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편화된 교단으로 인한 일반인들의 혼란



문체부가 2018년 작성한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국내의 개신교 교단은 374개. 

교황청이 모든 성직자를 관리하는 천주교와는 상당히 다르다.

불교의 경우 교단이 482개로 개신교보다 많지만, 이쪽은 조계종이 워낙 압도적인지라 경우가 좀 다르다.

(개신교 교단들은 교단들끼리의 규모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


물론 개신교의 수많은 교단들이 전부 각자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개신교의 교단들은 하나의 연합체(교회 협의체)에 소속해 활동하는데, 한국에는 크게 4종류가 있다.

예를 들자면 연말 종소리로 유명한 구세군과 기독교 케이블 방송인 CBS는 교회협에,

대부분의 장로교 교단들과 유명 기독교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은 한교총에 소속되어 있는 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회 협의체들도 덩치만 커 보일 뿐 실은 각 교단/교회의 느슨한 연합체로 구성되어있고, 

심지어 교단끼리도 미묘한 교리의 차이를 가지고 찢어지고 합치고를 반복하다 보니 심각하게 파편화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목회자가 교리에 반하는 발언/도덕적 해이를 일으켜 제재를 가하려고 해도 이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기독교의 관리 부족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는 인물이 바로 전광훈 목사호소인.

십수년 전부터 각종 발언과 구설수로 문제가 많았던 인물이었지만, 그는 무려 2019년에야 교단으로부터 제명되었다.

원래 교단에서 제명 당하면 더 이상 목사직을 수행할 수 없고, 다른 교단에 가입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이러한 사람들에게 그런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본인이 새로 교단을 만들면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

그래서 전광훈은 '예장대신복원'이라는 명칭의 교단을 만들고 스스로 목사가 되었다.

뭐, 이런 식으로 논란이 있는 인물을 확실하게 제재하는 것이 불가능한 한국 개신교는 근본적으로 내부관리가 쉽지 않다.


하필 이름에 천국이 들어간 김밥천국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비슷할 것이다.

김밥천국처럼 개신교에는 배타적인 상표권이 없다.

아무나 김밥천국 이름을 달고 분식집을 할 수 있는 것 처럼 아무나 개신교 이름을 달고 목사 행세를 할 수 있다.

A지역에 있는 김밥천국과 B지역에 있는 김밥천국은 사실 이름만 같고 서로 아무 상관 없는 개인사업자인데,

A지역 김밥천국에서 식중독이 터졌다는 뉴스를 본 사람들은 B지역 김밥천국도 가기 꺼려지는 것과 같은 논리다.


또 이러한 개신교의 심한 파편화를 각종 사이비 종교들이 악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신천지의 일반교회 위장.



실제로는 신천지가 운영하는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기성 개신교 교단의 마크를 달아 속이는 위장교회도 있다.

신천지 신도인 건물주가 일반 교회에 세를 주다가 쫒아내고 그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멀쩡한 교회에 신천지 신도들을 잠입시켜 교회를 통째로 탈취하는 등 여러 수법이 있지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일반인 입장에서는 신천지든 개신교든 알빠노고 일단 개신교 마크 달고 있으니,

만약 교회 마크 달고 있는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욕먹는 건 어쨌든 일단 개신교다.


그렇다고 일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도 묻히기 일쑤인게 마찬가지로 이 파편화 현상 때문.

나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으면 교단을 탈퇴하면 그만이고, 느슨한 연합체이다보니 특정 조치의 강제가 불가능 하다.

좋으면 남고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니, 자체적인 자정능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재 한국 개신교의 구조적 문제.


2. 행동은 알빠노? 믿음만 강조하는 설교


그럼 개신교인들은 오해로 인해 고통받는 순수한 피해자인가? 

내가 봐도 그건 절대 아니다. 실제로 개신교엔 문제가 매우매우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목회자들의 설교가 내적인 믿음만 강조하고, 실제로 삶으로 그걸 실천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의 예시로 꼽을 수 있는 건 교회의 복지 사역 부족이다.


