 풍겨대고 있는 그런 더러운 화장실에서 풍기는 살인적인 냄새가 그나마 간신히 비교 대상이라도 되지 않을까 싶은 위력이었다.

 사람의 뱃속에서 생성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흉악한 화학 무기에 당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지옥의 고통을 맛보며 바닥을 뒹굴어대다가 이내 정신을 잃었고 나름 정신력이 강인한 몇몇 사람들은 특종이고 뭐고 여기를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 뿐인듯 보였다.

 하지만 유우코는 이 인간들에게 일말의 자비심 조차 베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이미 활짝 열려 있는 엉덩이 구멍에서 이번에는 아예 엄청난 양의 대변 폭탄이 무서운 기세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마치 거대한 악어 무리들이 좁은 틈을 비집고 몸부림을 치며 탈출하는 듯한 광경이었는데 사람 몸에서 도저히 튀어나올 수가 없는 이 무시무시한 똥 무더기는 포왁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로지르며 바닥을 기어서라도 도망을 치려는 사람들을 뒤덮어 버렸다.

 이미 넓은 공간 안을 한가득 채운 살인적인 구린내가 구석 구석까지 떠다니고 있었지만 몇 달, 아니 족히 몇 년은 숙성됐을 대변에서 뭉게 뭉게 피어 오르는 냄새는 그 위력적인 가스마저 집어 삼켜 버렸을 정도.

 처참하다기 보다는 실로 쇼킹하기 짝이 없는 광경.

 지독한 가스에 푹 절여진 채로 기절한 사람들은 유우코의 엉덩이 구멍에서 끝을 모르고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똥 무더기에 힘 없이 휩쓸렸고 회견장 안의 카메라들이나 삼각대, 그리고 테이블 등등 역시 엎어지고 넘어지는 등 아주 난리통도 아니었다.

 "으읏...!"

 엉덩이가 헐어 버릴 것만 같은 저릿한 감각.

 이만큼 쏟아내고 나니 배가 살짝 가라 앉으며 이제서야 유우코는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걸로는 아직 한참 모자랐다.


 그간 아이돌 활동을 하며 자기도 모르게 꾸준히 모으고 모으며 푹 숙성시켜놨던 대변의 양이 고작 이 정도일 리가 있겠는가.

 유우코는 한 무더기 더 튀어나올 것 같은 변의의 파도를 저지하며 엉덩이 구멍에 힘을 줘서 틀어 막았고 자신의 배를 짓누르며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변기에 앉아서 똥을 누면 수북하게 쌓인 대변의 탑이 엉덩이를 더럽힐 것 같았는지 변기에 앉지도 않고 대충 엉덩이를 조준해 밀려오는 똥 폭탄을 퍼부어 버리는 유우코.

 물이 첨벙 첨벙 튀기는 소리를 내며 역시나 순식간에 양변기를 가득 채워버리자 유우코는 엉덩이에서 어지간한 사람 다리통보다 굵직한 대변이 계속해서 우수수 뿜어져 나오는 걸 간신히 틀어 막으며 변기 칸을 빠져 나온다.

 하수 처리장 같은 곳에 직통으로 대변을 싸지르는 게 아닌 이상 처리할 방법이 없는 똥 무더기는 아직 뱃속에 한참 더 잠들어 있었고 어차피 참는 것 역시 불가능.

 괜히 참고 조절하려 해봤자 배가 날카로운 것에 찔리는 듯한 고통만 느껴질 뿐이었던 유우코는 화장실에 걸려 있는 수건 걸이 같은 것을 손으로 허리를 살짝 숙인 자세를 취한 뒤 항문에 주고 있던 힘을 완전히 풀어 버렸다.

 주름이 다 펴질 정도로 활짝 열린 항문에서 푸드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굵직굵직한 대변 세례.

