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각 15:40


덜컹--- 덜컹---




'흐아... 하필이면 지금... 으윽...'


지금 남몰래 식은땀을 흘리며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남색의 머리카락과 고양이귀, 꼬리를 가진 여자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엘리트 오퍼레이터인 블레이즈다.


엘리트 오퍼레이터인 그녀는 보통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엘리트 오퍼레이터와는 거리가 먼 호탕하면서도 순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녀와 몇 주, 아니 며칠 동안만 함께 지내봐도 부담 가질 필요 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블레이즈 씨? 어딘가 아프신 걸까? 아님 혹시 멀미를 하시는 건...'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갈색의 머리카락과 토끼귀와 꼬리를 가진 작은 소녀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리더인 아미야다. 


세상물정에 약해 보일 것 같은 어린 소녀지만, 로도스 아일랜드의 대원이라면 누구라도 신뢰할 수 있는 똑똑하고 자상한 리더다.




"......"


아무 말 없이 창 밖의 풍경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회색의 머리카락과 날개깃을 가진 소녀는 마찬가지로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로 활동 중인 그레이스롯이다.


늘 냉정하고 까칠한 태도로 타인을 대하는 그녀지만, 자신의 기억과 경험으로 인해 생긴 감염자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하고 편견을 없애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중이다.


이 셋은 지금 덜컹거리는 직육면체 형태의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목적지로 향하는 중이다. 엄연히 말하자면 이 셋을 목적지까지 바래주는 운전기사까지 포함해 넷이라고 해야 할까.


아미야 일행은 지금 평야에 위치하는 어느 마을에 가 그 마을에서만 자라는 어떤 특산물을 사러 가는 중이다. 자신들의 귀중한 휴가 시간까지 써가며 물건을 사러 마을에 가주다니 정말로 기특한 녀석들이다.


그녀들이 타고있는 이동수단은 다름 아닌 대형 트레일러로, 아미야 일행은 컨테이너 안에서 4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다 마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컨테이너는 고정 의자, 소형 창고, 냉난방 시설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로도스 아일랜드의 소수 인원들이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의외로 자주 사용하는 이동수단이다. 예전에는 환기가 불가능하다는 엄청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컨테이너에 창문을 단 이후로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았다면 누군가의 의도치 않은 가스 테러로 인해 질식하는 사람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지금같은 상황처럼 말이다.


꾸르륵... 부그르륵...


"하아... 하아..."


약 두 시간 전부터 끓어오르는 뱃속을 달래고 있었던 블레이즈는 자신이 어쩌다 갑자기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어제 신입 대원 환영 파티 때 쉽게 찾아오는 날이 아니라며 음식들을 마구 먹었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어제 적당히 먹을 걸...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지..? 아윽...'


블레이즈는 빨리 트레일러가 목적지까지 도착하길 바라며 시계를 보았다. 하지만 도착하려면 아직 한 시간 반은 더 달려야 하는 상황이였다.


쿠르르르... 뿌그르르륵...


'흐으윽..! 큭..!'


"블레이즈 씨, 왜 그러세요? 아까부터 안색이 나빠 보이시는데.."


계속 블레이즈의 상태를 살펴보던 아미야가 참지 못하고 본인에게 대답을 들으려 한다.


"으,응? 무슨 소리,야? 난 아주 멀쩡한데?"


"어제 단체회식 때 너무 많이 먹고 마신다 했는데.. 그거 때문에 배탈이라도 난 거 아니야?"


그레이스롯이 무심한 말투로 정곡을 찌른다.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그러네!!"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자신의 몸 상태는 아주 좋음을 어필하는 블레이즈였지만, 떨리는 다리와 흐르는 식은땀은 그녀의 말을 부정하고 있었다.


'컨테이너 안에 화장실이 있을리 없잖아?! 큰일났다.. 좀 많이 늦더라도 화장실에 갔다와야 되는 거였는데.. 윽..'


꾸르르륵... 뿌르르륵, 뿌르륵..



피식-  피시식--



'더, 더는 못 참아... 엉덩이를 살짝 벌려서 조금씩..'



