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채널

념글에 보트릭스4라고 올라왔길래 되게 걱정하면서 봤는데

생각보다는 재미 있었다. 우려했던 것 만큼 PC가 심하게 물들지도 않았고.

솔직한 감상 간다.


1. 내 느낌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매트릭스 답지 않지만 워쇼스키 다운' 영화임.

영화를 보다보면 매트릭스만의 진중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무슨 일본 열혈 소년만화같은 느낌이 드는데, 원래부터 워쇼스키스는오타쿠였고, 필모그래피를 쭉 보면 스피드레이서나 주피터 어센딩같이 와패니즘 양키센스 가득한 작품들이 대부분임. 영화 초반에 매트릭스는 뭐다뭐다 하는데 아마 이건 워쇼스키스가 세상이 매트릭스에 대해 왈가왈부한걸 풍자한 것 일듯. 매트릭스에 그렇게 의미부여하는게 상당히 아니꼬왔는지 이번엔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한 느낌이 많이 든다.


2. PC주의가 많이 떡칠되긴 했는데 그래도 이건 당위성은 있음. 보트릭스 논란의 시작인데, 물론 작중에 여캐들이 엄청 많이 나오긴 하지만 주연급 캐릭터중에 신캐는 벅스 하나고, 니오베, 트리니티, 사티 같은 여캐들은 다 이전부터 비중이 있던 인물들임. 트리니티는 원래부터 주인공이었고, 마지막에 뭐 걸스 캔 두 애니띵 스러운 모습이 나오긴 하는데 네오가 못날았다는걸 생각하면 네오나 트리니티나 불완전하게 각성해서 트리니티는 기동력, 네오는 전투력쪽으로 각성했다고 생각하면 속 편함. 애초에 거의 모든 전투는 다 네오가 치루어서 딱히 네오를 까내릴 의도는 없어보임. 니오베는 애시당초 구작에서도 함장이었고 비중있는 인물이었어서 딱히 이상하지도 않음. 사티는 비중은 적었지만 이미 구작에서 오라클의 후계자같은 이미지를 있는대로 풍겨대서 오히려 이렇게 나온게 자연스러웠음. 사실 벅스야말로 앞에서 설명한 소년만화같은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인 열혈 주인공 느낌이라 좀 모자라 보이기도 하고. 모피어스가 좀 가벼운 이미지가 되긴 했지만.

애시당초 매트릭스라는 프랜차이즈 자체가 상당히 PC적인 작품임. 오리지널 멤버들만봐도 라인업부터가 그렇잖아. 오라클도 흑인 여성이고.


3. 암울한 디스토피아였던 매트릭스와 달리 좀 덜 암울한건 아쉬움. 하긴 애초에 평화가 이루어지고 난 뒤의 일이니 그렇겠지만, 모피어스의 패배같이 충분히 어둡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있었음에도 이건 살리지 못함. 중반부 이오의 모습을 딱 볼때 모털엔진이 연상되는건 우연일까?


4. 마찬가지로 스미스에 대한 부연설명은 부실한데, 분석가에 대한 설명은 지나치다고 느껴짐. 물론 스미스는 구작에서붙터나온 아치에너미이고 분석가는 뉴페이스니까 그럴 수 있다치지만, 스미스가 아군으로 돌아선 배경은 이전 매트릭스가 붕괴해서 사실상 실직자가 되어서인데 이 내용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 두 번 정도밖에 안나오는거 같음. 반면 창조자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영화 내에선 상당히 신비주의적인 존재였는데 분석가는 앞의 둘에 비하면 캐릭터도 가볍고 스미스가 아군인 상황에서 혼자 악역을 도맡아야하는데 그만한 위압감이 없음. 주절대기나 하고... 매트릭스가 가벼워보이는데에는 분석가의 캐릭터 설정이 한몫한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10점만점에 6~7점 정도 줄 만함. 매트릭스 구작의 오마주도 많고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지만 그 명성을 잇기엔 살짝 부족하긴 한 것 같다.

그래도 '그녀가 존 코너야!' 이지랄한 터미네이터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