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알바로 뽑혔으면 최대한 책임의식 가지고 행동해야지
자꾸 이런 식으로 일하면 곤란해요. 알려준 대로 하면 되잖아요

왜 안 하는 거예요. 이래서 요즘 얘들이란.”

 

 

 “. 죄송합니다.”

 

 

 “됐어요. 이만하면 됐으니 얼른 퇴근이나 하세요.”

 

 

 “. 감사합니다.”

 

 

 나는 알바로 인해 지친 몸과 찢어진 마음을 
힘겹게 이끌고 천천히 탈의실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거참. 군대 갔다 왔다고 해서 뽑았는데 영.”

 

 

나를 향한 비난을 숨길 생각도 없는 말투.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이 불타 들어갔다.

지금 당장 뭐라고 대꾸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다.

 

 

‘... 저 이곳에서 일한 지 이제 이틀 됐어요.’


 
*

*

*

 

터벅.

 

 

터벅.

 

 

 힘없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대학교 학과 점퍼를 걸치고 가방을 맨 후 알바하는 곳을 빠져나와 
시내 쪽으로 천천히 걷고 있던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즈음에 너무 힘들어서 이런가.

자꾸 정신을 놔버리네. 알바 할 때는 이러진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조심해야겠네.”

 

 

 나는 양 손바닥으로 뺨을 가볍게 치며

 억지로 텐션을 올리고는 다시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시내 주변을 살펴봤을 때는 

나와는 정반대로 화려하고 눈이 멀 정도로 강한 불빛을 내뿜는 건물들.

 

 

화려한 가로등. 건물들은 반짝반짝했으며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술집이나 여러 놀 거리가 자꾸 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지금을 즐기자! 같은 표정을 지었고 자유롭고 행복해보였다.

 

 

만약에 내가 저 자리에 있었더라면...? 



더 이상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상상할수록.

 


내가 애초에 저 자리에 끼어들어 갈 수는 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

그게 아니더라도 내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나름 떳떳하게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내게는 이러한 상상은 나를 더욱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몇 년간 내 꿈을 향해 수없이 치이고 달렸지만

도돌이표처럼 결국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이번 생에는 나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살 수나 있는 건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나를 잡아먹으려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꽉 차 들어가려 할 때

 

 

눈앞에는 꼭 타야 되는 버스가 

내 앞으로 쓱 하고 지나갔다.

 

 

? 저 버스 한번 놓치면 다음 건 20분 뒤인데?’

 

 

나는 생각이 마치자마자

급하게 버스 정류장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저거 못 타면 안 돼!!”

 

 

나는 어떻게든 타야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달리고 또 달렸다.

 

 

다행히 버스는 내 앞에서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고 버스 문은 열렸다.

 

 

나는 곧바로 버스 문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 카드를 찍었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삐빅 결제 완료됐습니다]

 

 

나는 버스 기사님께 인사를 건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빈자리에 앉아

최종 목적지를 향하는 버스에

지친 몸을 맡기고 

 

끝나지 않는 여정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 여정이 언제 끝날지 아직 미숙하고 인생 살았다고 해봐야

아직 햇병아리인 내겐 잘 모르겠다.

 

 

언제쯤 돼야 내 인생도 화려해질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은 그때는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알것 같다.



나는 내일 또 다시 달릴 준비를 위해 

 버스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나만의 찬란한 밝은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