푸스스스스....



더 이상 아랫배에 가해지는 압력을 버티지 못한 블레이즈는 한 쪽 엉덩이를 들고 방귀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양의 방귀가 한꺼번에 빠져나오는 바람에



부부북!!



상당히 큰 소리의 방귀를 뀌고 말았다. 결국 아미야와 그레이스롯 마저 소리를 듣더니 블레이즈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아하하.. 저희 점심 먹은지 시간이 제법 지났죠?"


아미야가 실수를 해버린 블레이즈를 간접적으로 변호했다.


"..지독한 냄새."


그레이스롯은 코를 막은 채 가스 테러의 범인을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하하, 미안미안... 으, 으윽?"


블레이즈의 한번 열려버린 엉덩이는 다시 닫히려 하지 않았고, 부끄러워 할 틈도 없이 아직 몸 속에 차 있는 기체들은 그녀의 의지와 관계없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뿍..  뿌욱...



'제발 참아져라...'



뿌우웅...  푸쉬쉬쉭...



"나, 나온다..! 흐읏...!"



뿌우우우우우우웅!!!!! 뿌와악!!



블레이즈는 계속해서 뱃속에서 부글거리는 방귀 가스를 못 참고 결국 아미야와 그레이스롯 앞에서 크게 내보내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레일러 내부는 지독한 방귀 냄새로 가득하게 되었다. 


'망했다... 아미야는 그렇다 쳐도 저 까칠한 리베리 앞에서 이런 모습을... 아아..'


블레이즈는 시선을 똑바로 두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중이였다. 그런 블레이즈를 보고 있는 아미야와 그레이스롯의 반응은 각각 달랐다. 


아미야는 꽤 오랜 시간동안 블레이즈와 같이 알고 지낸 친근한 관계다 보니 이런 블레이즈의 평소 식습관과 장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아미야가 블레이즈 근처에서 귀여운 소리로 방귀를 뀌는 실수를 한 이후로는 서로 방귀도 참지 않고 내보낼 수 있는 사이가 된 상태다.


그런 아미야는 블레이즈의 자존심을 박살내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빠르게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중이였다.


"이 상태로 출발한지 오래 됐으니까 슬슬 창문을 열어 환기를 좀 해야겠네요. 하하.."


아미야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앉은 쪽의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닫은 채로 너무 오래 있었다는 말은 자신이 생각해도 그럴 듯한 핑계였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반면 그레이스롯은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자존감이 낮은 감염자를 상대로 직설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무섭게 잔소리를 하던 블레이즈가 눈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자, 조금 유치하게도 본능적으로 웃음이 조금씩 새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물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생리 현상으로 놀리거나 괴롭히는 것이야말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기 때문에, 한 번 정도 자연스럽게 넘어가주기로 했다. 묘한 승리감도 조금 얻고 말이다.


"..뭐, 생리 현상이니까. 다른 사람들의 이런 실수는 앞으로 살면서 자주 보게 되겠지."


마찬가지로 그레이스롯은 반대쪽의 창문을 열었다. 꽤 재밌는 모습을 눈에 담아서인지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다.


'모두들...! 역시 내 동료들... 흐으읏?!'


꾸르르르륵-----


그녀들의 이런 태도와 행동에 감동 받을 틈도 없이 다시 블레이즈의 아랫배는 방출 신호를 보냈다.


"아,안 돼. 또 신호가.."



뿌와악! 뿌우우우웅!! 뿌아아아아앙!!!



아까와 비슷한 규모의 방귀 가스가 다시 블레이즈의 엉덩이에서 뿜어져 나왔다. 모든 창문을 열었음에도 냄새가 쉽게 빠져나가질 않았다.


"블레이즈 씨, 많이 참으셨나 보네요... 하하.."


"...설마 속옷에 싼 건 아니지? 소리가 심상치 않은데.."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으으윽.. 아직.. 더.."



뿌우우웅!! 뿌왁! 푸드드드드득--- 부르르르륵!! 부륵! 뿡! 부륵! 푸득! 


..뿌직!!



이 소리를 마지막으로 컨테이너 내부는 잠깐 정적이 흐르게 되었다.


