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SCP똥챈에디션) IACU 관련 기록물

이전에 썼던 세계관 (IACU + 유황빛으로뒤틀린몬무스) 에서 등장인물들이나 설정같은걸 땜빵쳐왓습니노

그리고하이퍼요소가잇읍니다

대충건물하나정도? 아방붕이들입장에서는이정도는하이퍼도아니고히로인기본소양인가

근데 애초에 이거 빌런이나 히어로가 존재하는 소설 맞나? 일단은 인간들 입장에서는 여기 나오는 요정 비슷한 무언가라던가 그런게 빌런에 속하긴 할텐데 보는 입장에서는 얘들이 그렇게 크게 나쁜거 안하고 걍 영향을 준 피해자로 하여금 사방팔방에 가스테러를 하게 만드는 가?벼?운 악행만 저지른지라


뭐아무튼 거두절미(실패) 하고 시작


================================================================================


"언니? 왜 이제 전화를 받아!"


"아 미안 미안~ 점심 먹을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일이 많아서 그만. 왜?"


"오랜만에 고향이나 다녀오게! 휴가철이기도 하고. 분명 좋아하실거야."


"그렇겠는걸. ...근데 또 괜히 잔소리 들을 것 같은데... 남친 없냐면서 말이야."


"언니 정도면 금방 만들겠지 뭐! 안그래?"


"...또 소개팅 까였거든. 방귀 때문에. 에휴..."


"...나도 그게 콤플렉스였는데 좋은 남자 만나서 잘만 사귀는걸! 언니도 가능할거야."


"말이라도 고... [치직...] 아... 밧데리가 없... 나중..."


[치직... 뚝-]


"...언니? 언니! 갑자기 끊어버리네... 에이... 나도 일이나 하고 나중에 전화해야지."




------------------------




"...아이 씨... 어제 밤에 꽂아놨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충전기가 빠져있었나..."


늦은 점심 도시락을 우걱우걱 입에 밀어넣으며 갖은 불평을 늘어놓는 이 단발머리 여인의 이름은 김하윤. IACU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하나 연구원과는 이복자매 사이다. 김하나 연구원이 기억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어렸던 시절, 그녀들의 부모가 자주 들러 봉사하던 아동센터에서 입양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둘 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안 사실이었지만, 함께 지내온 시간이 무척 길었고, 그 긴 시간동안 헌신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난 그녀의 입장에선 오히려 더욱 감사하게만 느껴지는 일이었고, 하윤 또한 하나가 내 소중한 여동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며 그녀를 스스럼없이 여동생으로 대해주었기에, 이전보다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헌데, 서로 피가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이 있었으니...


"...연애... 이런 몸으로 되겠냐고. ...아, 또 끓어오르는데..."


수저를 잠시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던 하윤은, 소란스러운 틈을 타 엉덩이 한쪽을 살며시 들고, 얕은 신음과 함께 힘을 주었다.


뿟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 뿌스슷- 뿌훗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쀼프프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 푸브르르륵!


...앞서 말한 공통점이란 바로, 마치 두 자매 중 누가누가 더 썩은내를 풍기는가 경쟁이라도 하듯 폭발하며 쏟아져나오는 방귀였다.


"...하아... 좀 살만하네. ...콜록...! 냄새...! 으... 내가 맡아도 많이 심하네..."


...그리고, 어김없이 주변에서 들려오는 역겹다는 듯 수근대는 소리와 욕지거리, 그리고 기침 소리. 모든 것이 스트레스처럼 느껴지는 그녀는 일부러 자리를 이동한 뒤 딴청을 피우며 휴식시간을 가졌지만, 그 달콤한 휴식마저도 그녀의 속을 파고들듯이 침투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수근대는 소리를 막아주지는 못했다.


'...씨... 지들은 뭐 방귀 안 뀌나? 그깟 방귀 가지고 지랄들이야...'


뿡뿡이.


회사에서 그녀를 가리키는 별명이었다. 모두가, 업무 능력이나 성과와는 일절 관계없이... 그저, 그녀를 시기해서, 또는 질투해서, 또는 다른 이들이 하니까 나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괜히 분풀이들을 하며, 대놓고 모욕적인 별명을 붙이며 그녀에게 모욕을 줄 뿐이었다.


"...씨발. 짜증나..."


(꿀꺽... 꿀꺽...)


스트레스로 끓어오르는 장 속에, 연유가 듬뿍 들어간 커피를 털어넣으며 분을 삭히는 하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그 행동이 속을 더욱 부글거리게 하다 못해 썩는 악취를 풍기게 만든다는 사싶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괴감만 한층 더해갔다고.




------------------------




"하아..."


핸드폰 배터리도 다 떨어지고, 울적하고 심심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회사 옥상 난간에 기대서, 저녁도 먹지 않은 빈 속에 애먼 커피만 벌컥벌컥 들이키는 하윤. 더 마시면 잠도 못 자겠다 싶어 물러서려는 순간, 난간 근처 탁상에 놓여있던 무언가와 부딪히고 마는데...


(사르르르르...)


"뭐야? ...에이 씨...! 미세먼지 아냐? 아... 이거 어제 빨았는데! 개거지같은 짱깨먼지 진...짜?"


(사르르... 사르르르...)


"와아...! 예쁘다...! 별을 가루로 만든 것 같아..."


평범한 가루가 아니고, 미세먼지는 더더욱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하윤. 그녀는 흥미가 동한 듯, 오색으로 반짝이는 보드라운 사막의 모래같은 파우더를 양 손으로 만져보고, 가지고 놀다가...


"...으...에... 엣취!"


가루가 풀풀 날리도록 재채기를 하고 말았지만... 곧이어 그녀 스스로도 눈을 의심할만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엥...? 이게 진짜 뭐지..."


이리저리 흩날리는 것 같던 가루가, 이내 다시 사뿐히 하윤의 눈 앞에 내려앉았다. 보통 비범한 가루가 아니라고 생각한 하윤은, 곧바로 하나에게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아, 배터리 없지... 그리고 뭐, 위험해 보이지도 않는데 뭐. 굳이 유난을 떨 필요가 있나 싶네. 퇴근이나..."


(꾸르르르르르르르... 꾸루루룩...)


"...에휴... 잠시 화장실에서 좀 빼야겠네..."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에 들르기 위해 문을 열고 아래로 향하는 하윤은...


(사르르르르...)


어느새, 그 가루들이 자신의 발목에 조용히 달라붙는 것은 꿈에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드르륵-)


"하윤 씨, 전화기도 꺼놓고... 어디 갔다가 이제 와요?"


"...네? 화장실 다녀오는 길인데요?"


"후우... 화장실, 화장실... 뭐 화장실에 전세라도 낸 거에요? 퇴근 시간 가까워지면 일 안하고 농땡이나 쳐도 되는거에요?"


"...죄송합니다만 맡은 일은 다..."


"됐고요. 하윤 씨 몫 일 저기 남은거 내일 오전 회의때 쓸 자료니까, 미리 정리해놔요. 맨날 화장실에서 시간이나 축내는데, 이런 일이라도 알아서 해놓으면 좀 덧나요?"


방금 내 일처리 다 하고 나갔다 온 건데, 그리고 이건 원래 니가 해야 하는 일이잖아. 화장실에서 시간만 축내? 니가 내 몸뚱아리를 알아? 내가 왜 화장실에 맨날 들러야만 하는지 아냐고, 하는 말이 혓바닥 위까지 올라온 하윤. 짜증과 화가 솟구쳐 순간 참기 힘들었지만, 째진 눈이 유난히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시비가 붙었을 때 아줌마라는 말을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어하는, 까다롭고 성격 더러우며 회사 내에서도 여직원 부하들 울리는 거 잘하기로 유명한, 그 '아줌마귀' 한테 찍혀서 좋을 거 하나 없다는 걸 알기에, 한껏 가식을 씌운 목소리와 표정으로, 여러 가지가 끓어오르는 속을 억누르며, 그리고 주위에서 들려오는 비웃음, 혀 차는 동정의 소리 등을 애써 무시하며, 가볍게 웃어보였다.


"...네. 알겠습니다."


"이거라도 똑바로 해놔요. ...후우! 그리고 향수나 디퓨저라도 좀 사서 챙기고 다니지 그래요?"


(빠직...)


속에서 뭔가 끊어지는 것 같은 하윤은, 그 망할 노괴 상사와 다른 동료들이 모두, 퇴근을 위해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손에 들고 있던 빈 음료수 캔을 자신의 책상에 내던지며 거친 욕을 퍼부었다.


"...저 씨발 개미친년이 진짜! 아악! 왜 나한테 지랄이야! 굳이 지새끼 아니더라도 미치겠는데에엑! 늙을거면 곱게 쳐늙던가 나한테만 지랄이야 지랄이! 좆같은 년 진짜로! 아아악!"


