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방귀쟁이 며느리 현대판] 방귀쟁이 아내

[방귀쟁이 며느리 현대판] 방귀쟁이 아내 - 1






"...죄송합니다아아..."




S급 방귀쟁이 유부녀 방민서(27, 여)씨가 연하의 남편이자 동거상대인 박제혁(26, 남)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라는 제목의 라노벨 추천 좀!"이라는 말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이 상황은, 제혁 씨가 혼돈의 냄새 속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린 후 벌어진 시츄에이션이다.




"아냐 여보, 진짜 괜찮다니까...!"




제혁 씨는 자신의 앞에서 울상을 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그녀에게 손사래를 치며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


(물론 저번 화를 읽고 왔으면 알 거라 생각하지만-) 민서 씨가 방귀를 못 튼 것 때문에 한 달동안 참았던 자신의 가스를 사랑하는 그의 앞에서 거의 30분에 육박하는 시간동안 방귀를 뀌어댄 사건때문에, 집 일의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열려있고, 환풍기란 환풍기는 모두 돌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뱃속 대장균들이 만들어낸 상상초월의 악취는 아직도 빠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 앞으로는 방귀 절대 안 뀔게에... 훌쩍..."


"...누나, 그러면 또 오늘같은 일이 반복될텐데..."




애초에 이 사태는, 민서 씨가 방귀를 참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니... 그러나 사람이 방귀를 뀌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더군다나 그 민서 씨인데!




근데 사실, 제혁 씨 자신도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정말 사랑하는 아내니까 겉으로는 괜찮은 척을 하고 있는거지, 사실은 정말 많이 겁을 먹은 상태이다. 또한, 입으로 숨을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체의 지독함에 온 몸이 반응하는 걸 그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만약 평소에도 이 정도 냄새를 자랑하는 방귀를 시도때도 없이 맡게 된다면, 그것이 사랑하는 아내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버틸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음, 그럼 이렇게 하자."




그는 무릎을 꿇고 있는 민서 씨의 두 손을 잡고 일으켜세워주며 말했다.


그녀는 일어나며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방귀 마려우면, 화장실에서 환풍기 틀고 뀌기. 그리고, 하루 이상 참지 않기."




이 정도 선이면, 민서 씨도 방귀를 참을 일이 없고, 제혁 씨도 방귀 냄새에 그렇게 고통받지 않아도 되니, 좋은 해결 방안인거 같다...고 그는 스스로 생각했다.


그 방법은 이미 그녀가 "안방 화장실" 전략으로 자주 써오던 방법이란 사실은 모른채로.




"그... 그럼, 너랑 같이 있는 공간 안에서는 참는 방향으로... 할게..."


"...응, 그렇게 하자."




제혁 씨는 마음같아선 그녀에게 편하게 뀌라고 하고 싶었지만,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집이 냄새로 초토화된 모습을 보면서 드는 거부감은 결국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녀는 울먹임을 멈추었다.


민서 씨는 잡고 있던 그의 두 손을 놓고,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 여보 어디가?"




갑자기 걷기 시작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제혁 씨.


그녀가 향한 곳은...




탁!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철컥!




안방 화장실이었다.


차례대로 전등과 환풍기를 켜는 소리 - 환풍기 가동이 시작되는 소리 - 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콸콸콸콸콸콸~


뿌르루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부부부부부부북!



제혁씨는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변기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거기에 그녀의 방귀 소리가 같이 연주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분명 방귀 소리가 변기에 묻힐 정도로 작은 건 아니었지만, 두 소리가 정말 완벽하게 화음을 이루고 있어서 "민서 씨가 방귀를 뀌고 있다!"라는 사실을 모르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철컥-




변기 물이 모두 내려가고, 민서 씨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은 빨개진 상태였다.


제혁 씨가 그녀의 빨간 얼굴을 바라보며,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어봤다.




"...여보, 혹시 자주 했어 이런 짓?"


"아, 아냐!! 자, 자주한 건 아니고....!!!!!!!"




그녀는 당황해 하며 식은 땀을 흘리다가... 귀까지 빨개진 채로 화장실 반대편 바닥을 힐끗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하, 하루에 대여섯번 정도...? 헤헤..."


"......"




이렇게, 두 부부 사이에선, 방귀를 텄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관계가 시작되었다!




-




그래도 민서 씨 부부가 다음 겪게 된 한 달은, 처음 한 달 보다는 훨씬 나아지게 되었다. 적어도, 더 이상 제혁 씨가 서로 간 사이가 서먹서먹한 것 때문에 고민하진 않게 되었다.




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부부부부부부부부뿌뿌뿡! 부르르르루루뤄러러러러러러러러럭!




사실 어떻게 보면 달라진 건 없다. 민서 씨는 여전히 그의 앞에서 방귀를 숨기려고 애썼다. 그래서 "안방 화장실" 전략을 계속해서 사용했다.




콸콸콸콸콸콸콸콸콸-


부우우우우우우부부부부- 부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하지만, 이젠 방귀를 뀐다는 사실 자체는 숨기지 않아도 되기에, 어느 정도 방귀가 모였을 때마다 이 전략을 부담없이 사용했다.




콰르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럭~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부 북 북 부우우우우우우오오오오오오오오옥!




...그렇게 민서 씨가 안방 화장실에 가는 횟수는 전보다 다섯 배 정도 늘게 되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부뤼리리리리리리리릭! 보보뤼리리리리리릭! 오오우욱!




...확실히 그녀의 방귀량은 어마무시했다. 거의 매번 8초가 넘는 방귀를 뀌어대는데, 그러한 방귀의 빈도 조차 일반인들보다 훨씬 많았다. 원래 하루에 대여섯번 × 다섯 배 정도 늘음 = 거의 하루에 30번 이상 이런 살인적인 양의 방귀를 뀌는 것이었다.




콸콸콸콸콸콸콰르르르콸콸콸-


뿌드르르르르르븝! 부우우우우우우보보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우웅 ~!




그리고, 냄새 조차 어디 썩혀놓은 달걀같은 음식물쓰레기 냄새보다 지독하니... 이 정도로 뀌어대는거면 화장실에 냄새가 배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끼릭-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민서 씨는 세면대의 물을 최대 세기로 틀었다. 이건 그녀가 요즘 새롭게 준비한 전략인데, 남은 잔방귀를 처리하기 위해 비교적 소리가 작아도 시간을 자유롭게 둘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흣...!"


붑, 뿍, 뿌웅!




그녀는 속을 시원하게 비우기 위해, 양변기 물을 내리는 동안 뀌고 남은 방귀를 조금씩 뀌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 방귀들은 일반인들이 대차게 뀌는 수준 정도라고 볼 수 있었다.