"어......"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잠깐 고민하는 아미야.


"하아......"


그저 한숨을 쉬는 그레이스롯.


"블레이즈 씨. 여기 여분의 속옷을 챙겨놨으니까 나중에 도착하고 나면 갈아입..."


아미야는 마침내 할 말을 생각해 냈지만..


"으아아?! 잠깐만 아미야! 아냐!! 진짜 아니라니까!!"


그렇게 그녀들은 블레이즈가 속옷에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짧은 논쟁을 하다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진실은 블레이즈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시간 17:10


"...어째서?"


하지만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치는 마을과 거리가 아닌 조용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한 빈 거리였다. 


예상치 못한 분위기에 아미야 일행은 거리를 걷고 있는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에게 상황 설명을 부탁하기 시작했다. 


"외지인들이구나. 타이밍을 잘못 잡았군. 이곳은 지금 도적 때의 습격을 받는 중이다. 오늘 몇 시간 전에도 놈들이 다녀왔다고. 벌써 세 달 째야. 매일 대낮마다 나타나서 행패를 부리는 도적들이 두려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에 틀어박혀 살고 있지."


"그럴 수가! 이 마을에는 경찰이나 군인들이 오지 않는 건가요?" 


"이런 사람도 별로 없는 마을에 도적들이 올 거라는 생각은 못했나 보지. 오더라도 세금도 잘 안 걷히는 이런 외딴 마을에 파견되기도 귀찮아 할 거고.... 여기 상황을 알았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게 좋아."


마을 주민은 힘없는 말투로 현재 마을의 상황을 아미야 일행에게 설명해주었다. 


".....여관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주시겠어요? 저희는 이 마을에 사흘만 머물다 돌아갈 겁니다."


"좋아, 휴가 기간동안 몸이 굳어버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는데?"


"뭐,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하지만 이런 말을 듣고 그냥 돌아갈 아미야 일행이 아니였다.


"...아가씨들. 내 말 똑바로 들은 거 맞아? 도적 때가 매일 쳐들어온다니까?"


마을 주민이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마을 주민 여러분들을 상대로 무력을 쓴다는 사실도 들었습니다. 저희들, 이 말을 듣고 그냥 돌아갈 수는 없겠어요."


"허어, 자네들 아가씨 셋이서 뭘 하겠다는 건가. 마음은 고맙지..."


"아저씨, 이 바위 보여?"


"응?"


콰앙!!!!!!!!


블레이즈는 자신만한 크기의 바위에 냅다 주먹을 날렸다. 주먹이 부딪치자말자 사람머리만한 바위 조각과 작은 파편들이 저 멀리 날라가 땅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 세상에.. 아가씨들은 대체..."


"도적들, 저희들에게 맡겨주세요. 여러분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게 해주겠어요."


"후후, 내일 전부 박살을 내 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대신, 도적들을 쫒아내 준다면 당신들은 우리의 요구를 하나 들어주면 좋겠어, 괜찮은 제안이지?"






현재 시간 20:20


마을 주민들이 준 음식과 미리 준비해 놓은 식량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한 후, 마을 여관의 숙소에 자신들의 짐을 풀어놓은 아미야 일행은 다음 날 또 마을을 습격해 올 도적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실력을 생각하면 그저 도적들을 상대로 작전을 세우는 것도 시간낭비같지만, 뭐든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


"그레이스롯 씨는 이곳에서...... 그리고 더 많은 쪽을...."


"알겠어. 그건 나에게 맡겨둬."


"그리고 블레이즈 씨는 저와 함께..... 폐건물 쪽으로 뛰다가...."


"술래잡기? 좋은 생각이야, 토깽아!"


아미야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리더답게 빠른 속도로 도적들을 상대할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리 길지 않은 작전 브리핑이 끝나자, 그녀들의 대화 주제는 저녁 식사 후기가 되었다.


"그나저나 아까 먹은 파이, 너무 느끼하지 않았나요?"


"맞아, 마늘 스프도 좀 느끼해서 그렇게 많이 못 먹었다구."