(땡그랑-! 부스럭...)


"...하아..."


홧김에 마구 헝클어트린 머리를 대풍 정리하면서 자리에 앉은 그녀는, 모멸감과 슬픔, 자괴감 때문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가뜩이나 요즘 들어 외로운데...


"...저... 선배님."


"...?"


그런 하윤의 절망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한 청년의 목소리. 제법 낯선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응... 무슨 일이야? ...그..."


"...준철이라고 합니다. 이준철. 신입사원..."


"...아. 기억났어. 하아... 미안. 추태를 보였네."


순식간에 부끄러움과 무안함으로 바뀐 설움. 신입 앞에서 선배로써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생각한 하윤은, 오늘 대체 왜 하는 일마다 죄다 꼬이는지, 갑갑한 마음에, 그저 한숨만 푹푹 땅이 꺼지도록 내쉴 뿐이었다.


"...야근하세요?"


"하아... 응. 왜?"


"...이거 하나 드실래요?"


"...에너지 드링크?"


원기 회복보다는, 새콤달콤하고 톡 쏘는 탄산 맛이 더 일품인 음료를 홀짝이며 마시는 하윤. 그리고 준철은, 그 뒤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남 일 같지 않다고 할...까요? 하하... 저도..."


"...그 미친년한테 한 소리 들었어?"


"...네. 일 더럽게 못하면 니 시간이라도 써서 다 하고 가라고... 그리고 사업부에서 준 잡일거리랑..."


"...그걸 왜 준철 씨한테 줬지? 아예 관계없는 부서 아냐?"


"그러게요..."


"그쪽 부서는 뭐 야근 안한데?"


"중요한 회식이 있다면서 다 같이..."


"...지랄하네. 이러니까 신입이 들어오는 족족 경력만 대충 쌓고 나가려 들지. 야근수당은 신청했지?"


"...사실상 제 시간을 할애해서 하는 일이라고, 옛날같았으면 돈 받고 가르쳐줄 일이라면서 못하게 하더라고요. 참..."


"...내가 씨발 돈만 많으면 이 거지같은 좆소 바로 때려쳐야지 그냥... ...내가 이따가 잔업 수당같은거 계산해줄테니까 그거 기다렸다가 같이 가. 이건 안해주는게 불법이라 그 노괴년도 뭐라 못할거야. 참, 준철 씨라고 했지? 준철 씨는 일 하는거 보니까 꽤 괜찮게 하던데, 어때? 탈출 계획은 언제?"


"하하... 글쎄요. 고마워요, 선배님. ...저, 근데... 여기서 잔업해도 될까요?"


"준철 씨 하고 싶은 대로 해."


문득, 하윤은 머리를 번뜩 하고 스치고 지나가는, 오묘한 생각이 들었다.


'...어라, 이렇게 나한테 관심을? ...이거, 설마 그린 라이트...? 갑자기 일에 집중이 안되는데...'


순간, 얼굴에 열이 오른 것처럼 확 달아오르는 것이, 붉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하윤. 그리고, 그 소녀스러운 감성이 물큰하게 묻어나는 얼굴을 곁눈질로 확인한 준철은, 살며시 미소를 띄웠다.




============================




그리고, 어느덧 열 시를 훌쩍 넘긴 시간. 먼저 일을 끝낸 준철은 이런 저런 일을 도와주겠다며 하윤에게 먼저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어차피 다른 부서의 업무인지라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게 자명하고, 아직 신입 딱지 못 뗀 후배 너무 괴롭히고 싶지 않으니 잠이라도 한 숨 자라고 일러둔 상태였다.


 '...피곤해. 머리아파. 슬슬 짜증나. 이럴 줄 알았으면 충전기라도... 아, 참.'


"...준철 씨. 일 아까 다 끝났다 했지?"


"...."


"준철 씨, 혹시 충전..."


(사르르르르...)


"...기...?"


발목 부근이 간질간질한 하윤. 벌써 이 망할놈의 모기들이 기어드나, 싶은 그녀는 발목 부근의 양말을 살짝 내려보았고...


"...어라?"


...양 발목에 띠 처럼 감긴, 색색의 무언가를 보고는 순간 멈칫하며 놀랐다.


"...내가 이런 걸 감은 적이 있던가?"


(부스럭...)


"...아... 으응... 선배? 부르셨... 흐아암..."


"...아! 준철 씨. 충전기 좀 빌릴 수 있어?"


"충전기요? ...이거 보조배터리라도..."


"후우... 다행이네. 좀 들어있구나. 평소에 충전기도 안 가지고 다니는데, 하필이면 어제 밤에 충전기를 안 꽂아놓고 잤더라고."


"그러면 사고죠. 그래서 저도 항상 보조배터리를 집에 두 개 정도 놔두고 다니는데..."


"준비성 철저하네. ...으으윽...! 하아... 나도 거의 다 끝났어. 조금 더 눈 붙일래?"


"...자다 깨서... 흐암... 좀 피곤하긴 한데..."


[...깨워... 잠...]


"...그래? 그럼 잠 좀 깰래?"


그 순간이었다. 기묘한 충동.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만 같은 충동. 강렬한 본능에 가까운, 나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섬광같은 충동이, 하윤의 머릿속을 전기로 지지는 듯 했다. 분명히 환청이었지만... 결코 환청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 하윤의 마음을 격렬하게 자극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의 냄새는 매력적이야.]


"...뭐?"


"...네?"


"어... 아냐. 나한테 뭐 말 안했지?"


"네. ...피곤하신 것 같은데..."


"나야 늘 피곤하지. 으윽...! 하아... 피곤해..."


[...솔직해져.]


"...어디서 자꾸... 누구 있나?"


"네?"


"여자애 목소리가 들리는데... 미아가 있나?"


"음... 이 시간까지 누가 남아있을 일은... 경비원 분들이나 야간 현장직 분들을 제외하면 없을 것 같아요. 특히 어린아이는..."


"...그건 그렇지. 몇 시지? ...오늘 숙면은 글렀네."


"하하... 음? 선배님. 저 조각상 뭔가 예쁘네요. 언제 놔둔 거지?"


"조각상?"


그녀는, 자신의 자리와 옆 자리를 나누는 칸막이 뒤편, 정수기 옆에 어느 새 놓여있던, 그리스 전통 의상같은 나풀나풀한 옷으로 몸의 은밀한 부분을 겨우 가리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얼추 50cm 정도는 되어보이는 조각상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뭐지?"


"...음, 선배님도 모르시나요?"


"몰라. 씨발. 야근 수당은 그렇게 주기싫어하면서 저런 짜증나게 생긴 조각상은 사다 놓을 돈이 있다 이거지? ...아, 짜증 낼 시간도 없는데. 일이나..."


[...난 짜증나는 조각상이 아니야. 바보야.]


확실히, 환청 따위가 아니다. 누군가의 속삭임. ...설마...?


"..."


"...선배님?"


...그 순간, 하윤의 머릿속에 피어나던 의심이 모조리 지워졌다. 마치, 무언가 인위적인 작용에 의해서 무언가 기억의 조작이 일어나는 것 처럼.


"어...? 어어... 아무래도 내가 진짜 피곤한가보네. ...이 페이스면 조금 더 걸릴 것 같은데... 조금만 더 기다려줄래?"


"저야 뭐, 남는 게 시간... 하암..."


[...저 아이의 잠을 깨워...]


"...졸리지? 잠 깨워줄까, 선배가?"


"...네? 그게..."


"...잠깐 눈 감아봐. 줄 게 있어."


"선물같은... 네."


(부스럭...)


하윤의 가슴이 갑작스럽게 쿵쾅대기 시작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스스로의 자유... 자유의지로, 적어도 그렇게 여겨지는 그 의지로, 기묘한 일탈을 저지르고 있다. 그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탈을...


"...눈 떠볼래?"


"...네...에?!"


"...피곤하다고 했지? 잠은 확실히 깨지 않아?"


"그...서...선배님. 많이 피곤하신..."


"정정. 피곤한 게 아니라... 속이 별로 안 좋은 거라고."


"...네? 그게..."


"정신 차려. 잠 확 깨게 해줄테니."


뿌브릇-!


"...읍...?!"


뿌붜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럴러러러럵-! 뿌퓨뷰뷰쥬류륙!


"...크읍...!"


코에 불이 붙는 것 같은 맹렬한 악취에 기습당한 준철. 순간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는 것 같은 악취에 정신이 번쩍 들다 못해 도로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아찔한 감각이 느껴져, 저절로 기침이 콜록거리며 나오기 시작했다.


"쿨럭...! 크읍... 하아... 욱..."


"독해? 그만큼 잠 깨는 데는 일품이지?"


"...하아... 하아... 우욱... 선배님... 이건... 너무..."


[...너무 좋다고 하려고 하고 있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럼! 내면의 목소리를 믿어. 너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너 자신을 말이야.]