뿌웅! 북! 붑! 웃!




민서 씨는 자신의 방귀를 창피해 하는 경향이 좀 크다. 사실 방귀를 반쯤 텄는데도, 그 소리나 냄새 자체는 이런 식으로 남편에게 최대한 숨기려고 한다. 확실히, 그녀는 객관적으로 봐도 예쁜 얼굴과 몸매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뿌웅~




...불구하고,


붓!




...불ㄱ...


덕!




아 고만 좀 뀌어라!!!!




-




그래서, 민서 씨는 결국 방귀를 남편 앞에서는 참았어야 했다. 제혁 씨와 같이 있을 때는 열심히 참다가, 기회가 생기면 다른 장소로 가서 뀌게 된다.


어느 한 휴일에 있었던 민서 씨의 특별한 해프닝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날은 둘이서 같이 대형 찜질방을 갔던 날이었다.




"아아... 여긴 너무 뜨거워어... 아앙..."


"여보, 그럼 여기 말고 딴 방 가볼래?"




둘은 여러 가지 방에도 들어가보고, 먹을 것을 먹으면서 쉬기도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알콩달콩한 모습을 자랑했다.




찜질방! 힐링! 피로 회복! 먹을거리는 가성비 씹창!




암튼 여러 가지를 함께 즐긴 부부는, 서로 목욕탕에서 몸을 씻은 뒤 다시 만나기로 했다.





"후..."




혼자가 되고, 목욕을 하기 위해 옷을 모두 벗고 발가벗은 차림을 한 민서 씨.


그녀의 몸 위에 목욕 타월 한 장만 걸쳐진 채, 물 한 두 방울이 그녀의 몸을 따라 또르르 흘러가고 있었다.


주변에서 걸어다니던 여자들 한 두 명이 그녀를 힐끔, 하고 쳐다보았다. 그녀의 몸 위를 덮고 있던 옷이 없으니, 다른 여자들에게 있어, 그녀의 가슴과 엉덩이의 사이즈가 얼마나 크고 풍만한지 체감이 확실히 되는 모양이다.


그녀는 목욕탕에 들어올 때, 오른손으로 배를 한 두 번 쓰다듬었다.




쿠륵, 꾸브브바바박-럭!


"읏..."




재빠르게 모여드는 쌓인 가스의 감각에 민서 씨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찜질방에서 남편과 내내 같이 있으니, 방귀를 못 뀌어 가스가 쌓여버린 것이었다.


...그 왜, 둘이서 즐겁게 즐기고 있는데 중간에 방귀뀌고 온다고 빠지기도 애매하지 않은가.




여튼 그런 이유로!


민서 씨는 최대한 빨리 이 가스를 빼고 싶은 것이었다.




첨벙-




민서 씨는 가장 큰 중앙의 탕을 찾아서 들어갔다. 목욕탕의 뜨끈한 물이 그녀의 허리보다 조금 낮은 높이에서 약한 강도로 찰랑찰랑거리고 있었다.




사실 집에 갈 때까지 참을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뱃속에 방귀가 가득한 이 감각을 빨리 떨쳐버리고 싶었다.


민폐끼치기 싫어하는 그녀의 성격이지만, 그녀가 안심하고 방귀를 뀔 수 있는 근거가 있었다.

바로 이 곳은 물이 가득한 목욕탕이라는 점!


물 속에서 방귀를 뀌면, 보글보글 기포만 올라올 뿐, 소리가 전부 묻혀버리기에 안심하고 우렁차게 뀌어도 세이프!




그녀는 탕 구석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구석에는 기포가 바글바글 올라오는 자그마한 둥근 공간이 있었다. 왜, 그런거 목욕탕마다 있지 않는가.


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


"후우..."




민서 씨는 그 쪽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아 두 다리를 모으고 약간 몸을 기울인 뒤, 자세를 눕혀 엉덩이가 가운데 기포가 올라오는 쪽 근처를 향하게 했다. 그녀의 다리와 허벅지에 기포가 여기저기 부딪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간지러워...'




라고,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윽고, 뱃속에 담아둔 그녀의 방귀가 기포의 형태로 올라왔다.




"흐으응읏..."


르르릇! 르러러러러러러럭! 루룩! 부욱- 뤄뤄뤄뤄뤄뤄뤄뤄뤄뤄뤄뤅! 구우루루루로록! 르르르르리리리릭!




20초가 넘는 길이의 엄청난 양이 물 안에서 배출되었다. 물에 소리가 묻히긴 했지만, 물을 뚫고 나올 정도의 큰 소리였다. 아마 그냥 뀌었으면, 그 큰 목욕탕 전체에 소리가 울려퍼져 여탕을 갑분싸로 만들어버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양도 엄청났는데, 자세히 보면 그녀의 방귀 공기방울은 원래 있던 기포보다는 확실히 큰 게 보일 정도로 티가 날 정도였다.




그우욱-


"하아...♡"




민서 씨가 느껴지는 시원감에 기분좋은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쯤, 그녀는 자신이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습, 킁킁..."




그것은 바로, 방귀의 악취.




"읍!!!"




그녀의 코로 직접 들어오는 숙성된 냄새에, 그녀는 바로 얼굴을 찌뿌렸다. 그것이 자신의 방귀 냄새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 난 왜 물에서 뀌면 냄새까지 없어질거라 생각한거지??!??'




누군가가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물 속에서 방귀를 뀌면 냄새가 안 날거라고 생각한 그녀를 보고 바보같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그녀가 이 사실을 몰랐을리는 없고... 순간적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그 순간의 착각 때문에 이런 멍청한 실수를 해버린 것이다. 만약 제대로 생각했으면, 방귀를 적어도 이런 방식으로 뀌진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아까 찜찔방에서 계란을 5개나 먹고 온 상태였다. 원래도 방귀 냄새가 끔찍이 지독한 그녀가 계란까지 먹고 뀐 방귀는... 두말할 것도 없다. 가까이서 맡기만 해도 코를 안 막고는 버틸 수 없는 냄새였다.




마침 민서 씨의 뒷편으로 지나가던, 7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애가 그녀를 보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어! 언니 방귀 뀌었어요? 거품이 막 올라와아~ 히히~"


"윤희야, 이건 방귀가 아니라 기포탕이라는 거란다. 목욕탕에서 기포가 나오도록 만든 사람들이 설치해놓은거야. 방귀가 아니라~"




여자애의 손을 잡고 있는 키 큰 청초한 여성이 여자애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아마 그녀의 엄마인 것 같았다.




"그래요? 근데 그러면 이 냄새는 뭐에요...? 킁킁, 웁, 우웨에엑..."