"녹차도 좀 느끼한 맛이 났어. 이게 여기 주민들 식습관인가?"


맛은 있었지만, 그녀들의 입맛에는 살짝 안 맞는 듯하다.


꾸르르륵---


"으으음...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또 배가 아파오는데.."


블레이즈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아랫배에서 신호가 오는 것을 감지했다.


"아까 그렇게나 일을 보고도 또? 잠깐만, 나..."


그레이스롯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블레이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되겠다. 여기서 뀌기는 좀 그러니까 밖에 나갔다 올게"


"네? 블레이즈 씨... 잠, 잠깐만요."


"으으, 나온다, 나온다!"


아미야와 그레이스롯이 붙잡을 틈도 없이 블레이즈는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틀어막은 채 숙소 밖으로 나가버렸다.


"우읏, 으으으...."


"응?"



뽀오오옹~~ 푸쉭! 푸쉬식!



아미야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브리핑할 때부터 계속 참고 있던 방귀를 수줍게 방출해버렸다.


꾸릿하면서 구수한 냄새가 숙소 내부를 채워나갔다.


"아으아아.. 죄송해요. 그레이스롯씨.. 저도 아까부터 참고 있어서 더 이상은..."


사실 아미야는 예전에 그레이스롯 앞에서 이미 방귀를 뀐 적이 있었다. 그러나 차가운 성격의 그녀를 상대로 방귀를 트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였다.


"그럼 이번엔 내가 사과할 차례네. 미안, 아미야."


"네?"



푸쉬시시시--- 부우욱! 뿍!!



마찬가지로 계속 방귀를 참고 있던 그레이스롯은 한쪽 엉덩이를 든 채 수줍게 방귀를 방출했다.


구수한 냄새가 아까보다 더 강해졌다.


"그, 그레이스롯 씨..."


"아, 아까 그 때가 그 녀석이랑 틀 수 있는 기회였는데.. 바보."


사실 블레이즈 앞에서도 방귀를 뀌고 싶어했던 그레이스롯이 얼굴을 붉혔다.


"블레이즈 씨와 방귀를 트고 싶었군요. 히히. 그럼 블레이즈 씨가 돌아오면 그때 같이 뀌는 거 어때요?"


두 사람이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아미야의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네가 먼저 뀌어준다면, 나도 뀔게.."


"알겠어요, 이런 것도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이니까요."





한편, 여관 뒤쪽에 위치한 작은 숲 속에서는 블레이즈가 남몰래 엄청난 위력의 방귀를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뿌아아아앙!!! 뿌부부북!! 뿌웅!! 뿡! 뿌우웅!!!



그저 한 필라인 여성의 방귀소리가 진동했을 뿐이지만, 주변은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왜 이런 지독한 방귀가 내 몸에서.. 으윽..!"



뿌오아아앙!! 뿡! 뿌부북! 부르르르르륵!



"하아, 하아, 휴우. 좀 살 것같네. 이걸 숙소 안에서 뀌었다간 아무리 걔네들이라도 무사하진 않았을 거야."


아무도 없는 곳에서 거하게 생리 현상을 해결하고 올 블레이즈는 배를 쓰다듬으며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문을 열고 숙소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블레이즈 씨.. 흐읍!"



뽀오옹~~~ 푸시쉭--!!



아미야가 자신의 아랫배를 손으로 누르며 귀간지러운 소리의 방귀를 뀌었다.


"하하하, 아미야? 갑자기 이게 뭐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아미야의 귀여운 돌발행동에 블레이즈는 아미야가 귀엽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에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또 다른 귀여운 모습을 목격해 버린다.


"저, 저기. 으읏..!"



부르르륵!! 부륵! 푸드득!!



이번에는 그레이스롯이 자신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아랫배에 힘을 주며 힘차게 방귀를 뀌어버렸다.


"...푸흡!"


그 차가운 성격의 그레이스롯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방귀를 내보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블레이즈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하하하!! 우와, 너도 그렇게 방귀를 뀔 때가 있구나! 진짜 의외다~"


"으윽, 너, 너무해.. 난 네가 실수했을 때 웃음이 나오려는 걸 필사적으로 참았는데.."


