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명숙은 매일 밤 이태원의 외국인이 많은 술집으로 간다
눈이 작고 광대뼈가 큰 명숙은
어리고 귀여운 것만 찾는 한국남자들을 혐오했고
반대로 서양남자들은 명숙이 러블리하다며 매일 칭찬했다
명숙은 외국인 남친과 팔짱끼며 한강을 걷는 것이 제일 큰 행복이었다

(존 스미스는 대충 이렇게 생긴 느낌 ㅇㅇ)
어느날 명숙은 '존 스미스'라고 하는 백인 남자랑 술집에서 친해졌다
그 남자는 한국 명문대학교의 어학당에 다니고 있었다
명숙은 사귀던 파키스탄 외노자인 압둘 알리를 바로 정리하고
존 스미스에게 온갖 정성을 다했다
명숙의 정성이 통했던 것인가?
존 스미스는 다음 달 어학당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명숙에게 같이 미국으로 가서 결혼을 하자고 했다
프로포즈를 받은 명숙은 눈물을 흘리며
드디어 월세방, 월급 200만원 따리 신세를 벗어나는구나
대학 졸업 후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누린 인프라라곤
지옥철과 이태원 술집에서 남자 만나는 것 뿐이었는데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느껴졌다

(포식자의 눈과 사냥감의 눈으로 나눠지는 서양남자)
사실 존 스미스는 미국에서는 인기없는 베타메일이었지만
명숙은 그런 사실을 알 리도 없고
존의 큰 눈과 창백한 피부, 주먹보다 작은 얼굴이
남자아이돌같아 마냥 좋았다


명숙은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며 여시에 글을 남겼다
'나 미국으로 시집가 ㅎ 오래 사귄 양남이 결혼하자고 매달리지 뭐야'
'뭐야뭐야 쓰니 너무 부럽다 퓨ㅠ 어떻게 만난거야?'
'뭐 그냥 길 걷다가 번호 따였는데 잘생기고 잦도 크고해서 만나줬어 ㅎㅎ 여시들도 다들 탈조선 힘조!!'
여시들의 부러움을 뒤로하고 명숙은 미국으로 떠났다

도착한 존 스미스의 고향은 텍사스였다
뉴욕이나 캘리포니아는 아니지만 텍사스가 어디야
소소하게 결혼식을 마친 존과 명숙은 같이 집을 보러 다녔다


근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할 것은
존은 인터넷에 상주하는 앰생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적응 못하고 여자 만나러
아무 쓰잘데기 없는 한국어를 배우러 어학당에 온 존이나
영어배우겠다고 필리핀가서 매일 밤마다 클럽가는 일부 앰생들이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 존이 연봉 높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을리 만무하고
명숙도 서울 인프라 운운하며 비싼 월세와 생활비를 썼던터라
모아놓은 돈이라고는 몇 푼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