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회의 채널

@KEMOLOVERS

@츄츄


안녕하세요


영밴 당했는데도 염치가 없이 호출해서 죄송합니다


영밴당한 후 지금까지 급격한 심경의 변화를 겪은 끝에 현재 완장분들께 남은 감정은 죄송함 이전에 감사함입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째서 사죄문 전에 감사의 글을 쓰는지 조리있게 설명할 마음이 부족하지만 일단 감사를 드립니다


첫째는 채널 간 분쟁으로 이어질 상황에서 저와 그 채널을 분리해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특히나 그 채널 이용자들을 내쫓지 않고 포용해주신 것이 감사합니다. 이로 인하여 채널 관리자로서 경솔하게 행동하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둘째는 영밴당함으로 인하여 제가 채널 활동에 대한 집착을 떨쳐낼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진작에 끝난 초대 전권파딱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떨쳐내지 못하여 마치 제가 어떤 중요한 역할을 맡는 양 행동하였습니다. 그 결과 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다른 분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라진 채널이 평소와 다름없이 굴러가는 것을 보면서 굳이 그러지 않았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셋째는 채널에 남은 저의 흔적을 지우지 않아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한 작업물과 그것을 보고 즐거워했던 사람들의 흔적, 채널에 도움이 될까 하고 제안했던 정책의 흔적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저라는 존재를 채널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선택을 내리지 않은 이유는 제가 감히 추측할 수 없겠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된 계기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영밴당한 직후 여러분을 반박할 논리를 생각하느라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즐거움을 얻어야 할 장소에서 뭐하러 괴로움을 얻어가는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방어기제에 금이 간 것입니다. 영밴 이후 우연히도 방어기제가 와해되는 다른 사건을 겪어서 지금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제가 힘들 때 도와준 현실의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끝도 없었던 냉소주의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이 버겁습니다. 오히려 사람들과 말을 나누는 것이 편합니다.

두서없이 글을 썼습니다


제 감사를 받는 것은 제가 침범할 수 없는 여러분의 권리이지만 그래도 받아주신다면 좋겠습니다

받아주시기 힘들다면 이상한 만우절 농담으로 흘려보내주십시오


혹시라도 제 감사를 받아주시고, 언젠가 제가 다시 마음을 되찾는다면 사죄문과 함께 받았던 치킨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