"그레이스롯 씨, 진정하세요! 블레이즈 씨도 그, 그만 웃으시고요!"


생각지도 못한 모습을 보고 폭소를 터트리는 블레이즈,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진 채 울기 직전의 표정이 된 그레이스롯, 그 둘을 말리느라 정신없는 아미야는 그렇게 다음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시간 12:15


콰콰콰콰쾅!!!!


"저쪽이다!! 쳐죽여!!"


"여기라고 여기!! 어디 한 번 잡아봐!!"


다음 날, 주민들이 제보한 시간에 딱 맞게 도적 무리는 이곳에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들을 도발하면서 일부러 허공에 아츠를 날리며 도망다니는 아미야와 블레이즈를 추격하는 중이였다.


아미야와 블레이즈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적당히 도적들을 유인하다 갈림길에서 둘로 나뉘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도적들도 두 무리로 갈라져 그녀들을 쫓아간다. 


"그레이스롯 씨? 블레이즈 씨 쪽으로 도적들이 많이 갔어요. 블레이즈 씨를 지원해 주세요."


"알았어."


그레이스롯에게 무전을 전한 아미야는 전력으로 달려 폐건물 쪽으로 도적 무리를 계속 유인했다.


아미야를 쫒아간 한 도적 무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난데없이 폐건물에 들어가 스스로 갇혀버린 아미야를 발견하고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헤헤, 멍청한 꼬맹이구나. 알아서 갇혀주다니..."


"모두들, 이런 나쁜 짓은 그만둬 주세요."


아미야는 아츠를 사용해 도적들의 폭력성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적들의 정신을 조작하고, 그들의 생각을 읽는 도중 황당한 사실을 한 가지 알아내게 되었다.


지이이이이.....


"크윽? 뭐지.. 이 기분..."


"싸우기 싫어.. 피곤해.."


아미야를 쫒아온 도적 무리들이 갑자기 무기를 스스로 내려놓더니 바닥에 드러눕거나 무릎을 꿇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다. 그런 도적들을 아미야는 가방 속에 준비해 놓은 구속 장치를 사용해 한명한명씩 정성스럽게 저항도 하지 않는 그들의 손과 발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휴, 생각보다 일이 쉽게 끝났네요. 그나저나 이 도적들, 인원 대다수가 다른 마을의 불량한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었군요. 학생들이 이런 도적질을 할 생각을 하다니..."


자신보다는 대부분 나이가 많지만, 그래도 아직 청소년에 불과한 학생들도 이런 위험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은 아미야에게 꽤나 충격적인 정보였다.


"블레이즈 씨 쪽은 잘 되고 있을까요..?"






한편, 블레이즈 또한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폐건물 안으로 들어간 채 일부로 도적 무리들한테 포위당하고 있었다.


"선택해, 잘못을 뉘우치고 항복할지, 아님 이 전기톱에 두 동강이 날지!"


위이이잉~! 


블레이즈는 배낭 속에서 꺼낸 전기톱을 작동시키며 자신을 둘러싼 도적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도적 무리들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험악해졌다. 조금 아쉽게도 말로 끝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뭐야, 이 년, 장난하냐? 혼자서 우리들을 상대하겠다고?"


"이런 건방진 게, 오줌 지리면서 살려달라고 빌 때까지 두들겨 패주지. 모두 한꺼번.."


퓩!


"우와악? 뭐, 뭐야?!"


어디선가 날라온 화살이 한 도적이 들고 있는 둔기를 관통해 부숴버리자, 도적 무리는 일제히 당황하기 시작했다.


"각오는 되었겠지? 이건 너희가 선택한 길이야!"


위이이이잉~~


쿠콰콰콰콰쾅!!!!


블레이즈는 무서운 소리를 내는 전기톱을 힘차게 땅에 쑤셔넣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소리의 폭발이 블레이즈를 둘러싼 도적들을 사방팔방으로 날려버렸다.


"어때? 더 해볼래?"


