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때 마조도일(馬祖道一)스님의 문하에 등운봉(鄧雲峰)이라는 스님이 계셨다. 하루는 제자들에게 역대 큰스님들의 열반상(涅槃相)에 대해 물으니 옆에 있던 제자들이 아는 대로 “아난존자는 허공중에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 스스로 다비(茶毘)하셨고, 어느 스님은 앉으신 자세로 좌탈(座脫)하셨으며, 또 어떤 스님은 부처님처럼 오른쪽으로 누워서 열반하셨고, 방거사(龐居士)는 친구인 고을 태수의 무릎을 베고 돌아가셨으며, 방거사의 아들은 밭에서 일하다가 아버지가 열반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밭에서 괭이에 의지해 선채로 열반하셨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 말을 들은 등운봉스님은 “나는 그 분들과는 다르게 물구나무 선 채로 가야겠다”고 말씀하시고는 물구나무 선채로 열반에 드셨다.


제자들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스님의 법구를 눕히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스님의 법구는 요지부동이었다. 그 말을 전해들은 등운봉스님의 속가 누이인 비구니 스님이 와서 스님을 보고 하는 말이 “오빠는 평소에도 기괴한 짓만 하시더니 돌아가실 때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느냐”고 나무라고 손으로 쑥 밀으니 스님의 법구가 넘어져 염(殮)하고 다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