그녀의 마음 속에서부터 울려오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가며, 그녀의 머릿속에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너처럼 아름답고 완숙한 여자의 방귀를 싫어하는 남자는 없어.]


"...저...정말...?"


[넌... 축복받은 몸이야.]


"...축복...! 그...그렇지? 역시..."


"하아... 하아... 선배님...? 누구랑..."


"...준철 씨..."


"...네? 갑자기..."


"아닌 척 할 필요 없는데... 준철 씨... 변태지...?"


"...에?"


"아이 참... 부끄러워? 모르는 척 말라니깐. 내 방귀, 좋아하지?"


"...어... 예?"


"예, 라구? 어머...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줄 줄은 몰랐는데..."


"...예?! 질문한거에요!"


"부끄러워 할 필요 없는데에... 아까부터 나한테 몰래몰래 플러팅이나 하고... 준철 씨... 외로웠구나? 나도 외로운데..."


"...반은 사실이고 반은 아닌 거 같은... 저, 선배...님... 그... 눈이 이상..."


"나~? 지금 나는... 누구보다도 정상인데. 후후..."


"...보통 눈이 분홍빛으로 빛나는 사람을 정상이라고 하진 않죠...?!"


"자... 이제 시간 끄는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본격적으로 밤을 즐겨볼 시간이네...?"


확실히 지금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 정상과 확실히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왜일까, 하윤은 이 상황이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정상에 가까운, 자신이 갈망하고 바라는 상황이라고 느끼고 있었으며, 이성과 합리로 전혀 설명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꾸룩꾸룩 끓네... 빈 속에 연유가 잔~뜩 들어간 라떼를 마신 탓일까... 어떻게 생각해, 준철 씨?


"쿨럭... 저 속이..."


"속이 허하다구? 저녁 먹을 시간도 없었지? ...저 멍청이들이 회식이나 하는 동안, 일만 주구장창 했으니까. 선배가 한 끼 만들어줘야겠네?"


하윤은 가방 속에서 간식으로 커피와 함께 먹으려고 샀던 크림빵 하나를 꺼냈다. 시간이 없어서 먹지 못해 아쉬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빵이 있어서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스럭... 지익-)


"...그거... 빵...?"


"후후... 선배 엉덩이가 좀 빵빵하지. 그치?"


"...네...?"


"참, 준철 씨. 빵 말고... 뿌아앙! 이건 어때?"


"...그게..."


뿌부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루루루룱! 뿌브프드득!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흐읍...! 흐그극...!"


한편, 준철은 문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확실히, 하윤이 호감이 가는 선배인 것은 맞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상황은 자신의 상식 선에서 이해가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코가 떨어져 나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악취가 만조의 밀물처럼 거칠게 들이닥쳐 자신의 코와 입을 무자비하게 들쑤시며 헤집어놓았고, 단순히 지독하다는 불쾌를 넘어서서 두통을 비롯한 각종 신체에서 격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준철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차오르는 구토감을 억누르는 사이, 하윤은 누렇게 물들고, 항문과 맞닿은 부분이 너덜너덜해지고 삭아서 약해진, 똥구멍 부분에 누런 물이 든 팬티를 보여주며, 그리고 그 팬티가 차마 다 가리지 못할 정도로 커다랗고 탱글탱글한, 구리구리한 악취를 풍기는 엉덩이를 느릿하고 끈적하게 좌우로 흔들며, 살짝 고개를 돌려 그 추잡스러운 황홀경을 두 눈으로 목도하는 준철을 내려다보며, 아주 야릇하고 끈적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그냥 빵... 보다는, 뿌아아앙... 이게 좋지? 어때...? 내 방귀..."


"...좀 많이 지독하고, 역겨워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이게..."


"모르겠으면... 일단 먹어봐...♡"


고깃덩어리가 썩어가는 냄새로 완벽하게 물든 크림빵을 내미는 하윤. 준철은 크림빵이 코 가까이 오자마자 머리가 반쯤 불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지만, 마치 음란한 악마처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눈을 하고 자신을 내려다보며 가쁜 숨을 쌕쌕거리며 웃는 하윤을 보자, 서서히 마음과 정신이 공허해지는 것 같았고, 그 자리를 그녀가 베푸는 '무언가' 로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 해야지?"


"...선...배님..."


"...방귀가 부족해? 말을 하지. 후후... 으응...!"


뿌뷰류류부부부룰루르츠프프프프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부루루루루루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으응...♡ 시원해..."


"...우웁...!"


뿌부프프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붋부푸부루루부부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룹뿍-! 뿌브으으으으으으읏-! 뿌다다다다다당!


"푸후후... 웃긴 소리가 나네, 그치? 내 동생도 꽤 방귀쟁이인데... 언제나 내가 냄새도 소리도 한 수 위였거든. 이런 내 몸이 참 싫었는데..."


뿌브프프프프프프프르르르르브브브브브브브브브브브브브브브븍-! 뿌뷰류뷰퓨류뷰쥬쥬쥬퓨뷰뷰쥬퓨류류뷰뷰븁-! 뿌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럵!


"앗흐으응... 하아... 준철 씨가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참 좋네에...♡"


준철은 이 시점에서야 겨우겨우 눈치챘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끌었다가는... 문자 그대로, 고통과 괴로움만 가중될 뿐이라는 것을.


"...읏... 먹을... 게요..."


눈을 딱 감고, 하윤이 잔뜩 쏟아낸 독가스 때문에 이리저리 크림이 튀고, 빵의 빈 공간 사이로 가스가 스며들어 거진 1.5배는 커진 것 같은, 부패 직전의 썩은내 가득한 음식물 쓰레기로 변모한 것 같은, 크림 반 빵 반의 크림빵에서, 지옥에서 푹 썩어 문드러진 쓰레기 반 가스 반이 된 크림빵을, 용기내어 베어무는 준철.


입 속에서 곧바로 펑 터지듯 사방으로 흩뿌려져 입 속을 사궁창으로 만드는 것 같은 괴멸적인 악취로 인해, 준철은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문자 그대로 생지옥으로 변한 자신의 입 속에서, 한 입 문 빵을 우물거리며 최대한 삼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준철은 자신의 침이 시궁창 속을 흐르는 쥐새끼들의 시체와 온갖 오물이 섞인 구정물이 깨끗하게 느껴질 정도로 심각하게 더럽혀지고 오염된 것을 느끼며, 여기가 지옥인가 하고 상상하며, 그 썩어 문드러진 음식물 쓰레기 부패덩어리 크림빵을 겨우 목구멍 뒤로 찍어누르듯 밀어넘겨 간신히 삼켜냈다.


"자, 남은 덩어리도 먹어야지. 그렇지?"


"...가... 그윽... 웁... 부그윽...!"


"응? 방귀가 부족하다구?"


"...그...그런 말 안..."


"상상 이상으로 변태구나! 우후후..."


'...틀렸어. 무슨 말을 해도 정상적으로 받아들이지 않...'


뿌봐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뿌부부부루루루루루루루룳! 뿌루루룩! 뿌퓨뷰뷰루푸뷰뷰쥬뷰뷰퓨퓨쥬쥬쥬쥬쥽-! 뿌프브브르브즈즈브브븝-!


"...쿠우웁...! 우욱...!"


이 상황 자체를 정상적으로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준철. 자신의 눈 앞에서, 빵을 완전히 흐물거리며 썩어 흘러내리는 부패의 덩어리로 만들 기세로 무자비하게 쏟아져나오는 세상 끔찍하고 역겨운 방귀의 거센 소용돌이. 준철은 여기서 못 먹겠다고 지금이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어머... 솔직하지 못하긴! 선배가 직접 먹여줄테니... 자, 아~ 하라구. 하루종일도 뀌어줄 수 있으니까...♡'


'...그건 진짜 자살행위야. 진짜로!'


"자... 다 만들어졌어. 계란 마늘 크림빵... 어때? 어서 먹어줘. 아앙~"


준철은, 이 빵은 내가 좋아하는 선배가 직접 먹여주는 빵이라는 사실에만 주목하며, 최대한 자기암시를 걸며, 크림과 섞여 끈적하고 찐득한 반액상의 무언가가 흘러내리며 책상과 바닥, 그리고 하윤의 손에 세상 끔찍한 선형의 오물자국을 남기는 것을 무시하며, 어떻게든, 굳은 의지로 겨우 씹어서 삼키며, 토사물까지 겨우 억눌러내는데 성공했다. 참으로 굳은 의지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해야겠다.


"옳지. 후후... 빵 하나로는 부족하지?"


"저... 저녁 먹어서... 괜..."


"야식도 먹어야 사람이 살지. 안그래?"