"아니, 기독교계 복지단체가 대한민국 모든 종교 통틀어 가장 많은데 뭔 개소리냐?" 싶을 수도 있다.

실제로 2008년 기준 한국 종교단체 관련 사회복지 주요법인 372개 중 기독교 관련 법인이 194개에 달했을 정도.

하지만 많은 개신교계 복지단체의 숫자에 비해 각각의 내실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대부분의 신도들이 교회의 복지사역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음에도 실제로는 그에 준하는 예산은 집행하지 않기 때문.


20년 전 조사결과이긴 하지만, 2005년 기준 한국 개신교 교회의 전체 예산 중 복지사역 예산은 평균 10% 수준. 

같은 시기 미국 교회의 절반, 캐나다 교회의 3분의 1 수준으로 이는 매우 적은 편이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달달 외우면서, 막상 딱히 사랑하지는 않는 게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을 거다.)


복지단체 숫자는 가장 많지만, 막상 교회는 지역사회복지에 많은 예산을 사용하지 않으니 복지의 퀄리티도 떨어지고

그나마 그러한 복지도 교회 내부에서만 이루어지고 제공되는 경우도 잦다.

교회가 이러한 지역 사회에 대한 복지를 전도의 수단으로만 생각해, 그 효과나 진정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3. 외적인 성장에만 치중한 대형교회의 도덕적 해이


아무튼 이러한 풍토가 형성된 것에는 여러모로 대형교회의 탓이 크다. (암튼 아오 대형시치 아님)

왜냐하면 대부분의 군소교회는 이러한 지역사회복지를 제공하기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

신도 2000명 이상의 대형교회는 국내에 약 900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충 전체의 1~2% 정도의 비율이다.


목사가 최저임금도 못 받는 군소교회와는 달리, 대형교회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헌금이 모인다.


개신교를 비난할 때 항상 나오는 그 헌금. 사실 정상적인 교회라면 내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는 게 팩트다.

내가 모든 교회들을 돌아다녀 본 것이 아니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교회는 헌금가지고 꼽주는 일이 없다.

당장 성경에서도 액수가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는데, 

감히 목사 나부랭이가 돈 내놓으라고 하는게 코미디긴 하다.


간혹 헌금 종류가 뭐 이렇게 많냐고 하는데, 그냥 목적별로 봉투를 구분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십일조도 꼭 소득의 10%를 내야 한다가 아니라 나라마다 다르긴 한데 한국은 그냥 10%로 해놓은 것.

심지어 "십일조는 세후 10%임? 아니면 세전 10%임?" 물어보면 뭐가 정답인지 아무도 모름 ㅋㅋㅋ

기본적으로 본인이 얼마를 어떤 봉투에 넣어서 내던, 정상적인 교회라면 좆도 신경쓰지 않는다.

암튼 헌금 가지고 꼽주면 높은 확률로 사이비거나 목사가 먹사일 확률이 100%이니 탈출하기 바람.


(지금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아님, 진작에 짤렸음)


아무튼 신도가 10명 남짓한 개척교회를 비롯해 군소교회들은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지만, 대형교회는 그렇지 않다.

그도 그럴게 대형교회에는 정치인도 있고, 대기업의 임원들도 있고, 땅부자도 있고, 금수저도 있다.

신도 2000명 기준으로 한 주에 1000원씩만 헌금해도 1년이면 1억 8백만원인데, 십일조에 감사헌금까지 내면 얼마겠는가?


대형교회에는 매 주마다 어마어마한 헌금이 몰리고(그것도 현금으로), 필연적으로 이 돈은 외형적 확장에 사용된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렇다. 돈이 넘쳐나는데 건물이 좀 낡았으면 새로 올리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고...

목사님 고생하는 거 같은데 나름 대형교회니 돈도 좀 많이 드리고 의전 차량도 새로 사드리고...

또 각종 머리 좋은 사람들이 교회에 있으니 이 돈을 굴리는 방법도 잘 안다.