윤희라고 불리는 그 꼬마 여자아이는 냄새를 두 어번 맡더니, 헛구역질을 하였다. 그녀는 금방 울상이 되었다.




"스읍, 우웁..."




윤희라는 여자아이의 엄마가 되어보이는 사람도,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숨을 한번 들이키고는 표정을 바로 찡그리더니, 아이의 반응에 어쩔 줄 몰라하며 얼굴이 빨개진 민서 씨를 째려봤다.




"으아아아앙~ 엄마~!!"


"옳지 옳지, 괜찮아~ 다른 데로 가자. 빨리!"




그녀는 울음이 터진 자신의 딸을 번쩍 들어안더니, 민서 씨를 바라보며 혀를 쯧, 하고 한 번 차고 재빠르게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아, 아니 이거는... 아, 아니 아닌게 아니라아아...//"


"...00아파트 사는 아줌마...?"




이미 가버린 두 여자의 뒤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쩔쩔매던 민서 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이름이 작게 들리자 놀라서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 곳에는, 그녀가 본 적 있던 여고생이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동갑내기 소녀 한 명과 함께 탕 안에 앉아있었다.




'...쟤는...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민서 씨는 떠올렸다. (저번화를 봤다면 알겠지만) 그녀가 돈가스를 사러가기 위해 외출할 때, 엘리베이터에서 시원하게 한바탕 방귀를 싸지르고 난 후, 1층에서 마주쳐버린 그 여고생이었다. 찜찔방 목욕탕에서 서로 벌거벗은 채로 만나다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


그녀는 그때 창피해서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는 민서 씨의 지독한 방귀 냄새를 맡고 "와... 씨발..."이라는 감탄사를 선물해 준 전적이 있었다. 그때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기억해둔 것이었다.




"왜? 아는 사람? 웁, 콜록, 콜록! 아, 씨발! 갑자기 무슨 썩은 내 같은거 존나 나~! 이 냄새 뭐야!?"


"...아~..."




그 여고생은, 옆에서 역겨운 냄새에 코를 막고 난리를 치고 있는 자신의 친구를 뒤로 하고,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민서 씨를 쳐다보았다. 거기엔 모든 상황을 이해한듯한 경멸의 감정도 들어있었다.




"아... 아아아아........."




민서 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마치 벙어리가 된 것 같이 놀란 표정으로 얼굴이 시뻘개져 멀뚱멀뚱 그녀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녀의 그 눈빛에, 창피함이 덧대어씌워져, 민서 씨는 여탕의 수증기와 함께 증발해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뭔데? 그래서 이거 무슨 냄샌데??"


"...아...이거. ...방귀 냄새. 아마도. 아니... 확실히."


"뭐? 너 방귀꼈어?? 야 우리도 다 컸는데, 다 큰 지지배가 이런 곳에서 방귀를 뀌면 안 되지!"


"아니, 내가 아니라..."


"콜록콜록!! 아, 아니다, 이렇게 지독한 게 니 방귀냄새일 리가 없는데.... 아니 애초에 이거 방귀냄새는 맞아? 여자 방귀냄새가 이 정도면 진짜로 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의심을 해봐야..."


"...모르겠고, 우리 저쪽 탕으로 갈까? 수연아?"




아파트에서 마주친 그 여고생은 자신의 친구 등을 급하게 떠미는 듯한 시늉을 했고, 대화를 끝낸 둘은 급하게 자리를 떴다.


...민서 씨는 여전히 그 자세 그대로 창피해하고 있었다.




"..............#*~@^#♤♧&&○※※※% ♧&☆♤!!!???!?!??!!?!!??///"




그녀는 양팔로 물장구를 첨벙, 첨벙하고 빠르게 치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어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독가스의 양은 목욕탕 전체에 다 퍼지기에 충분하여, 그 후로도 여탕 안에 있던 모든 여자들이 차례로 코를 막거나, 기침을 하거나,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가 그때 느낀 수치심은, 가스로 가득했던 그녀의 인생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컸을 것이다.


아무튼 남편한텐 안 들켰으니, 세이프?




-




결국 이런 식으로, 방귀를 튼 건지 만 건지, 민서 씨의 불편한 나날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러한 민서 씨네 부부의 방귀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사건이 세 개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중 첫 번째가 제혁 씨가 타고 있는 차 안에서 막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ㅈ, 자기야, 얼마 정도 남았어…?“




민서 씨가, 운전을 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방금 고속도로에서 나왔으니까, 한 10분?“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제혁 씨는 오랜만에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호출을 받아, 아침 일찍부터 민서 씨와 함께 차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2시간 장장의 고속도로를 달린 후, 시내로 나와 이제 거의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제혁 씨는 운전석에 앉아서 결혼 전에 산 소형차를 몰고 있었고, 민서 씨는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다만, 조수석에 앉은 그녀의 표정이 불편에 상당히 고통받고 있는 것 처럼 보였는데, 그 이유인 즉슨…




브르르르르르로록~




역시, 이번에도 ‘가스가 차서‘였다.




사실, 그녀가 지금 이 순간 가스가 많이 차게 된 원인은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자버렸기 때문이다. 어젯밤 유독 피곤한 채로 잠들었던 그녀는, 오늘 평소와 달리 제혁 씨보다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어, 이제 일어났어? 피곤해 보여서 안 깨웠는데, 난 거의 준비 다 했으니까 천천히 해~”




라고 물론 제혁 씨는 그녀를 배려하며 말했지만, 정말로 천천히 준비하면 그에게 미안하니까… 그녀는 오늘 아침 할 것만 하고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차에 탑승한 것이다.


그 말인 즉슨… 아직 ’모닝 방귀‘를 뀌지 않았다는 점!


그녀는 평소에 밤새 쌓인 가스를 배출하느라 아침에 화장실에서 2분 정도를 소요하는데,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었기에 뱃속에 자면서 축적된 방귀가 지금까지 그대로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둘째로, 2시간의 고속도로 드라이브 동안 휴게소를 한 번도 들르지 않았다. 즉, 이 방귀를 배출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아… 어쩌지… 이대로 시댁에 가면… 오늘 밤에나 집에 갈 텐데…’




시댁에서는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화장실에서도 함부로 방귀를 못 뀔 것이다. (집에서는 괜찮지만, 아무래도 냄새가 남을 수 있으니까… 시댁에서 함부로 뀌었다가 냄새라도 남으면 망하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시댁에 가기 전에 속을 비우지 않으면, 어젯밤부터 참아온 가스를 다시 집에 갈 때까지 참아야 하는 것이다.




덜컹!


”읏!“


륵, 뤄라라라라락!