이딴 쓰레기를 집어먹을 바엔 한두끼 정도는 굶는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하고, 목 끝까지 차오른 토사물을 겨우 도로 삼키며 생각하던 준철은, 자신의 뒷통수를 잡아서 끌어당기는 강한 악력에 저항 하나 없이 끌려갔고, 그 이동의 종착지는...


(물컹-)


...바로, 화끈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마치 거대한 목성과도 같이 가스를 잔뜩 머금고 부풀어오른 하윤의 거대한 똥궁뎅이 사이의 깊고 어두운 골짜기 속, 그 속에서도 가장 깊은 은밀하고도 음탕한 자리에 수줍게 숨은, 연한 갈색으로 건강하게 물든 그녀의 방귀구멍 바로 앞이었다.


"...으븝...?!"


'...냄새...! 으극...! 시체 안치소에서 썩어가는 제일 부패한 시체의 내장에 코를 박고 숨을 쉬어도 이거보다 낫겠어...!


"선배가 야식이라도 사줘야겠네~"


"크흡...! 아... 아니..."


마지막으로 힘을 짜내어 목소리를 내 보려 한 준철이지만, 이내 그 목소리는...


뿌푸브브브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롸라랍!


'...크...으읍...?! 차원이 다른...!'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푸브륵! 부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럵!


...그 거대한 엉덩이가 쏟아낸 거대한 굉음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뿌브브브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프브브프브르르프브브프프브르륵!


...스트레스, 장트러블, 그리고 자극적인 식습관과 습관화된 빈 속에 커피를 들이붓는 행동. 그 모든 행동의 결과로 인해 만들어진 극히 지독하고 역겨운 가스는, 어느새 하윤의 몸 속을 서서히 잠식하기 시작한 오묘하고 비릿하며 음란한 '이 세계의 것이 아닌' 액기스와 함께 융화되어, 그녀의 지저분한 방귀구멍을 넘어 폭탄 수십 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것 같은, 창문이 덜컹거리며 흔들릴 정도의 굉음, 충격파와 함께 준철의 콧구멍을 폭발하는 화산의 마그마와도 같이, 준철의 얼굴을 덮쳤다.


있는 힘껏 견뎌대던 그의 신체 기관은 그 맹렬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살겠다는 일념으로 콧물, 코피, 침,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으며, 마치 그 연약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조롱하듯, 탱글탱글하게 부풀어오른, 지극히 음란하기 짝이 없는 폭력적인 하윤의 엉덩이가, 그 방귀의 진동으로 인해 마구마구 떨리며 준철의 뺨과 콧잔등을 마구 때려댔다. 마치 마사지기를 최대 출력으로 설정한 다음 양 뺨에 붙여놓은 것만 같은 자극이 준철에게 일말의 자비도 없이 모두 전해져왔다.


뿌르르르르브프브르르르프프브븝-부루룱!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루푸부루부푸뷔뤼리푸부피비피피비디디비피피비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딕-!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이전보다 두 배로, 그 두 배의 두 배의 곱절처럼 느껴지는 맹렬한 가스의 폭풍. 온 몸을 썩히고 녹이려는 듯 전신을 감싸고 흐르는 가스를 있는 대로 들이마신 준철은,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머리가 쪼개질 것만 같았고, 온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이 쓰라리고 아려왔다.


대체 이 소리를, 그리고 냄새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끔찍하고 추잡하기가 이루 말할데 없는, 가히 설명하기 힘든... 무어라 설명하기도 싫은, 마치 단백질로 잔뜩 배를 채운 여자 운동부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군고구마와 계란 수십인분을 까먹으며 털털하고 당당하게, 팬티와 운동복이 다 찢어져 헤지도록 마구 쏴갈기는 수십 명 분의 방귀보다도 더욱 추잡한 소리가 아닐까.


냄새... 냄새는... 가히 그의 이해로는 설명하기 힘든 레벨이었다. 나름대로 학창시절에 책도 여러 권 읽었던 그였지만, 도무지, 좀처럼, 이 끔찍한 메탄과 유황의 혼합물이 풍겨대는, 코와 폐를 죄다 썩히고 녹여버릴 것만 같은 독가스와도 같은 그 악취를 묘사할 길이 없었다.


가스 속에서 녹아서 물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곤죽이 되어 흘러내릴 것 같았다. 정신이 흐릿해진다. 끊임없는 악취와 소음, 그리고 살을 녹이는 것 같은 뜨거운 열풍 속에서, 준철은 끝없이, 끝없이... 거진 2시간이 넘도록 시달리며, 서서히 무너지고, 특히, 마음 속 어딘가 한 구석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 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구려... 역겨워... 하지만...'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이 냄새가...'


부르륵-뿌붜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럵! 뿌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앙!


'...좋아...'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푸뷔리리리리리리릭!


...그 떨어져 나간 마음 한 구석을, 말로 설명하기 힘든, 더럽고 추잡하지만, 한없이 원초적이고 순수한, 그리고... 분홍빛으로 반짝일 것만 같은, 피어나는 보석과도 같은 욕망이, 그 자리에 들어앉기 시작했다.


"...흐윽... 흡..."


"...어땠어? 내가 준비한... 야. 식. 후후..."


"...토 나와요. 역겹고... 미칠 것 같은데... 너무 좋아요..."


"...정말이니?"


"...기분이 이상해요... 느껴본 적 없는..."


[...너에게 물들었어.]


"...물들어...?"


[...저 아이를 봐.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도 뻔하지 않아...?]


"...원...해...?"


[잘 봐. ...너의 거대하고 매력적인, 아름다운 그 여체의 똥방귀탱크를 원하는 코, 너의 부드럽고 야한 몸을 향하는 손, 그리고... 너의 그 예쁜 얼굴을 바라는 눈과, 그 앵두같은 입술을 자신의 것으로 하려는 듯 움찔거리는 입... 저 아이는...]


"...나...나를 정말..."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겠네...]


"..."


[...저 아이를, 네 사랑으로 가득 채워줘야겠지...?]


지금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 무엇인지, 하윤은 알 겨를이 없었다. 외부의 존재든, 누군가의 환청이든, 혹은 자신의 마음이든...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였다. 핵심은...


"...준철 씨... 아니, 응... 편하게 말 놓고 해도 돼...?"


"...응... 선배..."


"...선배 말구. 김하윤... 하윤이라고 해줘. 반말로."


"...하윤...아... 너의 냄새가... 정말 좋아..."


"...나중에 지독하다고 다른 말 하는거 아니지?"


"...아니야... 그럴 리 없... 없잖아..."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 준철. 하지만, 이 흐릿하고 모호한 환상 속 경계에 빠진 것 같은 느낌 속에서도, 지금 자신이 느끼는 것이... 성욕, 사랑, 타오르는 정열, 그리고 육욕...


"으...으헤헤...헤에... 이거... 꿈 아니겠지이...?"


"...꿈일 리가. ...자기야."


그리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마치 운명과도 같은, 반짝이는 감정에 사로잡힌 준철 또한, 강렬한 리비도에 몸을 맡기고, 그녀와 황홀한 교감을 즐겨보기로 했다.


"헤에에... 내 방귀가... 그렇게 좋은거야아...?"


"...정말 좋아... 냄새가...


뿌드부프부브드두브브두두드르르브프브드드드드득-! 뿌룩-뿝! 뿌르르르브르브푸부부르뿟프비디디딕-! 푸드득푹푸부롸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우우웅-!


"다시 들려줘... 이게 좋다구...?"


"...너무... 황홀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지독한데... 더 마시고 싶어... 하윤아..."


꿈이 아니고, 그저 당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끈적한 몸짓으로, 적극적으로 손을 움직여, 준철의 바지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싫으면 말해? 알았지...?"


"...싫으면 애초에 못하게 했겠지."


"자연스럽게 말 놓았네. 너도, 나도. ...에헤... 꿈이 아니네..."


(꾸루루루루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연유를 잔뜩 넣은 커피를 마시고 와서. 다 소화하려면... 오늘, 너도, 나도... 퇴근하긴 글렀네에...♡"


...이후, 회사 내의 모든 환풍기를 전부 가동해도, 환기에 무려 두어 시간이 걸릴 정도로... 아주 격렬한 시간을 보낸 둘이었다.




-----------------몇 시간 뒤-----------------




"...음냐앙... 또 배고프네..."


"으응... 후우... 선배, 아니... 하윤아. 지금 벌써... 그 뭐지? 엽기떡기?"


"엽기떡볶이! 바보야. 그런 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았어? 인생을 몇 년이나 손해보면서 산 거냐구."


"...딱히. 내 입장에서는 뭐 맛있는 것들이 많으니까. 돈까스라던가..."


"남자들은 다 똑같더라. 내 여동생 하나 남자친구도 제육 돈까스 삼겹살 국밥 이런걸 제일 좋아하던데."


"그걸 싫어하는 남자들이 있을까?"


"푸후후..."