교회는 사기업에 비해 규제도 덜하고, 돈을 들여서 시장에서 지분을 살 필요도 없다. 제산세도 내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교회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큰 비지니스가 되기 마련이다.



대형교회들이 앞다투어 하는 것이 바로 이 망할놈의 "성전 건축". 

물론 정말 교회 건물이 너무 낡거나 너무 좁아서 새로 지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대형교회들도 이러한 이유를 들며 수 백, 수 천억 단위의 돈을 쓰며 "새 성전"을 건축하겠다고 우후죽순 나선다.

하지만 대형교회들은 새 성전 건축에는 거금을 들이면서, 지역사회나 국가를 위해서는 이 만큼의 돈을 쓰지 않는 게 핵심.



대형교회가 하는 뻘짓은 단순히 성전 건축에서 그치지 않는다.

순복음교회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무려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대관해 치뤘다.

당시 12만명이 모였고 여기엔 당시 대통령이던 MB도 축하영상을 보냈다. (12만명 모인 곳에 정치인이 안 올까?)


돈이 너무 남아돌아서 주체를 못 하면 교회들은 꼭 이런 행동을 한다.

신도 12만명을 모아서 이런 행사를 할 시간과 돈으로 저소득층 아동 12만명을 장학금으로 지원할 수는 없었을까?

"우리 돈인데 우리가 어디에 쓰는지 왜 참견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헌금은 교회의 돈이 아니다.

엄연히 따지면 하나님께 드릴 걸 잠시 맡겨놓은거지. 내 생각에 이건 하나님이 볼 때 무조건 횡령이다.

나도 교인이지만 여기에다 신천지도 이런 비슷한 행사 한다고 하면 발작버튼 눌려서 헛소리 하는 것도 웃긴다.


4. 목사들이 가지고 있는 교회에 대한 어긋난 주인의식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이유는 특히 교회를 설립한 목사들이 마치 교회의 주인을 본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사들의 주인의식의 끝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서울 명성교회 부자세습 사건.


서울 명성교회는 예장통합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데, 2013년 예장통합 교단은 교회의 세습금지 규정을 신설했다.

본래라면 명성교회를 세운 김삼환 목사는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줄 수가 없는게 맞는데,

이 과정에서 편법을 써서 결국 아들에게 자신이 세운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직을 물려주게 된다.


편법으로 담임목사직을 승계하는 과정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우선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직을 곧바로 물려줄 수 없으니, (자회사처럼) 새로운 교회를 설립한다.

2. 그렇게 새로 만든 교회의 담임목사로 자신의 아들을 부임시킨다. 거기에 신도 600명을 꽂아준 것은 덤.

3. 그 뒤에 새로 만든 교회와 기존 교회를 합병한다.

4. 이 때 기존 교회는 담임목사가 은퇴하고 없는 상황이라 공석인 담임목사직을 외부인인 아들이 맡게 된다.

5. 이러면 담임목사를 (아빠 -> 아들)로 바로 교체한 게 아니라 (아빠 -> 공석 -> 아들(다른 교회 담임목사)) 이므로 문제 없음!


이렇게 아무 문제 없이 무사히 해결~! (이겠냐고~ ㅋㅋㅋㅋ)


놀랍게도 이런 방식으로 명성교회의 차기 담임목사는 설립자의 아들이 무사히 물려받게 되었다는 밝고 희망찬 이야기.

(물론 외부에서 뿐만 아니라 교단 내부의 다른 교회들로부터 욕을 오지게 쳐먹고 니들은 교단에서 꺼지라는 소리도 들었다.)

교회는 기업체와 다를 게 없고, 어찌보면 기업보다 더 좋은 환경임을 고려한다면 사실 욕을 먹더라도 남는 장사.

세금? 안내고 회계정보 공개? 교인 아니면 관심도 없고 (사실 교인도 관심 없음) 적대적 인수 지분걱정? 할 필요 없다.

견제를 받지 않는 목사 자신만의 작은 왕국이 만들어지는 셈이고, 상당수의 교회는 이런 식으로 부패해 썩어 문드러짐.


