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할대라 사단 본부였는데, 이게 산도 아니고 평지도 아닌 애매한 곳에 있어서 포스트 대부분은 산이나 다름 없지만 위병소 나가면 너른 평지에 사람도 존나 많이 사는 마을 같은 곳이었음.
우리는 본부 중대가 목봉 들고 차는 5대기랑, 특기랑 관련된 초동 조치 부대 편성이 있는데,
이건 특임으로 따지면 수색조 같은 거라고 보면 됨. 주특기 특성상 실제 상황이면 쪼금 더 위험함.
이게 2주 사이클로 내가 안 들어가 있을 때 일이 터짐.
점호는 끝났는데, 우리 부대는 지휘관 재량으로 주말엔 점호 끝나고 자정까지 TV보다 잘 수 있었거든?
다들 TV보는 도중에 갑자기 그 애들을 소집해서 불러 감.
명목상 제일 실전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이유로 원래 종종 사단 당직 사령이 내려와서 이 팀을 야간에 기습 점검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그런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얘네가 돌아오질 않는거야.
알고 보니, 우리 영내도 아니고 부대 바로 앞에 있는 집에 고라니가 나타나서 농작물을 헤치고 있는데, 주민이 우리 부대에서 나간 고라니라고 우리 탓을 한 거지.
그쪽은 일반 철책 뛰어넘는 정도로는 택도 없는 높은 해자랑 담이 있는 방향이라 절대 우리 부대에서 나갔을 리는 없지만, 일단 우리가 해결하는 걸로 사단에서 결정을 한거고.
근데 웃긴게 우린 소총병이 아니란 말야.
직할에 특임(기동대) 애들도 있었고. 심지어 그날 사단 당직 사령이 기동대장이었음. 보통 그쪽을 보내야 되잖아?
그쪽 방향 담 주변이 우리 섹터라는 이유로
내가 있던 곳도 탄약부대였는데 위엣말대로 부대가 엄청 넓고 산속이었어서 고라니랑 맷돼지 진짜 엄청나게 많았음..
위엣같은 드라마틱한 장면은 안나왔어도 고라니나 맷돼지가 놀라면 초소안이나 나무뒤에서나 심지어 간부숙소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달려들어서 심장쫄깃한게 한두번이 아님. 포장도로엔 로드킬 당한 시체들 자주 보이고
매일 밤부터 아침까지 야간밀조도는게 주 업무인데 남자비명소리같은 고라니 울음소리 계속 들리고
걷다가 문뜩 한번 야투경쓰고 풀숲쪽 쳐다보면 그놈들 수많은 눈까리들이 빛나면서 내쪽으로 쳐다보고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