잔뜩 즐기고, 동이 트지도 않은 한참 이른 새벽, 온갖 배달음식을 있는 대로 죄다 시켜먹고, 쓰레기는 구석에 대충 묶어놓고 서로에게 몸을 기대고 잔뜩 애정행각을 하는 둘. 이내 몸을 일으켜 종량제봉투에 온갖 쓰레기들을 집어넣고, 기묘할 정도로 강인해진 스태미나를 바탕으로 체력을 회복하고 밤 늦게까지,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첫날밤을 보낸 둘은, 문득 시계를 보고는 같은 생각을 했다.


"...아 참. 생각해보니..."


"...출근할 사람들이 오기 전에 여길 치워야겠는데."


"출근... 에휴, 그 웬수같은 것들을 다시 봐야 한다니..."


"아하하... 좀 아니꼽긴 하지?"


"조금만 아니꼬운 줄 알아? 지금 회사에 신입이 왜 너밖에 없는지 알아?"


"...음?"


그리고, 의아함을 표하는 준철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는 하윤. 들으면서 어이가 가출을 한 그는, 이래서 좆소 좆소 하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허탈한 듯 쓰레기 봉투를 화풀이 삼아 집어던졌다.


(퉁-)


"...참나... 뭐 이런..."


"꼽지. 나도 알지. 후우... 아, 그럼 말이지..."


"음?"


"소소한 복수라도 해볼래?"


"...그래도... 되나? 아무리 그래도..."


"천만에 말씀. 우리가 나쁜 사람처럼 느껴져? 진짜 빌런은 말이지,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를 소모품처럼만 보고, 조금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고 해서 온갖 모욕을 주는 그쪽 동네 사람들이 더 사악한거지. 안그래?"


"...그런... 그런 건가...?"


"...우린, 핍박받는 소시민들을 대표하는 영웅인거야."


"거...거기까진 너무 간 것 같지만... 아하하..."


"...아무튼! 내게 좋은 생각이 있거든..."

준철은 매우 궁금했다. 그녀가 말하는 '좋은 생각' 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자연스레 몸을 구부려 그녀에게로 향했다.


"...좋은 생각이라는 게 뭐야?"


"...우선, 아주 강한 접착제가 필요해."




-----------또 다시, 몇 시간 뒤-----------




"하윤 씨. 자료는?"


"여기 있습니다."


"...흠... 화장실에서 농땡이 피우지 말고 바로 와요. 발표자는 당신이니까."


"원래 제 일이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요?"


"군말 말고 시키는 일이나 해요."


"..."


"...왜죠?"


"...아닙니다. 금방 갈게요."


"...흥..."


눈을 흘기며 자료를 다시 건네고 회의실로 가는 그녀의 상사. 그녀는, 하윤이 피식 웃으며 남모르게 비웃음을 흘린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듯 했다.


"...후후..."


[타닥...타닥..]


[준철아. 지금이야. 슬슬 시작하자.]


...그리고,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 이와 같은 문자를 보냈다는 것 또한,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




"...즉, 이전 분기 대비, 인지도 측면이 크게 올라왔고, 이로 미루어 보아 틈새시장을 노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상을 준 것으로 보이며, 이로 미루어보아..."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


"...흠! 죄송합니다. 속이 좀 안 좋네요."


"...괜찮습니다. 하윤 씨. 계속하세요."


곳곳에서 비웃음과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대로라면, 그 소리로 인해 더욱 스트레스를 받아 속이 끓어올랐겠지만, 지금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계속하겠습니다. 이로 미루어보아,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동시에 규모있는 판로를 개척할..."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푸흡..."


"...크흠... 어우..."


"...아 썩은내 씨... 진짜 속이 썩었나?"


"진짜 존나 더럽다... 푸후후... 야, 안그래?"


"누가 뭐래? 어우... 저래서야... 쯧..."


"...김하윤 씨. 조금 자제해주길 바랍니다. ...지저분하게시리..."


"...죄송합니다. 매운 음식을 너무 먹었나보네요. 계속하겠습니다. 이렇게 개척된 판로를 바탕..."


뿌롸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우우우우우으브브브브븟! 뿌프프프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하윤 씨!"


"왜요. 생각해보니 제가 죄송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요?"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뷰뷰뷰뷰류류븁퓨쥬쥬쥬쥬쥬쥬쥬쥬쥭! 뿌르르르부푸프브프프브프즈즈프브브즈즈즙-!


"당신들은 방귀도 안 뀌나요? 유난 떨지 마시고 회의에 집중하시죠. 계속... 아, 실례."


뿌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뷰뷰퓨퓨뷰뷰쥬퓨뷰루르르르브프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우욱... 토할 것 같아..."


"환기... 환기나 하죠...! 회의는 걍 나중에..."


"중요한 회의라면서요? 모두 착석!"


뿌우우우욱! 뿌프브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롸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하아... 중요한 회의들이라면서. 정말 다들 실망이네요. 방귀냄새 하나 못 버티고 이러는거에요?"


"진짜 해고당하고 싶어요? 김하윤 씨?! 우욱... 창문 열어요. 다들 빨리!"


(덜컹-)


"...아...?"


(삐그덕- 쿵쿵쿵!)


"...왜...왜이래?!"


"뭐해요! 안 열고!"


"...차...창문이 모두 접착제로...!"


"...뭐요?!"


"에어컨 틀었잖아요. 여기서 문 열면 전기 낭비, 냉매 낭비! 환경 생각해야죠. 다들."


"김하윤 씨...! 지금 ㅁ..."


"듣기 싫어요. 흥...!"


뿌루루루르르르프브프프프르르프브브드드드드드드다다다다다닥!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프프프프브브프프르르프브브드드드드드드프프브르륵!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우욱...! 문 열어요! 빨리!"


"안될텐데~?"


(철컹-철컹철컹철컹!)


"무...문은 또 왜 이래! 열쇠 어딨어요!"


(철컥-)


"...아...아악...! 왜 이래!"


"이번엔 또 뭐에요!"


"...안 열려요! 밖에서 뭔가 막고 있습니다!"




-------------------




"...음? 준철 씨."


"어? 주현민 선배님 맞으시죠?"


"아이 참... 선배님같은 호칭 말고 편하게 대해요. 같이 회사에서 구르는 사이인데. 그나저나, 여기 회의실 아니에요?"


회의실 문 바로 코앞에, 온갖 사물들을 적재하여 쌓아 단단히 봉하는 그를 본 다른 직원은,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궁금한 마음에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장소 옮겼대요. 안에 문제가 생겨서... 누구도 못 들어가게 이렇게 막으라고 해서요."


"아니, 이 많은걸 혼자 다 옮겼어요?! 저라도 부르지... 팔 괜찮아요?"


"아하하... 괜찮습니다. 선배. 아, 저기 저것좀..."


"영...차...! 무겁네요...!"


(쿠웅-!)


"...후우... 뭐 이런... 힘이 굉장히 쎄시네요."


"그런가요? 하하... 뭐, 그래도 다 옮긴 것 같네요. 영차..."


"...하긴. 이런 개좆소니까 무식한 방법... 아, 제가 이런 말 했다는건 사장님한텐 비밀입니다?"


"물론이죠. 선배. 나중에... 참. 점심 시간에 무슨 일 없죠?"


"마땅히 없는데. 왜요?"


"...그때 회사에 남지 말아요. 제가 촉이라는게 좋은 사람인데... 제 촉이 오늘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 어차피 반차라 말이죠. ...나중에 봐요."


"예. 선배."


뭔가 묘한 낌새를 느꼈지만, 대충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가서 오늘 업데이트한다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 자신의 자리로 향하는 그였다.




-------------------




그리고, 그냥 평범한 지옥도 아니고, 썩어가는 악취를 풍기는 오물이 가득 들어찬 말레볼제의 제 2원의 풍경보다도 더욱 끔찍한 인외마경이 되어가는 회의실 속, 그리고, 그 회의실의 중심에서, 그녀는 아예 엉덩이를 뒤로 쭉 빼밀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향해, 악의가 가득한 독가스를 내뿜고 있었다.


뿌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부루루루푸부루루루루풉푸부루루루브브프프브브프프드드드다다다다다닥!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그만...! 그만!"


"지독해... 우욱... 아... 머리가..."


(쿵- 털썩...)


"...하... 하윤 씨... 이제 제발 그만... 그만..."


"흐음... 그만 할까요, 말까요?"


하윤은, 책상 위에 올려진 화분에 있는 꽃 한송이를 잡아 뜯어 손에 쥐고는 말했다.


"...이 꽃을 가지고 한번 생각해보죠. 가만보자... 여덟 장이네. 음..."


곧이어, 그녀는 꽃잎 한 장을 떼며 말했다.


"...나 방귀 뀔 때 마다 대놓고 모욕 줬던거..."


(뚝...)


