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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의 '올려치기 문화'를 지적하는 글들이 종종 보인다. 우리 사회의 비혼이나 저출생이 요즘 세대의 지나치게 높은 '기준'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이를테면, 결혼이나 육아를 위해서는 서울에 아파트 한 채는 있어야 하고, 연봉이 5000만원은 넘어야 하며, 양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즉, 지나치게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에 비혼이나 저출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학벌이나 외모에 대한 높아진 기준을 비롯하여, 여행 문화, 스포츠 문화, 식음 문화 등에 전반적으로 과소비 성향이 생기고, 소비수준이 상향되어 '눈만 높아졌다'는 지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지적은 일종의 현상에 대한 기술에 가까운데, 개인적으로는 이를 문제의 원인이라 보는 것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일단, 우리 시대에 인스타그램 등을 위주로 한 '상향평준화된 이미지'가 넘쳐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공감해왔다(사실 나는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로 그런 지적을 앞장서서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일종의 비혼이나 저출생의 본질적인 문제라 보는 것은, 원인과 결과가 반대로 된 것에 가깝다.

사실, 인스타그램 등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과시하고, 그런 이미지를 중심으로 과소비하는 경향 등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경향'은 전 세계적으로 포착되어 서구에서는 이를 지적하는 신조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그럼에도 다른 사회에 비해 우리 사회에 훨씬 극단적인 저출생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은 그러한 경향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걸 뜻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엄격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무엇보다도 핵심은 '결혼'이나 '육아'가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지 자체가 아니게 되었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과거에 그것들은 매력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과거에 인생에서의 선택이란, 배우자 선택, 직업 선택, 자동차 선택 같은 것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즉,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자 하는데, 그 라이프스타일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해줄 것 같지도 않고, 다른 비전도 없으며, 더군다나 당연한 의무도 아니라면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령, 어느 날 군대가 모병제로 전환되어 '선택의 문제'가 되었는데, 요즘에는 눈이 높아져 아무도 군대를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통탄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행복도, 의미도, 경력도 되지 않는다면, 굳이 군대를 택할 청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선택하기 지나치게 무겁고 부담스럽다. 양가의 부모가 상견례하며 서로의 짝과 집안을 체크하고, 온갖 것들을 예약하고 준비하며 타인과 비교하는 데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써야하며, 온 집안과 인맥이 총출동하여 결혼식에 참석하고 관여하는 등 그 행위 자체에도 어마어마한 부담이 따라온다. 내 주변에서도 결혼하는 사람들은 그 과정 자체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험이었다고 토로하곤 한다. 결혼을 한 번 하고 나면, 두번 다시는 결혼하지 못하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육아에 있어서도, 당장 떠오르는 건 경력단절과 개인적 성취의 포기, 그 이후 따라오는 사교육 경쟁이다. 아이들은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니거나 학습지를 하며 숙제하기 바쁘다. 초등학교 때부터는 학원 삼매경이 시작되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모는 돈을 퍼붓고 아이들은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들이 매우 자연스럽게 상상된다.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너무 행복할 것 같다며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건 당연하다.

평생 돈을 모아도 불가능할 것 같은 '내 집 마련'이나 소득 양극화는 그에 더한 일종의 서비스에 가깝다. 이쯤 되면, 청년들은 차라리 적게 모으고 혼자 살더라도, 그냥 한우 오마카세나 가끔 먹고, 호캉스 가서 만화책이나 보고, 나를 위한 명품백이나 시계를 사는 게 낫다고 느낀다. 그 모든 일에 한 해 1000만 원쯤 든다 해도, 아이 하나 키우는 비용보다 많지는 않다.

그렇기에 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풍요로운 현재'가 아니라 '기대할 것 없는 미래'다. 결혼이나 육아 자체가 매우 부담스럽고 어렵고 나아가 불행한 것으로만 기대되는 것이다. 그것은 실제로 현재의 청년들이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부모 세대를 직접 본 경험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이 세대는 부모의 삶이 아닌 다른 삶 쪽에 행복이 있다고 믿는다. 라이프스타일을 택한다면, 적어도 충분한 물질적 기반이 없는 한 부모의 삶=결혼=육아가 아니라, 차라리 그 반대방향을 택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그 모든 걸 넘어서게 하는 사랑도 있고, 재벌집 막내아들도 있겠으나, 이는 말 그대로 소수의 문제가 되었다. 다수는 이제 라이프스타일도 선택 가능한 시대에서, 각자의 행복을 위해 그저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나 사회가 이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결혼과 육아가 '합리적인 선택'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혼과 육아에 온 사회가 나서서 전폭적으로 부담을 덜어주고, 그것이 행복의 길이 될 수 있다는 걸 기대하고 증명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

옛날에는 아파트 없이도 다 결혼하고 밑에서도 시작하여 열심히 살았는데, 왜 너네는 아파트 없다고 아이 못 낳겠다고 하느냐, 라는 식의 이야기도 매우 시대착오적이다. 과거에는 결혼이란 의무에 가까웠고, 혼기가 차면 아파트가 있건 없건 서둘러 선을 봐서라도 가야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적어도 저 온갖 불합리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굳이 결혼하고 아이까지 키워야 한다면 "아파트라도 있어야 한다."라는 쪽에 가깝다. 패러다임은 '의무'에서 '선택'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을 선택할 사람은 없다.



 평균 올려치기+인스타화는 서구에서 먼저 일어났고


대한민국의 저출산과 불행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결혼을 불행으로 여기기에 생겨났다는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