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수인의 뒤를 묵묵하게, 하지만 상당히 경직되어 있는 표정으로 따라가기 바쁜 수려한 외모의 엘프.


 리나는 그녀 답지 않게 긴장한 기색을 숨기지 못 하고 있었다.


 이 숲은 야생 동물은 물론이고 몬스터, 그 중에서도 대형급 몬스터의 출몰도 종종 목격되는 위험 지대였던 만큼 긴장의 끈을 함부로 놓아서는 안 되는 건 맞지만 리나가 긴장을 하고 있는 건 몬스터로부터의 위협 때문이 아니었다.


 '이 방향은 어제 그 쪽인데...'


 긴장을 넘어 창백하기까지 한 리나의 낯빛.


 오르탈은 지금 리나가 뒤에서 입이 바싹바싹 말라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저 묵묵하게 길을 따라 나아갈 뿐이었다.


 "으음...?"


 잘 가다가 순간 걸음을 멈추는 오르탈.


 "왜, 왜 그러세요 오르탈...?"


 "이 근방에 웬 냄새가 납니다."


 늑대 수인 특유의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를 감지했는지 오르탈은 오솔길도 아닌 수풀 속을 헤집고 들어가기 시작했고 리나는 완전히 사색이 된 채로 오르탈을 붙잡고 다른 곳으로 끌고 가야 하나 생각하기 까지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오르탈이 향하는 곳은 리나가 간밤에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장의 신호 때문에 급하게 큰 볼일을 처리한 지점이었기 때문.


 야영을 하던 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변의를 참으며 힘겹게 걸음을 내딛었던 리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르탈의 시선에는 정체를 확실하게 가늠할 수 없는 생명체가 큼지막하게 싸질러 놓은 대변 덩어리들이 들어왔다.


 물론 그 배설물 덩어리의 주인은 리나.


 배설한 지 채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아직은 약간의 윤기를 띄고 있었는데 굳이 수인의 후각이 아니더라도 함부로 접근하기 꺼려지는 지독한 냄새가 폴폴 풍기고 있었다.


 "넉넉하게 잡아도 하루도 안 지난 상태고... 이 정도면 몬스터의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군요."


 "그, 그런가요...? 그냥 야생 동물의 것일지도..."


 "글쎄요. 배설물의 크기는 그 개체가 가진 덩치와 비례합니다. 어지간히 큰 곰도 이렇게 무식하게 굵은 걸 싸지는 않아요."


 그 말에 리나는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무식하게 큰 똥 이라는 표현이 아주 찰떡일 정도로 바닥에 정갈하게 놓여져 있는 대변은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팔뚝만한 굵기였으니 말이다.


 "여기는 초입 부근이라 대형급의 몬스터가 서식하지도, 여기까지 내려올 일도 별로 없을 텐데... 어떤 놈의 것인지 도통 모르겠군."


 그 어떤 놈이 바로 옆에 있에 있는 아리따운 엘프일 것이라는 사실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 한 채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오르탈.


 어지간한 몬스터 쯤이야 두 명이 같이 있다면 크게 위협이 되지 못 했지만 정체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그것도 대형급의 몬스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였으니 오르탈은 구린 냄새가 나는 것도 애써 무시하고 근처를 조금 더 수색해 봤지만 당연히 별 다른 몬스터의 흔적은 나올 리가 없었다.


 저 무식하게 큰 똥을 싸질러 놓은 건 리나인데 여기 어디 몬스터의 흔적 따위가 있겠는가.


 "어쩔 수 없죠. 저희는 저희 길이나 계속 갑시다. 마주치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후우... 거 냄새 한 번 고약하군."


 여기에 더 있고 싶지 않았는지 더 이상의 흔적을 찾는 건 포기하고 그냥 자리를 떠버리는 오르탈.


 리나는 부끄러워서 침도 제대로 삼키기 힘들 정도였다.


 사람이라면, 아니 생명체라면 누구나 하는 게 배변 활동이고 이런 숲 속에서는 따로 화장실도 없었으니 그냥 적당히 처리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리나가 싸질러 놓은 대변 무더기는 '자연스러운 것'의 상식적인 범위를 제법 벗어나 있었다.


 남에게 자신의 대변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지게 되는, 부끄러워서 말도 못 할 경험은 무덤까지 안고 갈 해프닝 정도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요."


 "아, 아니에요..."


 하루 종일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그 요상하면서도 야릇한 감각.


 팔뚝만한 자신의 건강한 대변이 남에게, 그것도 오르탈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그 순간이 리나의 머릿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며 심지어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짜릿한 쾌감, 혹은 성취감 비슷한 감각으로 변절되기까지 할 정도였다.


 평생 발설해선 안 되는 부끄러운 일이었을 텐데도 리나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한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고 또 떠오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어제 것 보다 더 굵직하고 더 푸짐하게 똥을 눠서 오르탈을 놀라게 만들고 싶다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의 저급한 욕구.


 "평소보다 좀 많이 드시던 것 같은데 탈이 난 건 아니시죠?"


 "괜찮아요 오르탈..."


 그저 배가 고파서 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지만 평소보다 훨씬 많이 음식물을 입에 넣고 위장에 차곡차곡 쌓아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 걸 리나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쉬시겠습니까?"


 "저는 아직 잠이 안 오는데... 좀 피곤해 보이시는데 오르탈이 먼저 주무세요. 적당히 피곤해지면 깨울게요."


 평소보다 거의 배 가까이 음식을 섭취한 탓에 더부룩하게 부풀어 있는 리나의 배.


 보통이라면 컨디션을 저하 시킬 정도로 몸을 불편하게 만드는 과식이었겠지만 지금의 리나에게 그 더부룩한 느낌은 쾌감을 향한 전주곡이나 다름 없었다.


 본인 조차도 본인이 왜 그런 것인지 설명이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아까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는 그 욕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엉덩이 구멍을 활짝 열고 애호박만한, 아니 순무 만큼 굵직한 똥을 한 무더기 푸짐하게 흩뿌려 놓은 다음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오르탈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더럽고 천박한 욕망이 리나의 이성의 벽을 세차게 갉아 먹었고 침낭 속에 들어가 있던 오르탈이 천천히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을 쯤에 그녀의 그런 욕구는 폭발하다시피 터져 나왔다.


 딱 화장실에 가면 좋을 정도의 변의가 찾아온, 잘록하지만 속에는 소화된 찌꺼기가 가득한 리나의 배는 주인에게 사르르 거리는 소리를 내며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이성과 본능의 사이의 끈.


 하지만 결국 그 끈을 더 세게 잡아당기는 건 리나의 본능 쪽이었다.


 





예전에 썼던 커미션인데 신청한 인간이 먹튀해서 뒷내용이 ㅇ벗음. 구상은 했었는데 어떤 식으로 마무리 할 거였는지는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시 따로 신청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본인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