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Prologue <프롤로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암흑마계편] <1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명록마계편] <2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마을 <도심지> 편] <3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기슭> 편] <4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 속 깊은 곳> 편] <5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 속 마을> 편] <6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마을 <도심지(2)> 편] <7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콜로세움 - 上] <8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콜로세움 - 下] <9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던전 - Ⅰ] <10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던전 - Ⅱ] <11편>


호불호 갈리는 마물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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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음, 냄새는 훨씬 빠졌네. 같이 가자."


"하아암... 좀 피곤하네에... 쩝..."


"...피로 회복이야 우리 입장에서는 일도 아니잖아? 에르가페."


"그래도 그 피로를 핑계로 너랑 같이 있고 싶은걸. 후후..."


"너도 참... 자, 어서 가자."


어느새 진짜 연인 이상의 사이가 되어버린 둘. 문을 열고 나온 그들을, 먼저 기다리던 버닙 마물 즈미야가 맞아주었다.


"나왔구나? 마침 작전 브리핑을 하려던 참이야. 어서 가자."


"...이제 마지막이구려. 후우..."


"어서 끝내버리자고. 안내해줘, 즈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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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 모이셨군요."


히메로스, 엘라프, 메카니르와 에르가페, 티린, 헬라, 로이, 그리고 처음 보는 두 명의 사람, 두 명의 마물들. 오로지, 이들만이 다음 구역인... 미궁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구역으로 향하게 되었다.


"...오싹오싹하구만? 저 너머에서부터 지랄맞은 한기가 느껴진단 말이지."


"아, 그거 지리적으로 저기에 한기가 심해서."


"...별 대수로운 이유는 아니었네."


"그럼에도 헬라, 그대의 말처럼 충분히...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위험하게 느껴지는 곳이로구나. 수백 년간 쌓인 지혜가 그리 말하고 있단다."


"...그래? 오울 메이지인 댁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거겠지. 긴장해야겠는걸..."


"...오울 메이지? 그러고 보니 그쪽은... 초면이로군."


"작전에 들어가기 전에 다들 인사치레라도 할까? 이름도 모르고 나아갈 수는 없잖아. 그렇지, 다들?"


"좋은 생각이에요. 티린 양이 마지막으로 작전을 브리핑하기 전 점검을 할 테니, 여러분은 잠시 인사라도 나누시겠어요?"


그 말을 남기고, 히메로스와 함께 티린에게 다가가는 엘라프. 둘이 자리를 뜨자, 메카니르와 에르가페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


"반갑소. ...메카니르라고 하오. 이쪽은 내 동료, 에르가페."


"만나서 반가워. ...뭐! 태평하게 인사나 하고 있을 시간은 아니지만. 내가 인사하자고 말해놓고 이런 말을 하니 그림이 좀 이상하네."


둘의 인사를 받은 넷은, 답례로 자신들에 대해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울 메이지. 미네르바란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럼에도 숲 속의 현자라고 불리지."


"전 더스크라고 합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센티아 학회의 최연소 교수라고나 할까요."


메카니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고,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들 또한 메카니르와 에르가페에게 인사를 건넸다.


"...후후... 반가워요. 라마리라고 해요."


"전 퀴드라고 합니다. 라마리랑은 음... 아주 아주 깊은 사이? 하핫..."


웃으며 서로를 끌어안는 둘. 그 모습을 본 메카니르는, 짤막하게 한 마디를 남겼다.


"...상당히 이질적인 마력이 느껴지는군."


"어쩌면... 당연할지도요? 왜나면... 저는 '마인드 플레이어' 라고 하는 종족... 심연 아래 잠든, 위대하고 전능하신 그분을 섬기는 종족이니까요."


"...그런 종족을 이전에도 한 차례 본 적 있었지. 쇼거스였나."


"어머, 쇼거스도 만나보셨나요? 맞아요. 비슷하죠. 극히 소수만 존재한다는 '혼돈형 마물' 이라고나 할까요?"


"...신기하구료. ...이렇게 만난 것도 연인데, 협조를... 구해보고 싶소만?"


"협조?"


고개를 갸웃하는 라마리와는 다르게, 미네르바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사전을 편찬하고 있다고 들었단다. ...일반적인 반마물국가의 사람들에게 퍼진 잘못된 지식에 대한 교정이라고 하던데. 내 말이 맞나?"


"그렇소. ...도와줄 수 있겠소?"


미네르바는 보일듯 말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라마리 또한 동의의 의사를 보였다.


"...둘 다, 정말로 고맙소."


"별 말을 다 하는구나. 자, 나와 더스크에게 사전을 주려무나. 너희가 원하는 것은 모두 적어주마."


"...보아하니 성생활도 적어야겠네요. 어디..."


"그...그걸 꼭 해야하겠느냐?"


"그럼요. 우리 누나가 얼마나 귀여운지 여기다 실어야죠."


"...정말... 인간들은 못말리는구나..."


얼굴을 살짝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글을 적기 시작하는 미네르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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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또렷한 상태의 오울 메이지. 그 마안은 출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오울 메이지 - Owl mage]


[속 : 하피 / 형 : 아인(조인)]


[서식지 : 숲]


[식성 : 잡식. 소형 동물을 조리한 고기 요리를 좋아함.]


[성격 : 차분함, 부드러움, 인자함]



[깊고 어두운 숲 속에 서식하는 야행성 하피의 일종. 매우 높은 지능과 지식 수준을 가지고 있어 숲의 현자라고 불리기도 하며, 학회 등지에서 야간 교수나 강의자로 활동하기도 한다. 작고 가벼운 신체를 가진 여타 하피들과 달리 풍만한 몸과 깃털, 그리고 비교가 될 정도로 큼직한 엉덩이를 가지고 있기에 비행 능력은 부족한 면이 있지만, 신체에 충분한 마력을 축적하고 다닐 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여 비행에 도움을 얻는 능력이 있기에 기동성에 문제가 있진 않다. ...단, 냄새는 신경써야 하지만 말이다.


그녀들은 마력과 마법을 사용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찬연히 빛나는 큰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고, 비행 과정에서 생성되는 악취를 체내의 깃털 속에 가둬둘 수 있는 능력 또한 있다. 이쯤 되면, 그녀들의 추가적인 '기동력' 을 얻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 법 한데, 바로 '방귀' 인 것이다.


다른 하피들 또한 공통적이지만, 오울 메이지는 유독 '가스 배출을 통한 방향 전환과 가속' 에 능하며, 이에 의지하기도 한다. 모든 오울 메이지는 태어나면서부터 이 능력을 완벽하게 조절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고 배움의 과정을 거치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벽하게' 방귀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체내의 가스량이 너무 많아도, 적어도 안되고, 정확한 방향으로 정확한 양을 분사해야 하는 경지에 다다라야 비로소 오울 메이지라 불리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들은, 그것을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로 갖는 것이다.


또한, 그녀들의 눈은 일종의 '마안' 으로, 마주친 상대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어 사냥을 비롯한 다양한 행위에 사용되곤 한다. 물론, 현명하고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한 그녀들이 인간 남성에게 악의를 품고 사용하는 일은 전혀 없고, 오히려 도움을 주는 편이다. 단, 이렇게 현명하고 온화한 그녀들도 암컷 하피 마물인 이상 발정기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찾아오는데, 이 과정에서도 그녀들은 이성을 잃지 않는다. 차분하게 성욕을 누적하며, 체력을 기르며, 그리고 '가스' 를 무시무시하게도 축적하며, 남성에게 무서운 사냥꾼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오울 메이지의 사냥은 밤의 어둠 속에서 이루어진다. 두 눈동자가 사냥감을 지긋이 응시하는 순간, 사냥감이 된 남성은 공포를 느끼며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그 심리는, 어둠 속에서 본능적으로 '빛' 을 찾게 한다. ...그리고, 이 순간, 단 한 쌍의 광원만이 빛나며 남성을 불러들인다. 바로, 그녀들의 마안인 것이다. 홀린 남성들은, 서서히 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부라리며 다가오는 거대한 마물에 공포를 느끼기도 하지만, 이내 그녀들이 차분하고 따뜻하게 설명하며, 특유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곧바로 자신들만의 '설득의 기술' 과 '몸의 대화' 를 이용한 조교를 시작한다. 바로, 뱃속에서 필요 이상으로 부글거리던 가스에 자신들의 마나와 마법, 그리고 마물 특유의 매혹의 페로몬을 섞어 잔뜩 분사해주는 것이다. 속에서부터 끓어올라 한 모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은 끔찍하고 괴악한 악취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들어있는 페로몬 때문에 남성의 아랫도리는 한껏 부풀어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더, 남성들은 오울 메이지에게 빠져든다. 풍만한 가슴에, 더욱 풍만한 엉덩이에, 악취를 머금고 잔뜩 부풀어오른 깃털 가득한 풍채에. 그리고, 그 깃털이 흔들릴 때 마다 푸쉬익- 소리를 내며 터져나오는 악취에. 꼬리가 없음에도, 꼬리 속에서 남성에게 악취를 분사하는 수인형 마물의 자랑거리를 그대로 흉내내며 남성을 더욱 흥분시키고 끌어안는 모습에,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고개를 돌리고 내려다보며, 어마어마한 가스를 쏟아내면서 자신의 남성기를 한껏 쥐어짜면서 '...너만을 위해 준비한 가스란다...' '원래 하피들은 뱃속에 이렇게 많은 방귀를 담아두면 안되는데... 너를 위해서라면...' 등의 녹아내릴 것만 같은 말을 하며, 남성을 더욱 흥분시키고 사랑과 정욕에 가득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성격에 맞게, 밤새도록 천천히, 끈적하게, 숲 전체가 우렁차게 울리도록 장장 일곱 시간 이상을 방귀만 뀌며 잔뜩 교미를 갖는 것이다.


아침의 그녀들은 유독 약해지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또한, 감정이 잘 드러나는 시간대이기도 하기에, 푹신푹신한 깃털 속에서 남성의 몸을 껴안고, 맞닿은 피부를 느끼며 잔뜩 웃으며 애교를 부리는 진귀한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물론, 그 시간대의 그녀들은 약해지기에 가스를 조절하는 능력 또한 고장이 나다시피 해서, 가스가 차오르는 족족 뀌어대며, 거의 30초에 한번 꼴로 방귀를 뀌며 남성을 흥분시키고 또 진하게 교미를 갖는다고 한다. 사냥의 순간에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영민하고 무서운 사냥꾼이지만, 남성만을 담고자 하는 그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는 남편들에게 있어선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아내가 되어주는 그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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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현자... 그 지혜의 깊이가 궁금하군."


"다들 날 그렇게 부르더구나. 아직 한참 먼 몸이지만, 다들 그렇게 부르니 나도 그 이명의 끝자락이라도 따라잡기 위해 힘쓰고 있단다."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우리 누님이 진짜... 엄청 똑똑하시거든요. 백택 분들하고 하루종일 토론을 하셨기도 하고..."


"여러분? 잠시 여기로 오시겠어요?"


엘라프가 부르는 소리에, 그 자리의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 그 자리엔,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미궁, 그리고 저마다의 밝기로 다른 형상을 비추는 수많은 거울들이 음산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던전의 최심부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듯 그 몸을 뒤척이며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싹오싹하네. 진짜로."


"두려워 할 것 없단다. 고요한 무지에서 오는 공포... 끝내 극복하고 일어날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수많은 거울... 흩어지는 자아... 울려퍼지는 메아리... 황홀경 속의 공포... 제 고향이 생각나는군요."


"대체 어디서 온 거야? 아무튼, 가보자고. 자!"


헬라가 기운차게 앞으로 나섰고, 로이가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모두들, 그 둘의 뒤를 따라 메두사 티린과 에키드나 엘라프에게로 향했다.




--------------------------------------------------------------------------------------- 1장, 오울 메이지 편 [END]




"자, 이제 본격적으로 알려드리죠. 작전을 말이에요."



엘라프는, 그렇게 말하며 지도 한 장을 펼쳤다.


"...이 지도는 뭔가... 확실히 좀 이질적이구려. 미완성처럼 보이기도 하고...


"미궁의 구조 때문이야."


티린이, 메카니르의 말을 받으며 말했다.


"...난 이 던전 구역의 관리자로써...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거울에 간섭할 수 있는,  그리고 그를 통해 내 힘의 일부를 흘려넣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그 여파로 이 구역의 모든 거울은 자동적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마도구처럼 이루어져 있거든.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미로의 구조가 변한다... 이런 것인가?"


"맞아. 그래서 구현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이지. 매 시각 변하는 구조의 던전이니까. 실제로 보면... 처음 봤을 때랑 비교해서 많이 달라졌지?"


"...조금 그렇군. 구조를 파악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아예 없진 않아. 내가 어느 정도 나의 힘을 이용해서, 저 거울들에 간섭해서 최대한... 그 내부 구조와 비슷하게 지도를 그렸어. 그리고, 엘라프 언니의 도움으로 각종 마나의 흐름을 이어주는 통로가 어디에 있는지도 확인했고. ...후우... 마나를 집중시켜서..."


티린이 마나를 지도에 불어넣자, 형형색색의 마나가 물감처럼 퍼져나가며 길을 만들어갔다.



(투화아아아---)


"...이건..."


"...우선, 우리는 이 경로로 들어갈거야. 여기로 들어가서, 이 지점에 도달해서 두 팀으로 나뉠 거고. 한 팀은 여기로 가서 내가 만들어 둔 '부서진 거울 조각' 을, 이쪽은 '부서진 거울 손잡이' 를 가져와서 합치게 될 거야. 그러면 일종의 열쇠같은 역할을 해서, 이 자리에 이 계단과 이어지는 문이 생길 거야. 그리고, 이 시점에서 나는 여기 있는 첫 번째 함정 그룹을 해제할거야. 이전 구역에서 기다리던 인력이, 곧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요컨대 우리가 선발대로군."


"그리고 후발대의 진입도 돕는 셈이고."


"정확해. 그리고.... 이 계단을 타고 내려간 뒤, 다시 두 팀으로 나뉘는데... 이쪽으로 가는 팀은... 나와 함께 여기서 이 조종 장치로 던전의 구역을 원격으로 통제하기 시작할거야. 원래는... 나만 출입 권한이 있는 던전의 극비 구역이지만, 어쩔 수 없지. 시국이 시국이니까."


"이해했소. 그렇다면, 여긴?"


"...여기는 쉽게 말해서 토벌대야. 시간이라도 최대한 끌어주는 토벌대. ...여기서 장치를 조작하면, 이 녹색 부분으로도 외부와 곧바로 연결되는 길이 열리거든. 이 길을 통해 이전 구역에서 대기하던 인원들이 빠르게 합류할거야. ...그리고 먼저 여기에서... 이 푸른 마나의 흐름으로 진입한 너희가 이쪽으로 통로를 이어 주면, 여기서 더 빠르게 너희들을 지원하러 올 수 있겠지."


"...이 붉은 X 표시는..."


"...놈이야. 틀림없어."


"...최종장이로군."


메카니르의 말에, 모두들 긴장이라도 되는 듯 호흡을 크게 가다듬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순 없지. 다들! 살아서 나가자고!"


"...호기롭구나. 예로부터 너 같은 아이들이 가장 먼저 스러져 갈 것이라고, 가장 겁이 없는 녀석들부터 하늘의 별이 될 것이라고 했건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용기와 배짱을 보여준 녀석들이 종국에는 모든 것을 거머쥐었지. ...자, 가자꾸나."


"이 혼돈... 나의 무대가 될 지도 모르겠네. 어떻게 생각해, 퀴드?"


"...우리 자기야 뭐... 말할 필요가 없지. 어서 들어가볼까?"


"좋소. ...내가 앞장서지."


"그럼 나도! 자, 다 왔어! 모두 화이팅!"


메카니르와 에르가페가 앞장서며 거울의 미궁 속으로 들어갔고, 미로의 주인인 티린, 그리고 히메로스와 엘라프가 진입했고, 뒤에서 대기하던 여섯 또한 그들의 뒤를 따라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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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 또각- 빠직-!)


"...메카니르! 에르가페! 그 자리에서 벗어나!"


(파스스스슷-!)


"...흠!"


"타앗!"


(쨍-! 쨍그랑!)


"...귀찮군."


"되게 살벌한 트랩이네?"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서 마력이 많이 변질된 느낌이야. 감지가 어려운걸..."


"그래도 희미하게나마 남은 잔존 마나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잖아? 티린, 정말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 마계은... 이랑 비슷한 성질의 거울이라 조금이라도 잘못 스치면 정기가 다 빠져나가서 방귀쟁이가 되어버리겠지만..."


"그래? ...흐음, 메카니르. 일부러 한 대 맞아볼~까?"


"...좀 나중에..."




(또각... 또각...)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던 사이, 일행은 갈림길에 도달했다.


"...이곳이 그 갈림길이군. 팀을 나눠야겠구료."


"...흠..."


"...미네르바? 왜 그러시오?"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느냐? ...범람하는 이물질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구나."


"...그러고 보니..."


메카니르는 스스로가 그런 사실조차 까먹고 있었다는 것에 조금 충격을 받은 듯 했지만, 이내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았다.


"...다른 곳과 다른... 이 곳에만 존재하는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겠구료."


"...그렇다면 꽤나 심각한 일이겠구나. 서둘러야겠어."


"...이 길은 생각보다 복잡하거든. 나랑... 엘라프 언니, 히메로스, 미네르바, 더스크, 그리고 헬라와 로이가 여기를 집중적으로 수색하겠어. 보이지 않는 길이 다수 나타날테니."


"...애초에 여기까지 오면서도 이 지도랑 판이하게 다른 길들이 보였지. 그걸 생각하면... 좋아. 어서 가자고. 어이, 형씨. 그리고 형씨 여친? 여기를 맡겨도 되겠지? 비교적 길이 단순하지만 좀 기니까 말이야."


"맡겨만 주게. 손잡이는 우리가 책임지고 회수하지."


"좋아. 어서 서두르자고! 이따 봐, 라마리!"


"조심해! ...우리도 갈까요?"


사라져 가는 무리의 뒤를 향해 인사를 한 라마리는, 에르가페, 메카니르와 함께 미로의 깊은 곳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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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군. 보이지 않는 길과 함정이 이렇게나 많으니 원..."


"그래도, 라마리가 잘 짚어주니까. 후후... 내 힘을 아끼게 되어서 좋네. 너무 많이 쓰면..."


'이 세계의 존속 자체가 위험하니까.' 라는 말 끝을 일부러 흐리는 에르가페.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잘 아는 메카니르는, 그 또한 헛기침을 하며 주제를 돌렸다.


"...으흠... 그건 그렇고, 이렇게 된 거... 자네들한테서 뭔가 정보를 좀 얻어가고 싶은데. 마침 오울 메이지의 조사를 끝내자마자 소집령이 떨어지지 않았나."


"참, 그러고보니... 그랬지? 남편한테 부탁해야겠네."


"...그러고 보니... 퀴드... 라고 했나? 입구에 들어서기 전엔 보였는데."


그 때, 라마리의 하반신을 감싼 장신구처럼 보이는 것이 꿈틀거리더니, 색이 바귀고, 형태가 바뀌며,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는 꿈틀거리며 솟아올라, 인간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전 여깄었습니다. ....마인드 플레이어와 혼약의 계약을 맞은 이들의 특권이랄까요?"


메카니르는 '쇼거스' 라는 마물과 결혼한 남자도 이와 비슷한 느낌의 혼돈마물과 같은 신체 변화 능력을 얻은 것을 생각하고는, 그러려니 하며 펜과 종이를 준비했다.


"아,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늘 지참하는 수첩이 있거든요. 잠시만요?"


기묘하게 생긴 팔로 필기를 시작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메카니르는 재밌다는 듯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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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자 마인드 플레이어. 저건... 아무튼 남편이라고 하는데?]


[마인드 플레이어 - Mind flayer]


[속 : 스퀼라 / 형 : 아인(연체)]


[서식지 : 동굴, 지하, 이계(정보 없음)]


[식성 : 인간의 정신, 남성의 정기, 이외에도 인간이 먹는 음식도 섭취 가능]


[성격 : 호색함. 짓궃음. 음침함.]



