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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나이티드 232편 추락 사고

기종은 Death Cruiser로 익히 알려진 DC-10

정비 불량으로 인해 2번 엔진(수직꼬리날개에 달린 거) 팬 블레이드가 박살났다

엔진이 하나 나간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하필이면 파편이 유압 계통을 끊어 버렸다

유압 계통이 항공기 운항에 필수적인데 이게 나간 상황이다

잘 모르겠으면 내리막길에서 외발자전거 존나 빠르게 타는 것과 비슷한데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방향, 고도 조절 모두 유압 계통의 힘이 필요한데 이게 나갔으니 방법은 엔진 추력으로 기체 안 뒤집힐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조종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당연히 조종석에 앉은 3명은 좌우도 헷갈릴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그런데 마침 지나가던 건 아니고 1등석에 앉아 있던 데니 피치라는 DC-10 기장 겸 훈련 교관이 타고 있었다

이 사람이 조종석에 합류하긴 했지만 모두 이 기체가 좆됐다는 것 하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 데니 피치라는 사람이 이 사고 4년 전 유압(+수직꼬리날개)이 날아가 추락한 일본항공 123편 추락 사고를 보고 엔진 추력만으로 항공기를 조종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고 이 4명의 조종사들은 그걸 실제로 해냈다

이 병신이 된 기체를 기이한 조종 실력으로 공항의 활주로까지 접근시키는 것은 성공했으나 정상적인 착륙에도 플랩이라는 유압 계통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에 착륙 과정에서 정상적인 속도를 한참 넘은 320km/h로 착륙, 날개가 지면에 충돌하면서 기체가 파괴되어 296명 중 111명이 사망했다

데니 피치를 포함한 4명의 조종사들은 모두 생존했다


2. 일본항공 123편 추락 사고

기종은 보잉 747SR

위의 사고와 유사하게 정비 불량으로 인해 유압이 나간 사고인데 여기는 조금 더 심각하다

정비사가 정비를 좆같이 해서 기체 후미에 달린 기압 유지를 위한 격벽(벌크헤드)이 떨어져 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수직꼬리날개가 같이 날아간다

당연히 기체는 존나게 흔들리는데 위의 사고처럼 조종이 안 되는 답이 없는 상황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조종사들은 이 병신을 데리고도 무려 32분을 버티지만 결국 산에 충돌한다

사고 당시 비가 와서 큰 폭발은 없었고 생존자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야간인데다 산이라서 구조 작업이 어려웠고 많은 사람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해 최종 사망자는 524명 중 520명이 되었다

다만 산에 충돌한 것이 어찌 보면 다행인 것이 조종사들이 30분 가량을 버티지 못했다면 이 기체는 도쿄 한복판에 떨어졌을 것이다

32분을 버틸 수 있었으면 무리하게 공항으로 가려고 하는 것보다 차라리 평지로 가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애초에 이런 긴박한 상황에 그런 판단이 빠르게 설 리가 없으니...


3. UPS 항공 006편 추락사고

기종은 747-400F

사실 이 사고는 부기장도 대단하지만 관제사들과 주변 항공기의 처절한 노력 또한 컸다

바레인의 관제 공역에서 비행하던 중 리튬 배터리 화재가 발생해서 두바이로 회항하려 했는데 조종실에 연기가 유입되어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다

거기에 기장의 산소 마스크가 고장나 기장이 직접 산소통을 찾으려 조종실을 나갔으나 돌아오지 못했다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어서 창밖은커녕 계기조차도 볼 수 없었던 상황이라 부기장은 관제사에게 고도, 속도, 좌표 등을 지속적으로 질문하면서 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운항 도중 바레인의 관제 공역을 벗어나게 되었다

문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어서 주파수도 못 바꾼다는 것이다

UAE와는 교신이 전혀 되지 않았고 바레인은 교신이 원활하지 않자 플라이두바이 751편을 통해 UAE - 바레인 - 플라이두바이 751편 순으로 교신을 했다

부기장이 주파수 변경을 시도하지만 실패하던 와중에 플라이두바이 751편도 바레인의 관제 공역을 벗어나자 바레인은 플라이두바이 229편, 두바이 로열 에어윙 1편을 통해 교신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각 없이 기체를 조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기체는 두바이를 지나쳐 인근의 샤르자로 가던 도중 추락하고 부기장도 사망한다

착륙할 때 오토파일럿을 사용했다면 착륙할 수 있었다는 말도 있지만 애초에 계기를 볼 수 없으니 시도할 수 없었을 것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 주변에서 전달하는 정보만으로 기체를 공항 근처까지 끌고 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파일럿이 되는 것이 괜히 어려운 것이 아니다

파일럿들이 병신짓해서 발생한 사고들도 많지만 운이 정말 없으면 저렇게 인간을 넘어선 조종 실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 항공업계다

이건 3줄 요약 하기 좀 어렵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