이런 논쟁은 최근에 부각된 것으로, 사실 예전에는 교회를 세습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음. 

왜냐면 그땐 모두가 가난했고, 특히 목사는 더 가난했어서 문제될 게 없었거든. 그래서 목사직 세습은 가난의 대물림이었고.

지금의 대형교회들도 전후 당시 정말 작은 가건물이나 천막에서 시작해서 이렇게 커진 건데,

문제는 설립자 본인이 교회를 세웠을 당시와 지금의 교회는 너무나도 달라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임.


이런 사례들에 더해 목사의 성범죄, 막말, 정치 참여 등 꾸준히 방송을 타고 온 국민에게 각인되고 있고,

아까도 위에서 말했듯 개신교 특유의 파편화 현상으로 인해 전체가 싸잡아 욕먹는 구도의 대환장 파티로 민심이 떡락할 수 밖에.





주절주절


인터넷에서 각종 교회의 사건사고를 보면서, 나는 다행히도 정말 멀쩡한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음.

여긴 돈으로 사람 차별하지도 않고, 주기적으로 지역 불우이웃 찾아가서 성금 전달하고, 유치원도 교회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거든.

넉넉한 예산은 아니지만 꾸준히 봉사하고 무엇보다 내부 공동체가 참 건전해서 마음에 듬. 형들은 심지어 술담배도 안 함.

(무슨 교회오빠가 여자애들 다 먹버하고 다니고 교회에서 불륜이 어쩌고 그런 썰 보면서 이게 뭔 개씹 판타지 소설인가 싶었다.)


교회의 이미지가 나아지는 걸 기대하는 건 좀 오바인 거 같고, 일부의 문제로 모두가 욕먹어서 억울하다는 것도 아님.

종교라는 건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거임. 나는 신앙과 과학은 전혀 다른 영역이고, 서로가 서로를 검증할 수 없다고 생각함.

종교라는 건 내가 자발적으로 믿고, 누군가의 강요나 협박으로 신앙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나는 한국 교회들이 꼭 반성했으면 좋겠음.


일반인 입장에서 가장 좋은 전도는 길거리에서 물티슈랑 교회 전단지 나눠주거나, 

지하철에서 십자가 들고 통행 방해하면서 안 믿으면 지옥간다고 협박하는게 아니라

신을 믿는다는 사람의 행동이 어떤지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함.


내 친구 중에 예수쟁이 극혐하고 대놓고 혐오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하루는 나랑 밥을 먹다가 넌 왜 예수를 믿냐고 물어보길래

 - 나는 누가 시켜서 믿는게 아니라, 스스로 곰곰히 생각해 볼 때 나는 절대자의 존재를 믿을 수 밖에 없었고

 - 내가 성경을 읽어보고 기독교의 전반적인 교리에 동의했기 때문에 교회에 다니는 거고

 - 그리고 신앙이란 믿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이 전도해보라고 해도 나는 내 의지로 절대 길거리에서 전도 안 하고

 - 그냥 내가 밖에서 바른 행동을 하면 언젠가 누군가는 나를 보고 도대체 예수가 뭐길래 저러나 하면서 신을 믿지 않겠느냐고 대답함.


그랬더니 쏘아붙일 것 같이 말하던 친구도 그 이후로는 내가 교회 가서 보내는 시간과 선택을 존중해 줌.


나는 지금 한국 교회에 필요한 건 더 크고 웅장한 건물이 아니라 사회와 나라를 위해 모범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함.

목사 타이틀 달고 정치 기웃거리고 대선 나가요 헌금 내놔요 우리 돈 많은 거 보이죠 이런 개소리 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손이 닿지 못한 소외된 곳에 교회가 앞장서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민심도 돌아서겠지.


가끔 보면 인터넷에서 개신교 욕먹어서 억울하다 어쩐다 하는데 같은 개신교인이 봐도 그건 그냥 병신 같고.

한국의 경제 발전과 맞물려서 외적인 성장에만 몰두하느라 내실은 챙기지 못한 한국 개신교계의 숙제 같은 거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