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군에서 휴대폰 반입 허용되기 전에 읽었던 책.


대충 현대차를 극혐하는 스웨덴 할배가 마누라 죽고 사는 게 싫어져 죽지 못해 사는데 옆집에 파르바네라는 민폐년이 이사와서 시달리는 내용.


이 파르바네라는 여자는 패트릭이라는 스웨덴인과 결혼해서 딸 둘 낳고 아들을 임신했는데 책 읽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존나 지랄맞은 년이야. 첫등장 때부터 남편이 오베의 우체통을 차로 쳤는데도 웃으면서 넘어가고, 뻔뻔하게 다음 날 망치 좀 빌리자며 무단침입하고, 지 아프다고 앰뷸런스를 안 부르고 자기 집에서 잘 쉬던 오베한테 병원으로 모시라고 빼애액거리거든. 실제상황이었으면 유머챈에 사연 올려서 추천 존내 많이 받을 만한 년이란 말이지. 게다가 지 남편도 병신으로 알아. 진짜로 남편이 평소 모습이 얼간이 같아서긴 하지만.


근데 씨발 오베도 존나 호구같은게 이딴 년한테 정권지르기 하나 시전하지 않고 결국은 고분고분 말을 들어주다가 주변 사람들이 잘한다잘한다 하며 똥꼬를 긁어주니까 개뜬금없이 츤데레 아재로 변모해. 이게 씨발 말이야 방구야. 밖에 무슨 일이 있어도 쌩까면서 방에서 뒹구는 유붕이가 무단침입 아줌마한테 츤데레로 정신개조가 되는 게 쉬운 일이야? 소설이라도 억지 같잖아


근데 스웨덴게이트를 접하고 나니까 이 파르바네가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 파르바네가 이란(Iran) 사람이거든.


꺼무에도 나왔다시피 파르바네가 생전 처음 본 오베한테 불알친구 대하듯 구는 건 지 고향에선 자연스러운 일이었어. 망치 빌려달라면 빌려 주고 병원 데려다 달라면 데려다 주는 게 지 딴에는 당연했단 말이야. 물론 오베가 곤란해지면 지도 도울 거였고. 실제로 후반부에 오베 친구가 치매환자라며 공무원한테 끌려갈 때 남편 시켜서 구해줘.


이런 가치관을 친구가 자고가도 밥을 안 차려주는 수전노새끼들 동네에서도 굳건히 간직하고 오히려 그 지역 사람에게 자신의 사상을 각인시켜서 남을 적극 보조하는 사람으로 바꿔버렸다고 생각하니까 사실 파르바네는 단순한 민폐년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남자한테 여자가 말대꾸하면 존내쳐맞는 나라 출신인데 남편보다 적극적으로 가정을 이끄려는 점은 고향의 상식도 자주적으로 분류해서 수용할 줄 아는 분별력 있는 사람이란 뜻이잖아. 이렇게 생각하니까 사실 파르바네는 방구석에서만 걸스캔두 뭐시기를 쳐대는 트페미언냐들 배때지에 쇠말뚝을 박아주는 여장부눈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오베도 살 의미를 잃고 유붕이가 되어가던 찰나에 어쨌든 자연사 직전까지는 살 활력을 얻었으니까 스웨덴 고길동이라고만 생각이 되지는 않더라고. 안 그래도 손님한테 밥안주던 새끼였는데 곁에서 차라도 대접하라고 말 꺼낼 마누라가 죽어서 자기 자신한테도 밥을 주지 않겠다고 뻐기다가 이웃과 활발히 교류하는 여장부눈나 덕에 사람 대하는 법을 터득한 셈으로 치면 나름 해피 엔딩이야. 이렇게 생각이 바뀌니까 스스로도 신기하더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책이란 게 읽으면 언젠가는 새로운 관점이 생겨나는 거더라고. 하루 한 권씩이니 독서에 30분이니 이런 거 할 필요까진 없어도 책이 집히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물론 군대에서 독서하는 건 추천 안 한다. 병영도서관에 총각네 야채가게랑 84년생 김지영이랑 죽고싶지만떡볶이는먹고싶어랑 조국(정치인) 평전이랑 조상님 산소 묻을 땅 찾는 법 나오는 만화책(김재규가 승승장구하다 암살범 돼서 죽은 게 조상님 묘 멋대로 옮겨서래) 같은 이상한 것도 많으니까 굳이 꼼꼼히 골라보기 싫으면 사회 나가서 서점을 찾아라.


긴 글 읽기 귀찮아서 스크롤 쭉쭉 내린 유붕이들아 막줄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