차가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민서 씨가 하고 있는 안전벨트가 그녀의 복부를 순간적으로 압박했다. 그녀의 뱃속이 괴롭다는 신음을 내며 반응했다.


방금의 그 충격 때문에, 평소에 방귀를 잘 참는 민서 씨도 거의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다.




푸슈우우우우우우…르르로록…


‘…어쩌지… 어떻게든 뀔 방법을 찾아야…’




민서 씨가 조수석에 앉아 식은 땀을 흘리며 다급하게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사건은 일어났다.




끼이이이이익-!


빵빵—!




부부의 차는 빨간불이 된 신호등 앞에서 멈춰섰다. 갑자기 오른쪽에 있는 차가 경적을 엄청나게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조수석 쪽에서 엄청나게 좋아보이는, 차 천장 없는 고급 스포츠카를 탄 한 아저씨가, 담배를 문 채로 두 부부가 있는 쪽을 향해 중지손가락을 날리고 있었다.




“아이 씨발~ 마 니는 왜 운전을 그따구로 하노? 좆같구로!”




차 창문 너머에서 그 아저씨가 제혁 씨에게 욕하는 소리를 두 명은 듣게 되었다. 계속해서 빽빽 소리를 질러대는 것을 보니, 많이 빡친 상태인 것 같았다. 운전하다보면 이런 일은 가끔씩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제혁 씨와 민서 씨는 조용해진 채로, 앞을 보며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어? 씨발 무시해? 개새끼들이?”




그리고 그는, 갑자기 자신의 스포츠카를 튜닝한 소리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부르릉! 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부르러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랑~!


“야 이 개새끼들아! 창문 안 내리나? 확 씨!”


부르르르르르릉! 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어? 이래도? 빨리 쳐 나와삐라 이 씨발년놈들아!“




그 아저씨는 점점 자신의 스포츠카 튜닝 소리를 더 크게 울리며 더 큰 목소리로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속이 안 좋아서 예민했던 민서 씨는, 자신의 남편에게 갑자기 욕질을 하는 아저씨를 가만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




철컥-




그녀는, 조수석에 있는 안전벨트를 풀며, 앞을 그대로 바라본 채 제혁 씨에게 말했다.




”자기야, 이쪽 창문 내려봐.“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어어? 뭐하게? 위험해 그냥 있어!”


“아 일단 내리라면 내려봐!”




갑자기 급발진을 하는 그녀에게 제혁 씨는 한 발 깨갱하여, 조수석 쪽 창문을 내렸다. 이 부부는 확실히 연상연하 커플인 만큼, 주도권은 민서 씨에게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창문이 열리는 것을 확인한 그 아저씨가, 욕질과 비난을 서슴지 않고 하기 시작했다. 튜닝 소리를 내는 것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튜닝 소리는 귀아플 정도로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부릉부릉! 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이 씨발년놈들이! 내리라고 할 때 퍼뜩 안 내리고! 마 운전 좀 똑바로 하라고 니 남편놈한테 말 좀 해라 마! 이게 뭔 지랄똥을 싸고…”




그러다가 다음 순간, 아저씨는 욕을 멈추고, 어안이 벙벙한 채로 부부의 차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방금 연 창문에, 자신의 엉덩이를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갑자기 젊은 유부녀의 엉덩이를 그렇게 보게 된 것에 뇌정지가 올 수 밖에 없었다. 부릉거리는 것을 멈추고, 그냥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차 안에서 그 광경을 보던 제혁 씨도 어안이 벙벙해져 그녀에게 말했다.




“여, 여보 지금 뭐하는…“


”흐으으으응~!“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라라라바바바봐봐봐봐봐봐봑! 박박박박박바라바바바바바바빠빠빠빡! 뤼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릭!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부터 참아왔던 가스를, 그 자세 그대로 시원하게 밖을 향해 방출했다!


정말 엄청난 소리를 자랑하며 터져나온 그녀의 방귀들은, 아저씨가 외치는 목소리를 쥐꼬리만하게 만들고, 튜닝한 스포츠카 소리가 장난감 자동차 소리처럼 들리도록 만들었다.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며, 아저씨는 자신의 자존심에 엄청난 패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웁,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스로 가득한 인생을 살면서 들어본 것 중 가장 찰진 헛구역질 소리였다. 그럴 만도 한게, 아침에 쌓인 가스는 평소에 평범하게 뀌는 방귀보다 지독할 수 밖에 없으니까.




”콜록 콜록! 우웁! 우웨엑! 냄새! 무슨 방귀 냄새가 씨발!!“




민서 씨는 다시 조수석에 풀썩- 하고 앉고, 엉덩이를 툭 툭 털면서, 창문 밖을 바라봤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까지 떨어뜨린 채 헛구역질을 하며 괴로워하는 아저씨를 향해 통쾌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저씨~ 스포츠카 튜닝 다시 하셔야겠는걸요~ 대체 어떤 차 소리가 여자 방귀소리보다 작아요? 풉!“




타이밍 좋게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뀐 걸 확인한 제혁 씨는, 창문을 올리면서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부르릉~




그렇게, 두 부부는 ’승리‘의 맛을 만끽한 채로, 사거리를 벗어나 직진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계속해서 기침을 하며 괴로워하던 아저씨는, 스포츠카에 남아, 유유하게 떠나는 그 소형차를 바라보며, 울먹이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대체 어떤 여자 방귀소리가 차 소리보다 크노…“


빵빵~


”거기 아이씨! 빨리 가이소! 파란불이요 파란불!“






”아~ 속 시원해!“




차 안에 남아 있던 민서 씨는,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두 가지 의미가 한 번에 담긴 말을 내뱉었다.


원래 같으면 정말 부끄러워했겠지만, 지금은 자신과 자신의 남편에게 욕을 쏟은 사람을 골려줬다는 통쾌함이 훨씬 더 컸다.




“…고마워, 여보. 나도 속이 다 시원하네.”




제혁 씨는, 차분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옆자리에 앉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고작 방귀 날린 거 가지고 괜히 진지하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애써 감추고 있던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빨개진 채로, 쑥스럽게 말했다.




“아, 아니 뭐 이런 걸 가지고…// 빠, 빨리 가자!“




민서 씨는 괜히 퉁명스럽게 그의 말을 받아치고선,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혁 씨의 눈에 붉게 물든 그녀의 귀가 들어왔다. 그는 자신을 위해 그런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워하는 그녀가 왠지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속으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두 명이 탄 차는, 사랑을 싣고 시댁을 향해 도로를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둘 사이의 관계에 변화를 준 첫 번째 사건.




-




두 번째 사건은, 그녀가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서 맛있는 고기를 먹고 집에 돌아왔을 때 일어났다.