[지하에 독자적 사회를 형성한, 머리와 하반신에 기묘한 촉수를 발달시킨 이형의 요녀. 높은 지능, 뛰어난 정신계통 마법을 지녔으며 '극도의 외설적인' 정신을 가진 위험한 마물이다. 마왕군의 과격파인 데빌, 데몬, 서큐버스 등의 마물들과도 다른 정신을 가진 그녀들은 '마왕군' 소속이긴 하나 '마왕의 부하' 는 아니다. 일종의 용병 관계라는 것이 그녀들의 주장. 일설에 의하면 <심해에 잠든 혼돈의 신> 을 섬기는 종족으로 그 권속으로 지상을 채우는 사명을 부여받아 남편들과 러브러브한 방귀냄새 잔뜩 묻어나는 교미를(본인 주장) 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이자 우선순위로 놓고 산다고 한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 또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동류로 만들려고 하는데, 뒤에서 포옹하듯 사냥감을 잡고는 사냥감의 귀에 촉수를 집어넣어 머릿속에 마력과 쾌락 신호를 흘려넣는다. 이 과정은 고통스러울 법도 하지만, 교묘하게 신경을 마비시키고 뇌를 부드럽게 매만지기에 고통은 전혀 없고, 그저 서서히 편안한 마음 속에서 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게 남성, 혹은 여성 인간을 마비시킨 그녀들은, 엉덩이 부근에 꼬리처럼 자라난 자신의 촉수의 끝부분을 변형시켜 끈적하고 지독한 액을 뚜욱뚝 흘리는 항문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일부러 신경을 자극하여 청각을 극대화시킨 뒤, 가스가 부글거리는 소리를 강제로 듣게 한다. 긴장, 그리고 공포, 음란한 성욕으로 인한 기대로 가득 찬 인간의 마음을 음미하던 그녀들은, 불시에 항문 촉수를 뻗어 코와 입을 덮고, 폭발적인 방귀를 마구 쏟아낸다. 근방에 자욱한 방귀의 안개가 깔려 다른 생물들은 접근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지독한 방귀를 무자비하게 뿜어내고, 그 과정에서 그녀들 또한 쾌락과 성욕으로 젖어들어가며 점점 축축해져가는 설사에 가까운 방귀를 마구 뀌며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켜버린다.


남성의 경우, 곧바로 그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한 근력을 이용하여 마인드 플레이어를 덮치며 이형의 존재로 거듭나는데, 그렇게 몸이 변하면서도 그녀들을 범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며, 마인드 플레이어인 그녀들이 완전히 쾌락에 지배되어 서로가 서로를 완벽한 반려로 인식할 때 까지, 그녀들의 항문 촉수에서 쏟아져나오는 뜨겁고 축축하고 지독한 방귀를 들이마시며, 잔뜩 교미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추잡하고 격렬하게 교미를 하며, 오징어스럽게 변한 새로운 몸에 조금 어색해하면서도, 그녀들이 남편이 된 자신에게 속삭이는 '정말 사랑해. 너무 좋았어...' '아이는 몇 명쯤 낳을까? 다섯? 여섯? 아니면 잔~뜩? 에헤헤...' 등의 달콤한 말을 들으며, 더욱 사랑을 키워나간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는 조금 특이한데, 방귀로 잔뜩 절여서 정신이 쏙 빠질 때 즈음, 그녀들은 인간 여성들을 풀어주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진다. 처음에는 풀려나서 기뻐하는 여성들이지만, 이내 남성의 정기의 냄새를 맡을 때 마다 스스로의 몸이 달아오르며, 몸에 가스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또한, 그 시점 이후 '방귀를 뀌는 것' 에 강박에 가까운 쾌락을 느끼게 되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방귀를 배출하기 위해 어떠한 짓이든 다 하게 되나, 결국 부족한 공허함 가득한 쾌락을 느끼며, 번민하고 고뇌하다 이내 자신을 풀어준 마인드 플레이어에게로 돌아가게 된 뒤, 그녀들의 방귀를 맡으며, 자신의 방귀를 내뿜으며, 말할 수 없는 쾌락에 지배되어 완전히 마인드 플레이어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갖게 된 뒤, 비로소 '새로운 마인드 플레이어' 로 거듭나 그녀들의 무리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마물로 변하지 않은 채 결혼한 인간 부부였다면 효과는 더욱 빠르게 거듭나, 그 여파가 남성에게까지 향한다.


그녀들이 하반신에 두른 오징어같은 무언가는 살아있는 벨트처럼 꿈틀거리고, 그녀들은 사랑스러운 듯 그것을 매만지고 말을 걸기도 하며 촉수로 잔뜩 자극하고 방귀를 흩뿌린다. 간혹, '그 하복부에 자리한 벨트같은 무언가가 인간으로 형상을 바꾸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부부의 모습을 연출했다' 라던가, '마인드 플레이어에게 다가간 한 남성이 순식간에 오징어 모습으로 변해 그녀들의 허리에 매달려 촉수로 여성기와 항문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는 목격담이 들려오지만, 그녀들에게 물으면 그저 요사스럽게 웃을 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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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혼돈마물들은 신기하구려."


"뭐, 괜히 혼돈마물이 아니지 않겠어요? 괜히 신비로운, 미지의 존재라고 불리우는 것이 아니죠."


"...미지의 대상이라기엔 생각보다 친근한 곳에 보이네, 너희들? 후후..."


"우리 종족이 지상으로 나온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야. 이전에는 지하에서 암약하면서... 마왕도, 인간도 모두 쓸어버리고, 혼돈만이 군림하는 세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우리도 그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했거든! 당장 우리의 주인님부터 잔뜩 썸타고 계시던데. 우리라고 못할 거 없지?"


"그래. 행복은 스스로 거머쥐는거라고 하잖아?"


에르가페는 그렇게 말하며 메카니르의 팔을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얼굴에 번져나가는 미소를 감출 생각도 없었던 메카니르는, 문득 자리에 멈춰서며 앞을 주시했다.


"...저 앞에 뭔가 느껴지는군."


"그러고 보니... 저 앞에 우리가 모아야 할 물건이 있겠구나. 여기는... 유독 길이 많네?"


"...진짜 길은 딱 하나겠지. ...찾아봐야..."


"잠시만요, 여기선 저와 라마리가 나서죠."


퀴드는, 라마리와 함께 앞으로 걸어가더니, 신체의 일부를 변형시켜 길쭉하게 늘어지는 촉수처럼 만들어, 위로 치켜세우고 가만히 흔들기 시작했다.


"...응? 이건 뭐야?"


"...잠시만요. 가만히..."


[파짓-!]


"...저기로 가면 되겠네요."


"어떻게 한 거야?"


"촉수를 이용한 반향정위라고나 할까요? 대기를 진동시켜서 진동을 만들 수 있거든요."


"재밌군. 나도 한 번 써볼까..."


피식 웃은 메카니르는, 일행과 함께 둘이 가리킨 길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 2장, 마인드 플레이어 편 [END]




"...여긴가. 상자가 하나 있군."


"맞는 것 같네. 열어볼까?"


길의 끝자락에서, 상자를 발견한 메카니르와 일행. 그 상자를 열자, 메카니르가 한 손으로 잡을 만한 사이즈의, 조금 큼직한 거울의 손잡이가 나왔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하게만 보이는데... 역시. 특수한 마력이 담겨있구나."


"뭐, 우리 일은 여기서 끝인가? 어서 돌아가자. 뭔가 음산해."


"음산하다?"


"...지도 구조상... 그리고 마나의 흐름 제어 주문상... 있을 리가 없는 또 다른 흐름이...?"


(쿠웅-)


"...?"


라마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음산한 기운, 그 불안한 느낌은 서서히 현실이 되어가며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소리지?"


(쿠웅-! 쿵!)


"...이 소리는...?!"


(쾅-!)


"...아래다! 에르가페!"


"알고 있어!"


(파지지직-!)


(콰과과과과과과과과릉-!)


에르가페는 있는 힘껏 권능을 섞은 자줏빛 마나의 방벽을 자신의 발 아래를 기준으로 넓게 펼쳤고, 이내 던전 바닥을 박살내며 솟아오르는 깊은 심연과도 같은 색의 꼬리가 솟아오르는 것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우...우와아아아아?! 이거 뭐야?!"


"...놈이로군! 에르가페, 통로를 열어줘!"


"좋아, 다 함께 갈림길 길목까지 힘껏 달리자고!"


메카니르는, 지팡이처럼 쓰던 쇠막대기를 있는 힘껏 던졌다. 그의 권능과 마나의 힘이 섞인 길다란 막대기가 소닉 붐이 일어나는 속도로 날아들어 코스미스크 피나에의 거대한 꼬리 일부에 큰 상처를 입혔다.


(키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일시적으로 무력화를 시켰다! 에르가페! 준비됐어?!"


"우...으으아... 뭐 저런 놈이... 징그러어어어..."


"...자기야? 혼돈 마물이 그런 말을 하니 조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다들, 내 손을 잡아!"


(파지직-!)


에르가페가 길을 열었고, 메카니르는 모두를 단단히 결속시킨 뒤 그녀가 만든 마나의 길로 뛰어들어, 광분하여 집중력이 흩어져버린 거대한 기생충의 추격을 뿌리치며 곧바로 내달렸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속히 마무리지어야겠다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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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분명 이쪽에서 난 소리였단다. 마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


"미네르바 누나 말이 맞아요. 분명..."


"...두 분은 강하시니까... 분명 함께 가신 분들과 함께..."


거울의 원판을 찾은 엘라프 일행. 던전의 구조에 해밝은 인물들이 동행한 덕분에, 해메지 않고 쉽게 재료를 찾아 다시 갈림길로 돌아오는 그들이었으나, 이내 갈림길에 거의 다다른 순간 저 너머에서 울려퍼지는 무지막지한 소음을 듣고는 직감적으로 '비상이다' 싶어서 메카니르 일행이 향했던 길목을 바라보던 중이었다.


"...제길. 아무래도 안 되겠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헬라 양. 찾으러..."


(쿠구구구구...)


"...?"


"...잠깐. 저기, 뭔가 굴러오고 있구나."


"...굴러와요?"


(쿠당탕탕탕탕탕-!)


"...??????"


"...얘들아? 피하는 것이 좋겠구ㄴ..."


"으아아! 그런 말을 느긋하게 하면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요 누나! 다들 피해요!"


더스크가 미네르바를 덮치며 벽 부근으로 재빨리 피했고, 나머지 일행들도 진동이 더 가까워지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물러섰다. 곧이어...


(콰당탕탕-!)


"윽... 허... 허리야... 아야야야야..."


"...내일 일어나면 뒤지게 뻐근하겠군..."


"...퀴...퀴드...? 나 아직 살아있는거야...? 여기 르'뤼에 아니지?"


"...아닐... 어라...? 여러분..."


"...굉장히 소란스러운 등장이로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련?"


"...미네르바... 후우... 엘라프. 다들, 잘 들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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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니르는 모든 것을 말했다. 놈과 조우한 것, 그리고 건물이 더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놈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고 일단 탈출을 선택한 것, 그리고 그놈이, 일행의 위치를 알아차리는 순간...


"...또 다시 그 몸뚱이로 공격을 감행하겠구나."


"...너무나도 압도적인 크기였어. 어쩌면 좋지..."


"...딜레마네. 우리가 뭉치면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겠지만, 무게, 마나가 한 점에 집중되어서 그 괴물이 우리를 더 쉽게 찾아낼거야."


"...그렇다고 분산해서 움직인다면, 이 미궁에서 길을 잃어버리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괴물과 만약에라도 조우한다면 꼼짝없이 구천으로 향하겠어."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티린, 할 수 있겠지?"


(후우우우웅...)


"...응. 언니. ...다들, 여기로 와줘."


엘라프의 말에, 티린은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엘라프와 티린은 그 마나를 자신이 하반신을 디딘 바닥 근처에 원판의 형태처럼 깔며, 일행을 그 안으로 불러모았다.


"...응? 이건 헤이스트?"


헬라는 곧바로 그 마법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바람의 정령이 직접 걸어주는 위력의 가속 마법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수준의 가속 주문이었다.


"...헤이스트 필드. 헤이스트의 응용형 마법이죠. 또한, 마나의 은폐 효과도 제공한답니다. 라미아 일족의 본능에 남은 특수한 주문이죠."


"...과거부터 유지해온 사냥 방식 덕분이기도 할 거야."


"...자, 곧 거울을 끼우는 공간이 나타납니다. 서두르죠."


위치를 감출 수 있게 된 그들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한 자리에 모여, 엘라프, 티린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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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르르-)


"...여긴가? 딱 맞게 생겼는데."


"...맞습니다. ...로이 군?"


"여기요."


"...고마워요. 메카니르 님? 손잡이는..."


"이것이오?"


"...네. 맞습니다. 이것을 여기에 끼우면..."


[드르륵- 쿠궁! ... 파직-!]


붉은 마나의 길이 열리며, 어서 들어오라는 듯 일행을 향해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티린? 부탁할게."


"응. 언니. ...후우... 정신을 가다듬고..."


티린이 정신을 집중하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던 벽에서 다수의 상형문자가 발광하며 빠르게 나타났다 소멸하기를 반복하더니, 이내 그 빛이 잦아들자 티린은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부근의 함정 무력화가 완료되었어. 이제 후발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겠지. 자, 어서 가자."


티린과 엘라프, 히메로스가 들어서자, 메카니르를 포함한 나머지 일행 또한 그 자리로 서둘러 들어갔다.




(파지지직-!)


"...계단... 여기서 시작되는군."


"무심코 걸어가다간 굴러서 대가리 깨지고 피 철철나기 좋은 곳이군."


헬라의 불평에, 티린이 그 말을 받았다.


"그건 걱정 안해도 괜찮아. 저 아래에서 내 마나가 담긴 특수한 마나꽃들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받아줄테니까. 뭐, 나올 때는 방귀쟁이가 되어 있거나, 성욕에 미친 짐승이 되어있겠지만."


"하긴! 던전이니까."


'...대체 무슨 던전이 그래...?'


헬라와 티린의 대화를 듣던 메카니르는 태클을 걸고 싶은 구석이 한 두 구석이 아니었으나, 일단은 수긍하며 다시금 뭉쳐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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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르-)


"...여기서 갈라지죠. 엘라프 언니?"


"그래. 나는 여기서 히메로스, 헬라, 로이, 그리고 여기 두 분과 함께 놈을 직접 토벌하러 나서기로 할게."


"응. 나는 여기 학문에 정통한 친구들하고 제어실로 향해야겠어."


"...혹시라도 습격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렴. 놈이 언제 너희에게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이쪽은... 마나의 흐름을 완벽하게 차폐할 수 있으니 걱정 마려무나."


엘라프는 티린을 먼저 제어실로 보내고는, 전투에 특화된 이들을 둘러보며 결의를 다진 듯 말했다.


"...자, 우리도 어서 가요. 저는 티린에게서 계속 정신 연결체로 정보를 전달받을테니, 저를 믿고 따라오세요."


"...이제 진짜 최종장이네..."


"...조금 떨리네요. 제가 여기 있어도 되는지..."


"쫄긴, 짜샤. 내가 있잖냐?"


"그렇게 생각하니 믿음이 가네요. 누나."


로이를 복돋아주는 헬라. 그리고, 역시 마찬가지로 그 에너지에 고무된 일행은, 던전의 깊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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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동굴 같은 곳이로군."


"목소리가 막 울리네? 되게 넓다. 여기?"


"...아무래도 두 번째 관문에 다다른 것 같군요. 티린이 연락을..."


[우웅-]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엘라프의 손에 들린 푸른 마석이 빛나기 시작했다.


"정신 연결체가... 티린이군요. 그녀가 도와줄거에요."


[우웅... 파슷-]


"티린. 도착했어."


[응. ...미안하지만 도움은 못 주겠어. 내 통제를 너무 오래 벗어나버려서 제어 설비들이 내 마나를 잊어버린 모양이야. 복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걸...]


"그건 난감한데... 방법이 없을까? 이 관문을 여는 법?"


[정공법으로 여는 수 밖에는...]


"...윽... 그걸 진짜 해야 하는거야...?"


[...어쩌겠어... 해야지... 응... 화이팅...]


"...후우우우우우..."


통신을 끊고도 한참을 한숨을 쉬던 그녀는, 일행을 이끌고 관문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잠시 휴식을 제안했다.


"...잠시 여기서 좀 쉴까요?"


"뭐! 다리도 아팠으니까. 좀 쉴까, 다들?"


"상관없소. 에르가페, 넌?"


"좀 쉬면 좋긴 하지."


털썩- 소리를 내며 먼지가 일도록 자리에 크게 주저앉는 에르가페와 헬라. 로이와 히메로스, 메카니르가 제법 점잖게 앉았고, 엘라프는 비상시를 대비해서 가져온 봇짐을 풀고 시장기를 풀만한 간단한 요깃거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킁... 꽤 좋은 냄새가 나는걸?"


문자 그대로 '개코' 인 헬라가 코를 킁킁거리며 가까이 다가섰고, 엘라프는 헬라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다들, 제대로 식사도 하지 않고 걸어서 배고프지 않겠어요? 베이스캠프에서 조금 배를 채웠다고 해도 이 활동량을 감당하긴 힘들 테니 말이에요."


"헬라 누나, 누나도 가져온 것들 좀 있지 않아?"


"아? 기껏해야 뭐 마계 감자 삶은것들 좀 있는데."


"그렇다면 다 같이 뭐라도 먹죠.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하니까요."


그 말에, 에르가페와 메카니르 또한 미리 챙겨두었던 각종 식료들을 꺼내 놓으며 말했다.


"휴식에 식량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자, 여기 내 것도 있네."


"나도! 달달한 것들이 참 좋단 말이지?"


"간식 시간인가? 크핫!"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신난 헬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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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 잘먹었... (끄으으윽-!) ...잘먹었다..."


게걸스럽게 트림을 하며, 배를 매만지는 헬라. 그리고 로이는, 매운 고추 요리를 곁들인 고기를 음미하며 헬라에게 물었다.


"음... 역시 매운 맛이 좋다니까. 그건 그렇고 누나, 안 매운 것만 먹었는데... 이렇게 적당히 매운 건 관심 없어요?"


"...내 속 씹창나는건 생각 안하지?"


"그래도 먹는 게 좋을 거에요. 헬라 양. 마나 보충과 근력 보강에 필수적인 종합 증강 성분이 들어간 약초를 곁들인 요리거든요."


"...뭔 일이 일어나도 이제 난 모른다?"


헬라는 그렇게 말하며, 매콤한 향신료와 약초들을 곁들인 마계 돼지 뒷다리 튀김을 꾸역꾸역 먹었다. 처음엔 매워서 눈물까지 흘리는 그녀였으나, 이내 맛있게 매운 맛이 이런 느낌이냐며 그녀는 많은 양의 고기를 또 다시 먹어치우게 되었다.


"...헬하운드도 눈물을 흘리는군요?"


"저 친구, 꽤 정도 많은 성격이라네. 그렇지 않나, 로이?"


"그럼요! 우리 누나가 얼마나 멋지고 귀여운데요. 헤헷..."


"크흡... 나 체하겠다 이 자식아..."


그리고, 헬라가 식사를 어느 정도 마치자, 엘라프는 몸을 움직여 관문의 경계로 다가간 뒤, 석판을 조작하여 기묘하게 생긴 마도구를 끄집어내고는, 에르가페를 부르며 모두를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자, 이제 솔직히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제가 뜬금없이, 여기서 여러분께 식사를 종용한 이유는..."


(꾸루르르르르르르르륵-)


"...아, 잠깐. 배아파서 못들었는데... 뭐?"


"...제가 의도했던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뜻이었죠."


"...뭐?"


"...이 관문은... 윽... 말이죠오..."


(꾸르르르르륵- 꾸륵-! 쿠르륵-!)


(꽈르르르르륵... 꾸드드르르르르륵-!)


"...어...읏...?! 나... 나도 갑자기 배가..."


에르가페 또한, 순간적으로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복부의 팽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감각 자체는 처음 느껴보는 그녀였기에, 그녀는 그저 당황스럽기만 했다.


"...흣... 우우... 하아... 이 관문에 대해... 설명을 더 해야... 이건... 이 문을 열기 위해서는..."


[철커덩- 삡! 드르르르르륵-]


"...갑자기 투명한... 유리관이...?"


"...맞아요... 이걸 여기 설치했...으니..."


엘라프는, 몸을 배배 꼬아대며 마도구를 바닥에 설치하고는, 약간의 마나를 흘려넣어 활성화 상태로 만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에... 일정량... 이상의... 불안정한... 마나의 폭류를 집어넣어야... 문이 열리거든...요오... 원래는..."


(꾸륵... 꾸륵...!)


뿟스으스스스슷-!


"...윽... 방귀가 새면 안되는데... 여튼... 원래는... 미로 곳곳에 흩어진... 백드래프팅 파우더를 이용해서... 약간의 마나를 흘려넣고... 이의 폭발성을 이용해서 마나의 폭류를... 만들어서... 다음 구역으로 나아가는... 식인... 데..."