이런 엄청난 위력의 아츠를 눈앞에서 보고도 청소년의 혈기를 믿는 것인지 아님 자존심 때문인지, 몇 명의 도적들이 무기를 들고 욕설을 내뱉으며 블레이즈에게 돌진해 온다.


퍽! 빡! 뽀각!


그런 무모한 도적들을 블레이즈는 주먹과 발차기로 환영해 준다. 진짜로 전기톱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약하니까.


꾸르르르륵---- 부그르륵---


"으음.. 갑자기 몸을 격하게 움직여서 그런가.. 아님 아침을 너무 급하게 먹어서 그런.."


이런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신호를 보내는 그녀의 아랫배 때문에 한참 날뛰던 블레이즈는 잠깐 움직임을 멈추었다.


퍼어억!!


몇 명의 도적이 자신의 무기로 어찌어찌 블레이즈의 복부를 가격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고층 빌딩에서 맨 몸으로 떨어져도 아무 무리 없이 착지하는 블레이즈에게 그런 공격 따위는 그저 아침을 급하게 먹고 뱃속이 더부룩해진 그녀의 소화활동을 돕는 행위에 불과했다.



뿌우우우욱!!



"으으음..."


블레이즈의 아랫배에 가해진 작은 충격으로 인해 그 반동으로 그녀의 엉덩이에서 대량의 방귀가 뿜어졌다. 방금 아츠를 사용한 영향인지 어제 여관 뒤 숲에서 내보낸 것과 같은 뜨겁고 강한 풍압의 방귀가 나왔다. 


잠깐 움직임이 느려진 블레이즈를 본 도적들은 그녀가 복부를 정통으로 맞았다고 착각한 채 그녀를 포위하고 무기로 인정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어떠냐? 아프지, 망할 살쾡이 새끼야! 주춤한 사이에 마구 때려!!"


퍼억! 퍽! 퍽! 깡! 뽀각! 퍼억! 퍽!



뿌웅!! 부욱! 뿍! 피식! 부우욱!! 뿌웅! 뿡!



"혼자인 주제에 까불기는! 먼지 날리도록 갈겨!!"


퍽! 퍼억! 깡! 퍽! 으직! 퍼억!



뿌우웅!! 부욱! 피식! 뿌웅! 뿌우욱!! 뿌화악!



거의 부채로 때리는 수준의 공격들이 블레이즈의 피부에 닿을 때마다 그녀의 엉덩이에서 고온의 방귀가 새어 나온다. 그녀의 뒤쪽에서 무기를 휘두르던 도적 몇 명이 뜨겁고 강력한 방귀를 직격당하고 멀리 나가떨어져 버린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를 주위로 엄청난 구린내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야. 뭉둥이가 부서질 정도로 때렸는데도 멀쩡하다고? 장난쳐?"


"우욱, 갑자기 이게 뭔 썩은내지..? 머리가 아파.."


"저, 저 더러운 년! 지금 쳐맞으면서 똥 지리는 거냐.. 커헉.."


지독한 방귀로 코를 얻어맞은 도적들은 기침을 하거나 헛구역질을 하며 땅에 나자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싸진 않았다고!! 흥, 이건 벌이야."



뿌아아아아앙!!!!



"으아, 설마 내 냄새를 맡고 질식하는 건 아니겠지..?"


욱한 나머지 쓰러진 도적에게 지독한 방귀를 뀌어준 블레이즈는 혹시나 영원히 의식불명이 될 도적이 걱정되어 호흡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숨은 쉬고 있었다.






퓩! 퓩! 퓨퓩!!


깡!! 콰직!!


"우, 우와앗~!"


"크악! 살, 살려.."


높은 기둥 위에서 날라오는 화살은 도적들이 들고 있는 무기들을 백발백중의 정확도로 부수고 날려버리고 있었다. 무기가 부서지거나 없어진 도적들은 그대로 전투불능이 된 채 항복의 의미로 두 손을 들거나 도망치다 블레이즈의 생체 광역 공격에 휘말려 기절해 버렸다.


'기초 훈련도 안 받은 오합지졸에 불과해. 대체 어떻게 이 정도 조직을 만든 거지?'


