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2가 사람 한 명 없는 초원에 앉아있다.


682는 한숨을 내쉬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피운다.


682는 이내 눈을 깜빡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왔냐."


173이 대답한다.


"그래."


173은 잠시 침묵을 이어가다 입을 열었다.


"야. 나도 한 개비만 줘라."


682는 173에게 담배를 건내려하지만 173의 짧은 팔을 보고 대신 불을 붙인 뒤 173의 입에 꽂아준다.


"... 고맙다."


682는 어깨를 으쓱한다.


"별 말씀을."


682가 주위를 둘러보고 묻는다.


"부끄러워하는 놈은 안 왔냐?"


"그래. 오늘도 오기 힘들겠다더라."


"짜식 하나도 성장 안 했네."


"야."


"왜 그러냐?"


"그래도 그 놈은 지금 락밴드에서 메인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대. 부끄러워해도 얼굴에 물감 몇 번 칠하니까 성격이 바뀌더라."


682는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냐."


"근데 넌 뭐 하는 일 없냐?"


682는 아무말도 하지 못 했다.


"재단에 있을 때는 나름 있기있었다 하드만."


"... 시발."


682는 울먹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재단은 나를 생명체로서 대우는 해줬다 시발... 조금 까칠하기는 했어도 이렇게 몸이 조금 징그럽다고 뭐라고 하진 않았다고..."


"하. 인류 멸망하고 너가 제일 고생이다."


682는 몇 분을 울다 진정이 되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시발...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173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야 설마 너-"


"미안하다. 나... 취직했다. 그리고 내일 해외로 떠나야돼서-"


173은 말 끝을 흐렸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말을 이었다.


"몇 년 동안 못 볼 수 있다."


682는 현실을 깨닫지 못 했는지 173에게 물었다.


"어디에.. 어디에 취직했는데?"


"축구 선수로. 아는 형이 감독님 소개시켜줬는데 감독님이 내 속도 보고 바로 계약하자고 하시더라."


"시발... 시발......"


"그래도 너 정도면 금방 취직할 수 있을 거다. 힘내라."

682가 눈을 한 번 더 깜빡이자 173은 사라졌다.


682는 몇 시간 동안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이 조금 어두워지자 682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도시 번화가로 들어섰다.


도시의 가로등에는 수많은 전단지가 있었다.


당신의 인생을 잊게 만들어주는 기억소거제 팝니다!

니 미래 보이냐?

남은 시간 동결 알약 팝니다. 구매자가 많아 개당 1000만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682는 골목길을 몇 번 더 들어서고 어느 허름한 폐가에 들어갔다.


682는 장롱 안에 있는 이불을 꺼냈다.


하지만 682는 밀려오는 슬픔을 막을 수 없었다.


682는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울었고 실제로 조금 무너졌지만 682는 계속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