띠로리-


철컥!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하이힐과 스타킹을 신은 옷차림을 한 채 배를 부여잡으며 들어왔다.




‘으으… 고기를 너무 많이 먹었나…’




민서 씨는 표정을 찡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몇 년만에 보는 친구사이여서, 이런 저런 얘기할 거리가 많다보니, 수다 떨면서 그녀의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의 양도 자연스레 많아지게 된 것이다.


그녀가 몸을 숙이며 하이힐을 벗고 있을 때, 집에 있던 제혁 씨가 뛰쳐나오며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누나… 누나!! 화장, 화장실… 화장실…“




그는 상당히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화장실 아무 상관없는 현관으로 와서 정말 다급하게 ‘화장실’이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에, 민서 씨는 의아해하는 말투로 되물었다.




”화장실…?“


”화, 화장실에 바퀴벌레가…!!“




그제서야 민서 씨는 깨달았다. 제혁 씨는 벌레를 무서워하고 생각보다 겁이 많은 편이라는 걸. 집도 준비하고 차도 있고 일도 잘하고 정말 완벽한 남자지만, 유일하게 몇 개 정도 단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겁이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점 마저 민서 씨에게는 연하남만의 귀여운 매력으로 작용했다.


뭐, 근데 이렇게 말하면 민서 씨는 벌레 안 무서워하는 줄 알겠는데… 물론 제혁 씨 만큼은 아닌 것 맞다. 하지만…




“바, 바퀴벌레?? 화장실에??????”


”으, 응! 막 이따만 게 화장실에 두 마리가…!!“


”두 마리나????? 어디 화장실? 마루?”


“아, 아니 안방 화장실…!!”




…바퀴벌레에게만큼은 아니다. 바퀴벌레를 안 무서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두 사람은 바퀴벌레를 어떻게 잡아야 할 지 서로 궁리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무작정 안방 화장실을 향해 달려갔다.


문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무아지경으로 화장실 안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어디? 어딨는데 자기야?"


"아, 저, 저기...! 샤워기 쪽에 두 마리...!"




안방 화장실의 샤워기에, 바퀴벌레 한 쌍이 떡하니 붙어있었다. 하필이면 바퀴벌레 중에서도 꽤 큰 놈이었다.




"꺄아아아악! 자기야, 약! 바퀴벌레 퇴치약!"


"약? 지금 없는데?? 어, 누, 누나! 저거 난다!"


"!!!!!"




바퀴벌레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징그러운 소리를 내며 날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두면 화장실을 나와 온 집안을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




"무, 문을 빨리 닫아야...!"




제혁 씨가 외치며 어리버리하게 겁먹고 있는 동안, 문 쪽에 서 있던 민서 씨는, 갑자기 뒤돌아서서 엉덩이를 쭉 빼고, 문틈 사이로 엉덩이를 화장실에 끼워넣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응흐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부뿌부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오오옥!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방귀를 배출했다.


그리고 나서,




쾅-!




그녀는 화장실 문을 바로 닫아버렸다.




“하아, 하아…”




민서 씨는 숨을 골랐다. 외출할 때 입은 스타킹도 아직 제대로 벗지 않은 채 바퀴벌레에게 방귀를 선사한 그녀. 그녀는 옷에 냄새가 베는 것 때문에 보통 외출복을 입고 방귀를 뀌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상황도 급했고 무엇보다 뇌가 이 상황을 따라갈 수 없었던 시츄에이션이었다.


제혁 씨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민서 씨는 엉덩이를 두 어번 탁탁 털고, 다시 허리를 펴 일어서며,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그를 보고, 뒤늦게 창피함이 몰려오기 시작하며 얼굴이 빨개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 아니, 방금 거는…!”




그녀는 평소보다 높은 목소리로 그에게 외쳤다.




“…바, 바퀴벌레 약이 없으니까… 이거라도오…….///”




그리고, 빨개진 얼굴을 숙이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아마 만화였다면 잔뜩 붉어진 얼굴에서 김이 나오면서 푸시시~ 하는 효과음이 들어가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방귀 냄새가 엄청나게 지독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바퀴벌레를 방귀로 죽이겠다는 미친 발상이 그녀 스스로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문 너머 화장실에 가득차있는 그녀의 가스는 가히 초월적인 냄새를 자랑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오늘 회식에서 그녀는 고기를 먹고 왔기에, 지금 화장실 안은 그녀가 평소 뀌는 방귀들보다도 냄새가 더욱 지독한 독가스에 의해 점령당해있었다. 이제 바퀴벌레들은 더 이상 화장실의 점령자가 아니게 되었다.


제혁 씨는 화장실 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말 저걸로 바퀴벌레가 죽을까…?”


“…이, 일단 문 열지 마! 나중에 바퀴벌레 약 사와서 확실하게 죽여야지….”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재빨리 자리를 떴다. 종종걸음으로 마루로 나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제혁 씨는 말했다.




“여보의 방귀 냄새가 이렇게 도움이 될 때도 있네~“


”으으… 방귀 냄새라고 하지마!!!“




그녀는 그의 입에서 ‘방귀’라는 단어가 나오는 게 창피했는지, 더욱 빠른 종종걸음으로, 제혁 씨에게서 멀어졌다.


그는 ‘이런 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귀라면, 오히려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여담으로, 다음 날 아침, 그녀가 안방 화장실 문을 조심히 열어보니, 화장실 바닥 한 가운데에서 뒤집어진 채 꿈쩍도 하지 않는 바퀴벌레 두 마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둘 사이의 관계에 변화를 준 두 번째 사건.




-




마지막 사건은, 그가 그녀의 방귀가 살인적이라는 것을 축복으로 느끼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일은, 제혁 씨가 오랜만에 회식을 가는 날에 생긴 날이었다. 민서 씨는 집에서 집안일을 마치고, 마루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혁이가 올 때가 됐는데…’




시간은 늦은 밤. 어느 아내라도, 회식에서 남편이 일찍 돌아오지 않으면 불안해 할 것이다. 이건 역사적으로 남편을 사랑하는 한국의 모든 아내의 공통점이다. 아마 조선시대에도 이런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출하진 못했을 뿐, 마음 자체는 똑같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식탁을 향해 걸어갔다. 오늘 저녁, 남편이 회식에 간 사이, 그녀는 밖에 나가서 장을 봐왔었다. 그녀는 식탁 옆에 있는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오늘 슈퍼에서 사온 식재료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뭐라도 좀 해먹을까…“




그녀가 냉장고를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던 그 순간, 현관문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아저씨 좀 많이 취하신 거 같으니 진정하시고…“




현관문이 닫혀 있어서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현관문 너머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로 그 목소리가 자신의 남편 것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아챌 수 있었다.




