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항공모함의 역사를 알아보자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일본은 쾌속으로 런던, 워싱턴 군축조약에 엿을 날리고 탈퇴한다.

당대 일본 제국의 해군력은 서양 열강들에 비해 매우 떨어지고 있었고, 제국 해군은 적을 모두 압살할 새로운 함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더 두꺼운 장갑을 달고, 더 큰 대포를 달고, 더 거대한 배수량을 지닌 함선 말이다.


일본 제국은 대전기 초기부터 개함우월주의라는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개함우월주의는 이른바 적 함대 수적으로 부족하다면, 개별 함선이 성능에서 적을 압살하여야 된다는 사상이다.

이 개함우월주의는 일제 함선들의 고급화...를 꾀한 것이긴 한데, 도리어 함선 성능에 맞지 않는 거대한 무장과 기관을 실어서 고질적 과적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당시 전 세계에 만연하던 거함거포주의, 일제의 개함우월주의, 그리고 일본 해군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일본 제국은 전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사상 최대의 전함을 건조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전무후무 공전절후의 역사상 최대의 초거대 전함, 야마토급 전함의 탄생이었다.


기준배수량 6만 4천 톤,

만재배수량 7만 2천 톤,

전장 263m,

전폭 38.9m,

460mm 45구경장 3연장 주포 3x3 총 9문,

3년식 155mm 60구경장 함포 3x4 총 12문,

155mm 60구경장 3연장 부포 3x2 총 6문,

대공포 총 186이라는 정신나간 스펙을 지닌 야마토급 전함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건조되었다.

야마토급 전함은 총 8척이 건조될 예정이었고, 공고, 이세, 후소는 모두 분해 후 야마토의 재료로서 사용하고, 나가토는 연습 표적으로 사용할 예정이였다.

계획대로 진행만 된다면 야마토는 일본 해군의 심장으로서, 해전을 이끌 새로운 함급이 될 예정이었다.

일본 군부가 인내심만 좀 있었다면 말이다.


일본이 제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함에 따라 실제로 굴릴수 있는 함선이 절실해지자 야마토급 계획은 어쩔 수 없이 3척으로 축소되었고, 이마저도 시나노가 항공모함으로 개장되어 해군은 단 2척의 야마토급 전함만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야마토는 탄생과 동시에 말 그대로 세계 최강의 전함이 되었다.

우선 새로운 설계를 차용해 일본 제국 전함들의 고질적 문제를 전부 개선하는데 성공했으며, 일본 군부답지 않게 매우 효율적인 설계도로 건조해 강한 화력을 유지하면서도 배수량을 끌어내렸다.

게다가 새로 습득한 3연장 주포 제작기술로 포탑이 들어앉을 공간을 대폭 절약하는데에도 성공했다.

또한, 개함우월주의가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함선 내부 시설을 고급화하는 동시에 편의시설과 주저공간도 증설해 승무원들의 복지에도 신경썼다.


일본 그 자체를 상징하는 야마토급 전함은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을 기선제압하며 함대의 기함이자 심장으로서 활약할 수 있었다.

일본 해군이 과도하게 몸을 사리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이 전무후무한 최고, 최강의 전함은 더 큰 주포와 더 두꺼운 장갑을 가진 더 큰 전함과의 전투에서 최후를 맞았을까?

그렇지 않았다.


오키나와 전투에서, 야마토는 1170발의 포탄을 싣고 오키나와로 향하는 미 해군 전단을 막으라는 명령을 하달받는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야마토가 귀환하는 일은 없었다.


일본 해군은 야마토가 미국의 항모전단을 상대로 미끼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결국 1945년 4월 7일, 야마토는 호넷, 요크타운, 베닝턴에서 날아오른 수많은 함재기들에게 발각된다.


함교와 갑판을 향해 수많은 항공폭탄들이 떨어졌고, 물속에서는 어뢰가 격벽을 향해 달려들었으나, 야마토는 반격할 수 없었다.

결국 수많은 어뢰를 맞고, 함 내부에 실린 탄약들이 화재로 유폭되며 검은 버섯구름과 함께 야마토는 도망에만 급급했던 함생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야마토의 침몰은 대구경 전함이 아닌, 항모에서 날아오른 항공기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마지막 결전에서 야마토의 침몰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였다.

항공모함은 항공기가 곧 공격수단이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전함을 일방적으로 난타할 수 있다.

반면 전함의 주포는 급습해오는 뇌격기와 급강하 폭격기를 격퇴할 수 없으며, 대공포마저도 고각폭탄을 맞고 터져나가기 십상이었다.

거함거포주의와, 전함의 시대는 야마토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린 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야마토의 가장 무거운 군함이라는 타이틀은 종전 이후 금방 뺏기게 된다.

미국의 포레스탈급 항공모함이 그 주인공으로, 무려 8만 톤이 넘어가는 만재배수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포레스탈급 항공모함은 야마토처럼 상징으로서 남지 않았다.

최초의 경사갑판 항공모함으로서, 키티호크급, 엔터프라이즈급에 이어 니미츠급까지 이어지는 설계도를 제공했으며, 최초의 초항모, 이른바 슈퍼캐리어로서 최신예 전투기들을 싣고 퇴역하는 날까지 모국과 태평양을 수호했다.




군함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항공모함은 앞으로도 인류와 함께 발전해나갈 것이다.






이거 연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