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은 내 침대에 있어. 

늦여름이었을까 초가을이었을까, 아침 볕이 엄청 따사로운 날이었어. 

눈을 떠보니까 동생이 날 마주보고 모로 누워서 안 그래도 얇은 이불을 

배꼽까지 내리고 자고 있었어. 

고지식할 정도로 교칙에 딱 맞게 자른 머리와 단아한 눈썹,

어릴 때부터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속쌍커풀, 작지만 선명한 콧날, 

나와 달리 새하얀 피부, 의외로 도톰한 입술, 귀엽도록 작은 귓볼. 

조금 더웠던 것 같아. 이불을 걷는 대신에 동생 허리를 팔로 안아서 

동생의 유두와 내 가슴이 살짝 닿을 정도로 끌어당겼던 기억이 나. 

그 아래로 매끈한 허리, 그리고 내가 정말 애정하는 아름다운 엉덩이 옆 선, 

옷 입고 있을 때는 절대 안 보이는 살짝 토실한 아랫배가 보였어.  

꼭 여자친구 보듯이 동생 얼굴과 몸을 찬찬히 뜯어보기는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 하긴, 여러 모로 '처음'이 많았던 날이기도 했어. 


아,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당연히 소설이야. 

혹시 읽는 이가 아는 누구와 비슷하다거나 

반대로 뭔가 어색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순전히 우연이거나 

내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거니까 이해하고 넘어가줘. 

그리고 여기 올라온 글들을 봤는데, '가족과의 관계'라는 심각한 사건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무척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놀랐어. 

와,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고. 


여동생과 내 관계를 어디부터 어디까지 말할 수 있으려나. 

너무 답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남매 이렇게 살아요 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어렵네... 


우리가 남남이었으면 오히려 더 큰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와 여동생은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편이야.

조금 웃긴 비유인데, 내 짝궁을 '짜증 나는 기집애'에서 '비누 향기 나는 여자애'로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쯤 여동생이 태어났어. 

어머니가 어느 날부터 밥을 잘 못 드시고 전보다 더 피곤해 하셨어. 

동생이 생겼으니 더 잘하라는 말을 느닷없이 하시고는 병원에 자주 가셨어. 

그 해 가을에 집에 오니 부모님이 안 계셨어.  

옆집 할머니가 "엄마가 동생 데리러 병원에 갔다"고 엄청 둘러서 말해주셨어. 

나중에 듣기로는 제왕절개였던 것 같아. 

그날부터 마을 논에서 벼 베기가 시작됐고 보름 정도 지났을까 논은 벼 밑둥만 남았어. 

마당 앞에 아빠 차가 들어왔어. 엄마가 아기를 안은 채 '동네가 갑자기 추워졌어' 같은

말을 하시며 서둘러 현관으로 오셨어. 그렇게 가족이 늘었어. 


그 이후로는 그다지 기억에 남는 일이 없었어. 허무한 전개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솔직히 나도 살기 바빴거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에 군대 다녀오기 빡셌어.  

여동생은 아기 때 참 조용했고, 동네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던 나와 달리 엄청 얌전한 아이로

열살을 넘겼어. 

우리 남매 사이? 그냥 남이 보면 우애 있는 게 부모님이 잘 키웠네라고 할 정도가 아니었을까 해. 

적당한 거리, 적당한 친밀함, 당장 몇 달 정도 안 봐도 괜찮은 사이. 

그런데 이건 나만 그런 거였어. 내 큰 착각이었어. 그걸 너무 늦게 알아차렸던 것 같아 후회해.


언젠가 동생이 평소 같지 않게 서운한 표정으로 날 올려보면서 말했어. 

자기는 말수가 없는 게 아니라 속으로 말하는 걸 좋아하는 것이고 

적절한 거리감은 서운하지 않았고 오히려 오빠와 더 가까워질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했대.  

저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어? 그땐 나도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잘 알아. 


동생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 처음에 말했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 

눈부시고 맑은 날도 있었지만 비도 맞고 눈도 많이 맞았어. 

부모님 몰래 둘이 손잡고 정말 많은 곳을 가봤어. 그러면서 알게 됐어. 

동생의 살내음이 얼마나 향긋한지, 체온은 얼마나 기분 좋은지, 

때때로 단단해지는 곳과 언제나 말랑말랑한 곳들은 얼마나 날 원하게 했는지. 

당당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어. 이제는 누구보다 동생을 잘 알게 된 것 같아.  


음, 무미건조한 사이였지만 여동생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있어. 

웃기게도 제3자 때문이었어. 

그 사건부터 이야기해야 아무래도 우리 이야기를 더 명확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제3자와 있었던 일을 풀어내는 건 이 채널의 취지에 안 맞지 않나..... 

궁극적으로는 나와 동생의 일로 연결되는데 혹시 안 된다면 말해줘. 

벌써 이 시간이네. 이제 진짜 자러 가야겠다. 

글솜씨가 없어서 중언부언했네. 여기까지 읽었다면, 정말 고마워. 

한 명이라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만간 힘내서 또 써볼게.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