‘안 들어오고 뭐하는 거지?’




그녀는, 냉장고의 문을 닫고, 발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살금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씨발, 민수야… 니가 1000을 갚아야 내가 너를 다신 안 볼 거 아니냐, 어?“


”아니 아저씨 저는 옆집 사는 박제혁이라고 하고요, 민수가 아니라…“


”너는 항상, 그런 식으로 도망치려하더라. 내가 그때 너를 죽여버렸어야 했는데에에…”


“그, 아저씨,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일단 손에 드신 소주병부터 조금 내려놓고…”




대화를 들어보니, 조금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다. 실제로 현관문 밖에서는 제혁 씨가 술에 잔뜩 취한 옆집 아저씨한테 협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냥 협박이었으면 바로 비밀번호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손에 소주병을 들고 있어 뒷모습을 보이면 언제 다칠 지 모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밖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민서 씨는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쩌지…! 저대로 계속 시간 끌면 제혁이가 다칠 수도 있을텐데…!’




물론 다친다면 바로 고소하면 될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제혁 씨가 소주병에 머리를 맞아 어딘가가 평생 잘못된다면, 돈과 같은 존재로는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아픔을 겪게 될 수도 있으니까. 민서 씨는 그를 다치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함부로 깝치지 마. 1000 갚으면 돌려보내줄게. 민수야. 응?“


“…저는 민수가 아니라고 말씀드렸고요, 일단, 조금 흥분하신 거 같으니…”


“어?? 휴대폰 꺼내지 마, 휴대폰 꺼내지 마. 경찰 부르려는 거지 이 새끼야? 경찰관 오는 거 보이면 경찰새끼고 나발이고 니새끼부터 조진다.”




민서 씨는 현관문 너머로 들리는 대화를 뒤로 하고 다시 식탁 쪽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주방에 놓인 프라이팬을 집어들었다.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같은 곳에서 나오는 프라이팬으로 다 때려잡고 다니는 캐릭터들을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프라이팬을 다시 내려놓았다.




‘…이런 거 썼다가 기절 안하면, 그 쪽에서 바로 보복할 확률 100%고, 무엇보다 우리도 가해자가 될 수도…’




그녀는 골똘히 생각했다. 전혀 대화가 안 통하는 지금 저 상황을 해결하려면, 아저씨를 억지로 떼어내거나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도록 기절시키는 수 밖에 없다. 112를 불렀다가, 경찰이 자신을 잡으러 달려오는 것을 보고 제혁 씨에게 피해를 입힐 지도 모르는 상황이였다. 그렇다면, 가해 행위로 인정되지 않으면서도 아저씨를 100% 확실하게 기절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어쩌지…!’




그녀는 초조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식탁에 놓인 하얀 비닐봉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식탁에 놓여 있던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그 커다란 비닐봉지는, 민서 씨가 오늘 장을 봐올 때 물건들을 담아오고 미처 아직 치우지 못한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그녀는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




민서 씨는 식탁 쪽으로 걸어가 비닐봉지를 집어들었다. 그녀는 비닐봉지를 두 세 번 둘러보면서 생각했다.




‘…아니아니, 아무리 지독하다 해도, 사람은 무리지…’




그러나, 그녀는 비닐봉지를 든 채 조금 더 깊게 생각해봤다.


생각해보면, 비닐봉지를 뒤집어씌우는 건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일시적으로 시야가 차단당하니, 아저씨가 기절하지 않더라도 그때 재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다칠 일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해행위로 보복신고를 당할 이유도 없었다. 경찰서가서 ’저 여자가 비닐봉지를 나에게 덮어씌워서 기절시켰어요‘라고 말해봤자, 그 안에 있던 건 그냥 자신의 방귀라고 주장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아무리 개같은 대한민국 법이라고 해도, 방귀로 사람을 기절시켰을 때 내리는 형벌은 그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다.


한마디로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가 결론 내린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녀에겐, 이제 실행에 옮기는 것만 남아있었다.




그녀는 비닐봉지를 들고,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현관문에서 가장 먼 안방 화장실쪽으로 재빨리 향했다.




끼익-


‘최대한 빨리…!’




민서 씨는 화장실 불도, 환풍기도 켜지 않은 채로 화장실 문을 열었다.


서둘러 안방 화장실의 샤워칸 안에 들어간 그녀는, 입고 있던 하의를 살짝 내려 맨 엉덩이가 드러나도록 한 뒤, 몸을 앞으로 살짝 굽혔다. 그리고, 양손으로 비닐봉지를 잡은 채 엉덩이 뒤에 딱 붙였다. 비닐봉지의 입구가 그녀의 엉덩이 맨살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다.


그렇게 하고는, 그녀는, 뱃속에 들어있던 지독한 가스들을 있는 힘껏 내보내기 시작했다.




”흣…!“


부뿝뤄라라라라라라락!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스슷부부부북! 부부부부부부뿌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 보보보보보보보복!




”으읏, 으응!“


뿌부북! 뿌보오오옥!




”흐으으으읏!“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덕! 뿌와아아아아악!




”으으응….“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빠바바바바바바바밧!




“…응하아아아아아아앗…♡”


부부뿌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뿌부부부부부부부부부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라바바바바바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부부부부부부부부뿌뿌뿌뿌뿌뿌뿌뿌뿌뿍! 닥 뿌뿡 르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럭! 뿌와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오옥부뤼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릭!




거의 2분에 달하는 수준의 배출이었다. 




“…흣, 으읏!”


뿍, 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우우우우우우우우…




그녀는 마지막으로 남은 가스까지 비닐봉지 안에 담기 위해 배에 두 번 정도 더 힘을 주었다. 뱃속에 묵혀져 있던 엄청나게 농도 높은 가스가 소리없이 비닐봉지 안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그녀는, 손을 모아 재빨리 비닐봉지 입구를 오므린 뒤, 오른손으로 감싸진 비닐봉지를 들었다. 비닐봉지가 안에 들어있는 가스로 인해 빵빵해진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방귀 냄새가 중요한데, 악취는 비닐봉지를 오므리면서 조금 새어나온 그 가스 만으로도 그녀의 얼굴을 찡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와, 이건 무조건 기절하겠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왼손으로 하의를 다시 올린 채, 엉덩이를 두어번 툭툭 털고 안방 화장실을 나섰다.




그리고 복도를 다다다다다- 뛰어서,




현관을 향한 뒤…




철컥-!




“자기야 뒤로 물러서!!”