"요...요점만 말해. 엘라프. 갑자기 배가..."


"...파우더가 모조리 사라져서... 지금 인위적으로 폭류를 만들어내려면..."


"...서...설마...?"


"윽... 여러분... 미안해요... 후우... 다들... 그 몸속에 흐르는 마나의 폭...류를...! 여기다가..."


엘라프는 급하게 꼬리를 휘둘러 가스가 쏟아져나올 구멍을 '마나의 폭류를 흘려넣을 구멍' 과 딱 맞게 도킹시켰고, 동시에 대량의 가스가 터져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그 배를 짓눌렀다.


뿌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우우욱-!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롸라락! 뿌풉! 뿌붜붜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럭!


던전 전체가 격렬하게 울릴 것만 같은 무지막지한 굉음이, 흡사 썩은 쓰레기를 동물 사체와 함께 끓이는 것 같은 괴악한 악취와 함께 퍼져갔다. 문자 그대로 몇 초 만에 '수십 리터 이상' 의 극대량의 방귀를 있는 힘껏 쏟아낸 그녀는, 조금 살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친듯이 울부짖는 배를 부여잡고 땀을 뻘뻘 흘리는 헬라와 에르가페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여러분도... 읏...! (뿌우우웅! 뿌푸부두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으읏... 잔뜩 뀌어보라구요... 알았죠...?"


"윽... 흐아... 젠장...! 젠장! 이제 못참아!"


(터엉-!)


뿍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루루룩! 뿌부부부부부부붑! 뿌프드드르르르르륵! 뿌부르르륵! 뽜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우우북! 뿌부부부루루루루루르르르르프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읏... 이런 느낌... 이상해...앳...!"


(물컹- 퍽-!)


부부부부브르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푸푸우우욱! 부우우우욱! 뿌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프르르륵!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부부뷔비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릭! 뿌푸부루풔붜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럽!


장치가 흔들릴 정도로, 격하게 뛰어들어 엉덩이를 또 다른 마나 주입구에 딱 붙이는 헬라. 동시에, 극도의 불쾌감과 팽만감을 견디지 못한 에르가페 또한 신의 위엄이고 뭐고 냅다 달려들어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가져다 붙이고는, 둘 다 자신의 하복부를 강하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 행동의 결과는 '더욱 많은' 방귀였다. 한 명의 마물인 엘라프만이 배출하는 방귀도 일반인의 수십 배를 아득히 초월한 양이었는데, 여기에 각종 마계의 과실들과 매운 약초들 때문에 장에 문자 그대로 '불이 나버린' 또 다른 여인들, 헬라와 에르가페의 항문을 비집고 터져나오는 끔찍하고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지독한, 단 한번의 호흡만으로 바로 반사적으로 위장에 든 것이 게워져 나올 것 같은 악취의 진한 마나의 역류성 방귀가 쉼없이 작렬하기 시작했다.


"읏... 하아... 윽...! 아직 배에... 잔뜨윽...!"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랍! 뿌푸우웃! 뿌프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웅! 뿌푸푸루루루루룩! 뿌와아아아악!


"...으...크으윽... 매운... 걸... 쳐먹는... 게읏...! 아니었...는데에...!"


뿌와아아아아악! 뿌루우우루루루룱! 뿌푸푸푸푸푸푸부부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룹! 뿌뷰퓨쥬쥬뷰류류쥬류류류류류류륙! 뿌로로로롥!


"아...윽...! 메...메카니르으... 나 배가아... 막 끓...어엇...! 안대애... 또 나와...!"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욱! 뿌우우우우우우우부부부부붑! 뿌푸푸푸푸루루루루루루루루루룱! 뿌워어억!


1분, 2분, 3분...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지막지한 방귀의 격류가, 세 구멍을 통해 터져나오며 마도구를 이루는 유리관을 한가득 채워나갔다. 싯누런 색으로 진하게 농축된 방귀가 눈에 보일 정도로, 어마무시한 양의 독가스를 내보내는 그녀들의 앞에서, 세 남자는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이유는...


"...가서 좀 도와주는게 좋지 않겠나?"


"지... 지금 일어나기에는..."


"...저도..."


"...실은 이쪽도 피차일반...이라네..."


...잔뜩 솟아오른 아랫도리를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뿟스스스스스스... 푸쉭-!


"...하... 하아아... 배가 진짜... 홀쭉해진 기분이야..."


"...필요한 영양소를 제외하고 전부 다 방귀로 바꿨으니까요..."


"...메... 메카니르 말고 다른 사람 앞에서 방귀를 뀌다니... 부끄러워..."


신의 위엄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메카니르의 품 속에 안겨서 도리질을 하며 현실 도피를 하는 에르가페. 헬라 또한 엉덩이가 불이라도 난 것 같은지, 눈물 한 방울을 찔끔 흘리며 로이에게 잔뜩 툴툴거리고 있었다. 물론, 로이는 그녀의 불만을 다 들어주며, 그녀가 원하는대로 등허리를 쓰다듬고, 정말 귀엽고 멋졌다고 칭찬해주며, 그녀의 기분을 빠르게 풀어주며 '연약한 수컷으로써의' 모습을 보여주며 헬라를 기쁘게 했다. 엘라프는, 히메로스와 함께 마도구를 작동시켜 관문을 열고 있었다. ...물론,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하고. 그리고, 그 얼굴은 히메로스의 묵직해진 아랫도리를 보며 더욱 붉어졌다고.


(드르르륵... 덜컹-!)


"...관문이 열렸네요..."


"...더 쪽팔릴 일은 없는거지? 어우... 내 냄새도 한 냄새 하는데 둘 다 진~짜 장난 아니긴 하네. 칭찬이야."


"칭...칭찬...? 정말 신묘한 피조물들이야..."


"앙? 뭐라고?"


"...어... 고맙다구... 지독하다고 해줘서..."


"에이, 뭘? 그건 그렇고 형씨는 행복하겠네? 크핫!"


"...신의 위엄이..."


[끼기기기기기기...]


"...음? 이 소리는..."


[우웅... 파슷-]


[엘라프 언니! 우여곡절이 좀 있었지만... 미네르바하고 라마리랑 여러 사람들 덕분에 통제권을 되찾았어! 외부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개방할게!]


"...딱 10분만 더 일찍 열었으면 이런 추태를 모두의 앞에서 보이지 않아도..."


[미안! 이것도 나름 노력한거라서. 에헤헤...]


"...아오 썅..."


나지막히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는 헬라. 에르가페는 그저 이 상황 자체가 조금 웃긴 듯,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메카니르와 함께 먼저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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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거리상으로는 짧아보였는데, 제법 길군. 이 계단."


"그새 던전 구조가 바뀌었을수도 있는거겠지. 뭐."


"헬라 양의 말이 맞습니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죠. ...티린이 자기 위치를 전송해왔네요. 자율 구동 상태로 완벽하게 수복해냈으니, 금새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요. 든든한 원군이 생겼네요."


"이거 참, 행운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군. ...층계참이 끝이 났군. 저 앞에 저 푸른 관문이..."


"...다 왔군요. 이제..."


(쿠구궁-!)


"...윽...! 상당히 큰 울림이군!"


"...느낌이 좋지 않아. 모두들! 빠르게 층계참을 벗어난다!"


메카니르가 모두를 이끌고 계단을 구르는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내달리며 벗어났고, 곧이어 계단이 통째로 무너져내리며 다섯 개의 커다란 눈알이 박힌 거대한 기생충의 머리가 괴성을 내지르며 등장했다.


(쿠과과과과과광-!)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떻게...?!"


"...제길... 이거 까딱하면 다 좆될 뻔 했네...!"


"...아까 전에 무지막지한 소음을 일으키며 주의를 끌었나보군...!"


"분명해. 저 녀석... 우리가 이 좁아터진 길목에 들어서길 기다리고 있었던거야!"


"...티린...! 설마 계단으로 오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일단은 우리 몸 보전할 생각부터 하자고! 온다! 피해!"


헬라는, 자신에게로 날아드는 코스미스크 피나에의 몸통박치기를 잽싸게 피하며 날아올라 마계은으로 만든 손도끼를 힘차게 내던졌고, 로이도 헤이스트 마법을 시전한 뒤 헬라와 함께 괴물의 배후를 잡았다.


"엘라프 누나! 위험해요!"


"이 정도는... 하앗!"


(터엉-!)


"...흩날리는 파편 정도는 막아낼 수 있으니까!"


(쿠르륵... 캬아아악-!)


그리고, 기생충이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짙은 녹색의 무언가를 내뱉기 시작했다. 메카니르는, 곧바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고, 에르가페 또한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의심이 확신이 되는군. 저 녀석이... 이 구역의..."


"이 구역의... 모든 녹색 점액을...! 저 녀석이 전부 다?!"


(투콰악-!)


"...흡수해야할 것들이 늘었군!"


메카니르는, 급하게 이물들을 담아두었던 통을 끄집어낸 뒤, 반발하는 마나의 인력으로 이물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서 이물을 강제로 끄집어가는 것을 느낀 기생충은, 격하게 몸부림을 치며 메카니르에게 냉큼 달려들었다.


"메카니르!"


"이 정도는!"


(퍼억-! 쾅!)


(쿠룩...! 크아아아아아악-!)


냉큼 주먹을 휘둘러 묵직한 일격을 먹이는 메카니르. 잔뜩 독기가 오른 코스미스크 피나에는 더욱 빨라진 움직임으로 날뛰기 시작했고, 점점 빨라지는 속도는 헤이스트로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로이보다도 더욱 빨라지게 되었다.


"으윽...! 어디로 피해야 하지...!"


"로이! 위험해! 제길...!"


급하게 로이를 감싸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는 헬라. 곧이어, 그 거대한 기생충은 헬라를 타겟으로 삼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동시에, 꼬리까지 끄집어내서 마구 휘두르며 히메로스와 엘라프를 몰아붙였다.


"엄청난...힘...! 보호막이 얼마나 버텨줄지...!"


"...에르가페. 이 통을 들고 최대한 저 괴물의 근처에서 녹색 점액을 흡수해줘. 내가 어떻게든 저 자식을 저지해볼테니까!"


"...응...! 메카니르!"


에르가페는 메카니르가 건넨 장치를 들고 피나에의 근처에서 최대한 점액을 뽑아내고 있었고, 메카니르는 빠르게 몸을 움직여 헬라에게 집중된 놈의 시선을 분산시키며, 강한 일격을 수없이 날리며 기생충의 시선을 분산시켜 자신에게로 향하게 했다.


"하찮은 기생충 따위가!"


(빠가가각-!)


(크아아아아아악! 캬아아악!)


"음?!"


(퍼억-!)


"...큭... 이 하찮은 미물 따위가... 감히...!"


"뭣!? 형씨!"


화신의 몸으로, 제법 큰 충격을 받게 된 메카니르. 일반적인 인간이었다면 그 일격에 적중당한 뒤 언데드로 부활하는 것 조차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말도 안되는 데미지였으나, 그럼에도 신은 오롯이 신이기에, 그저 어깨가 조금 뻐근한 정도로 받아낼 수 있었다.


(콰드드드드드드드-! 쿵!)


"...이거. 내일 일어나면 허리가 좀 아프겠군."


"메카니르 씨!"


"이봐, 형씨! 괜찮아?!"


"그대들의 몸을 먼저 챙기게! 에르가페, 괜찮아?"


"내가 할 말이야! 화신의 몸... 아니, 미처 다 낫지도 않은 몸으로 이게 괜찮겠어?!"


"아무 문제 없다네. 그건 그렇고... 이걸 어쩐다..."


"...여기서 더 날뛴다면... 이 좁은 길목에서는 모두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요...! 놈을 일단 격퇴시켜야...!"


(쐐애액-)


"...바람 소리...?"


문득, 메카니르는 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파악-! 퍼벅!)


(캬아아아악-! 키에엑!)


"...도끼...?"


어둠 속에서 빠르게 날아든 마계은 도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가 하던 찰나, 강렬한 포효 소리가 들려오며 여러 마물들과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움이 필요해보여서 왔다!"


"2구역에서 지원군이 왔다고! 모두들!"


"어이! 메카니르! 헬라! 오랜만이네!"


"...샬롯!"


"인사는 나중에! 자, 모두들! 간다!"


우렁찬 고함을 내지르며, 단단한 몽둥이같은 마계 흑요석이 박힌 검을 휘두르며 돌격하는 샬롯과 오셀로메 전사들, 그리고, 그녀들과 함께 도착한, 묵직한 도끼를 마구 내던지고, 주워서 또 내던지며 마구 달려드는 건장한 키의 구릿빛 피부를 한 황소같은 여인들과, 도마뱀같은 녹색 꼬리, 단단한 비늘로 덮인 튼튼한 다리로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날카로운 마계은 장검에 마기를 담아 검기를 쏘아보내며 용맹하게 나서는 몇 명의 정예 여전사들이 보였다.


(크륵...?! 캬아아악-!)


코스미스크 피나에는, 순식간에 수많은 이들이 다가서서 자신을 위협하는 것을 보자,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인지 자신이 만들어냈던 구멍 틈으로 잽싸게 숨어드는 모습을 보였고, 그 모습을 본 메카니르는 바닥에 떨어진 도끼 한 자루를 들어서, 초음속의 속도로 힘차게 내던졌다.


(투콰아앙-! 쩌어억-!)


놀라우리만치 강한 힘으로 날아가는 도끼. 기생충의 몸통 정중앙을 강하게 찢으며 지나간 도끼는, 그 충격으로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그 거대한 기생충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주는 데는 성공한 듯 싶었다.


(크아아아아아악-!)


(쿠구궁-...)


"...후우... 쫓아냈군."


"히야... 던지는 솜씨가 예술인데, 형씨?"


"다친 데는 없나, 로이, 헬라?"


"...무사해요. 으... 죽는 줄 알았는데에..."


"...짜샤. 이 누님이 있는데 죽기는 무슨? 약한 소리 하지 마. 알았어?"


"...고마워요. 그리고... 짐이 되어서, 미안해요. 누나..."


"...아니야. 충분히 잘 버텨줬어."


헬라가 로이를 복돋아주는 사이, 메카니르는 에르가페에 다가가 녹색 점액질이 제법 차오른 통을 받아들었다.


"...많이 찼네."


"응. 녀석이 얼마나 더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 안에 다 들어갈 것 같아. 제법 멋진 물건을 만들었네? ...자기야."


"...고마워. ...자기야."


"으흣... 기분 묘하네..."


잠깐의 여유 시간을 가진 메카니르는, 엘라프, 히메로스와 대화를 하는 지원군들에게 다가갔다.




(저벅... 저벅...)


"...고맙소. 덕분에 놈을 쫓을 수 있었구료."


"아? 뭐, 이정도 가지고. 하핫! 이 무식한 힘이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도와야지. 안그래?"


"백번 천번 옳은 말이지!"


탄탄하고 다부진 근육을 어필하며, 호탕하게 웃어보이는 여인들. 그리고, 그녀들과 함께 온 다른 여인들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관문 너머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 너머로 도망친건가요. 그 괴수는."


"그렇소. 어때, 승산이 좀 있어보이오?"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싸울 뿐."


"든든하군. ...엘라프, 이전 구역에서 지원군이 온다는 것이 이런 뜻이었구려."


"그렇죠. 후우... 제때 빠르게 와 주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봐야죠. 그런데, 이 계단이 무너졌는데 어떻게..."


"음... 계단을 본 순간 본능적으로 뭔가 쎄한 느낌이 들더라고. 왜냐면... 여기 들어오기 이전에도, 이전 구역에서부터 던전 전체를 울리는 거대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거든."


"그래서 올 때도 최대한 안전한 구역으로 조심히 들어왔지. 만약에라도 좁은 길목에서 그 자식을 만난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최대한 다른 길을 찾았지. 중앙 제어실이라고 했나? 거기서 우릴 호출하더군. 여기를 거쳐서 가면 더 빠를 거라면서."


"티린...! 티린은 무사한가요? 메두사 마물 말이에요."


"응. 아주 무사해. 그쪽도 제어실에서 탐지 도구들로 위험을 감지했는지, 우리랑 같은 경로를 경유해서 합류하기로 했거든. ...뭐, 다들 마나를 잔뜩 써서 기진맥진한 상태라 회복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어찌 보면 계단으로 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군... 그건 그렇고."


메카니르는, 지원군으로 온 마물들 중, 처음 보는 두 마물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매우 강한 전사들같은데, 종족이 어떻게 되시오?"


"...어? 우리를 모르는건가? 난 미노타우르스, 그리고 여긴 리자드맨."


"...미노타우르스...? 그리고 리자드맨? 분명 투기장에서 봤던..."


"아, 봤어? 쩝... 아쉬운 경기였는데 말이지."


"...부끄럽군요."


"아니오. 둘 다 충분히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말이오. 다만... 자네들에 대해 조금, 조사를 하고 싶은데... 엘라프, 시간이 좀 나겠소?"


"음... 관문을 조작하는 시간도 조금 필요하고, 곧 티린도 오고... 뿐만 아니라 재정비를 포함해서 던전의 파손된 부분을 미리 체크해둬야 하니, 그 동안 생각보다 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겠군요."


"배려 고맙소. 엘라프."


메카니르는 펜과 사전을 꺼내며 자신들을 미노타우르스와 리자드맨이라 칭한 이들에게 접근했다. 그녀들은 자신들끼리 사전을 빠르게 돌려본 뒤, 메카니르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마물 도감을 편찬하시는 분이셨군요?"


"그렇소. 자네들의 정보도 싣고자 하는데... 도와주겠소?"


"...머리 쓰는 일은 영 싫은데. 대신 써줄 사람을 좀 불러와도 되겠어?"


"그대의 뜻대로 하시오. 그렇다면..."


"제가 먼저 하죠."


펜과 종이를 받아드는 리자드맨. 그리고, 에르가페는 어느새 메카니르의 뒤로 슬며시 다가온 상태였다.


"그새를 또 못 참고 일을 하네?"


"...나름 재미가 들렸다고나 할까."


"흐음... 나랑 같이 노는건 재미없나?"


"...무... 무슨 말을 하는건데..."


에르가페는 어느새 메카니르를 놀려먹는 데에 재미가 들려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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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 '맨' 인데 왜 암컷인가? 어쩌겠는가. 종족명이 이거인데.]


[리자드맨 - Lizardman]


[속 : 도마뱀 / 형 : 파충류]


[서식지 : 동굴, 밀림 등]


[식성 : 육식, 야생동물 등]


[성격 : 드셈. 고집이 강함. 공격적.]



[동굴 등지에 서식하는 도마뱀 특징을 지닌 마물. 운동능력이 뛰어나며, 다양한 종류의 냉병기들과 화기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전사의 자질을 타고난 종족이다. 항상 무술을 단련하고 있으며, 수행을 위해 세계 각지를 떠도는 마물들이 많기에 다양한 장소에서 그들을 조우할 수 있다.


공격적인 성격이고 호전적이나 인간을 덮치지는 않는다. 물론, 전사인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시합을 걸어온다. 시합에서 지더라도 그녀들이 목숨까지 빼앗는 일은 없다. 다만, 남성이 오기와 승부욕으로 계속해서 지는 줄 알면서도 끈기있게 시합을 신청하거나, 혹은 그녀들이 걸어온 승부에서 남성이 이겨버린 경우, 그녀들은 태도가 달라진다. 자신을 쓰러트린 남성, 혹은 그에 준하는 용맹을 보여준 남성을 남편으로 맞으려는 습성 때문에, 그 장소에서 그녀들에게 덮쳐지고 구혼당하게 된다.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승낙할 때 까지 남성을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내가 당신의 아내가 될 여인이야' 라고 말하듯 행동양식까지 바꾼다. 물론, 그래도 승낙하지 않는다면 다시 덮쳐 성교를 하고 유혹을 한다.


여튼, 이렇게 성교까지 하게 되면, 남성들은 그녀들의 엉덩이 아래 눌려 쾌락에 신음하는 상태가 되게 되는데, 그녀들은 '이제 진정한 마킹의 시간이야...♡' 라고 하며, 자신의 영역이라고 표시하듯 남성의 성기에, 그리고 몸, 얼굴, 팔, 다리... 문자 그대로 '온 몸' 에 자신의 어마어마한 악취를 자랑하는 방귀를 마구 폭력적으로 분사한다. 그리고, 그 음란한 구도에 견디지 못하고 성욕이 폭발하여 다시금 아랫도리를 빳빳하게 만드는 예비 신랑을 보며, 그 단단한 '검' 을 능숙하게 다루며 극상의 쾌락을 선사한다. 물론, 이런 구혼 행위 끝에도 거절한다면 더욱 격하고 진해진 방귀와 함께 기절할 때 까지 착정 행위를 이어가지만. ...사실, 애초에 그녀들이 보여주는 음란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이중적인 매력을 뽐내는 것을 본 남성들은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더 진한 방귀냄새를 맡고 싶다면, 고구마와 각종 육류, 발효식품 등을 한껏 먹은 뒤 더욱 진하고 지독하기 그지없는 방귀를 마구 분사해준다고.


