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토ㄴ요일이 되면 악취를 풍기는 사내들이 밤중에 나타난대...

신병들을 납치해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만든대...











나는 김택봉.


어려서부터 촌스러운 이름 탓에 친구들로부터 많은 놀림을 받았다.

게다가 성격도 소심해 워낙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도 못했고 몸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자신감은 생기지 않았다.

결국 소심한 성격을 바꿔보고자 해병대에 지원했지만 괴롭힘은 여전했다.


"야 방구뽕뽕! 꼬추 한번 꺼내 봐라!"


선임들의 괴롭힘은 경계근무 중에서도 여전했다.

다행인 점이라면 낡아빠져 빛을 잃어가는 백열전구 덕분에 내 수치심이 조금이라도 감춰진다는 점일까.


"어후, 이게 무슨 냄새야. 야 방구뽕뽕! 또 방구 뀌었냐?"

"이병 김 택 봉! 아닙니다!"

"새끼가 선임이 말을 하면 죄송하다고 할 것이지. 벌로 근무는 너 혼자 선다! 기록지에 내 이름도 써놔!"


맨날 나를 포함한 신병들을 괴롭혀대고, 이런 저런 이유로 맨날 근무도 빠지는 선임이 난 너무 미웠다.

그러나 그런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난 제일 미웠다.


덕분에 난 경계근무를 설 때마다 혼자 훌쩍거리며 우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오늘도 6월 9일자 근무지에 선임의 이름을 적어넣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때,


"새끼... 기열!!!"


내가 호랑이의 울음 소리를 들었나 싶었을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내 뒤에는 묘한 악취를 풍기는 근육질의 사내가 서 있었다.

어두운 조명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상의 이름표에 해병체로 오버로크 박힌 이름, '황 근 출' 이 세글자 만큼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사나이 해병은 눈물 흘리지 않는다!"

"이병 김 택 봉! 죄송합니다!"


처음 보는 거수자를, 그것도 내 바로 앞까지 온 거수자를 보면 당연히 신원을 밝히고 신고를 하는 것이 옳으나, 나는 그가 해병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본능이 그가 해병대원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리하여 부조리로 인해 눈물 흘리는 아쎄이들이 참으로 많으니 이 어찌 기열이 아니랴!"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려 남자의 뒤를 보니 말 가면을 쓴 다른 사내가 노트와 펜을 들고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두세 명의 사내들의 형체가 더 보이는 듯 했다.


그때였다.


"악! 해병 무 모 칠! 기열 아쎄이를 잡아온 것에 대한 보고를 해도 되는지에 대한 여부을 묻는 것이 옳은가를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톤! 톤톤! 톤톤톤!"


"새끼... 허가!"


사내 둘이 누군가를 들쳐업은 채 우리가 있는 곳으로 뛰어온 것이었다.

그 둘 중 한 명은 비정상적으로 큰 몸집에 시커먼 피부색을 띈 듯 했다.

그가 내려놓은 사람은 방금 전에 돌아간 내 선임이었다.


"대갈똘박 해병! 이 기열찐빠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나!"

"악! 해병 대갈똘 박! 마라톤 계산 실시!"


자신을 대갈똘박이라고 밝힌 사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러나 7~8초 정도 가만히 서 있던 그 사내의 머리가 퍽 소리와 함께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이를 본 내 선임은 공포에 크게 질려 그만 혼절해버리고 말았다.


"...6.9초의 마라톤 계산 끝에 결국 대갈똘박 해병의 머리가 폭발하는 사소한 찐빠가 있었으나..."

"악! 이 기열 아쎄이는 '해병짜장' 형에 처한다!"


황근출 해병은 보다 못해 앞으로 나서 '해병짜장' 이란 것을 하려고 했다.

그가 바지와 함께 속옷까지 내리자 아까부터 풍겨왔던 악취가 심하게 퍼져 내 코를 찔렀다.

하지만 단순히 독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 어떠한 것에 불을 지피는 강렬하면서도 뜨거운 냄새였다.

그는 선임의 얼굴 위에 쪼그려 앉더니, 냅다 똥을 싸갈기기 시작했다.

심히 충격적인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하기도 했다.


"악! 부대원 전원 해병성채로 귀환!"


황근출 해병은 다른 사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나려 했다. 나는 지금 그를 붙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병! 김 택 봉! 진짜 해병이 되고 싶습니다!"


내 외침에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이병 김택봉. 우리 해병대에 자원입대하고 싶은가!"

"악!"


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호랑이같은 외침을 질렀다.


"새끼... 기합!!!"












"새끼가... 선임 말이 말같지 않아?"

"악! 이병 최 형 칠! 죄송합니다!"

"뭐? 죄송? 죄송하면 군생활 끝나?"


사람이 없는 경계근무 시간에는 선임의 괴롭힘이 더욱 늘어났다. 나는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새끼... 기열!!!!!!"


그순간, 내 등 뒤에서 몰아치는 태풍과도 같은 외침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그 곳에는, 묘한 악취를 풍기는 덩치 큰 사내가 서 있었다.

그의 상의에는, 해병체로 오바로크 박힌 '킹 태 풍' 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