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닭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얼마만큼의 추억이 담겨 있을 지 궁금해. 태어나자마자 컨베이어 벨트에 운반된 일? 형제일 지 아닐 지 모르는 다른 병아리와 사료를 두고 싸운 일? 조금 성장하니 같은 우리에 있던 다른 병아리에게, 마치 수업 시간마다 옆 자리에 앉았던 짝꿍에게 그러듯, 연심을 품어 본 적이 있을까? 그 다른 병아리가 다른 목장, 어쩌면 도축장으로 가는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바깥 구경을 처음 한다며 부러워하겠지? 육용으로 길러지는 대부분의 동물은 '효율성'으로 일축되는 인간 사회의 논리로 인해 성체도 되기 전에 도축당한다 하는데. 인간의 나이로 중학생 쯤 되어서, 이름 모를 트럭을 타고, 나도 역시 바깥 세상을 구경한다며 신나하던, 마치, 현장 학습을 처음 가 보는 아이와 같이...
글쎄...형제나 친구 등을 이해할 사회성, 수 년 간의 일을 기억할 기억력, 사랑을 비롯한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할 사고력이 있다면야...
사람을 동물에 빗대어 이해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동물에 너무 이입하진 않는 게 좋을듯. 당장 옆 사람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동물의 사고는 말할 것도 없겠지.
인간도 '인권'이란 개념이 없었으면 꽤 효율적으로 처리됐을 거야. 덧붙여, 대부분의 동물이라면 주변환경의 급변에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을까?
과거엔 인간이 먹고 살아남기 위해 저 과정을 늘 곁에서 봐야 했는데
이젠 누군가가 그걸 안 보이는 곳에서 대신 고생을 겪어주니까 (심지어 그 마저도 훨씬 인도적으로)
누구나 그 고생 없이도 너무나도 쉽게 쾌락을 얻을 수 있으니
그 살생과 희생이라는 과정이 없어지면 쾌락도 없어진다는 것을 겪어보지 않아서 모름
그러니 요새 엉뚱한 놈들이 자꾸 동물의 권리 주장하며 이래라 저래라 그저 지 만족감을 위해 개지랄 하는 거 같음
이렇게 가다가는 지금은 식물은 선택권 없는 놈들이니 괜찮다고 쳐먹다가 나중엔 또 걔들도 선택권 있다고 ㅈㄹ할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