"...배려 차원에서 최대한 소리 줄여서 뀌었는데 별 유난을 다 치던 거..."


(뚝...)


"...내 간식인 구운 계란 허락도 없이 쳐먹고 말도 안하고 그냥 넘어간 거... 이건 연대책임."


(뚝...)


"...점심시간에 잔업 시킨 거..."


(뚝...)


"...거기, 아줌마귀."


"...뭐에요?!"


"그래. 너 말이야 너. 이 미친 노괴년아. 평소 나한테 하던 짓 생각해서 한 장."


(뚝...)


"...괘씸하니까 한 장 더."


(뚝...)


"...그리고, 어제도 그제도... 냄새난다고 나 빼고 맨날 회식자리 가졌던 거..."


(뚝...)


"...이건 대놓고 나더러 뿡뿡이라고 놀려댄 거. ...와! 진짜 엄청나게 동네 북이었네 내가. 안 그래요?"


"..."


"안 그러냐고!"


"...미안합니다. 정말..."


"하아... 열심히 사는 여동생한테 폐 끼치기 싫어서 참고 있었는데... 진짜 다들 최악이네요. 정말로. 끔찍한 족속들 같으니. 우리 부서에서 왜 내가 만년 막내인지 이해가 가네요. 신입이 오겠냐고."


"우...우리가 잘못... 했어... 그러니..."


"...살려달라? 꽃잎 한 장 남았으니? 그 짓거리를 해놓고도?"


"..."


"...뭐, 난 착한 사람이니까요. ...흠. 살려줄까요? ...그럴 리가!"


(뚝...)


"...어제. 대놓고 우리 둘 다 야근시켜놓고 야근 수당도 못 쓰게 하고, 허구한 날 자기 일 떠넘긴거!"


뿌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말이 끝나자, 그녀는 꽃 몸만 남은 식물 잔해를 자신의 엉덩이로 향하게 한 뒤, 다시 한 번 힘차게 가스를 분사했고, 당연하면 당연하게도... 그 가스 덩어리에 직격당한 식물은 곧바로 썩어 문드러지고 말았다.


"...으...우욱..."


"다들 감사하게 생각하도록 해. 마음만 같아서는 폐를 전부 썩혀서 저 세상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지만... 착한 준철씨가 당신들같은 쓰레기들한테도 한 번 더 기회를 주자고 해서 겨우겨우 참고 넘어가는 거니까. 기절할 때 까지 내 냄새 속에서 몸부림치는걸로 반성해. 전부 다!"


뿌봐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뿍부부부부루루루루루루루룳! 뿌루루룩! 뿌퓨뷰뷰루푸뷰뷰쥬뷰뷰퓨퓨쥬쥬쥬쥬쥽-! 뿌프브브르브즈즈브브프브다다닥-!


"흐응... 어디... 시계가... 어머, 회의 시작하고 이제 한 시간 지났어?"


뿌쥬쥭! 뿌루푸부루푸브르브프브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즈즈프프브즈즈브프즈즈르브프프브즈즈즈프프브즈즈즈즈즈즈즈브프픕-! 뿌우우우우욱! 뿌퓨뷰루부퓨부루뷰푸부브브르르프브브프프브브프프프브브프득! 뿌부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앞으로 두 시간은 더..."


뿌부퓨뷰류브프브브다다다다다다닥! 뿌뷰뷰루루퓨뷰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뿌슷! 뿌보로로포보로로보로로로보보로로로로록! 뽀로뤼리릭! 뿟쁘프프브프드드득! 뿌뷰쥬쥬쥬뷰퓨뷰쥬쥬쥬쥬쥬즈즈즙-! 뿌루루룩!


"내 냄새나..."


뿌루루루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뷰뷰뷰퓨뷰류부부부부부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뿌다다다다다닥!


"질릴 때까지...!"


뿌다다다닥! 뿌롸라락! 뿌부뤄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럵! 뿌푸푸푸부루푸부푸푸부루푸부루부푸푸부루푸부푸부루루루루부푸푸루루루룱! 뿌우우우웅!


"맡으라고... 이 괘씸한 쓰레기들!"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똥구덩이 이상으로 끔찍한 악취를 마구 풍겨대는 회의장 안에서, 하윤을 제외한 모두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닫혀버린 창문을 마구 두들기며, 문을 마구 밀고 당겨대며 부질없는 저항을 했지만, 그 꼴이 보기 싫다는 듯, 아랫배를 잔뜩 주무르며 아예 눈이 따갑다 못해 대기 중 공기의 색이 누렇게 뜨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찐득하고 끈적해지도록, 더욱 무자비하게 방귀를 쏟아내는 하윤. 그 악취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토사물을 흩뿌리며 쓰러지기 전 까지, 그녀의 가스는 조금도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다.




뿌스스슷-! 뿌숫!


"...하아. 좀 시원하네~"


"..."


"다들 수면부족이야? 잠에 빠졌네~ 아니, 영원한 잠인가?"


악취에 있는 대로 절여져 반쯤 시체가 된, 기절한 직원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다니며,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들의 머리를 사뿐히 즈려밟거나, 기절한 사람의 코와 입에 대고 있는 힘껏 방귀를 다시금 분사하고, 기절하진 않았어도 무력화된 이들을 끝까지 찾아 머리가 썩는 것 같은 악취를 강제로 주입한 뒤, 모조리 움직임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똑똑 두드리며 신호하는 하윤.


(똑똑-)


(끼이이익- 끼익... 드르륵- 끼기기기기기긱...)


"하윤아. 좋은 시간을 가진 것 같네?"


"묵은 체중이 싹...!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내려간 기분~"


"...하아... 이렇게 역겹고 지독한... 너무 황홀하네..."


"아...아이 참... 이런 칭찬을 들으면 오히려 부끄러운데..."


"...아... 여기서 잔뜩 더 맡으면서... 해피해피한 시간을 갖고 싶지만, 시간이 촉박하니까."


"남들이 보기 전에 가자고, 옥상으로."




---------------수 분 뒤, 옥상---------------




(끼익-)


"응? 선배!"


"아, 준철 씨 아니에요? 옆은... 아, 마케팅부 쪽 김하윤 씨 맞죠?"


"네. 맞아요."


"음, 반가워요. 오늘 마케팅 부 회의가 있었다던데... 회의 끝나고 밀회라도 하러 온 것 같네요."


"...야. 주현민. 너는 뭐 사람 가려가면서 말이나 해라."


"왜? 농담도 못하냐? ...아, 미안해요. 얘가 주식 물려서 좀 까칠해요."


"아이... 닥치라고 했지! 야, 너는 이럴 일 안생길 것 같냐?"


"어~ 삼전 9층에서 물린사람이랑은 말안할거야~"


"야! 이 좆... 아, 미안해요. 소란스러웠죠? 이여름이라고 해요. 이 웬수랑 같은 팀이고요."


"음... 둘이?"


"절대 아니에요."


"끔찍한 소리!"


"..."


"..."


'...하윤아. 저 둘, 금방 사귈 것 같지?'


'사내연애... 뭐, 모르는 사람들이라 큰 관심은 없지만, 괜히 질투하는 잡종들한테 걸리지만 말았으면 하는데.'


"...우린 내려가볼게요. 전 반차라."


"...반차? 야! 우리 바빠 죽겠는데..."


"꼬우면 너도 써라~"


"돌았냐?!"


"어~ 난 1인분 했어~"


(끼익-)


"...저 미친새끼가 진짜!"


(끼익- 쾅!)


(...아! 야! 악... 아파! 야! ...알았어. 따라가서 도와줄테니까. ...점심은 니가 사라. 내차 타.)


기묘한 기류가 흐르는 티격거림을 뒤로 하고, 둘은 정비 쪽에 소질이 있는 준철은 하윤과 함께 환기구 앞으로 향했다.


"...여기가 그거지?"


"네. ...현민 선배도 나가는 거... 저 차네요. 확인했으니..."


환기구의 패널을 몇 번 조작하던 준철은, 하윤을 향해 씩 웃으며 신호를 주었다.


"...방귀냄새로 사람을 그렇게 꼽을 줬다 이거지? ...후후... 그 하찮고 더럽게 본 방귀로 기절하고도 그럴 수 있는지 보자고. 진짜 매력도 모르는 등신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르르르브프프브프픗-! 뿌푸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랍! 뿌와아아악! 뿌프브브프프드브프프르르브프프브르르브프픅! 뿌부뷰쥬뷰퓨뷰쥬퓨뷰쥬류류뷰퓨퓨쥬쥬듀듁! 뿌르르릇!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마케팅부 뭔일이래?"


"몰라. 다들..."


"...흡...?!"


"욱...! 이게 무슨... 우... 우웨에에에엑-!"


"...어이, 다들 왜... 우븝?! 우욱...! 썩은...!"