 안에서 캠핑을 해도 될 정도로 넓은 화장실이었지만 하늘을 나는 똥 무더기는 반대쪽 벽을 부숴버릴 기세로 날아가 푸직 하는 소리와 함께 쳐박혔고 불쌍하리만큼 새하얀 화장실 타일은 유우코의 엉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흉악한 배설물의 과녁으로 전락해버린다.

 "아읏... 으으윽...!"

 유우코의 가녀린 몸뚱이로는 대변이 뿜어져 나오는 그 반동 조차 감당하기 힘들었을 정도.

 다리를 벌벌 떨면서 똥을 뿜어대는 유우코는 몸이 견디기 힘들었는지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엉덩이를 살짝 위로 치켜 올리는데 지저분한 소리와 함께 발사되는 소화기관의 결과물은 지대공 미사일 마냥 힘차게 날아 올라서는 천장을 타격하고 보호막이 있는 전등을 깨부숴버리기까지 했다.

 "후우우... 하아아... 하아..."

 마치 여자로서 언젠가는 겪어야 할 산고의 고통을 미리 가볍게 체험한 듯한 통증이 남아 있는 유우코의 복부.


 하지만 통증 보다는 그 무엇에도 비교하기 힘든 해방감이 훨씬 진하게 감돌고 있었다.

 저릿한 고통스러움과 시원한 해방감이 공존하는 이상야릇한 감각에 취한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유우코.

 그녀의 똥 폭탄을 있는대로 받아낸 깔끔한 화장실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게 박살이 나있었고 코를 작살내버릴 듯한 끔찍한 구린내 역시 진동을 하고 있었다.

 뭘 먹어도 가스가 차지 않고 장 내에 대변으로 저장이 되지 않아 남들보다 체중에 신경쓰지 않고 먹을 수 있었던 유우코는 그만큼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걱정 없이 음식물들을 섭취하며 심지어 대식가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일 때면 종종 질 나쁜 악성 댓글이 그녀를 상처 입히곤 했다.

 가식이 없고 내숭이 없다고 칭찬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렇게 먹으면 방귀 냄새가 무지하게 독할 거라느니, 녹화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아무도 없는 대기실에서 참고 있던 방귀를 붕구 부욱 뀌어댈 것이라느니, 똥 냄새도 엄청나게 역할 것이라느니 하는 말을 떠벌리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유우코는 그 사람들을 여기 데리고 와서 화장실에 아주 수북하게 쌓여 있는 대변의 산맥에 밀어 넣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얼마나 지독한 냄새가 날지 어디 네가 직접 맡아보라는 식으로 울분을 토해내는 상상을 하며 헛웃음을 짓지만 유우코는 자신의 엉덩이 구멍에서 쏟아져 나온 어마어마한 양의 대변이 화장실을 터뜨릴 기세로 아주 산처럼 쌓여 있는 광경을 보며 오만가지 감정이 다 섞여 있는 한숨을 내쉰다.

 "엄청나게도 나왔네..."

 대사건을 저질러 놓은 것 치고는 담담하기 짝이 없는 반응.

 아예 상식 자체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현장을 만들어 놓은 터라 유우코는 오히려 더 담담하게 굴 수 있는 모양이었다.

 수습을 할 가능성이 손톱 만큼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오히려 허둥댔겠지만 수습도, 대처도 안 되는 대사건을 화끈하게 저질러놨으니 근원을 모를 여유가 다 생긴 유우코는 똥 폭탄을 퍼부어댄 것 치고는 그 흔적이 그다지 크게 남아 있지도 않은 엉덩이를 깨끗하게 닦고는 옷을 고쳐 입는다.

 완전히 개작살이 난 고급스러운 화장실과 아수라장으로 변한 기자 회견장이 유우코 혼자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하면 과연 믿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유우코는 지독함을 넘어 살인적이기까지 한 구린내를 펄펄 풍기는 회견장을 힘 없는 걸음걸이로, 하지만 홀가분한 표정으로 빠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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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괴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