전사로써 다부지고 현명한 인상이 강한 그녀들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남편이 된 남성에게는 충실한 아내가 되어준다. 남편에게, 자신에게 강한 인상을 보여준 남성에게 봉사하는 것을 본능처럼 각인하고 있는 듯 하다. 또한, 남편을 얻은 뒤에는 '아이를 갖는 것' 을 강하게 원하게 된다. 강한 유전자와 마음가짐을 지닌 남성의 아이를 낳아, 자신보다 강한 전사로 키워내서 리자드맨이라는 종족 전체를 보다 강한 종족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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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전사라... 아마조네스가 생각나기도 하는구려."


"그런 말도 자주 듣죠. 가끔 영역이 겹치면 서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마계은 도구로만 싸워서 결착이 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다만?"


"음. 마을에 쳐들어가서 수컷 인간들을 보쌈해올때는 같이 팀을 구성하죠. 다 계획성 행사라고는 해도 늘 연습을 실전처럼 하자가 우리의 마음가짐이니까요."


"...과연. 마물은 마물이로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미노타우르스 마물은 날카로운 마계은 소태도 두 자루를 허리춤에 찬 청년과 함께 나타났다. 검은색 단안경을 고쳐쓰며, 그는 정중하게 메카니르와 에르가페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한때 떠돌이 무소속 용병이었고... 지금은 올드 웨스트 모험가 길드의 상급 모험가. 라울이라고 합니다."


"반갑소. 메카니르라고 하오. 떠돌이 모험가이자... 아마추어 학자지."


"난 에르가페. 이 녀석의 동료야."


"잘 부탁드립니다. 헌데, 무슨 일로 저를..."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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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하긴. 우리 아피스가 좀 글에 약하긴 하죠?"


"쳇. 미안하네. 바보라서."


"바보가 아니야. 백치미가 있는거지."


"...칭찬이야?"


"응. 항상 멋지고 활기차다는 뜻으로 한 말이야. 자기야."


"으흠... 그래? 그렇다면야 뭐!"


'...그 뜻이 맞나?'


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메카니르였지만, 일단 참아내고 그에게 펜과 종이를 내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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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쾌한 여전사 미노타우르스. 좋아하는 음식은 양념한 구운 소고기를 얹은 볶음밥이라고 한다. "소는 마물이 아니고 동물이니 상관없어!" 라는 것이 그녀의 주장.]



[미노타우르스 - Minotaur]


[속 : 미노타우르스 / 형 : 수인]


[서식지 : 초원, 동굴, 미궁 등]


[식성 : 잡식이나 될 수 있으면 고기!]


[성격 : 드셈. 흉포함. 호색적]



[소의 특징을 가진 수인형 마물. 거대한 무기를 자유롭게 휘두르는 괴력을 가진 마물 전사. 성격이 거칠고, 뒤를 생각하지 않으며, 고기에 미쳐있고... 감정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제법 위험한 마물이다. 성격이 매우 흉포하여 취향에 맞는 미혼의 남성을 발견하면 곧바로 덮치고, 일방적으로 범한다. 방대한 체력을 기반으로 격렬하게 교미하며 운동하듯 성교를 하는 것을 극히 즐기기 때문에 한번 잡히면 기절할 때 까지 교미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또한, 붉은 색을 보면 아주 흥분하기에 붉은 옷을 입고 있다면... 음, 일단 열심히 도망쳐보시라.


그녀들은 무척 위험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대부분의 경우에 잠을 청하고 있을 것이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은 잠, 그리고 식사와 소화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본디 소의 특징을 가진 마물인데, 그럼에도 풀과 고기를 모두 먹는 특성상 그녀들의 속은 항상 미친듯이 끓어오른다. 그리고, 잠을 청하며 소화를 하는 과정에서 더더욱 폭발적인 양의 가스가 말도 안되게 만들어지게 된다. 대량의 식료가 여러 개의 위장을 지나며 소화되고, 영양을 재흡수하고, 그 과정을 수 차례 거치게 되며, 어마어마한 양의 가스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가스의 양은 어지간한 최강급 마력을 지닌 마물들을 가뿐히 넘는 수준이라고.


또한, 인간 남성과 교미한 뒤엔 남성을 끌어안고 잠들어버린다. 그리고, 일어나면 해방되지 못하고 남편이 되는데, 굉장히 귀찮음을 많이 타는 그녀들은 식사, 수면, 성교, 전투, 그리고 '배설' 외의 나머지 것에 흥미를 갖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반대로, 이것들에 대해서는 어마어마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 것들로 가득한 머릿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큰 것은 '배설' 에 대한 욕구이다. 언제나 가스가 부글거리는 장을 가진 그녀들은, 남편을 얻은 뒤에는 항상 섹스하는 시간을 갖고, 곧바로 그 기세를 몰아 불안정하게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뀌는 시간을 갖는데, 당연하면 당연하게도 남성들은 그 과정에서 그 지독하고 쿰쿰한 악취 때문에 성기를 잔뜩 세우게 된다. 그리고, 그것에 흥분한 그녀들은 다시금 남성을 덮치기 시작하고... 이렇게, 지칠 때 까지 반복하지만, 이 과정에서 남성은 빠르게 인큐버스로 변하기에 의외로 먼저 지치는 쪽은 미노타우르스가 된다. 물론, 체력은 바닥나도 방귀는 바닥나는 일은 없기에 언제나 방귀로 가득한 섹스 라이프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지나치게 많은 가스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미노타우르스들을 위해 가스 조절 마나 조정기가 센티아 마공학 학회에서 만들어진 사례가 있는데, 재밌게도 그 회로를 역설계하여 후속작으로 출시한 '가스 증폭 조절기' 가 기존의 작품보다 약 17배가량 되는 판매 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쾌락에 중독된 듯 눈이 풀린 채로, 뱃속 가득히 차오른 정액과 방귀를 흘리며 인터뷰에 응한 한 미노타우르스 여전사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좋다...' 라고 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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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황소같은 힘의 종족이로구려."


"우리가 좀 강하지! 크하핫!"


"제가 아무리 수련을 하고, 마력으로 출력 자체를 끌어올려도 아피스의 힘의 반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가거든요. 그 정도로 강한 힘이라고 봐야죠."


"...음, 여기 있는 아가씨는 뭔가 되게 이성적인 여전사 느낌인걸?"


"남편과 교미를 여러 차례 나누면... 음... 하하... 그 영향을 받아 지성과 헌신적인 마음가짐이 급격하게 발달하기도 한대요.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가는거죠."


"헤헷... 우리 남편이 워낙 절륜해서! 하하핫! 아무나 그런 걸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메카니르는 그녀로부터 도끼를 건네받아, 공중으로 가볍게 던지고 받기를 반복하며 말했다.


"...과연. 휘두르는 것 뿐만 아니라 던지는데도 아주 훌륭한 구조를 하고 있구려. 조금 더 무거우면 좋으련만."


"...굉장히 강한 인간이시군요. 용병 경력이라도 있으신지?"


"그럴 리가 있나. 그저 산에서 수련을 하다가 내려온 모험가라네. ...그건 그렇고, 다른 마물들도 보이는군?"


"이제 소식이 다들 전해졌거든. 안쪽에서 큰 전투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정든 던전을, 안에 들어간 친구들을 지키겠다며 여러 마물들이 합류하기 시작했어."


"...그런가. 부담감이 확 사라진 기분이군. 들어설때만 해도 소수 정예였건만..."


"그 소수 정예로 들어가서 다 뚫어준 덕이지. 역시, 이래야 무투대회 우승자가 되는거지?"


"헤헤~? 유명인사가 다 되었네. 메카니르?"


가볍게 웃으며 메카니르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에르가페. 메카니르는 짐짓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어느새 아피스를 비롯한 지원군이 진입한 경로를 통해 합류하는 티린 일행을 볼 수 있었다.


"...저기 다들 오는군!"


"...정말인가요...? 아...! 티린...!"


그 말을 들은 엘라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며, 그 어둠 너머를 보았다.


"언니!"


"티린!"


관문을 조작하면서도 계속해서 마음을 졸이던 엘라프는, 한숨 덜었다는 듯 밝아진 얼굴을 하며, 티린에게로 서둘러 다가가기 시작했다.




--------------------------------------------------------------------------------------- 3장, 미노타우르스, 리자드맨 편 [END]




"...그런 일이 다들 있었구나..."


"...쉽지 않았지. 타이밍 좋게 지원군이 와줘서 가까스로 놈을 몰아낼 수 있었어. 이 녀석들.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조금 불안하다 싶으면 냅다 도망부터 치거든."


에르가페가 관문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메카니르 또한 그녀의 곁으로 다가서며, 모두를 돌아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 관문 너머에 놈이 있겠지. 이전에 두 차례에 걸쳐서 치명상을 입었던지라, 녀석은 지금 자신이 거처로 삼은 곳에서 수복에 힘쓰고 있을 걸세."


"메카니르 말이 맞아. ...자, 이제 갈 때가 된거야. 모두들."


"...자. 가세. 결착을 지어야지."


"두 분이 나서신다면 든든하죠. 자, 우리도 가볼까요? 어느새 정말... 수많은 분들이 도움을 보내주셨군요."


"자율 구동 장치로 난이도 설정을 가장 낮은 수치로 돌렸거든. 사실상 2구역의 연장선상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거야. 그리고, 만약 부상자가 생긴다고 해도 곧바로 후방으로 이동 가능한 자줏빛 패널도 미리 활성화를 시켜뒀지."


"...이제 준비는 끝이로군. 들어서지."


관문 안으로 다가서는 메카니르와 에르가페. 그 뒤를, 엘라프와 티린을 비롯한 수많은 마물과 인간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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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스스... 파직-!]


"...후우..."


[파직-!]


"우왓! 느낌이 새로운걸. 이제 최종 국면이다 이거지?"


"...그런 듯 보이네."


[파직-! 파직- 파지직-!]


"...일단 불을 밝히도록 하죠. 티린?"


"준비 오케이야. 언니. ...하아앗-!"


(화르르르르륵-!)


마나로 불을 밝히는 마력 등불이 환하게 빛나며, 복도 전체를 밝혀나갔다. 사뭇 다른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일행과는 달리, 두 화신은 그저 거침없이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저 거대한 공간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군."


"그래. 서둘러서..."


(풀썩-)


"에르가페?"


"...아."


"무슨 일이야, 괜찮아? 갑자기..."


"...괜찮... 조금 피곤해서. 후우..."


"...화신의 몸인걸 고려하지 않고 너무 무리해서 그래. 좀 제대로 쉬어야지."


"...그야 그렇지만... 상황이 상황이잖아."


"끝나고 나면, 허리 아플 정도로 잠이나 자자고."


"그래. ...잔뜩."


"...이것저것 많이 해보자. 너와 함께라면..."


"후후...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네."


"...나도. 무리하진 말자고. 그래도."


"...그러고 보니, 나머지는?"


메카니르와 에르가페가 슬쩍 뒤를 돌아보자, 무수한 시선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아, 다 끝나셨나요?"


"흐음...? 뭐가 오묘하다?"


"...윽... 장난은 이쯤 하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아, 두 분! 같이 가요!"




(저벅- 저벅-)


"우와아..."


"...매우 넓군. 상상 이상으로 넓어."


"...지도 크기의 한계상 여기에 다 표현하지 못했거든. 지도대로 표현하려면 이 크기의 한 다섯배 정도는 늘려야 할걸?"


티린의 말마따나, 그들이 도착한 공간은 매우, 매우 넓은 공간을 보이고 있었다.


"...보통 여기서 뭘 하곤 하지?"


"던전의 최심부이니만큼... 나랑, 보아랑, 즈미야... 그리고 에키드나 언니까지 한 자리에 모여서 여기까지 온 모험가를 시험하지. 그런 공간이야. 물론, 지금껏 여기까지 돌파한 이는 정말 한 손에 다 꼽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저기, 명예의 전당에 기록되어 있지."


"...이렇게 들어오면 명예의 전당 입성은 무리겠군. 푸훗..."


메카니르는 던전의 깊은 곳으로 향하다 말고, 엘라프에게 제안을 했다.


"...세 팀 정도로 나뉘는 것이 좋겠구료."


"세 팀?"


"워낙에 덩치가 큰 녀석이야. 전방위로 둘러싸서 그 기생충을 완전히 끄집어내서 동시에 피해를 누적시켜야 해. 일정량 이상 피해가 누적되면, 녀석의 외피가 전방위적으로 손상될거야."


"...그 순간, 무조건 빈틈이 노출되겠지."


"그 녀석 특성상, 머리는 기동력이 뛰어난 팀이, 몸통 전반을 맡은 팀은 광역으로 마법을 퍼부을 수 있는 녀석들이, 그리고 꼬리는 방어적 능력이 뛰어난 팀이 나서야겠어."


"...특히 머리는, 조금이라도 늦거나 하면 곧바로 녹색 점액을 뒤집어쓰게 될 지도 모르니."


"...그렇다면, 그렇게 편성하도록 하죠. 여러분! 모두 모여보세요!"




-----------------잠시 후-----------------




"여어, 오랜만이군. 메카니르."


"세크메트였나? 반갑군. 그 소년과는 어떻게 잘 되어가나?"


"후후... 속은 아주 단단히 여문 멋진 아이였지. 그러는 너도 여자를 얻었군."


"그렇지. 그러고 보니 다들 강자들이로군. 아주 든든해."


"제가 여기 있어도 될지..."


"그런 말 말게. 히메로스. 그 검을 다룰 수 있는 자네가 누구보다도 중요하니."


"...그래. 히메로스. 누나가 있잖니. ...다른 쪽도 괜찮으려나..."


"몸통 부분에 배정된 팀은 티린 양과 보아 양이 이끄는건가."


"맞아요. 꼬리 부분에 배정된 팀은 드래고니아의 용족분들과 즈미야 양이 맡고요."


에키드나 엘라프, 인간 용사 히메로스, 메카니르와 에르가페, 헬하운드 헬라, 어느새 어엿한 숙련자로 거듭난 마법사 로이, 그리폰 파르케, 키메라 세크메트, 그리고 실프 제피르와 정령사 벤토, 그리고... 기묘한 인상을 주는, 투기장에서 아마조네스 아르보리와 겨루었던 검은 날개의 마물, 나이트건트. 이렇게 구성된 팀 사이에서, 메카니르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확실히, 머리 쪽이 가장 인원이 적군."


"가장 적다고 해도,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전력은 여기로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그런가. 그렇다면 출발하지. 다들. ...그러고보니 자네는 나와는 초면이겠군. 무투대회에서 어둠의 힘을 이용해 싸우는 건 봤지만 말일세."


"응? 그 장면을 봤어? 으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화끈거리는걸, 조금. ...아무튼, 반가워. 난 나이트건트. 이름은 트와일라잇. 깊은 심연 속의 주인님으로부터 비롯된 종족이지. 물론, 지금은 연결이 많이 약해져서 모두들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난 사막 지역의 마을에서 지내고 있고. 뭐, 그래도 주인님도 잔뜩 인간 남자랑 꽁냥거리느라 상관 없지만 말이야."


기묘한 점액을 팔 대신 뻗어서 인사를 청하는 트와일라잇. 메카니르와 에르가페는 그녀의 인사를 받았고, 그 와중에 트와일라잇은 에르가페에게서 느껴지는 오묘한 기운을 감지하고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음, 엄청나게 특이하고 강한 힘이 느껴지네. 우리랑 비슷하지만 또 다른... 그야말로 권역 외의 힘... 그런데 무진장 강한?"


"설명하자면 좀 길어서. 자, 그래서 이제 우리는 뭘 해야 하지?"


"...놈을 이끌어내야지. 다들, 속도에는 자신 있겠지?"


"이제 쉽게 잡히지는 않으니까요!"


"이쪽도 마찬가지야. 그 좆같은 뱀인지 도마뱀인지 아무튼 덤비라 그래. 감히 로이한테 겁을 줘? 혓바닥을 뽑아서 눈알에 쑤셔박아주겠어!"


"...얼른 끝내고 코너를 만나러 가야 해. 서두르지."


이를 갈며 분노를 토해내는 헬라, 그리고 시크한 듯 무심하게 강철과도 같은 날개를 움직이는 파르케. 그리고 메카니르는 새로 만난 '나이트건트' 라는 마물에게 말을 걸었다.


"패기 좋군. 트와일라잇, 자네는?"


"던전의 어둠 속에 녹아들면... 나는 수십 배 이상의 강함을 발휘할 수 있지. 자, 가보자고. 우리가 먼저 놈을 이끌어내야 하니."


"...그렇다면 저도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머리가 진입했다. 라고 말이죠."


"좋네. 출발하지!"


모두의 결의를 받은 메카니르와 에르가페는, 던전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장 먼저 용맹하게 나아갔다.




------------한편, 던전의 깊은 곳------------




(크르륵... 크르르르륵...)


한편, 던전의 가장 깊은 곳에 자신의 거주 공간을 만든 코스미스크 피나에는, 어떻게 해서든 상처를 수복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뜻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그의 입장에서는 문제였지만 말이다.


(크륵... 키...케엑...!)


좀처럼 재생이 이루어지질 않는다. 외신의 권능이 섞인 일격을 두 번이나 얻어맞은 탓일까, 문자 그대로, 재생 자체가 무위로 돌아가며 망가져버린 신체 조직이 복구되질 않고 있었다. 그저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한 기생충은, 분노에 가득찬 신음을 흘릴 뿐이었다.


(쿠웅-!)


(크륵...?!)


알 수 없는 굉음이 들려왔다. 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야성이 가득한 짐승인 코스미스크 피나에였지만, 이것만은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그놈들이다. 그놈들이 온 것이다. 야성과 분노로 가득차 날뛸 생각만이 가득한 기생충은, 더 이상 일말의 사고도 할 수 없었다. 그깟 작고 약해빠진 먹이들이 몇 마리나 오든 상관없다. 모조리 찢고 부수어 이 아늑한 공간 한 구석에 식량으로 쌓고 천천히 산 채로 먹어치우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물론, 그 생각이 실현되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콰드드득-! 쾅!)


"나와라! 이 개자식아!"


메카니르는, 출발하기 전 리자드맨 지원군들에게서 얻은 장검 서른 자루 분량의 마계은을 단단하게 압축한 장검을 꺼내들고, 벽을 쾅쾅 쳐대며 기생충을 끄집어낼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쿠우웅-! 콰직!)


"...역시나. 기생충 새끼...!"


그리고,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뛰쳐나오는 기생충을, 눈조차 떼지 않고 바라보는 메카니르였다.


"불러냈다! 다음 단계로!"


메카니르는, 놈을 끄집어내기 위해 검풍의 다발을 쏘아보냈다. 수많은 검풍 다발에 무수한 자상을 입은 기생충은 비명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메카니르에게 달려들었고, 메카니르는 곧바로 뒤를 돌아 내달리며, 놈을 바깥으로 끌고 나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그래. 날뛰어라, 쓸모없는 짐승아! 그 힘과 기력을 땅바닥에 쏟아버려라!"


(캬아아아악-! 캬아악!)


(타닷-! 쿵! 타다닷-!)




--------------메카니르로부터 멀지 않은 곳--------------




"...이 울림... 메카니르야! 메카니르가 오고 있어!"


"...메카니르 님이?! 때가 다가오는군요...!"


곧이어, 엘라프는 자신의 마나의 울림을 매개로 격전지 전체에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게 했다.


[여러분! 모두 각자 위치로! 놈이 옵니다!]


(쿠구구... 쿠과과과광!)


힘차게 내달린 메카니르. 곧, 그 괴물같은 몸뚱이를 이끌고 날뛰는 코스미스크 피나에가 보이기 시작했고, 동시에 그 기생충을 유인하며 힘껏 내달리는 메카니르 또한 보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싸움이 시작되는 것을 느낀 이들은, 메카니르가 거대한 기생충을 유인하는 동안 숨어서 기척을 감춘 뒤, 메카니르가 목적한 곳에 도달하고, 신호를 보내고 나서야...


"모두들! 지금이네!"


[여러분! 지금이에요!]


"모두 공격!"