8층, 7층, 6층... 천천히, 완전히, 그리고 확실하게, 악취에 잠식되어가며, 현세에 강림한 지옥으로 변모해가는 건물. 그 건물 전체가, 오직 그녀의 악취로 인해, 아무 것도 없이, 어떠한 무기도 없이... 그저, 하윤의 방귀 단 하나로, 그 수백, 수천, 아니, 수만 리터에 달하는 그 방귀가 건물 전체를 빈틈없이 메워나갔고, 차례차례, 모두가, 그 악취에 중독되어 쓰러지며, 신선한 산소를 갈구하듯 창문 근처로 기어가, 어떻게든 문을 열고, 더러는 회사의 기물들을 창문을 향해 내던져 창문을 깨 부수며, 어떻게든 그 자리로 산소가 들어오게 하려고 온 힘을 다해 처절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위쪽에서부터 무지막지하게, 기괴한 소리와 함께 쏟아져나오는 이 악취는, 신선한 공기를 모두 바깥으로 밀어내며, 이 건물 안에 두 다리로 서 있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게 만들겠다는 듯, 끝을 모르고 쏟아져나올 뿐이었다.




------------------




"...네. 주현민입니다. 부장님. ...응? ...여보세요? 여보세요!"


"...뭐야. 주현민. 왜그래?"


"...몰라. 갑자기 전화 걸어서 숨 넘어가는 소리 몇번 내더니 끊어지던데."


"장난전화네."


"...장난전화를 부장님 번호로 걸어?"


"...에?"


"..."


"..."


"...뭐, 우린 우리 일이나 하고 가자고."


"오랜만에 쓸모 있는 소리를 하는구나. 현민아?"


"...나 걍 갈래."


"삐지지 마! 알았어, 미안하다고 바보야!"


"사과하는 사람 태도가 영 아닌데?"


"...으..."




------------------




"하아... 시원하네."


"...별천지네. 이야..."


"어디? ...햐아..."


몰래 건물 아래를 슬쩍 내려다보는 하윤과 준철. 소방차, 경찰차, 그리고 구급차... 게다가, 인근 군부대에서 가스테러 의심 신고를 접하고 군 병력을 파견한 상태였고, 대태러부대까지 투입된 상황이었다. 인간이 30분 기절 안하고 버티면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는 평을 내려도 될 것 같은 무지막지한 악취가 휘몰아치는 그 환경 속에서, 겨우겨우 진입시도를 하며, 가스에 중독된 듯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보이는 사람들을 밖으로 옮기고 있었고, 너나할것 없이 방독면을 단단히 쓰고도 구릿하게 느껴지는 악취에 숨을 고르며 힘들어하는 듯 했다.


"...장난 아니네. 헤헤... 진작 솔직해질 걸 그랬어."


"...괜히 죄 짓는 기분이..."


"뭐, 야근 수당도 안주고 사람 모욕하고 냄새난다고 뭐라하고... 기타 등등! 나쁜 짓 잔뜩 한 상사들한테 복수해줬다고 생각하자고. 안그래?"


"...그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저들을 만나서 뭐라고 해야 할 지..."


"만나? 왜? 도망가면 그만인데."


"옥상에서... 어떻..."


(차르르- 사라라락-!)


"...에에에에?!"


"...언제부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번데기를 찢은 나비처럼 말이야..."


"하...하윤아... 이건..."


소스라치게 놀라는 준철. 그는, 하윤의 등에서 옷을 찢고 뻗어나오는 반투명한 분홍빛의 날개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넘어졌고, 이내 어디선가 반짝이는 가루를 끌고 와 반나체의 몸을 가리며, 반짝이는 별이 담긴 것 같은 분홍빛 눈동자로 놀라 자빠진 준철의 눈을 마주보며, 그에게 손을 내미는 하윤의 표정은, 이 세상의 것이라고 부르기 힘든 신비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나랑 가자. 준철아. 새로운 세상으로."


"...놓고 온 것도 많고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무를 순 없지."


"후후... 네가 거절해도 그냥 끌고 갈 생각이었어. 자, 그럼..."


준철을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하는 하윤의 곁에 분홍빛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고, 기묘하게 생긴, 작은 사람같은 비행체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건..."


"어머... 예쁘다..."


"와아~ 새 친구들이야...!"


"우리가 남긴 흔적에 아주 잘 맞아! 티타니아 님께 데려가자!"


"부탁할게. 얘들아. ...앗! 너는...!"


하윤은, 한 요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양 손을 꼭 잡고, 고마운 듯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했다.


"네가... 내 마음 속에서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요정인거지?"


"에헤헤... 그 용기를 잡은 건 너인걸. 정말 멋졌어. ...자! 우리, 이제 출발하자!"


"...그.... 근데 대체 어디로... 하윤아, 어디로 갈 거야?"


"나? 나도 몰라! 그냥 어디론가 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막연하게만 들더라고. ...도와줄거지?"


"물론이지! 어서 가자! 모두가 기다릴거야! 자, 하나... 둘!"


(파앙-!)


이내, 그 자리에는 어디론가 휘날려 사라지는 분홍빛 가루만이 남게 되었고...


(쿵-! 끼익...)


"...상황 보고... 보고. 옥상엔 아무도 없습니다."


[보고 확인. ...더 이상의 사람은 없는 것 같군. 철수해도 좋다.]


"알겠습니다."


그 자리까지 올라온 조사대는, 그저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단...


(뚜벅...뚜벅...)


"..."


"엇... 왜 그러십니까?"


"...저기. 정수기 옆에 말이야."


"...네. 왜 그러십니까?"


"저기, 동상 하나 있지 않았나? 조각상이든 뭐든..."


"...눌린 흔적은 있는데 말이죠."


"..."


"...아마 우리가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해야겠군. 확실히 저쪽은 사람 없는걸 확인했으니. 가자!"


그 자리에 남아있던 오색빛 가루는, 그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확인이라도 한 듯, 어느 순간 서서히 움직여, 다시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환풍기의 기류를 타고 어디론가 흩어져 갔다.




-------------------몇 시간 뒤-------------------




"민호야! 김민호!"


IACU 대한민국 서울 지부 제 2기지 소속 김민호 요원은,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하나구나. 나 보려고 왔어?"


"그것도 맞지만... 전달 사항이 있어서."


"전달 사항?"


"방금 막 내려온 소식인데, 괴현상들이 직접 나타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너한테 더 필요한 정보같은데, 혹시 전달 못받았을까봐."


민호는, 그런 말을 하며 자신에게 몇 장의 서류철을 내미는 하나로부터 그 서류들을 전달받았다.


"...이게 뭘까나."


"새로운 생물형 이상현상이 감지되었대."


"...그래? 우리 하나같은 연구원들이 알아서 적당한 C타입..."


뭐 대수냐는 듯 가벼운 어조로 말을 하던 민호는, 서류에 적힌 대상 개체의 상태를 보고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버렸다.


"...알레프...? 바브나 기멜 등급도 아니고 알레프...?"


"...응."


"...알레프 관리등급을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네... 현상 형태의 알레프 등급이 아니라 생물 형태의 알레프라는 건..."


"...생물재해... 라는 거겠지."


"...음..."


김민호 요원은, 김하나 연구원의 부차적인 설명을 들은 뒤, 잔뜩 긴장이 묻어나는 손으로 서류철을 펼쳤다.




-----------------------------------------------------




[임시 개체명 : 가스 요정]


[임시 인식번호 : C-2-XXX]


[임시 관리 등급 : Alef]


[현상 분류 : Type [ C ] ]




특수 격리 절차 - 규명되지 않음


설명 (보충 필요) - 해당 개체는 최소 30cm에서 최대 89cm까지, 비교적 다양한 크기의 개체가 존재하며, 200~400루멘의 약한 빛을 내는 생물 발광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날개를 가지고 있으나, 날개의 느린 움직임 및 작은 크기 등으로 유추해보건데, 날개를 이용해 비행을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기본적인 속도는 평균적인 인간의 달리기 속력보다 느리고 걷는 속도보다 살짝 빠르지만, 공간 변칙성을 가지고 있어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사라지는 경우가 잦다.


나타나기 전 밝게 빛나는 반짝이는 가루와 함께 나타난다. 해당 가루가 시야에 포착되었다는 것은 해당 개체의 목표물이 되었다는 의미이며, 3시간 이내로 목표가 된 대상 주위에 해당 개체가 직접 나타난다. 목표가 된 대상은 반드시 남성과 교제를 하지 않는 이성애자 여성으로만 한정된다. 그리고 개체가 직접 나타난 경우, 해당하는 개체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지만, 어떠한 행위로도 파괴가 불가능하다.


이후, 기회가 포착된다면 개체는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정신적 간섭을 하며 명령을 내리는데, 정확한 조건은 현재 판명되지 않았으나, 공통적으로는 '방귀' 를 이용하여 주변에 직접, 간접적 피해를 내릴 수 있는 경우가 된다면 높은 확률로 정신 간섭을 행한다.