그레이스롯은 약간의 의문을 느끼며 마지막 남은 한 명의 무기를 화살로 날려버렸다. 모든 도적들이 쓰러지자 그녀는 그들을 구속하기 위해 기둥에서 내려와 블레이즈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네 년이었구나! 뒈져!! 크아악..."


그레이스롯은 기절한 척 하고 자신이 내려오길 기다리다 칼을 들고 기습을 한 강도의 팔을 꺾어버린다. 그녀는 구속 장치로 그를 구속하고 땅바닥에 패대기친 후 아직 구속되지 않은 도적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 겁은 많아서 쓰러진 척하는 놈들도 있군. 조심해야겠는데..."






"저 년, 방심하고 있어. 이 둔기로 뒤통수를 후려쳐 버리자."


"좋아. 셋 세고 뛰쳐나가자."


한 편 기절한 척을 하고 있던 두 명의 도적은 서로 신호를 보낸 후 블레이즈를 뒤에서 공격하려는 의미없는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꾸르르륵-- 쿠르릉--


"휴, 너무 많이 뛰어다녀서 그런지 속이 또 부글거리네. 이제 다 마무리 된 거 같으니 힘차게 방귀 한 번 뀌고 마무리할까~?"


쿠르르르르----


"죽어라, 이 괴물녀!!"


"뒤를 봐, 위험해!!"


전혀 경고해 줄 필요가 없었지만, 그레이스롯은 본능적으로 블레이즈에게 소리를 질렀다.


"흐으읍!!"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끄아아아악!!"


가스 폭발과 비슷한 위력의 그녀의 폭발적인 방귀를 직격으로 맞은 두 명의 도적은 저 멀리 날아가 벽에 강하게 부딪힌 후, 힘없이 땅에 축 늘어졌다.


"어? 아직 몇 명 더 있었구나... 민망하게 됐네. 히히."


블레이즈가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을 지었다.


"저렇게 마무리당하다니, 좀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


그레이스롯은 코를 막은 채 벽에 부딪힌 도적들을 바라보았다.


"왔구나, 이제 다 끝난 거 맞지? 간만에 무기 없이 싸우니까 속이 시원하네!"



뿌북!! 뿌웅! 뿌리릭!! 뽀오옹~~~!!



블레이즈는 남은 잔방귀를 뿡뿡 내보내며 기지개를 폈다.


"대체 뭐가 속이 시원하다는 거야..."


그레이스롯은 어이없어하며 그런 블레이즈를 쳐다보았다.


"여러분? 다들 무사하신가요? 흐읍?!"


마지막으로 자신이 담당한 모든 도적들을 구속하고 합류한 아미야가 공기 중에 퍼진 블레이즈의 방귀 냄새를 맡고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박사님, 여기 원하셨던 물건이에요. 마을 주민분들이 이만큼이나 나누어 주셨더라고요. 하하.."


곧 이어서 아미야가 집무실로 찾아, 아니. 여기서는 나도 아미야와 대화해야되지.


"고생했어 아미야. 블레이즈, 그레이스롯과 운전기사님까지 모두. 어이쿠. 이, 이렇게 많은 양은 필요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박사님. 이게 그 마을의 특산품이라고 했는데, 이게 대체 뭔가요?"


"어... 음식 재료야. 자료를 정리하던 중 이런 식재료가 있다는 정보를 봤거든. 관심이 생겼는데 난 지금 켈시가 시킨 일들을 처리 중이라 말이지.."


"음...알겠어요. 바쁘신 박사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서 기뻐요. 전 이만 가볼게요."


조금 피곤해 보였던 아미야는 특산품을 내 책상 옆에 가져다 놓고 집무실에서 나갔다. 조금 도움이 된 게 아니다. 이걸 사용하면 켈시도 모르는 나만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오타 지적 환영

저 특산품은 대충 단백질과 섬유소가 풍부한 향신료인데 더 이상 이어쓰기 힘들어서 여기까지만 씀

그냥 고구마 구하고 싶다고 하면 얘네가 굳이 마을까지 갈 이유가 없어서 저런 되도 안되는 식물 창작함

왜 이런 짓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