...총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흠!"


메카니르는 냉큼 뒤로 다시 몸을 돌려, 산조차 반으로 갈라버릴 것 같은 어마무시한 검풍을 쏴갈겼고, 그 맹렬한 검풍에 직격당한 놈은 몸을 비틀며 고통에 가득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이었다.


"모두! 지금이야!"


가운데 허리를 맡은, 수많은 마물들과 마법사들이, 있는 힘껏 자신들이 걸 수 있는 최대한의 마법을 구사했고, 코너의 증폭 장치에 영향을 받아 그 효과가 더욱 강화되어 코스미스크 피나에에게 작렬했다. 순간적으로 대량의 마나를 얻어맞아버린 놈이 멈추었고, 그새를 놓치지 않고 티린과 보아가 온 힘을 다해 집중한 석화 마법을 전개했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직-!)


"...쿨럭...! 반동이...?! 윽...!"


"여기서... 물러설... 수는...!"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드- 철컹-!)


심각한 반동이 두 여인의 몸에 가해졌다. 에르가페에게서 받은 기묘한 부등변다면체형 보석, 그리고 코너의 증폭기로 직접 증폭시킨 마나의 폭류. 도시 하나... 아니, 국가 하나의 모든 마법사가 마력을 집중해서 마나를 끌어모아도 이 정도의 출력은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가공할만한 힘이, 불안정한 충격파의 형태로 강하게 발사되어 놈의 몸뚱아리의 일부를 현실의 차원경계면에 완전히 고정시키는 데에 겨우 성공했다.


"윽... 크흐읏... 몸에 힘이..."


"...에르가페 양이 준 이 보석... 대체 무슨 힘이 있길래...? 머리가..."


"티린 양! 보아 양!"


"...모우셰...? 난... 괜찮... 그저 피곤한 것... 뿐..."


"...보석으로 힘을 끌어올리는 것과, 그걸 감당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둘 모두, 한 번의 마법 사용으로 힘이 전부 소진되었어요."


"...좀 쉬면... 나으니... 어서 저 녀석을..."


"...그건 걱정 마시길. 여러분! 지금입니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몸에 힘이 풀려 기절하듯 쓰러져버리는 두 라미아 마물. 티린, 보아는, 자신의 시야에서 영롱히 빛을 발하는 짙은 보랏빛의 부등변다면체를 보며, 다른 마물들의 부축을 받아 베이스캠프로 이송되며 완전히 의식을 상실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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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움직임이 아주 둔해졌군!"


"내가 전달해준 빛나는 부등변다면체를 잘 쓴 모양이네, 몸통 담당 친구들이! 자, 이제 우리도 공격!"


"...이 개새끼... 감히 로이를 위협해?! 곱게 죽을 생각은 마라!"


머리 끝까지 차오른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날카로운 손도끼와 대거를 꺼내들고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 헬라. 그리고 그녀를 필두로, 소수 정예지만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머리의 팀원들이, 전투를 시작했다.




"하아앗-! 테라프리즈마!"


(콰앙-! 쾅!)


"베어주마! 이얍!"


(촤아악-! 파지직!)


(크아아악-!)


"어딜! 네 상대는 나다!"


(쩌적-! 콰지지직!)


"헬라 누나! 그리고 모두들! 마나 보충하고 가요!"


(치이이이잉-!)


"나도 질 수 없지. 강철의 바람!"


(휘오오-! 콰지직!)


"도와줄게! 파르케! 로어링 게일! ...벤토!"


"준비 오케이야! 제피르! 휘몰아쳐라! 카오틱 터뷸런스!"


(휘오오- 콰과광!)


"흑마도학의 정점을 보여주지! 내 불길을 받아라!"


(화르르르륵-!)


"어둠은 나의 영역...! 사라져라, 이 불경한 짐승아!"


(투콰앙-! 퍼억-!)


"네놈이 있어야 할 곳으로 당장 꺼져! 하아아앗!"


(파지지지지지지직-!)


"...외우주의 짐승 같으니... 갈라져라!"


(콰지직-! 쩌억-!)


모두 힘을 합쳐 공격을 전개하자, 그 단단하고 거대한 기생충이 움찔거리며 패퇴하기 시작했다.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수도 없다는 것을 안 녀석은, 더욱 광분하여 발버둥치기 시작했으나, 그럼에도 몸은 어딘가에 단단히 차원째로 고정되어버렸다는 진실만이 코스미스크 피나에를 집요하게 괴롭혔고, 그 사실을 깨달은 기생충은 아주 거칠게 포효하며 녹색 진액을 사방에 흩뿌리며 더욱 발악하기 시작했다.


"윽...! 다들 조심하게!"


"제길...! 아주 발광을 하는군!"


"...메카니르! 내게 맡겨!"


에르가페는 마나의 쇄도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을 이어가면서도, 동시에 메카니르에게 받았던 간이 포집기를 이용하여 최대한 그 액체들을 흡수해나갔다.


(꿀럭... 쿠룩...)


(키야아아악-! 크르르륵...! 크아아아아아아악!)


순간, 녹색 이물 대신 검푸른 피가 폭발하듯 기생충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놈의 힘이 크게 빠졌군! 아무래도 다른 곳에서 힘을 내준 모양이네!"


"...즈미야한테서 교신이 왔습니다! 꼬리 부근을 뼈가 보일 정도로 완파시켰다는군요!"


"신경이 집중된 부분에 치명상을 당해서 저러는 셈이로군! 이제 우리 차례다! 더 거세게!"


메카니르와 엘라프의 지휘대로, 더욱 거세게 공격을 전개하는 일행. 헬라와 로이, 파르케가 빠른 속도를 살려 사방으로 날뛰며 속공을 전개했고, 세크메트와 엘라프는 거친 마나로 벼려낸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댔다. 제피르와 벤토는 모두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바람의 기운으로 충만한 공간을 만들어냈고, 트와일라잇은 에르가페와 함께 어둠과 그림자 사이에 녹아들며 놈의 정신을 분산시킴과 동시에, 어둠과 혼돈으로 벼려낸 날카로운 암기를 마구 투사했다. 메카니르는, 히메로스와 함께 정면에서 검을 휘두르며 직접적으로 놈을 베어나가고 있었다. 일사불란하게 한 몸 처럼 움직이며, 문자 그대로 파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일행.


(쩌저적-!)


(크륵?!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얼마나 싸움을 이어갔을까. 이내 기생충의 머리부터 목으로 보이는 부분까지, 녹색 진액과 검푸른 피가 뒤섞인 역겨운 액체가 쏟아지며, 반으로 쩍 갈라지며, 급소를 보호하던 부분이 열렸다. 


"...으윽?! 이 무슨 추잡스러운...! 모두들! 뒤로 물러서라!"


"으그윽...! 벤토...! 몸이 끈적거려어..."


"제피르! 제길... 다들! 뒤로 피해요!"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전투를 보조하며 끝없이 액체를 흡수하던 에르가페는, 어느새 녹색 진액에 범벅이 된 채로, 피로에 찌든 몸을 이끌고 나서며 메카니르에게 말했다.


"메카니르! 놈이 한계에 도달했어!"


"확인했어, 에르가페! 히메로스! 이걸로 마지막 일격이다!"


"...후우... 으그윽...! 힘이...!"


"히메로스, 정신 차리게!"


"...네...! 이 일격으로 끝을 낼 수 있다면...!"


밝은 보랏빛으로 타오르는 검을 부여잡고, 흐르는 피와 땀을 닦으며 마지막으로 결의를 다진 소년은, 쩍 벌려져서 사방에 진액을 흩뿌리는 그 기생충의 심장을 향해 메카니르와 함께 맹렬하게 돌진했고, 온 힘을 다해...


"흐아아아아아압! 사라져라-!"


(쩌어억-! 투퐈아아아아아악-!)


(크륵...! 크그극?! 크그그그그그그그륵! 크아아아아아아-!)


"잘했어! 메카니르! 지금이야!"


"이걸로... 끝이다! 타올라라!"


(촤아악-! 콰지지지직!)


보랏빛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검을 부여잡고, 화염의 인장을 부여한 검을 힘차게 휘두르는 메카니르. 파멸적인 권능이 담긴 검기가, 히메로스가 갈갈이 찢어놓은 상흔 사이를 더욱 깊게 베어버리며, 문자 그대로 '복구할 수 없는' 치명상을 주었다.


(크으으아아아아아아아악-! 크르... 크르륵... 크하아아악-)


"...비로소... 끝이로구나..."


한낱 기생충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피조물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일까. 그 자리의 모두가, 다가오는 끝을 보며, 희망으로 가득찬 얼굴을 하기 시작했다.




(쿵-!)


먼지와 모래를 흩날리며 바닥에 쓰러지는 거대한 코스미스크 피나에. 몸을 움찔거리고 비틀면서 점액을 흘리는 모습은, 기괴하고 공포스러웠지만, 모두들 그 움직임은 머지않아 끝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끝난... 겁니까...?"


"...아마도. ...에르가페, 왜 그래?"


"...쓰러졌어...? 확실히... 숨통이 끊어진건가?"


"...그렇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푸슉-! 쑤욱-!)


"...?!"


엘라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 죽었다고 생각한 기생충의 잘려나간 두개골 안쪽에서, 뇌와 근육을 재료로 한 거대한 꽃 한 송이가 불쑥 솟아나 점액을 흩뿌리며 크게 개화했다. 에르가페는, 경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엘라프에게 외쳤다.


"모두 대피해! 저 녀석은... 자신을 죽이는 포식자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죽고 나서 자폭을 하는 방향의 방어기제를 만들었어! 그게... 그게 바로 저거야!"


"...네?!"


"까맣게 잊고 있었어... 저 방식을 보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소각시켰어야 했는데...! 충분한 빛과 열이 부족했던건가?!"


"...제기랄...! 내 실수로군...! 금방이라도 터지겠어!"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엘라프! 모두를 통솔해서 도망쳐! 빨리!"


"하... 하지만 여러분은...!"


"지금 그게 중요해?! 우리가 해결할 수 있으니까...! 당장 도망치라고!"


에르가페는, 엘라프의 품 속에 있던 정신 연결체를 강탈하고는, 다급하게 연결체에 자신의 마나를 불어넣은 뒤 크게 외쳤다.


"모두 도망쳐! 곧 이 녀석의 몸뚱아리가 터질거야! 여기 전체가 무너질 정도로!"


[...지금 그게 무슨...?!]


"상황 설명은 나중에! 얼마 남지 않았어! 돌더미에 깔려 죽기 싫으면 당장 빠져나가라고! 빨리!"


"...그렇지만...!"


"말을 듣지 않겠다면, 하는 수 없지."


어느새, 피와 점액질이 곳곳에 묻은 메카니르가 나타나, 자신의 마나를 퍼트려 격리된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슨...?! 야, 형씨! 미친 짓 할 생각 마!"


"걱정 말게. 다들. ...영역 지정 완료. 실행... 좌표 재지정."


"...뭐가 어째?! 씨발...! 이거 풀어! 메카니르! 이 개새끼야! 풀라고! 당장...!"


"안돼... 다 끝났는데...! 형!"


"...메카니르 님...!"


"형...! 제발요! 같이 가요!"


"...이놈의 몸 속에 들어있던 이물질이 사방팔방에 퍼지면 지금 사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 생기지 않겠나?"


담담하게 말을 하며, 공간을 완전히 격리시키고 좌표 재지정을 준비하는 메카니르. 순식간에 벌어진 믿을 수 없는 모습에, 그 자리의 모두가 현실을 부정하듯 다급한 목소리로 메카니르를 말리고 있었다.


"...그...그래도... 그래도 형은...!"


"내 걱정은 말게. 로이. ...자, 다들, 나중에 보지."


"잠시만요! 그ㄹ..."


(파밧-!)




------------던전의 입구------------




(파밧-!)


"윽... 머리야..."


"아! 언제 나오나 했어, 언니!"


"...다행이야. 이제 모두 나온건가?"


두통으로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으면서도, 히메로스는 검을 이끌고 어떻게든 던전의 최심부로 다시 들어가려 했으나, 강한 탈력감이 몸을 짓눌러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메카니르랑 에르가페는?!"


"저... 저 안에...!"


"...뭐?!"


"...아직... 아직 안에 두 사람이...!"


"...메카니르 씨, 에르가페 양이 아직... 저 안에...?!"


몸통을 맡은 팀의 모우셰가, 리치들의 색적 마법과 마도구를 이용해 곧바로 생명 신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있습니다! 안에... 안에 둘이...!"


"뭐?! 곧 터진다고 자기들 입으로 말..."


(쿠구구구구궁-!)


"...이 소리는..."


"...설마..."


(콰과과광-!)


"무너진다...! 피해!"


"잔해가...! 윽...!"


"모두, 제 뒤로 모이세요!"




(푸스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뒤, 모래먼지가 걷히자,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은...


"...!"


"입구가..."


...완전히 물 샐 틈조차 없이 틀어막힌, 던전 최심부의 입구였다.


"...모우셰 양...? 생명 반응은..."


"...생명 반응..."


한참을 자신의 마나를 뿌리며 색적 마법을 구사하던 리치 마물, 모우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비통한 표정을 하고, 색적용 마도구와 마나를 거두어들였다. 모두들, 그 믿을 수 없는 소식에, 그 자리에 굳어있었고, 더러는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며 무너진 건물 너머를 공허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돌아갑니다. 우리는."


"...언니..."


"...여기까지 무너진다면... 더 큰 피해가 생겨날 겁니다. ...우선... 우선 돌아가도록... 해요..."


"...시신의 일부라도 건진다면, 언데드로 다시 되살려낼 수 있어. 조금만... 조금만 더 찾고 가자, 응?"


듀라한을 비롯한 여러 언데드 마물들이 엘라프에게 말했지만, 그녀는 비탄에 잠긴 목소리로, 안전을 이유로 끝내 모두를 철수시킬 뿐이었다.


"...두 사람 모두..."


"...엘라프 누나..."


"흐...흐윽... 제... 제 탓이에요... 으으...흑...! 나 때문에...! 이런 경우도... 생각했어야 했는데...!"


공허한 바람만이 불어오는, 두 사람을 집어삼킨 폐허를 바라보며, 그녀는 끝내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2분 전, 던전의 최심부------------------------








(파밧-!)


"...모두 안전하게 돌아갔군."


던전의 입구로 모두를 강제로 전송시켜버리고, 약한 부분을 일부러 건드려 경로를 차단하는 메카니르. 그리고, 어느새 그런 그의 곁으로, 기진맥진한 에르가페가 다가왔다.


"...후아아... 뒤지게 힘들다 진짜 나..."


"그러게, 좀 제대로 쉴 때 쉬지."


"누가 허리를 그렇~게 흔들어서 말이야."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헤에... 얼굴 빨개진거봐?"


"크흠... 그나저나, 다들 나갔으려나?"


"생명 신호 감지해보면 되지 않을까? 내가 할까, 메카니르?"


"아니. 내가 하지. ...생명 신호가... 음. 이 구역 근처에는 우리를 제외하고 다들 보이지 않는군. 어차피 입구도 단단히 틀어막아버렸고..."


"...음, 차라리 귀띔이라도 해야 했을까?"


폭발하기 직전의 코스미스크 피나에를 보며, 에르가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니. 차라리 이렇게 모두가 당황한 틈을 타서 강제로 떨어트려서 우리만 남게 하는게 맞지. 이게 상황을 통제하기 더 쉬우니까."


기생충의 시체를 툭툭 건드리며, 메카니르가 피식 웃으며 답을 했다.


"...그리고 뭔가 멀쩡한 건물 무너트리는 것도 좀 양심에 찔리네."


"...우리가 안 그래도 이 망할 기생충 때문에 다 부수고 새로 만들어야 했을걸. 그렇게 생각하자고. 푸훗..."


"생각해보니 그러네? 아하하... 그럼, 시작해볼까?"


"그래. 에르가페."


에르가페는 조심스럽게 코스미스크 피나에의 꽃에 손을 얹었고, 메카니르 또한 그렇게 했다.


"...푸훗..."


문득, 에르가페가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래?"


"...뭔가 기분이 묘해. 너랑 이렇게 꽃 앞에서 이러고 있는게... 뭐랄까, 내가 이 우주를 구상하면서 생각했던 피조물들의 결혼식이 생각이 나서."


"...그래? 음... 묘하네. 하지만..."


그는, 에르가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금 제대로 된 환경에서. 나중에 제대로 하자고. 자, 개체 지정은 모두 끝났어."


"자, 그럼."


"하나... 둘!"


"...좌표, 재지정!"


(파앗-! 쿵-!)


강한 마나의 흐름, 그리고 고정되어있던 좌표의 강제 해제로 인한 충격파가 크게 울리며, 약해질대로 약해진 던전의 최심부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말았다.




------------ 다시, 현재. ------------






(파밧-!)


검고, 차가운 우주의 한복판으로 자리를 옮긴 두 화신과 코스미스크 피나에의 시체. 우주 공간이라 필멸자들의 육신의 성대로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둘은, 근처의 흰 별로 자리를 옮겨 착지한 다음, 그대로 외우주의 신들과 교신을 시도했다.




------------




[파직-!]


"...어? 뭔 소리야... 아, 교신 요청인가. 어~이! 데이모스! 하르모니아!"


"지금 가~! 뭔 일이래?"


"어, 메카니르랑 에르가페의 교신 요청. 하르모니아는?"


"나 여깄어. 좀 늦었지?"


"...?"


"뭐야, 판타소스, 그 오묘한 눈빛은?"


"...단발머리에서 바꿨네? 기분 전환이 필요했어?"


"시...신경 끄시지. 왜, 안어울려?"


"...아니. 전혀. 지금 모습이 훨씬 더 보기 좋고 예...쁘네. 응."


"...그래?"


"...그래. 정말이야."


"..."


"..."


"...얼씨구, 니들도 지랄이냐? 낌새가 보이긴 했다만 아주 니들도 그냥... 에휴..."


"으흠! 여튼, 무슨 일로 호출했어?"


"어, 여기 안에 들어간 커플놈들이 교신을 요청해서."


그리고, 포집기의 구축을 시작하며, 판타소스는 둘에게서 걸려온 교신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어, 들려. 무슨 일이야? 어디길래 그렇게 새하얀 곳에 있어? 야, 주위 공간까지 왜곡되어 보이는 것 같다야. 그... 거기 대체 어디냐?"


[몰라. 그나저나 니들은 뭔 일이길래 오래걸렸어?]


"아, 데이모스랑 하르모니아 불러오느라. 데이모스가 혼자 관리하고 있으니까 심심하다고 해서 3교대로 돌려서 막고 있지."


[그런가? 자네들 셋 다 고생이 많군.]


[고생은, 누구 때문에 내 우주가 이 지랄이 나버렸는데. 생각해보면 이 기생충 쳐들어온것도 그 물질에 묻어있다가 들어온 거 아냐?!]


"...생각해보니 그게 맞을지도? 하핫! 쏘리."


[...망할년놈들...]


"여튼, 무슨 일이야?"


메카니르는, 코스미스크 피나에로부터 잔뜩 수거한 녹색 진액과, 거대한(화신 상태의 자신들을 기준으로) 기생충의 사체를 보여주며, 상황을 대강 설명했다.


"...얼씨구? 그 제약을 주렁주렁 단 몸으로 어떻게 죽였네?"


"그러게. 최선의 방법은 기절 먼저 시키고 공간이동을 시킨 다음 불로 태우는걸텐데."


[그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휘말렸다고 해야 하나... 뭐,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꼬라지 보니까 펑 터지기 직전이네. 나랑 판타소스가 밖에서 처리할게."


"나도?"


"이왕 하는 김에 기생충들 박멸이나 좀 하자고."


"아, 그게 좋겠네. 어차피 그리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고, 곧 내가 교대할 차례이기도 하고."


"...난 휴식시간도 없냐..."


[불만 표출은 그쯤 해두고, 판타소스? 이것들 다시 받아가게나.]


"되게 많이 모았네. 포집기를 그쪽으로 돌렸어. 둘 다 보여?"


[아주 잘 보이네. 응.]


[자, 받아가게나. 조심스럽게 해주게.]


"...너 말투 진짜 적응 안된다. 대체 거기서 어떤 생활을 하는거야?"


메카니르가 무어라 말하려던 찰나, 데이모스와 하르모니아가 끼어들며 말했다.


"아니, 그것보다도 둘의 성생활이나 좀 알려줘."


"그러게~? 궁금하다! 둘이 어디까지 갔어?"


"이전에 보니까 뭐 이상한거 검색하던데. 방귀... 어쩌구? 메카니르, 너 변태였냐? 아니면 에르가페가 변태인가?"


