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머전

서부전선의 연합군은 한쪽에서는 화려하게 전과를 올리며 선전의 대상이 되던 노르망디 방면군,

한쪽은 비교적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산악지대에서 끈질기게 항전하던 낙지놈들에게 피해를 강요받던 이탈리아 전선으로 나뉘었음


그러던 와중에 영국의 정치가인 낸시 아스터 남작부인이 이탈리아 방면군을 두고

남들은 질퍽한 프랑스에서 낙지놈들의 광신적인 저항을 분쇄하고 있는데

햇볕 좋은 이탈리아에서 문화유적 관광이나 하며 겁쟁이 이탈리아놈들 항복 받으며 올라오는

"D데이 회피자(D-Day dodgers)"들이라고 조롱했다는 충격적인 루머가 퍼졌어



여기에서 분함을 느낀 영국 군인들은 블랙유머를 사랑하는 민족답게

유명한 가요 "릴리 마를렌"의 곡조에 그녀를 욕하는 내용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어




우리는 이탈리아에 나와 있는 D 데이 회피자들이지

언제나 포도주에 쩔어서 꽐라가 돼 있다네

미8군 깡패들이랑 놈들의 탱크들,

우리는 로마에 산다네 - 양키 놈들에게 섞여 꿀이나 빨며.

우리는 이탈리아에 나와 있는 D데이 회피자들.


우리는 살레르노에 상륙했지. 숫제 유급휴가나 마찬가지였어.

독일군 놈들이 군악대를 보내서 환영하러 맞아주더라고

동네 구경도 시켜주고 차 대접도 해줬어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맥주도 거저 얻어마셨지

우리는 이탈리아에 나와 있는 D데이 회피자들이니까.*1


볼투르노와 카시노는 그냥 달려가는 길에 주워먹었어.

거기서는 싸울 필요도 없었고 그냥 드라이브 삼아 간 거야.

안치오와 상그로는 버려져 있었어.

저녁부터 새벽까지 아무 일도 안했다니까?

우리는 이탈리아에 나와 있는 D데이 회피자들이니까.*2


피렌체로 가는 길에서 우리는 아주 멋진 시간을 보냈지.

고딕 라인을 지나서 리미니로 가는 길은 버스를 타고 간 셈이지.

볼로냐로도 그런 식으로 갔고. 포 강에 목욕도 한번 하러 갔지.

우리는 이탈리아에 나와 있는 D데이 회피자들.*3


초록불이 켜지거든 집에 곧바로 돌아가서

꿈에 그리던 영국에 꼭 박혀 아무데도 안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양반이 프랑스에서 싸우게 될 것이라나

우리는 "뭐 그럽시다. 그렇게 합죠." 했지.

해가 쨍쨍한 이탈리아에서 겁을 먹은 D데이 회피자들.


아스터 부인, 똑바로 들으쇼.

연단에 서서 개소리 좀 지껄이지 마쇼.

당신이 우리나라의 이쁜이고 자존심이겠지만

우리가 보기엔 당신 주둥이가 너무 싼 것 같으니까

우리는 햇볕 좋은 이탈리아에 나온 D데이 회피자들.


여러분이 뻘밭과 빗줄기 너머로 산등성이를 보거든

거기에 흩어져 있는 무명의 십자가들을 보게 될 겁니다

이제는 슬픔, 노고, 고통도 싹 가신
전우들이 그 아래 곤히 잠들어 있다오

그들은 이탈리아에 남아 있을 D데이 회피자들.


그러니 산지사방의 여러분은 잘 들으시오.

우리가 떠나가 있더라도 우리 마음은 고향에 남아 있으니

우리가 집에 돌아가거든 우리는 당신들이 이렇게 말해 주길 바라오

"멀리 있었지만 너희들은 각자 제 몫을 했구나.

이탈리아에 나가 있던 D데이 회피자들이 말이다."





*1 살레르노 상륙작전에서 영국군은 약 7000명 가량의 사상자를 냈으며, 피해가 상당히 컸던 전투로 평가된다.

*2 몬테 카시노의 전투는 최악의 격전으로 꼽히며 연합군은 5만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안치오 전투에서도 사상자 규모는 비슷하다.

*3 고딕 라인은 추축군이 이탈리아 반도에 친 최종 방어선이다. 

여기가 뚫리자 괴뢰국인 살로 공화국이 해체되고 무솔리니는 잡혀서 처형당한다. 그 과정에서 연합군은 4만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볼로냐 공세에서는 1900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참고로 아스터 부인은 이런 루머가 퍼지자 필사적으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글쎄올습니다?

이 여자는 영국 내의 나치 지지자, 반유대주의자였거든. 

이런 매국노년이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남성들에게 감사할 턱이 없었다고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