”ㅇ, 여보??!???“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양손으로 벌리며, 얼굴이 잔뜩 벌개진 채 앞을 바라보고 있는 아저씨의 얼굴에 비닐봉지를 정확히 덮어씌웠다!




풀썩-!




비닐봉지의 사이즈는 아저씨의 얼굴에 딱 맞았다. 그는 갑자기 얼굴이 불투명한 비닐봉지로 가려진 사실조차 모른 채, 제자리에서 허둥허둥대기 시작했다.




“으아악! 뭐야! 갑자기 앞이 안 보여!! …웁, 우웩! 냄새! 갑자기 냄새가! 숨을, 숨을 쉴 수가 없어!“




뒤로 충분히 물러선 제혁 씨와 민서 씨는, 몸 상태를 가누는 것이 불가능해진 아저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수 너 이새끼 무슨 짓을… 씨발, 콜록, 이건 무슨 약이길래, 콜록, 웁, 우욱,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우웨에에에에엑… 우어어어어어어억…“




그렇게 휘청거리다가, 그는 소주병을 잡은 채로 결국 아파트 복도에 쓰러졌다.




털썩-.




사람 3명이 존재하는 아파트 복도에서, 10초 간의 정적이 흘렀다.




민서 씨는 기절해서 누워있는 아저씨 쪽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몸을 흔들어보았다.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완전히 기절한 것이다.




”휴, 다행이다…“




민서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작전이 다행히도 통할 수 있었다. 사실 그렇게 지독한 걸, 밀폐된 비닐봉지 안에서 맡고 기절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아파트 복도에까지 냄새가 다 새어 나온 상태였다.


그녀는 다시 일어나면서, 뒤쪽에 서 있는 제혁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와, 자기야.”




그러면서, 미소를 지었다. 제혁 씨가 첫 만남에 보고 반했던 그 미소를. 그것은 그가 그녀의 얼굴 표정 중 가장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제혁 씨는, 두 걸음 크게 내딛은 후, 민서 씨를 와락- 안았다.




“ㅇ, 어머 얘가…”


“고마워, 누나…”




그녀는 자신의 품 안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자신을 안아주는 그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하며, 똑같이 그를 안아주었다.




“…나, 생각보다 많이 무서웠는데, 누나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둘은, 서로를 안은 채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비닐봉지 안에 있던 거, 누나 방귀지?“


”…얘는, 뭐 그런 걸 물어봐아…//“




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제혁 씨의 가슴에 파묻고, 고개를 작게 위아래로 두 번 끄덕였다.




’…참, 방귀 뀔 때마다 이렇게 다 보이게 부끄러워 하는 누나도 귀엽다니까.‘




제혁 씨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그리고는, 결심을 한 듯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누나, 이제 그냥 내 앞에서 방귀 뀌어도 돼.”


“…응?”




민서 씨는 그 말을 듣고, 숙였던 고개를 다시 치켜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많은 도움이 되는 방귀인데, 싫어할 리가 없잖아. 계속해서 지내면서 누나의 방귀는 나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근데도, 나는 그동안 냄새나고 지독한 가스라고만 생각하고, 누나보고 화장실에서 뀌라고 하고… 좀 많이 반성했어.”


“그, 그건 딱히 상관 없었는데…”


“…이제 그냥, 완벽하게 방귀 트자. 방귀 때문에 불편해하지 않아도 돼. 더 이상 누나가 방귀 때문에 불편해 하는 거 보기 싫어.”




그 둘의 관계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정말? 집에서도 마음대로 뀌어도 괜찮아…?”


“그럼.”


“나 그냥 뀌면 하루에 100번도 넘게 뀌는데…?”


“100번도 넘게 들어줄게.“


”…소리도 엄청 크고, 냄새도 지독하고…“


”알고 있어도 이젠 사랑할 자신이 있으니까 말한 거야.“


”…막 니가 일하는 중에도 뿡뿡 뀌어댈 텐데…“


”…음, 뭐 그건 차차 익숙해지지 않을까?“




민서 씨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그 어떤 별 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그런 눈을 할 때들을 모두 기억한다. 첫 데이트 때, 고백할 때, 사랑한다고 말할 때, 키스하기 직전에, 그리고 프러포즈 할 때. 그의 그러한 눈은, ’진심‘을 발휘할 때 보이는 눈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진심을 느꼈는지, 또 다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그럼…“




그리고는, 안고 있던 오른손을 엉덩이 뒤로 가져가,




부우우우우우우웅~




그를 바라보고 있는 그 자세 그대로 방귀를 뀐 뒤,


손을 그의 얼굴 앞으로 가져와 화악-하고 살짝 펼쳤다.


그와 그녀의 얼굴 사이에, 지독한 냄새가 퍼졌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녀는 잔뜩 상기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응."




제혁 씨가 대답했다.


방귀 냄새로 가득한 그 공간에서,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둘은 살포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풀썩-.




…제혁 씨가 민서 씨의 어깨에 머리를 내렸다.




‘…?’




민서 씨는, ‘분명 입에다가 키스하는 흐름이었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어깨에 기댄 제혁이를 흔들었다.




”…저기, 자기야?“




그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몸에서 힘이 빠져있음을 알아챘다.




’서, 설마…‘




…그렇다.


방금 방귀로 인해,


제혁 씨는 기절해버렸다!


근거리에서 맡은 방귀 냄새의 효과는 굉장했다!




“웁, 콜록! 콜록! 케훕, 콜록!”




민서 씨는 자신의 냄새를 맡고, 기침을 세 네번 심하게 했다. 아까 방귀는, 소리는 귀여웠지만, 확실히… 그녀 평소의 방귀보다 세 배 이상 더 지독했다. 계란 썩은 내에, 음식물 쓰레기 냄새, 변비 방귀 냄새까지… 모든 게 합쳐진 듯한 말 그대로 역겨운 냄새였다. 그녀는 창피함에 부들부들 떨었다. 방귀로 남편을 기절시켜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수치스러움도 들었다. 


그녀는, 기절한 남자만 두 명 있는 이 공간에서, 크게 소리쳤다.




"일어나!!! 여기서 기절해버리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




그렇게, 민서 씨와 제혁 씨는, 드디어 방귀를 트게 되었다. 민서 씨는 이제 참을 필요 없이 편안하게 방귀를 뀔 수 있게 되었다. 잘 됐네 잘 됐어!


다만 제혁 씨도 냄새에 익숙해지는 훈련이 필요했다. 저번처럼 그런 식으로 기절해버리면 안되니까. 사실 저번에 기절해버리고 자존심의 상처를 좀 입은 모양이다. 나름대로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거야!’라고 주장한 바로 다음에 기절해버린 거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거리를 좀 멀리 두다가, 점점 가까이 하는 것을 반복했다.