[...무...뭐가 어째?!]


[윽... 씨발! 니들 다 닥쳐 개새끼들아!]


"이녀석들 찔리는 구석이 있네! 야! 더 이야..."


[닥쳐! 몰라! 말 안해!]


[파직-]


통신을 강제로 끊어버리는 에르가페. 메카니르는, 짐짓 헛기침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그도 만만찮게 부끄러운 듯 했다.


곧이어, 녹색 이물들과 기생충의 사체가 데이터화되어 전송되기 시작했고, 피곤에 지친 둘은 그대로 잠시 바닥에 앉아 서로에게 몸을 의지하여 잠을 청했다. 일어났을 땐, 다시 둘만 그 자리에 남게 되었다.


[...하암... 자도 자도 피곤하네.]


[그럴 법도 하지. ...그나저나 많이도 묻었네. 씻지도 않고 잠들었구나. 우리 둘 다.]


[으엑... 기분 더러워.]


[별 수 없지. 가서 샤워나 좀 해야겠다.]


[그래? 샤워... 같이 하는거야?]


[...원한다면. 그런데... 그렇게 화신 상태로 계속 있어도 괜찮겠어?]


[...좀 쉴까, 그럼?]


[그래. 밖에 나가서 화신 상태에서 쌓인 피로를 분리한 다음 다시 돌아오라고. ...언제까지고 기다려줄테니.]


[그것도 좋지만... 먼저 여기서 너랑 시간을 좀 보내고 싶어서. 후후...]


[내가 예상한 답이네. ...그리고, 내가 정말 진심으로 원했던 답이고.]


[로맨티스트가 다 되었네. 후후후...]


메카니르는, 대답 대신 그녀의 몸에 묻은 이물질들을 닦으며,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응... 따뜻해...]


[...돌아가자. 모두들 기다리고 있을지도.]


[그러게. 다들 돌아가면 깜짝 놀라겠지?]


[...그런데, 그런데...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


메카니르는, 시선을 돌려 바닥의 새하얗고 뜨거운 부분을 보았고, 힘차게 발을 굴러보았다.


(쾅-!)


[...염병. 발에 가해지는 충격량을 보니 어딘지 짐작이 가는군. 하필 착륙해도 여기에...]


[왜 그래?]


[...서둘러 돌아가야겠네. 우리가 여기 몇 분쯤 있었지?]


[...글쎄? 얼마나 잤는지는 시계를 봐야...?]


이미, 그들이 만들지 않은, 마물들에게서 받아온 물건들은 모조리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 극히 작게 쪼그라들었고, 놀란 에르가페가 그 고철덩이를 놓치자 마자 더욱 빠르게 찌그러들며,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바닥에 쿵 떨어져 폭발을 일으켰다.


(콰앙-!)


[흐냐앗?!]


[...어서 돌아가지. 체감상 거의 열두시간... 그정도는 지난 것 같은데.]


메카니르는, 에르가페와 함께 서둘러 복귀를 진행했다. 물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차원이동을 한 것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뒤 모든 오염물을 씻어내고 복귀를 속행했지만.






---------------------그리고 현재, 올드 웨스트 타운 인근의 던전---------------------






"...가장 아름다운 두 사람이, 잘 가라는 작별인사를 채 듣기도 전에, 여기 잠들게 되었습니다."


축제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너무나도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는 차갑기만 했다.


두 사람이 사라진 지,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매일같이, 혹여라도 건물이 무너지면 그 안의 둘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며, 그리고 놓친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매일같이 그 둘이 살아있을만한 곳을 샅샅이 색적 마법으로 뒤져보았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둘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불귀의 객이 되었다는 사실만이, 언데드로 부활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시신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붕괴되어버렸다는 사실만이, 모두의 뼈에 사무치는 진실로 다가왔다.


"...욕심 없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두 사람이었죠. 던전의 위기를 전해들은 그분들은, 조건 없이 저희를 도와주시겠다며 발벗고 나섰던 분이십니다."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최대한 담담한 척을 하며 글귀를 읽어내려가는 에키드나 마물, 엘라프.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는 수많은 마물들과 인간들이 그 차갑고 슬픈 기운 아래에서, 조용히 누군가의 마지막을 추모하고 있었다.


던전 앞에는, 누군가의 유품처럼 보이는 닳고 닳은 건틀렛 한 짝, 그리고 연보랏빛 장갑 한 짝이 서로 쌍을 이루듯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언데드로 보이는 마물들이 이를 조심스럽게 회수하여, 한때 누군가의 삶의 행적을 기리는 묘비 아래에 바로메츠의 하이얀 꽃과 함께 내려놓고, 비통을 참지 못한 듯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눈을 감으며 물러섰다.


"길지 않은 생 내내, 언제나 순수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미래를 약속한 이에게 헌신하고, 모두에게...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고 하지만, 그 둘은 영원토록 변치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우으... 언니..."


"...울지 마. 즈미야. ...울지... 마..."


"...제길... 내가 둘 다 때려눕혀서라도 끌고 나왔어야 했는데..."


"...헬라 누나..."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았던 이들, 그리고 둘의 강함에 감화되었던 이들, 그리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누구보다도 끈끈한 정을 쌓은 이들은, 끝내 새어나오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훌쩍... 메카니르 형... 꼭 안개의 대륙에... 초대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메카니르 씨..."


"...울지 마라. 하루. 스스로의 뜻대로... 멋진 인생을 살다 간... 남자니까..."


"...우으... 나 슬프다... 성혁아아...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대체... 뭐가 그리 급하셔서... 벌써 별이 되시는지..."


엘라프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목소리로 추모사를 읊었고, 히메로스는 누군가의 유작이라고 보아도 되는 잘 벼려진 검을, 정중하게 장갚 앞에 놓은 뒤,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기도문을 읊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결한 두 분의 장엄한 희생 앞에 맹세합니다. 우리 또한, 받는 기쁨보다 나누는 행복을 실천할 것이며, 영원히 당신의 미소를 기억할 것이며... 당신의 희생과 사랑을... 영원히... 되새길..."


(저벅... 저벅...)


"아, 여기 있었군. 다들 오랜만일세. 근데 표정들이 왜 다들 그러나?"


"...지금 누가 감히 이... 어... 어어...?"


눈물을 삼키고 이빨을 갈며 금방이라도 불청객을 한 대 치려던 헬라는, 이내 곧 눈이 휘둥그레지며 뒷걸음질을 치다 털썩 주저앉았다.


"무슨 일인가, 헬라? 피곤한가? 아, 로이도 있군. ...다들 왜들 그러지? 얼굴들에 수심이 가득하지 않나?"


"...에?"


"같이 가! 메카니르! ...아... 장례식... 죄송합니다..."


"...어...어어어...? 에에에엑?!"


...그리고, 던전의 뒤편에서 뚜벅뚜벅 걸어와, 비석 앞에 놓인 장갑을 줍고 먼지를 털어 주머니 속에 대충 욱여넣는 메카니르. 그리고, 에르가페 또한 소리를 지르며 다가왔다가, 분위기의 엄숙함을 인지하고는 정숙한 태도를 보여주기 시작했...지만 이미 한참 늦은 것 같았다.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군. 엘라프. 헌데 누구의 장ㄹ...? ㄴ... 나잖아?!"


"어머, 그래? 우와~ 그럼 이 앞에 있는건 메카니르가 아니고 짭카니르인가?"


키득키득 웃으며 메카니르를 놀리는 에르가페.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던 메카니르는, 당황한 듯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누구냐! 누구 생각이야!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들을 장사지내는 생각은! 나... 나는 뭐가 되는 거냐!"


"아핫... 아하하! 왜~ 사람이 죽었다고 오해할수도 있지~? 장례식장 예절 위반이네~ 허락 없이 부활 금지!"


"...에르가페. 네 이름도 있다."


"호엑?! 나까지?! 나는 왜?!"


멀쩡히 살아 돌아온 둘이 진짜 당사자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엘라프는, 추도문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주저앉아서 허탈한 듯 웃으며 울기 시작했다.


"아...아하하... 아하하하! 두... 두분... 두분 다...! 정말...!"


"...미안하네. 엘라프. 일처리가 늦어버렸지 뭔가."


"그래. 미안. 좀 졸려서... 헤헤... 쉬다가 늦었어."


"아니에요...! 아니야...!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그래. 다행이지. 조금 쉬고 싶은데... 어디 괜찮은 곳이 있나?"


"그럼요...! 저만... 저만 따라오세요! 정말...!"


"후후... 우리 많이 보고싶었구나?"


"흑... 두분 다... 그걸 말이라고..."


그 모습에, 모두들 환호하며 슬픔의 눈물이 아닌 안도와 기쁨의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희망, 행복과 환희로 가득찬 축제 분위기가 되어버린 장례식(사망자 없음)장. 메카니르는 에르가페와 함께, 여러 마물들의 인도를 받으며 모두와 함께 마을로 돌아갔다.




----------------------잠시 후----------------------




순식간에 장례식장에서 축제의 현장이 되어버린 대도시. 모두들, 무투대회의 우승자이자 망설임없이 던전을 위해 몸을 내던진 한 인간 남성과, 그와 함께 던전을 구한 한 여인의 생환에 기뻐하며, 시장 특별 주관으로 축제의 기간을 일주일 연장하게 되었고, 이 기쁜 소식을 근처 마을과 더불어 도시가 소속된 국가의 수도에까지 전달한 그들은, 더욱 흥이 오른 상태로, 경사스러운 일을 기념하고 있었다.


"...제법 소란스럽군. 그렇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창문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리는 메카니르에게 다가간 에르가페는, 미소가 만면한 얼굴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 왔어. 어때, 이제 깨끗하지?"


"...응. 아주 좋네. 좋아. 에르가페."


"...그럼... 이제 뭘 해야 할 지는 알지?"


"응? 그게 뭇...!"


(풀썩-!)


에르가페는, 메카니르를 침대로 밀어 넘어뜨리고는 색기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몸에 걸친 샤워 가운을 탁 풀어버렸다.


"...조금... 급작스러운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랫도리는 할 생각 만땅인걸? 빵빵해진거 봐. 푸후후..."


"...너랑 매일같이 있는데도 늘 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그래서 쌓인 거고."


"그~래? 몇 시간 단위로 지치도록 했는데도 부족해? 이야~ 짐승이네 그냥? 우후후..."


에르가페는, 풍만한 나신의 몸뚱이를 과시하며, 메카니르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어때, 그래서?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까... 너의 요구에 맞춰줄게. 알잖아? 내 몸."


"...에르가페..."


"말만 해. 어린 몸이 좋아? 아니면... 이런 완숙한 몸매?"


에르가페는, 몸을 자유자재로 변환하며 어린 소녀의 모습을 취하기도 했고, 완숙하고 섹시한 여인의 모습을 취하기도 했다. 동시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이렇게 말했다.


"피부색은, 뭐가 좋아? 새하얀 백옥같은 피부? 초콜릿같이 달콤한 구릿빛? 아니면... 건강미가 느껴지는 진한 고동색? 마물에 가까운 연보랏빛? 후후... 잔뜩 흥분했네..."


"에르가페, 굳이 그럴 필요 없어. 그냥... 너라면, 어느 모습이든 좋으니까."


"흐음... 제법 여자를 기쁘게 하는 말도 하는구나?"


"...평소에 내 이미지가 어떻길래 하는 말일까, 에르가페?"


메카니르의 손이 에르가페의 허벅지에 닿자, 그녀의 피부는 다시 연보랏빛을 되찾았다. 그 어느 누구에도 실제로 보여주지 않은, 진한 금빛의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를 한 완숙한 여인의 모습, 어떠한 조작이나 변화도 가해지지 않은 순수한 그녀의 화신 형태의 모습이었다.


"...이 모습도 아주 예쁘네."


"평소에는 내가 편해서 슬라임처럼 하고 다니지만... 네가 원한다면, 바깥에서도... 이런 모습으로 있어줄 수 있다구?"


(꾸루루루루룩... 꾸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아, 시작이네. 흐응... 지금 기준으로 몇 시간 전에 말이야."


"...녹색 이물질에 아주 범벅이 되었었지. 그렇지?"


"화신의 몸이라 그런지... 그리고, 내가 여인의 몸으로 강림해서 그런지. 후훗... 조금... 아니, 조금? ...많이 견디기 어려워서 말이야. 아... 정말, 나올 것 같아...♡"


에르가페는, 몸을 잔뜩 앞으로 기울여, 메카니르의 입술을 잔뜩 탐하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때, 지금 내 뱃속... 미친듯이 부글거리는데... 네가 좀 도와주면 좋겠..."


"...에르가페...!"


(덥석-!)


"꺄앗! 응...! 정말... 살살 하래두...읏...!"


에르가페는 침대 위에 엎어져, 엉덩이를 위로 치켜들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메카니르는 대뜸 그녀의 풍만한 유황메탄가스 보관함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고, 그 사이의 가스노즐을 찾아 마구 핥고, 애무하고, 그녀의 온몸을 매만지고 문지르며, 그녀가 화신의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을 한껏 선사해주었다.


"하... 으으... 축축... 뜨거워..."


항문을 골고루 음미하는 듯한 메카니르의 혀놀림. 도대체 언제, 어디서 이런 기술을 습득하고 온 거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정교한, 이불을 꽉 부여쥐게 만드는 아찔함이 가미된 그의 혀가, 에르가페의 항문을 한껏 애태우고 있었다.


"아... 이제 못참... 앗...!"


뿌우우우우욱-! 뿌웅! 뿌루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릅-! 뿌욱!


마침내 터져나온 첫 번째 축포. 그리고 그에 맞춰 격렬하게 찾아오는 기쁨. 행복과 고양감이 한껏 그녀의 몸을 감싸고 돌았다. 형용하기 힘든 쾌락 속에서, 에르가페는 그저 '동물적이고 열등하며 원시적인, 그러나 그렇기에 너무나도 황홀한' 즐거움에 지배되어, 이불을 꼭 붙잡고,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음란한 신음과 함께 폭발적인 가스를 쏟아낼 뿐이었다.


뿌우우욱-! 뿌륵! 뿌푸푸우웃! 뿌푸푸푸다다다다닥!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붜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럭! 뿌푸푸푸귀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릿-!


"읏...! 하... 아으... 메카아... 응... 이거어... 너무 위...허으음...!"


뿌롸라라랍!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프프프프프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우우우우우우웅!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구역질나는 악취, 미칠 것 같은 냄새, 귀가 멀어버릴 것 같은 소음, 그리고 불처럼 뜨거운 열기... 이 모든 것이 한데 섞여, 미친듯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에르가페의 장 속에서 마구 끓어오르던, 용암처럼 부글부글 터지기만을 기다리던, 그리고 마침내 터져나온, 맹렬하다는 표현 따위로는 아득하게 부족한 어마어마한 양의 독방귀가스가, 마침내 터져나와 메카니르의 온 몸을 마구 유린했다.


뿌욱! 뿌우우웃! 뿌푸프프프프픕! 뿌푸다다다닥! 뿌와아아아아아아악! 뿌워어어어어어어억! 뿌풔러러러러러러러러러럽! 푸붜뤄러러러러러러러럽!


이내, 항문과 입을 맞추고, 그녀의 가스를 들이마시기 시작하는 메카니르. 미친듯이 갈망하듯 그녀의 항문을 쉼없이 괴롭히며, 오로지 쏟아져나오는 냄새에 집중하며 잔뜩 흥분해서 솟아오른 남성기를 껄떡이듯 움직이는 메카니르. 참을 수 없는 황홀경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화신으로 강림한 이래 최초로, 이성이 점차 사라져, 본능이 지배하는 몸뚱아리로 바뀌고 있었다.


뿌우우욱! 뿌푸푸푸루루루루루루루루룩!


메카니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우웅! 뿌롸라라라라라락!


"에르가페... 에르가...페...! 윽...!"


"흐냐아... 자기야아아...! 으읏...!"


뿌욱!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다다다다다다다다라라라라라락-!


...그녀와의, 지저분한 사랑 뿐이었다.


"...흐읍...!"


뷰릇-! 퓨뷰르르릇-! 뷰르르릇-! 뷰퓨류류류류륫-! 뷰르르릇-! 뷰릇... 뷰퓨륫! 뷰르르릇-! 뷰르르릇... 퓨븃...


그리고, 그는 아주 성대하게, 첫 번째 사정을 하고야 말았다.




(부스럭...)


"...에르... 나... 완전..."


"...하아... 하아... 그렇게... 좋았어...?"


침대 시트를 잔뜩 물들인, 조금은 누르스름해보일 정도로 진한 백탁액. 에르가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자신의 냄새로 범벅이 되어 끔찍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메카니르에게 다가가, 키스를 아주 진하게 하며 스스로의 냄새를 음미하고는, 살며시 물러서서 메카니르를 침대에 눕혔다.


"...이제 내 차례지...? 긴 말은... 하지 않을게. ...자기야."


"...그래. ...자기야. 후후... 자기야. 라니... 기분이 묘한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아응... 좀 부끄러운걸... 에잇...♡"


(찔꺼억-! 찌북... 찌걱-!)


"...크흥읏...! 응긋...! 하아... 하아... 오늘따라... 왜 더 큰거야...?"


"...누구 때문인데...!"


"우후... 읏... 그럼... 내가 해결해줘야지... 자... 넌 가만히 있어... 내가... 이제...!"


(찔꺽-! 찔꺽-! 찌거억... 찌걱-!)


"후...읏...! 배가 눌려... 으아앙...!"


부룩! 뿍-부륵! 뿌우우우우웃-! 뿌푸부루루루루루루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릅-! 뿌워어억! 뿌룩! 뿌우웅! 뿌로로로로롥!


마치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추잡스럽고 음탕하게, 에르가페는 대량의 바람을 뒷구멍으로 내뿜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바람이 끝도 모르고 터져나왔고, 이내 둘이 머무르는 객실을 아주 진하게, 그리고 지독하게 물들여나갔다.


"아... 아읏...! 내가 리드해야... 하는...데에에...!"


"...바보같...긴...! 그런 거에 목 메지... 마라고...!"


(찔꺽-! 쮸붓!)


"...흐흐으으흐흐흡...! 아윽...! 메카아앗...!"


뿌룩! 뿍! 뿌웅! 뿌북! 뿌수슷! 뿌붉! 뿌욱! 뿌닥!


박자감 있게, 메카니르가 그녀의 질내를 푹푹 쑤시며 자신의 물건으로 한껏 쾌락의 비트를 연주하자, 에르가페 또한 그 움직임을 행복하고 기쁘게 받으며 악취나는 멜로디의 화음으로 답을 해 주었다.


정말로 추잡하고, 지독하고, 악취나는, 불협화음이 분명한 멜로디였으나, 단 한 사람. 메카니르에게만은, 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고 황홀한, 그리고 완벽하고 너무나도 음란하며 사랑스러운 악취의 원무곡(Waltz)이 울렸고, 이내 그 추잡스러운 선율에 다시 화답하듯 메카니르는 더욱 강렬하게 움직이며 몸을 섞고, 냄새를 갈구하며 그녀의 배를 한껏 자극했다. 마치,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추잡스러운, 오직 그 둘만을 위한,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그리고 아주 음탕한 미뉴에트라고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크읏... 너무... 기분이...! 에르가페...! 이제 더는...! 윽...!"


"으응...! 전부 다...! 다 내 안에다가....! 모두...웃...! 메카니르으...!"


"...크읏...!"


뷰르르르르르르릇-! 뷰르릇-! 뷰퓨르르르르르르르르르릇-! 뷰류류류륫! 퓨뷰류류류류륫-! 뷰릇... 뷰퓨류류륫...


"윽... 크으... 하아아... 하아... 에르가페..."


"...메카...니르... 하아..."


"...사랑해..."


"...나두..."


거의 동시에 의식이 끊어지듯 잠에 빠지는 둘. 처음 시작할 때가 문득 생각난 메카니르는,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니..."


"...으응... 머라 했어?"


"...처음 일을 시작할때만 해도,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거든. ...그때 무르지 않고 임한 게... 신 노릇 하면서 가장 잘한 일이 아닌가 싶어서."


"정말... 여자 마음을 훔치는데 일가견이 있구나?"


"콩깍지가 제대로 씌였나보지. 너도, 그리고 나도. 하하..."


"뭐어? 후후..."


"...잘 자."


"...응. 메카니르."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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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그리고, 이른 새벽. 나름대로의 휴식을 취하고 일어난 메카니르.


"...쿠울..."


그의 옆에는, 곤히 잠을 자는 에르가페가 있었다.