이 경우, 피해자는 해당 변칙 개체의 '정신적 목소리' 를 '자신의 의지' 와 혼동하게 되며, 해당 개체의 의지를 자신의 의지로 오인하고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지는 점차 해당 개체의 의지와 뒤섞이며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고, 동시에 규명 불가능한 원리로 인해 피해자의 장은 특수한 상태가 되어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비현실적인 양의 가스를 생산 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후, 피해자는 이성의 대상 하나에게 '강한 매혹과 정신 조작' 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며, 이 상태는 대상의 잠재의식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여, 일종의 상식 개조를 이루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 기타 사항은 대부분 불명이나, 해당 변칙 개체에 영향을 받은 인물들은 모두 '위치 추적 자체가 불가능한 곳으로 실종'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실종 현상은 언제나 또 다른 개체의 활성화를 불러일으키며, 개체의 각종 공간 변칙성이 일시적으로 극대화되어 해당 개체가 이동하거나 나타날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추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 의심되는 장소마다 요원들을 미리 파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당 시점에서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이는, 조각상으로 위장한 기물은 혼란을 틈타 변칙성을 발휘하여 사라진 뒤 자신들의 동료와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리치 개체의 자문에 따르면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돌아온다면 그들을 인간으로 취급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는 확답을 줄 수 없다. 그것도, 제 발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사라진 뒤 이 세상을 자신들과 같은 악취 덩어리로 물들이려는, 그리고 이 세상의 변화를 더욱 끌어당겨 가속화시키려는... 과격파 급진 마물, 인간의 기준에서는 악당이라 부르기에 충분한 사고를 가진 이들을.' 라는 말을 남겼다. 또한, 극도로 변화무쌍하고 악의가 없는 순수한 동심에 따라 움직여, 부정적인 신호를 감지하는 기존의 말레버런스 시스템으로 변칙성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매 출현 시 마다 실종자와 피해자를 만들기에 알레프 등급으로 분류되었다.




----------------------------------------------------------




"...이게 사실이라면 꽤나 골치아프겠는걸..."


"당사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겟으로 노려질 수 있다... 는 거지."


...생각해보면,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피해 규모가 얼마나 퍼진 거지? 우리의 힘으로 파악할 수 없는...


"...민호야? 김민호!"


"...아! ...생각할 게 있어서. ...내일 모레가 이세계 탐사기도 하고."


"...조심히 잘 하고 돌아와."


"...그래. 걱정 마."


민호는, 하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그녀를 안심시키고는 자신의 부서로 향했다. 그의 뒤를 보며, 김하나 연구원은 서류철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어제부터 언니 전화는 왜 계속 꺼져있는걸까..."


[♬♪-♬♩♪~]


"...응?"


갑작스럽게 울리는 김하나 연구원의 전화벨. 지역번호도, 010도 아닌 내부 직원용 인트라넷과 연결된 특수 코드로 시작하는 번호를 확인한 그녀는, 스팸인가? 싶으면서도 뭔가 쎄한 느낌이 들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하나 연구원이십니까?]


"...아... 네. 누구시고, 무슨 일로..."


[IACU 한국 지부 직속 이상현상조사국 초현실발현사고수사과 소속 ■■■ 수사관입니다. 김하윤 씨... 하고 무슨 관계 되시죠?]


"...네? 우리 언니인데... ...네. ...전화... 어제부터 지금까지 계속 안되긴 했어요. ...네."




......




"...네?! 실종이요...?! 그것도 변칙현상으로?!"




===================================================




"...그게... 현재 미규명된 알레프 급 이상현상에 휩쓸린 자네 언니에 대한 내부 조사 결과인가..."


"...그렇...습니다."


"...알겠네. 심란할텐데... 이렇게 이야기해줘서 고맙네."


"...네. 국장님. 그럼..."


"...리치 개체가 말하지 않았나. 생명에 대한 위협은 없을 거야. 어디가 되었든, 그녀는 살아있을걸세. 분명히 별 일 없을걸세. 크게 걱정하지 말게."


"...그렇... 그래야겠죠. 후우..."


"...곧바로 대응팀을 소집해야겠군. 연구팀에 연락해서 리치 개체를 호출하게. 먼저 나가보겠나? 그리고, 김민호 요원. 잠시..."


"...먼저 나가볼게."


(끼익... 쿵-)


"...김민호 요원. 잠시 이걸 보겠나?"


"이건..."


"...보이나? 김하나 연구원의 정신 상태가 크게 불안정해지고 있네. 그것도, 지금 실시간으로. 자네까지 떠나면 이전에 다양한 정신 간섭 개체들에 접촉한 적 있던 김하나 연구원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군. 자네는 해당 작전에서..."


"...알겠습니다. 절 대체할 대원은 있죠?"


"...걱정 말게. 우선 물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에서부터 탐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우리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이세계의 사람이 둘이나 있다더군. 남성 하나, 여성 하나라던데... 걱정 말게."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이해해줘서 고맙네. 둘 다. ...후우우... 가봐도 좋네."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김민호 요원과 함께 급하게 자리를 뜨는 그녀를 뒤로 하고, 다시 각종 문서들을 뒤적이며 한숨을 내쉬는 국장. 부디 큰 일로 퍼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그였다.




==================================




"...하암... 으... 오픈런을 여러 캐릭 달리려니 좀 빡세네..."


그리고, 같은 부서의 직원, 여름이의 일을 도와준 뒤 그녀의 도움으로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 


[딸칵- 치익...]


맥주 한 캔을 따며,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던 현민의 눈에 기묘한 것이 들어왔다.


"...우리 회사잖아? ...정체불명의 가스 테러? ...실종자?! 대체 무슨..."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그 뉴스를 들여다보던 현민은, 누군가가 보낸 문자 하나를 받았다.


[띠링-]


"...응?"


[발신자 : 이여름]


"응?"


그리고, 기묘한 내용을 담은 문자 하나를 보고, 자세를 고쳐 앉으며, 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야, 주현민.]


[ㅇ? 야 니 괜찮음? 회사 지랄났던데]


[나는 별일없어. 애초에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하던데 뭘. 그래서 몰래 대충 들어가서 회사 비품이랑 이것저것 갖고 왔던것들만 제자리에 갖다놓고 나왔지. 뭐 썩은내 존나게 나더라 ㅆㅂ]


[별 일 없다니 그건 다행이네 ㅇㅇ...]


[근데 너 지금 뭐하냐?]


[잘라고. 왜? 업무 일은 아니지?]


[그냥 궁금해서 묻는건데]


[뭔데?]


[아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게.]


[지금 10시 30분이야 미친년아]


[나오라면 나와. 옷만 걸치고.]


"...뭐래는거야 씨..."


궁시렁거리면서도, 딱히 거절할 생각은 없는 듯 가볍지만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줄 법한 옷을 걸치고, 나가려는 순간...


[띵동-]


"...응? 이 시간에 누가..."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연 순간...


"...이여름? 뭔 일이냐? 지금 밤 열시 반이 다 되어가는데"


"오늘 있었던 일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뭐? 야! 너 애초에 거길... 들어가는 게 아니었지, 이 등신아...! 괜찮아? 중독증세는?"


"...난 무사해. 정말이야."


"후우... 사람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사르르르르르...)


"...방금 뭐 모래 날리는 소리 안 났어?"


"그것보다도, 물어볼 게 하나 있어."


"뭔데?"


"...여자의 방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드르륵...]


"...응? 야 더워서 일부러 문..."


[철컹-]


문이 닫히는 소리가, 고요를 집어삼킨 것 같은 아파트 복도 사이로, 또 다른 무언가를 지저분한 육욕으로 집어삼키며, 육중하게 울려퍼졌다.


-----------------------------------------------------------------------------------------------------------------------------------


다른 글 잘쓰는 사람들이 히어로의 영웅적 능력이나 전투라던가 암약하는 빌런들의 묘사를 충분히 해주고 있으니 나는 뭔가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싶엇음... 남들을 자신들과 같은 존재로 만드는 인간들 입장에서는 '존나 위험한 빌런' 느낌이지만 반대로 본인들 입장에서는 삭막한 인간 세상에 애정을 뭉탱이로 퍼주는 히어로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런 애매모호한 상황 뭐 그런거 만들고싶었고 가루에 잠식된 사람이 어떻게 마물 요정으로 거듭나는가도 써보고 싶었고 가학적인 마음도 조금 깨어나서 빌런되는것도 만들고 싶었는데 끄앙 아리스 조졋습니다 씨발 과격한 요소 자체를 아예 다루질 못해서 이런 정도가 내 한계다...


이거 시발 빌런이라고 생각하면 되나... 뭐지... 아무튼 이 폐기물 예쁘게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