북! 뿌우우우우부부르러롸라라라라랍!




민서 씨는 부엌에서 방귀를 뀌고는, 거실에 앉아 있는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이, 이 정도면 괜찮아…?”


“어! 괜찮은 거 같아!”




이것은 민서 씨가 방귀 뀌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걸 극복하기 위한 연습이기도 했다. 제혁 씨는 부엌에서 가스가 배출되었는데도 마루까지 냄새가 느껴진다는 사실에 경악했지만, 그 짓을 100번 이상 반복하니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다음은, 식탁 근처에서.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보복!


”ㅇ… 어때…?“


”어, 어떠냐고 물어도… 지독한데…“


”으응... 미안...”


“아, 아냐, 그래도 버틸만 해!”




그리고 마루 끝자락에서.




뽀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부부부부부부부부붓!


"새삼 느끼는데 여보 방귀 진짜 시원하게 뀐다."


"으, 응… 맞아, 예전에는 이렇게 못 뀌었는데, 마음껏 마려울 때 뀌니까 시원해…"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서서히 둘의 일상에 방귀를 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





부부 생활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두 사람은 화목한 신혼을 보내고 있다.




”…여보, 일 하고 있는데, 무릎 위에서 게임 하는 건 그만 두지?“


”아 왜~ 일하면서도 아내랑 딱 붙어있을 수 있고, 좋잖아?“


”그… 건 그렇긴 한데에…“


”헤헤, 난 자기의 그런 점이 좋더라. 혹시 방해 많이 돼?“


”아니, 괜찮아. 해도 돼.“


”아싸~“




민서 씨는 그의 무릎 위에 엎드린 채로 게임을 계속 했다. 게임에서 나오는 뿅뿅거리는 소리만이 집 안에 울려퍼지다가, 민서 씨의 엉덩이가 그 정적을 깼다.




”흐으으읏~!“


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닥!


“아아! 여보 진짜!“


”하아아, 시원하다아… 자갸, 많이 지독해?“


”콜록, 콜록! 그걸 말이라고 해!?“


”미안, 미안~“




엉덩이가 위쪽을 향해 있어, 위에 있는 제혁 씨의 얼굴은 방귀 가스를 아주 제대로 선사받게 되었다!


1년이 지나 유부녀로서의 경력을 늘린 민서 씨의 방귀는 날이 갈 수록 지독해졌다. 두 명이 처음 결혼했을 때도 충분히 우렁차고 냄새났지만, 이제는 그 방귀마저 점점 진화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혁 씨는 사랑의 힘으로 냄새를 극복하는 데에 결국 성공했다! 이 정도의 지근거리에서 이런 독한 냄새를 맡았다면, 보통 사람이었다면 욕을 하며 뛰쳐나가거나 기절했을 텐데, 제혁 씨는 이제 평범한 부부가 방귀 튼 것 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보낼 수 있다.




그렇기에, 모든 나날들이 소중했다. 그와 그녀에게는. 자신의 이런 안 좋은 체질을 좋게 바라봐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제혁 씨가, 민서 씨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했다. 다른 부부처럼 일상을 평범하게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소중했다. 평범하게 살지 못할 줄 알았던 자신을, 평범한 존재로 여겨지도록 받아들여준 제혁 씨가, 너무 소중했다.


민서 씨는 이 소중한 나날을 지켜나갈 것이다. 비록 귀는 방귀 소리로 고통받고, 코는 방귀 냄새로 고통받는 일상일지라도. 제혁 씨와 함께, 앞으로도, 쭈욱.



“자기야.”


“응?”




민서 씨는, 자신이 방귀를 뀌는 횟수보다 더 많이 말한 말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혁 씨에게 내뱉는다.




“사랑해.”




그렇게 말하면, 제혁 씨는 여느 때와 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나도 사랑해.”






그렇게, 방귀쟁이 아내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었다.


잘 됐네 잘 됐어!












-

Epilogue




그리고,




“민서 씨 아내가 참 올곧네~ 예쁘장하고.”


“참, 부장님, 그런 소리는 부하 아내한테 하는 게 아니에요!”


“하하하하, 괜찮아요~ 저희 아내가 좀 예쁘긴 하죠!”


“으, 자기도 참...”


“암튼 제혁 씨, 오늘 집들이 고마웠어. 우린 가볼게.”


“네, 안녕히 가세요. 밤길 늦었는데 다들 조심히 들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래, 이만 쉬고.”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너도 잘 가고, 나중에 메일 보낸 거 확인하고.”


“하, 이 새끼는 갈 때까지 일 얘기네. 좀 쉬어 너도.”


“쉴 거야. 지금은.”


“다들 들어가세요~“


철컥-!


”…“


”…“


”후, 여보, 수고했어! 오늘 정신없었지? 이제 좀 쉬어도 돼.“


”…“


”아, 나는 메일만 보내고 슬슬 쉬러 가봐야겠다…“


”쉰다고… 자기야?“


”응? 왜, 여보?“


”…“


”…설마…“


”...흐으으으으으응~♡“


부뿌부봐-바바바바바바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라다다다닥닥닥뿌보보보보보보봐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우우푸우우부부부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부뿌부부부부북!


“…”


“하아, 자기 회사 사람들 앞에서 참느라 혼났네… 뱃속을 좀 비워야겠는걸…?♡”


“ㄴ, 누나아…”


“쉬러 갈거야? 자기야? 여기는 벌써 할 마음 가득인데. 으응…”


부부뿌부부부부부부북!


“누나….”


“응, 제혁아?”


“이렇게 된 거, 다 누나 때문이니까, 확실하게 책임져줘.”


“어머, 그새 잔뜩 커진 거봐... 헤헤, 자기 코 비뚤어져서 막 살려줘 여보~ 하면서 울고불고 소리치다 기절해도 난 몰라~ 응?♡”


뿌우우우우우웅!


“바라던 바야.”


“…밤은 기니까, 침대로 가서, 천천히…”




…이건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의 이야기.






Fin.


-



그래도 '방귀가 문제를 일으켰다가 방귀로 활약하고 다시 화목해져서 같이 살게 된다'라는 원작 스토리 플롯은 따랐다

나도 이런 와이프 줘


참고로 소설 중간중간에 쓰인 일러스트들은 전혀 관련 없는 픽시브 연상 여자친구 시리즈에서 돚거해옴... 작가가 일본인이라 절대 이 글 볼 거 같진 않은데 문제 시 삭제...


일단 끝이긴 한데 혹시 반응 뜨거우면 대회 이후에 3편도 써봄

항상 바지 내리고 읽어주는 방붕이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