"...이거 정말, 너무나도 인간적인 신이라니까. ...이제 내가 할 말도 아니지만."


그는,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에르가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밖으로 향했다.


(끼익-)


"...어, 벌써 일어났어?"


"티린? 티린 아닌가. 잠이 없는 성격인가?"


"조금은. ...휘유! 냄새."


"미안하게 되었구려. 그래도 탈취야 금방이니 뭐..."


"그래. 아주 뜨거웠나보네? 푸후후..."


티린은,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이내 시선을 던전이 자리한 산 너머로 옮겼다.


"...복구하려면 꽤 걸리겠군. 던전 말일세."


"그렇게 또 오래는 걸리지 않을걸. 정령들의 도움을 받으면 금방이니까."


"다행이로군. 참, 그러고 보니 빼먹은 것이 하나 있구려."


"빼먹은 거?"


"잠시 자네의 시간을 좀 빌리고 싶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티린. 그리고 메카니르는, 정중하게 펜과 사전을 내밀며 사정을 설명했다.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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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프 언니가 말했던 사전이라는 건 이걸 말하는거구나? 흐음..."


"그렇소. 메두사... 라고 하는 라미아 계통의 마물에 대한 정보도 싣고 싶소만, 괜찮겠소?"


"던전을 구한 영웅인데, 당연히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줘야지. ...아직 새벽이라 밤공기가 찰 텐데, 들어가서 좀 더 쉴래? 아니면 요기거리라도?"


"에르가페가 달달한 걸 좋아해서 말이지. 그런 제과류나 그런 게 있나?"


"그럼. 1층에 내려가면 스낵 바가 있거든. 난 내 방에서 사전을 집필하고 있을게. 다녀와. 저기 간이 탈취시설도 좀 들르고."


"고맙구료."


메카니르가 자리를 뜨자, 티린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사전의 한 페이지가 될 소중한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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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잘 나왔나? 뭐, 괜찮겠지.]



[메두사 - Medusa]


[속 : 라미아 / 형 : 파충류]


[서식지 : 동굴, 밀림 아주 깊은 곳, 던전]


[식성 : 육식]


[성격 : 드셈. 호색함. 솔직하지 못함. 정이 깊음. 질투가 심함.]



[여성의 상반신, 뱀의 하반신을 가진 라미아의 상위종. 라미아에 비해 개체수가 적고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 사이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정도 많고 외로움도 잘 타는 성격이지만 자존심도 강해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석화 마법의 귀재라고 불리는 라미아 일족 사이에서도 그녀들의 석화 능력은 더욱 뛰어나다. 경우에 따라 석화마법 만큼은 에키드나를 압도하기도 한다. 그 능력을 이용해 먹이인 야생동물 포획 이외에도, 마음에 든 남성의 움직임을 제약하고 남편으로 만들기 위해 주거지로 데리고 가버린다. 성교를 할 때에도, 이 능력을 십분 응용하여 남성의 사지만을 석화시킨 뒤, 사지를 자신의 몸을 휘감고 잔뜩 움직임을 막아가며 성교를 갖는 것이다. 또한, 남성에게 안긴 상태에서 이 감정을 놓치기 싫다며 손에 일시적으로 석화를 걸거나, 성교과 끝난 뒤에도 남성과 떨어지기 싫어 약한 마법을 걸고 칭얼거리며 애교를 부리고 키스를 요구한다고 한다. 조금은 무서울 법도 하지만, 따뜻한 살결로 남성을 유혹하고 끌어들이는 마물의 능력은 어디 가지 않아서 남성들은 곧바로 그녀들의 포로가 된다고.


그녀들에 능력에 의해 석화된 생물이 사망하진 않는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마력이 빠져나가 해소되며, 마법구, 마법 약재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 ...물론, 남편으로 선택하지 않고 그저 우연히 사냥을 하던 그녀들과 눈이 마주쳐 석화의 트리거가 발동되어버린 경우... 음, 다른 마물들에게 남편으로 간택될 것이지만 말이다.


그녀들은 석화 마법의 귀재인 만큼, 석화 마법과 관련된 부작용 또한 겪고 있다. 종족 단위로 고급 석화 마법에 능통한 몸이기에 인간처럼 석화의 후유증이 되돌아온다거나 하는 큰 부작용은 없지만, 그녀들의 '장' 은 유독 약한 부분으로, 그 부작용을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하나, 그럼에도 소화 능력 자체는 좋은 그녀들은, 끊임없이 그 둔한 장으로 에너지와 영양을 재흡수하고, 나오는 폐기물은 모조리 분해시켜 기체 형태로 만들어 연동 운동을 통해 움직이게 만들기 편한 상태로 바꾼다.


그리고, 라미아 종족들의 특기인 '장내 압력을 이용한 항문을 통한 공기 흡입' 을 이용하여 배를 잔뜩 부풀린 뒤, 스스로의 배에 압착 마법을 가하는 식으로 가득 들어찬 방귀를 미친듯이 뿜어낸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대량의 트림까지 나오며, 그 냄새 또한 상상을 초월하기에, 옛말에 '한 명의 메두사가 두 명의 라미아보다 더 지독하다' 고 하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니 더 이상의 설명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는 남편들과 교미할 때도 더욱 그러한데, 남성의 정기로 인해 가뜩이나 둔해빠진 장이 더욱 불안정해지고, 가스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제대로 장의 압력 조절조차 할 수 없기에 배가 빵빵해질 때 까지 교미를 하게 되고, 아주 작은 자극만으로 수십, 어쩌면 수백 리터의 방귀를 일시에 뿜어내며 참으로 요란스럽고 추잡하고 음탕한 모습을 보이며 남성에게 매달리며, 그 압도적인 양의 방귀와 트림을 퍼부어 자신의 냄새로 한가득 덮어버린다. 또한, 그녀들의 머리카락은 도중부터 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뱀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해 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상태의 그녀들을 보면, 뱀들마저도 하나같이 남편에게 뿅 가버린 하트눈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라미아와 같이 질투심이 강하기에... 하렘을 차리려 한다거나 하면 곧바로 석화당한 채로 수 일간, 불안정한 분노로 가득한 장이 빌 때 까지, 100시간이 넘게 쥐어짜이고 정력제를 강제로 섭취당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진득하고 음란한 키스 가득한 교미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만, 가끔 조금 색다른 가스 플레이를 즐기고 싶은 남편들이 그녀들 몰래 짜고 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속았다는 것 보다도 남편들이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기뻐하며 툴툴거리면서도 뱀들은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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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층.


"...뭐가 많군... 잔뜩 받아버렸는데 이거 괜찮은건가..."


바구니 한가득 달콤한 간식을 받아든 메카니르. 그를 알아본 여러 마물들과 사람들이 감사와 존경의 표시로 이것저것 잔뜩 추천해주며 손에 쥐어주는 탓에, 어느새 여러 사람이 먹고도 남을 정도의 음식을 받아 챙기게 된 그였다.


"...에르가페가 기다리겠군."


계단을 서둘러 오르는 메카니르. 다시 방에 도달한 그는, 문을 열고 에르가페가 누워있는 침대로 향했다.


"...어디 다녀왔어? 하암..."


"아, 너 생각해서 좀 달달한 것들 위주로 얻어왔지.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 말이야."


"오옷! 땡큐! 역시 메카니르 너밖에 없다니깐... 우후후..."


침대 속으로 돌아온 메카니르와 잔뜩 꽁냥거리는 에르가페. 달콤하고 부드러운 젤리 형태의 간식을 입에 물고 웃는 에르가페의 머리를 쓰다듬는 메카니르의 귓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삐걱-)


"응? 문을 안 닫았네. ...아, 둘이 야한 거 하려고 했구나? 내 사전 정보는 여기 두고 갈게! 둘이 잘 지내? 후후..."


(끼익...)


"...너도 참. 그새를 못 참고 조사를 했어?"


"그렇지. 나간 김에 간식도 얻어오고, 후후..."


"...역시 너야. 정말 좋아... 에헤헤..."


에르가페의 머리를 잔뜩 쓰다듬으며, 다시금 이불 속에 몸을 맡기는 메카니르였다.




--------------------------------------------------------------------------------------- 4장, 메두사 편 [END]




(부스럭-)


"...몇 시지? 하암..."


"...좀만 더 누워있자아... 응?"


"너무 오래 누워만 있어도 건강상 문제가 생기거든. ...던전이나 다시 가볼까. 얼마나 무너졌는지,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럴까, 나도 가볼까?"


"좋지.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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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피해 던전으로 향하는 둘. 던전 입구에 다다르자, 엘라프와 세 라미아족 마물이 둘을 맞이했다.


"어머! 여러분!"


"어때, 잘 되어 가나?"


"네...! 후후... 이제 드디어, 집을 재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 던전을..."


"아주 잘 되었네! ...그런데, 뭔가 되게 같은 정령들이 무진장 많이 보이는 기분...?"


에르가페의 말마따나, 공사현장은 갈색, 그리고 회색빛의 정령들로 가득했다. 저마다 흙과 모래, 돌로 만든 무언가를 들고 나르거나, 그것들을 합치거나, 정령사들에게 정기를... 공급받거나. 섬세한 분업을 거친 채로,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들 일을 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저분들은... 땅의 정령, 노움, 그리고 도롬이지요."


"...도롬? 노움은... 들어봤다만."


"어머, 도롬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하셨군요?"


엘라프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그에게 조언 하나를 주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둘 다 조사해보는 것은 어떤지요? 둘 다 땅의 정령이지만, 미묘하게 다르답니다. 분류계통으로도 다르죠."


"...그렇다면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겠군. 고맙네. ...참, 히메로스는?"


"어...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잠시... 제 침대에서 쉬고 있죠."


"...너무 격하게는 하지 말게. 아직 자라나는 중인 소년이 아닌가."


"...으윽... 들켰네요... 그럼 저흰 이만...?"


작별 인사를 하고, 일을 보러 사라지는 던전의 관리자들. 메카니르는, 에르가페와 함께 조금 한가해보이는 정령들에게 다가갔다.




(저벅...)


"...잠시 실례 좀 하겠소만."


"...으응...? 우왓! 모험가 메카니르다아!"


"정말? 나도 볼래!"


"헤에... 진짜네!"


"저 언니는 여자친구인가? 예쁘네~?"


"...이런 분위기까지 예상한 건 아니었다만..."


갑작스럽게 소란스러워진 분위기. 메카니르는, 잠시 그들을 진정시킨 뒤, 본 목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모험가라서 머지않아 이곳을 떠날 예정이오. 물론, 언젠간 돌아오겠지만. ...떠나기 전, 그대들의 정보를 이 사전에 싣고 싶소만, 추억과 함께 새기는 기념으로 말이오. 도와줄 수 있겠소?"


"그럼. 물론이지! 우리랑 도롬이라는 종족에 대해 알고 싶다구?"


"그건 걱정하지 마! 우리가 다 알려줄게!"


곧바로 협조 요청에 응하는 두 마물. 도롬과 노움을 보며, 메카니르와 에르가페는 조금 아쉬운 듯, 한편으로는 홀가분한 듯 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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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도 마정령, 암정령을 모두 실을 수 있었다.]


[노움 - Gnome]


[속 : 정령 / 형 : 원소]


[서식지 : 동굴, 광맥 인근의 지상, 마을 등지]


[식성 : 인간 남성의 정기, 광물 등의 무기물부터 다양한 유기물까지.]


[성격 : 온화하고 누긋함]



[땅의 원소가 모여 태어난 땅의 정령이 마물의 힘에 의해 타락하여 마정령이 된 것. 조용하고 누긋한 마물로, 영양이 가득한 비옥한 옥토나 흙이 많은 동굴, 광산, 광맥 등에 서식한다. 마음에 든 인간 남성을 찾으면 부드러운 토양같은 몸으로 남성을 끌어안고, 대지를 상징하는 것 같은 풍만하기 그지없는 엉덩이를 들이밀며 품 속의 남성을 유혹한다. 보통 이런 경우, 계약자들은 열이면 열 그녀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그녀들과 몸을 섞게 된다. 보통 광산 근처에서 출몰하는 그녀들은, 고된 일로 지친 남성들을 끌어안고 흙에 가득한 정기를 내어주며, 다른 마물들처럼 거칠게 덮치는 것이 아닌 일종의 '데이트 신청' 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가기에 가능한 일로 보인다.


말수도 적고 계약자에게 복종하는 몸이지만, 때때로 열이 오른 것 처럼 남성을 유혹하며 몸을 섞고 맞대며 쾌락으로 인도해가는데, 이 교미는 매우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대륙이 서서히 움직이듯, 그녀들도 느릿하고 끈적하게 움직이는데, 이 과정에서 남성들의 아랫도리에 썩은 부식토 향기의 지독한 악취를 분사하는 것이 그녀들이 제일 행복감을 느끼는 행위이다.


그녀들은 자신이 힘을 얻는 땅이 어느 땅이냐에 따라 방귀의 질감이 달라지는데, 화산지대 인근의 마그마가 섞인 뜨거운 토양이라면 라바 골렘처럼 뜨거운 불바람같은 메마른 방귀를 쉼 없이 뀌어대고, 축축한 습지 인근이라면 썩은 진흙이 부글거리는 소리를 내는 물방귀를 하염없이 뿜어낸다. 그렇게 대지의 거목이 뿌리를 내리듯 남성에게 착 달라붙어, 남성의 몸을 어마어마한 악취로 물들이며 방귀를 뿜어대는 과정에서, 그 방귀 기체에 섞인 마물의 기운과 마나를 남성이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더 깊은 관계로 유도하며, 더 상냥하게 계약자를 그 안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완전히 매료된 계약자가 그녀들에게 정기를 계속 주면 이윽고 마물의 마력에 지배된 암정령이 된다. 한 순간도 남성의 ㅁ모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질퍽질퍽하고 뜨겁고 '가스가 많은' 진흙처럼 변한 그녀들은, 항상 남성에게 붙어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남성의 정기를 흡수할 때 마다 몸이 강해지고, 더욱 성욕이 왕성해지며, 결정적으로 더욱 많은 양의 방귀를 뀌며 대지를 자신의 냄새로 한껏 물들이는 몸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고, 그에 발맞춰 계약자들인 남성들 또한 인큐버스이자 정령사에 가까운 재능을 갖게 되는 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법적 지식이 일절 없는 광부들이나 타 직종 종사자들이라도, 굉장한 수준의 정령 마법을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재밌게도, 그녀들이 마기에 오염되었다 하여 자연계 자체가 오염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재배하던 작물이 자라났던 땅도 마계의 작물들이 자라나며 각종 촉수식물, 포로의 열매, 화목의 열매 등 마계 고유종들 또한 자라나며 알라우네나 만드라고라, 맨이터 등의 식물 또한 강하고 음란하게 자라난다. 이 땅에서 자라난 마계의 야채, 과실은 영양가가 높고, 인간에게도 매우 맛있게 느껴지긴 하지만 마물의 마력에 자신도 모르게 잠식되어가는 상태가 되어, 여성은 방귀의 양이 크게 늘고 종국에는 마물로 바뀌며, 남성은 정액의 배출량이 크게 늘고 끝내는 인큐버스가 되어, 어느새 그 지역은 '마계' 라 부르기 손색없는 지역이 될 것이다.



[저기 보이는 풍만한 몸 사이사이에 가득 찬 것이 가스라니, 믿어지는가? 천연가스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도롬 - Dorome]


[속 : 정령 / 형 : 원소]


[서식지 : 동굴, 습지, 물기가 많은 땅]


[식성 : 인간 남성의 정기, 광물 등의 무기물부터 다양한 유기물까지.]


[성격 : 온화하고 누긋하며 음란한 것을 좋아함]



[대자연에서 땅의 원소가 모여 태어나는 정령은 노움이라 불린다. 그리고, 이 노움이 마기에 타락하여 암정령 / 마정령이 되면 마물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짙은 마력이 땅의 원소를 녹여 축축하게 만들면 정령보다는 마물에 가까운 존재인 도롬으로 거듭난다.


마력에 의해 질척하게 녹은 땅의 원소로 이루어진 육체는 진흙과도 같은 몸으로 거듭났고, 성욕에 가득한 본능과 더욱 짙어진 마기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체내의 곳곳에 가스를 저장하는 그녀들은 노움 이상으로 심각한 방귀쟁이이다. 그렇기에, 인간 남성을 발견하면 노움보다는 더 과격한 모습으로 덮쳐오며, 축축하기 그지없는 역겨운 썩은 진창같은 악취를 풍기는 방귀를 마구 끼얹을 것이다.


그녀들의 지능은 그리 높지 않고 빠르지도 않기에 그녀들의 존재를 눈치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도망칠 수 있으나, 마물에 가깝지만 아무튼 정령이기에 땅 속에 녹아들어 빠르게 움직이거나 불시에 어디선가 툭 튀어나오듯 나타나 순식간에 남성을 사로잡고 대량의 방귀를 퍼부어대며 성교를 요구할 것이다. ...물론, 거절한다 해도 승낙할 때 까지. 그렇게 그녀들은 적극적으로 인간을 덮치지만 성격 자체는 아주 오눈하여, 대지모신의 포옹과도 같은 따스한 껴안음을, 그리고 난폭함과는 거리가 백만광년 떨어진 은근하고 느릿한 성관계로 남성을 잔뜩 쥐어짜며 끝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건넬 것이다.


이렇게 남성과 교미를 갖고 정기를 음미하는 순간 그녀들은 너무나도 행복감에 젖어 '더 이상... 엉덩이에 힘을 줄 수 없어어어...'라고 하며 몸 속에 들어있던 모든 가스를 정말로 추잡스럽고 지독하게, 그리고 한없이 음란하게 엉덩이까지 씰룩거리며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쏟아내며 함께 쾌락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것이다. 또한, 이미 몸 자체가 대지와 융화된 그녀들은 격한 교미로 인해 진흙같은 몸이 무너져도 금새 그 형태를 복원하며, 복원하는 과정에서 대지의 공기, 그리고 마나, 각종 유기물을 흡수해 빠르게 소화하고 찌꺼기를 분리해내며 더욱 많은 방귀를 재생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한, 그녀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페로몬을 퍼트려 동료 도롬들을 유혹하기에, 어느새 '여러 마리' 의 도롬의 곁에 둘러쌓여 번갈아가며 잔뜩 교미를 갖고, 각양각색의 냄새를 풍기는 도롬 여인들의 뜨겁고 축축한 방귀에 온 몸이 절여지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참고로, 그녀들이 이렇게 얼마나 많은 원소를 흡수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재구성 과정에서 충분한 마나를 섭취한 상태로 재구성에 돌입한 경우, 거의 동굴 하나가 전체가 하나의 도롬이 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한 명의 도롬으로도 하렘에 가까운 방귀난교섹스를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참고로, 그녀들은 애초에 근원이 흙의 원소이기에 노움만큼이나 잠재력이 풍부하며, 노움이 할 수 있는 일의 대다수를 할 수 있음에도 노움에 비해 도롬을 다루는 정령사는 은근 부족한 편이다. 실은, 노움과는 친화력이 있는 트롤들이나 노움 본인, 혹은 정령사들도 그녀들을 다루기 어려운데, 애초에 그녀들은 복잡한 일 자체를 그리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남편과 매우 많은 교미를 하며 충분한 정기와 에너지, 그리고 마나를 만든 그녀들은, 스스로 발달하여 뛰어난 지성을 갖게 되어 노움만큼이나 다재다능한 정령이 되어 남편을 뛰어난 정령사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야생 도롬보다 유부녀 도롬의 평균 지능이 약 세 배 가량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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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듯 다른 느낌이라... 어떻게 보면 이쪽이 본능적으로는 더 욕망에 충실한 모습이로군."


"응. 물론... 정령사라던가 뭐, 아무튼 마력을 지닌 마법사랑 교감을 나누면 우리도 지능이 상승하니까."


"...그렇군. 설명에 비해 훨씬 더 지적이라 느껴지긴 했소."


"그렇지? 에헤... 그건 그렇고, 떠난다니 정말 아쉽네. 둘 다, 마을의 영웅이라고 불려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데."


"하하... 역마살이라도 씌인 모양이야. 우리 둘 다."


"어디로 갈 지, 다음 행선지는 정해뒀어?"


"다음 행선지라... 글쎄..."


가볍게 웃으면서도, 조금은 고민이 되는지 말수가 줄어든 메카니르. 그렇게 고민을 하던 순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 살아있었다면서! 다행이야!"


"...이 소리는?"


"나야, 나이트건트, 트와일라잇!"


나이트건트 마물이, 둘을 아주 반갑게 부르고 있었다.




