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코프 문화권의 영역]


1897년 여름, 러시아 제국의 Nikolai Veselovsky 교수는 캅카스 북서부의 마이코프(Maikop)에서 약 기원전 3700년 전의 쿠르간(고대 중앙아시아-시베리아 유목민의 봉분)을 발굴하게 됨. 쿠르간의 주인은 청동기 시대의 귀족들로 8개의 관과 함께 의복과 구슬, 도자기, 귀금속으로 만든 장신구와 컵, 청동검들이 부장품으로 안장되어 있었음. 그리고 이중엔 특이하게 생긴 금속 막대들도 발견되었음.


속이 빈 관 형태의 8개의 금과 은으로 만든 막대들은 땜질로 마감 처리 되어 있었고 길이를 조절할수 있었으며 끝부분에는 촘촘한 구멍이 뚫려있었음. 그중 4개는 황소 장식이 달려 있었는데 이건 당시 '스키타이'로 대표되는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 유목민 문화의 특징이였음.



그런데 정작 이 금속 막대들의 정체는 미스터리 였음. 발견 직후엔 단순 장식용 관 혹은 주술적 의미를 담은 부적이거나 말총을 부착하는 바늘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정확한 용도는 밝혀내지 못한채 발굴된 지 100년도 넘는 세월이 지남...


그리고 2022년 2월 18일,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의 재료문화 역사 연구소 소속 고고학자 Victor Trifonov에 의해 유력한 정체가 드러남. 


추가 연구 결과 막대의 구멍 뚫린 끝부분에서 꽃가루와 보리 전분 잔여물이 발견된 거임.


즉 이 유물의 정체는 "맥주용 빨대"였음.


[빨대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묘사한 수메르의 점토판. 청동기시대에는 사람들이 개별의 술잔이 아닌 맥주가 담긴 항아리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아 긴 빨대로 마시는 문화가 있었다고 기록과 그림으로 전해짐.]


[이집트에서 발굴된 기원전 2000년전 양조장의 모습을 재현한 모형. 이집트는 양조장과 제빵소, 제분소를 같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모래바람이 자주 부는 환경 탓에 빵과 맥주에 모래가 많이 섞여서 당시 이집트인들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치아 마모가 심했음.]


이 시기의 맥주는 오늘날의 맥주와 달리 양조 후 술을 거르지 않아 내부엔 발효에 사용한 보리와 맥아 등 술지게미들이 둥둥 떠다녔는데 이런 찌꺼기들을 걸러 먹기 위해 빨대가 사용되었고 끝부분의 구멍들은 필터용이었던 것으로 추정됨. 그냥 애초에 걸러서 주면 되지 않을까?


[기록들을 토대로 당대 마이코프의 고대인이 빨대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재현한 그림.]


이 빨대는 당대에 마이코프의 고대인들이 장례식 때 연회장에서 맥주를 나눠마실 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동시에 '맥주 문화권'이라 불리던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가 아닌 캅카스 북부에 있던 마이코프 문화권에서 맥주용 빨대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이 지역이 폐쇄된 것이 아닌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와 교역 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한 문화적 교류 또한 이뤄졌음을 시사함.


Trifonov 교수의 말에 따르면 차후에 후속 연구 결과 이것이 빨대로 확정된다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빨대가 될거라고 함.



장문글 봐줘서 감사함.


-출처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antiquity/article/party-like-a-sumerian-reinterpreting-the-sceptres-from-the-maikop-kurgan/EFEEFA5BD92653748F5A0F04CD133184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oldest-drinking-straw-gold-silver-rus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