--------------------------------------------------------------------------------------- 5장, 노움, 도롬 편 [END]




"오, 다시 만나는군. 반갑소."


"그래. 내가 할 말이야. 정말... 어떻게 살아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지. 정말... 둘 다, 다시 보니 좋네."


"그래. 나도. ...근데, 음... 이런 말 하긴 그런데... 그때보다 뭔가...?"


에르가페는, 전신에 더욱 큼직해진 검은 점액을 휘감은 모습, 그리고 묘하게... 색기있어진 모습을 보고, 은근하게 물었다.


"...좀 볼륨감 있어진거같다? 뭔가 바뀐 듯..."


"어머... 그래? 후후... 눈썰미가 정말 대단하네. 실은... 맞아! 왜냐면..."


그 말이 끝나자, 검은 점액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더니, 이내 '인간' 의 형상을 취하기 시작하더니, 온전한 사람으로 거듭났다.


"반갑습니다. 유적 탐험가, 살리프 이븐 이브라힘이라고 합니다. 살리프라고만 해주셔도 됩니다. 본명은 한참 더 길지만 솔직히... 다 외우고 다니진 않으니."


"...혼돈 마물의 반려들은 다 이런 모양이라더니... 이제 조금 익숙해지네. 마인드 플레이어도 그렇고..."


"하하... 혼돈 마물들만의 매력이죠."


"반갑소. 초면이구려. ...뭔가 처음 듣는 작명 방식이기도 하고... 어디 출신인지 물어볼 수 있겠소?"


"이 대륙이랑 조금 떨어진... 사막이 넓게 펼쳐진 지역에서 태어났죠. 트와일라잇이 지내는 곳과는 다른 대륙의 사막이에요."


"사막이라... 이 기후랑은 많이 달라서 적응이 좀 힘들었겠구려."


"조금은 그렇죠. 하하... 그래도, 요즘은 워낙 기술이 좋아져서요. 당장 제 고향에서도 깊은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기술이나, 새벽의 찬 공기로 수증기를 응결시켜 물을 모으는 기술들도 많이 발달했고. 옛날엔 힘들었다던데... 요즘은 또 아니거든요."


"살리프 말이 맞아. 그래서 그런가, 더운 사막 지역에서도 잘 적응하더라고. 너희가... 그... 살아돌아왔다고 하기 전에 말이야, 그냥... 거기 계속 있기엔 분위기가 너무 그래서 내가 지내던 사막으로 돌아갔거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우울해하길래 좀... 내버려두기 그랬어요. 처음에 마을에 정착하기 전에 겉돌던 제 모습같다고 할까요?"


"그렇게 둘이 만났군."


"...제가 먼저 접근했어요. 한 잔 사겠다고 했죠. 그렇게 당신들의 이야기도 나왔고..."


"그래... 그랬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살리프의 품에 안겨있었어. ...뭐, 나쁘지 않았지. 오히려 훨씬 더 좋았고. 하아... 사흘 밤낮을 정신없이 둘이 섹스만 할 줄 누가 알았겠어. 후후..."


"이거 참, 조금 더 느긋하게 돌아왔어야 했나."


"그건 아니지! 사흘 씩이나 묘연하게 사라져서 다들 걱정하고... 다들 뭐한건데, 어디서."


"글쎄... 우리가 했던거랑 똑같은 거 아닐까, 자기야?"


"으응... 그런 걸까? 에헤헤... 둘 다 절륜하다던데."


"...하하... 그런 건 아닐세. 시간이 조금 기묘하게 흐르는 공간... 아니, 죽어버린 별의 잔해 위에 다녀왔다고나 할까. 망할 기생충 놈의 뒷처리를 위해서."


거짓말 하나 없이 솔직하게 모두 말하는 메카니르. 물론, 지극히 제한된 정보량이었기에 그들이 그 내막을 알아차리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여기서 다들 뭘 하고 있었어?"


"떠나가기 전, 마지막 조사를 하고 있었지. 이제 슬슬...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려고 하네."


"아쉽지만, 우린 모험가니까."


"...그렇구나. 다들 아쉬워하겠네. 다음 행선지는 어디야?"


"글쎄..."


"마땅히 정하지 못했으면, 우리랑 같이 사막 유적 인근의 마을로 가지 않을래?"


"그곳은..."


"여기서 좀 멀리 떨어진 곳이긴 한데... 그래도 공간 전이 포탈 시스템을 이용하면 금방 갈 수 있으니까."


"마계수 타고 가는건 안되나보네?"


"어? 거기는 그렇게 가기엔 너무 멀어. 일주일도 넘게 걸릴걸? 뭐, 낭만 넘치는 여행을 원한다면 그것도 좋겠다만."


트와일라잇은 지도를 펼쳐 보여주며 말했다. 문득, 마을에서 만났던 오토마톤이 해 주었던 사막 유적의 이야기가 생각난 메카니르. 그 이야기를 생각하며 지도를 다시 보자, 트와일라잇이 말하는 '사막 유적 부근의 마을' 은 그 유적의 부근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차원이동 포탈보다는 직접 발로 걷는 것을 선택하겠소. 모험가니까."


"...나는 좀 쉬려고."


에르가페는, 슬쩍 메카니르의 곁에 붙으며 말했다. 이전에 서로 이야기를 나눴던대로, 그녀는 바깥에서 조금의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려는 듯 했다. 화신 상태로 있는 것도, 피로 누적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은 그녀도, 그도 잘 알고 있으니. ...물론, 메카니르는 태생적으로 적응력이 강해서 티가 안났지만. 에르가페는 아니었다.


"나만이 아는 장소가 있거든. 거기서 잔뜩 휴양을 즐길거야. ...메카니르가 없어서 많이 쓸쓸하겠지만... 언제든 보러 갈 수 있으니."


"...이거 참. 너 두고 가려니 죄짓는 기분이네."


"걱정 마. 후후... 늘 널 지켜보고 있을 테니. ...문자 그대로 말이야."


"그렇게 말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하고. ...자기야."


서로 마주보며 따스한 미소를 짓던 둘은, 문득 트와일라잇을 보고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건넸다.


"...참, 그러고보니 부탁할 게 있는데 말이지..."


"부탁?"


"우리 둘은 연구자이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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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마물도감을 만들고 있었구나."


"이전에 물어보려 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았어서 말이지. ...지금, 가능하겠나? 시간 괜찮나들?"


"그야 당연하지. 줘보겠어?"


"옆에서 제가 교차 검증을 하죠.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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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합체한 유부녀 나이트건트. 조금 멋진 모습으로 수록되고 싶다고 하여 변신할 시간을 주었다.]



[나이트건트 - Nightgaunt]


[속 : 서큐버스 / 형 : 악마]


[서식지 : 불명]


[식성 : 남성의 정기. 혹은 인간들의 식사]


[성격 : 차분함. 짓궃음, 지배적.]



[전신이 칠흑과 같은 막으로 덮인 이형의 형상을 취한 악마이자, 심연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혼돈 마물. 신체를 감싼 점액질 막은 그녀들이 만들어낸 특수한 점액이 굳은 것으로, 검은 막에서 흐르는 점액은 요염하면서도 기묘한 느낌까지 준다. 감정의 표현이 은근히 부족한 그녀들은 의도를 싶게 파악하기 힘들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으나, 마음에 든 인간은 그대로 붙잡아 어디론가 데려다주거나, 아니면 아예 남편으로 취해버리거나,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무례한 인간은 그대로 발정기 마물 무리에 떨어트리고 가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닌 듯 하다.


평소에는 지하, 동굴, 혹은 심연 등 어두운 곳의 그림자 속에서 지내다가, 밤이 되면 흑천을 비행하며 마음에 든 인간 남성을 그대로 덮친다. 이후, 기묘한 행동을 하는데, 남성을 구속한 뒤 곧바로 교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점액질 가득한 몸을 구석구석 비비며, 손가락으로 남성의 몸 곳곳을 애무한 뒤, 점액질로 일종의 튜브가 달린 마스크를 만든 뒤, 남성의 얼굴에 그대로 가져다 씌운다. 작은 구멍을 통해 호흡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기가 통할 경로만을 남겨둔 뒤, 손가락을 요란하게 움직이면서 애무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어마무시한 양의 방귀를 다시금 토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귀에 완전히 중독되어 남성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성이 침식된 상태가 된다면, 그제서야 비로소 남성을 덮치고, 그 가스마스크가 미친듯이 부풀어오를 정도로 방귀를 뀌어대며 주체할 수 없는 성욕을 달래는 성욕을 하는 것이다.


끈적한 교미 속에서 이렇게 점액이 육체에 침식된 남성은, 그야말로 나이트건트의 남편으로 딱 맞는 존재로 변이한다. 그녀들만큼이나 이질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그녀들처럼 점액을 생성하고 다루며, 그녀들의 육체와 동화되어 하나의 날개, 장신구, 혹은 거대한 손톱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바꾸어 동화되는 모습을 보인 뒤, 비로소 그녀들과 진정한 결혼 관계를 갖게 된다. 점액을 생성하고 다루는 능력에 능해질 뿐 아니라, 그 합일의 과정 이후 그녀들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 또한 매우 강해지며 무뚝뚝하게만 보였던 행동 등이 오직 남편들에게만큼은 수많은 감정을 담은 애정공세로 느껴지게 되는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또한, 설령 이전에는 혼돈마물을 혐오하는 인간이었더라도 이내 그녀들에게 푹 빠져 교미하려는 모습도 목격된다. 이렇게 끈적하고 음란한 교미를 통해 자신의 냄새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남편을 얻은 개체들은, 미혼 개체에 비해 눈에 띄게 부풀어오른 외형과 남편을 이용한 장신구들을 통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물론 남편은 여타 혼돈 마물의 남편처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으나, 남편는 그 스스로의 의지대로 여성의 몸을 감싸고, 어루만지고, 조이고, 여성기와 항문을 마구 애무하고 사랑을 주며, 언제나 황홀경을 선사한다. 그리고, 혹여나 그녀들이 불안감을 느낄까 하여 남편들은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 떨어질 때 마다 언제나 너를 사랑한다는 말로 안도감을 준 뒤, 곧바로 그녀들의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고 그 풍만해진 엉덩이 사이의 악취를 갈구한 뒤, 그 뒤에는 우람하게 솟아오른 아랫도리를 그녀들의 음부에 밀어넣으며, 아주 격하고 진한 교미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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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혼돈마물답다고 해야 하나... 불어난 것은 체구가 아니라 반려였던 것이구려."


"음... 그렇다고 봐야지? 후훗... 이제 우리는 슬슬 다시 떠나보려고 해. ...음,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사막 지역 마을에도 이상한 녹색 진액이 자연발생하고 있다고 해서."


"...거기도?"


"응. 내가 보고 왔거든. 쉽지 않더라. 사막은 오아시스가 모든 생명의 근원이잖아. 기술 발전이 있다고 해도. ...정화 기술을 활용한다 해도, 마법을 이용한다 해도 모든 물을 정제하기에는 힘들어. 하루에도 수백, 수천 리터의 물이 사용되는데..."


"수원이 오염되면 아주 끔찍해지겠군."


"...그렇지. ...후음... 음... 방금 막 살아돌아온 사람들한테 하기엔 정말 어려운 부탁인줄도 알고, 염치없는줄도 알아. 하지만... 그래도... 도움의 손길을, 어떻게 빌릴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그래...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군. 거기로 가지. 사막 지역에 가려면 무엇이 필요하지?"


"...정말, 우릴 도와주는거야...?"


"다행이네...! 정말 다행! 의인이셨군요!"


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 모습을 본 메카니르는 내심 뿌듯해하면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전 대륙 곳곳에서 퍼져나가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조금 골치가 아프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막 지역에 필요한 것들... 마을이 있으니 전문적인 탐험 도구들은 필요없겠지만, 그래도 필요한 것들은 우리가 최대한 리스트를 작성하고 구해볼게."


"알겠소. 나는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와야겠군. 아쉽지만, 나아가야 하니."


"충분한 시간을 줄게. 우리는 내일 아침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기억하고 있겠소. ...지도는 내가 가지고 있어도 되겠나?"


"응. 어차피 우리는 한 장 더 있으니까. 내일 보자. 정말 고마워!"


그리고, 먼저 떠나는 나이트건트 마물과 그녀의 반려. 그리고, 에르가페는 메카니르의 뒤에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건넸다.


"...너는 지치지도 않네."


"태생이 그렇다고나 할까. 하하... 아쉽네."


"어쩔 수 없지. 노는 것 보다도, 각지에 흩어진 이물질들을 모아오는 게 우선이니까."


"그렇지. ...그래도 벌써 아쉬운걸."


"아쉬울 게 뭐가 있어? 난 항상 널 지켜보고 있을 건데. 심심하면 연락도 하고, 가끔 찾아도 갈게."


"...기대하고 있을게."


"...그래. 후후..."


"자, 그럼... 우리, 인사나 하고 올까?"


"그래. 다들 어디 있으려나~?"


"엘라프하고 히메로스부터 보러 갈까?"


함께, 이별을 준비하는 둘이었다.




--------------------------------------------------------------------------------------- 6장, 나이트건트 편 [END]




"...떠나신다니, 아쉽게 되었네요."


엘라프와 라미아들, 그리고 히메로스는 임시로 지은 오두막에 들어앉아, 조촐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각종 마계 요리를 앞에 두고, 아쉬움이 묻어나는 조촐한 송별회를 하고 있었다.


"어쩌겠소. 후후... 우린 모험이 체질인데."


"그러게. 나는 더더욱 먼 곳으로 가게 되었으니까."


"...이별이라니. 아쉽네."


"정들었는데. ...그리고 무척이나 고마웠는데."


"그러게요. 형. 그래도, 우릴 잊지 말아주세요. 저희도, 두 분을 평생 기억할게요."


"그걸 말이라고 하나, 히메로스. 후후..."


그리고, 잠깐 자리를 비운 뒤 돌아오는 엘라프. 그녀의 손에는, 기묘하게 생긴 반지가 들려있었다.


"...이건, 마계의 토지에서 추출되는 마보석을 가공한 반지랍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단단하고, 강인한 마보석에 수십, 수백 명의 마물의 마나가 응축된 아주 강한 반지죠. 이른바, 절대반지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것이죠. ...그 어느 누구도 이 반지를 감당하지 못했지만... 당신이라면 이 반지를 감당할 수 있을 거에요."


"...꽤 아름답군. 이건. ...흠...!"


(쩌억-!)


메카니르는, 힘을 주어 반지를 반으로 쪼갠 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금속의 일부로 재가공을 하여 한 쌍의 반지로 만들었다. 깨져나갈 듯 불안정하지만 치명적으로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기괴한 안정감이 느껴지는 한 쌍의 반지 중, 하나를 에르가페에게 내밀었다.


"...자."


"응?"


"반지가 하나밖에 없더라고. ...여기서 만든 추억이라고 생각할까 해서. ...어때?"


"...음... 이런 말을 여기서 하긴 그렇지만, 메카니르. 너의 예술적 감각은 참... 재밌어. 푸후후..."


"...윽... 못생겼냐. 그렇게."


"솔직히 그래. 하지만... 너무 좋아. 네가 만들어 준 반지라니..."


환하게 웃으며, 에르가페는 메카니르를 끌어안았다.


"...너무 좋아... 에헤헤..."


"...어. 누나, 이거 혹시 결혼반지 교환인가요?!"


"에헤~ 여기서? 정말 잘 어울린다 했더니..."


"경사네! 후후... 그렇게 되는 건가? 직접 만든,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귀한 마보석 반지를 이렇게 망설임 없이 주다니... 


"...결혼 반지 교환이라... 조금 나중에 더 좋은 곳에서 하고 싶었는데."


"그때 또 하면 그만이지 뭐. 반지만 미리 교환한 걸로 하고. ...후후후... 이거 기분 너무 좋은데..."


반지를 손에 끼고, 매우 즐거워하는 에르가페. 문득, 이 반지를 본 다른 녀석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을 놀릴지 신경이 조금 쓰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즐거움이 훨씬 더 컸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여튼, 이제 진짜 작별이네."


"잊지 못할 추억이었어. 다들."


"...나중에 또 볼 걸세. 분명히. 그럼..."


"...조심히들 가요. 메카니르 님, 에르가페 님."


"...잘 지내게. 모두들."


"...또 봐. 다들."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지는 문을 열고 나서며, 두 화신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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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떠나는구나. 나도 대충 다른 녀석들한테 들었다만..."


"아쉽네. 참 아쉬워. 정말 인상깊은 사람이었는데."


"어쩌겠나. 다들. 내 안부들이나 전해줬으면 좋겠군."


마을과 던전 중간 길목에 위치한 작은 거리의 작고 빈티지한 술집에 도란도란 둘러앉은 모두들. 엘로이, 호가르가 섭섭함이 묻어나는 얼굴로,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었다.


"...떠난다면서요? 아쉽네요. ...저도 성혁이도 지에도 형이랑 정 많이 들었는데."


"영원한 건 없는 법이지. 그렇지들 않나. 하하... 나도 그리울걸세."


"기회가 되면 꼭 초대하고 싶네요. 바다 건너 동방 여행이라도 시켜드리고 싶은데."


"그런가? 하하... 반드시 만날 일이 있을 걸세."


"...그래. 그렇겠지. 우리 잊지 마라구. 형씨."


"보고 싶을 거에요. 형."


"이게 참... 처음 만남부터 인상깊어서 그런가 이별의 순간이 좀 더 아쉽게 다가오네."


헬라, 로이, 그리고 샬롯이 에르가페와 메카니르에게 잔을 건넸고, 두 화신들은 그를 받아 마시며 화답하듯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어떻게 자네들을 잊겠나. 그렇지 않아?"


"그리 생각해주니 고마운 것이다! 나도 영원토록 너희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저도요. 두 분 다 말이죠."


"그러고 보니, 여기 있는 마물들은 다들 호쾌한 누님들이네? 꽉 잡혀사는거야?"


"...저... 저도 그런 스타일처럼 보이나요?"


"음... 사이클롭스 라비나라고 했지? 묘한 본능이 보이는걸? 마물은 다 그런 법이니까."


"흐에... 아닐지도..."


"하하하! 뭐, 아니면 어떤가. ...그건 그렇고, 다들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지?"


"나는 실바 리비디네로 가볼 생각이야. 아마조네스 친구들이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말이지."


샬롯은 씩 웃으며, 오셀로메 전사들 특유의 가르릉거리는 웃음소리를 냈다.


"무슨 행사인지 대강 짐작이 가는군. 나머지는?"


"글쎄. 나는 이제 로이랑 같이 학회로 돌아가야지. ...거기서 일자리를 잡든 뭘 하든 알아봐야겠어."


"전 이제 어찌 보면 출가한 셈이죠. 호가르 누나, 엘로이 누나하고 같이 지내려고요."


"저랑 벳시는 고국으로 돌아가 볼 생각입니다. 여기서 이룩한 성과들도 보고서 형태로 만들었고... 이제 슬슬 돌아가야죠. 부모님이 걱정하시기 전에."


"저도 라비나랑 함께 안개의 대륙으로 돌아가려고요. ...원래 며칠 전에 돌아갔어야 했지만, 분명 돌아오실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나 때문에 그 며칠만큼 일정이 미뤄진 것 같아서 묘하게 죄책감이 드는군. 후후..."


"...각자의 자리로, 다들 돌아가는구나."


"...뭐. 누구 말마따나 영원한 건 없는 법이니까! 오늘은 그런 건 제쳐두고 진탕 마시자고!"


"그래요. 언제가 되었든 꼭 놀러오라고요! 저랑 성혁이랑 아주 풀코스로 두 분을 안내해드릴테니!"


"하하! 기대하겠네! 자, 건배!"


건배를 외치며 잔뜩 적시는 송별회를 갖는 모두들. 어느덧 술에 취해 망가지기 시작한 에르가페를 보며, 메카니르는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넥타르도 몇 잔 못마시는 녀석이 화신으로 이렇게 독한 술을... 그나저나, 사막 지역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려나...'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음 지역에서의 일이 신경쓰이기 시작한 그였다.




--------------------------------------------------------------------------------------------- 제 12막, 던전 - Ⅲ [END]


개씹날림으로 존나대충 마무리지어버렸는데 아시발 장편쓰지말걸 장편쓰지말걸 장편쓰지말걸 장편쓰지말걸 장편쓰지말걸 장편쓰지말걸 장편쓰지말걸 장편쓰지말걸 시발좆저능아새끼야 왜 장편쓴다고나댔어 크아아아아아ㅏㄱ


뭐아무튼그래도벌린일은끝내야하니다음은사막편시작합니다 와 개봉박두 (언제쓸지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