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일이었다.


 경명은 장난기 많은 아이였다. 그날도 자기 전 자신의 방에 들어와 안부를 확인하는 아버지에게 장난을 치려고 마음먹었다.


 경명은 자신의 방을 둘러보았다. 경명은 자신의 방이 마음에 들었다. 경명의 가문은 부유했기 때문에 넓은 방을 가지고 있었으며, 옷장이나 책장, 침대 모든 것이 크고 좋았다. 하지만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폭신하고 넓은 침대였다. 경명은 역시 침대에 숨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밤이 깊어지자 경명의 아버지는 늘 그렇듯 방으로 다가왔다.

“경명아, 자니? 이제 자야 할 시간이다.”

 아버지는 문을 열면서 말했다.

“네, 아빠. 하지만 잠을 못 자겠는걸요?”

 경명은 이불을 덮고 머리만 내민 채로 말했다.

“ 무섭단 말이에요.”

 약간 울먹이는 듯한 눈망울을 보며 경명의 아버지는 안심하라는 듯이 말했다. 

“ 걱정할 것 없다. 내가 항상 말하지 않았니? 세상에 귀신같은 건 없단다. 어두워지면 그냥 고요해질 뿐이야. 오히려 아무것도 없어지지. 너를 잡아갈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하지만 이번엔 아닌걸요.” 경명은 이불에 더욱 파고들며 속삭이듯 말했다. “이불 밑에 뭐가 있어요.”


 그 말을 들은 경명의 아버지는 씩 웃었다. 혹시나 혼자 자지 못하는 것을 염려했는데 그냥 장난을 치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이는 장난을 좋아했으니까.


“오, 그럼 이 아빠가 한번 들여다봐야겠구나. 어디 한번 보자.”


 그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가까이 대 침대 밑을 살피는 시늉을 하였다. 

 역시 침대 밑은 어두웠다. 있기는 뭐가 있겠는가. 이대로 머리를 올리면 아이가 “왁!” 하고 놀라게 하는 것으로 이 장난은 끝날 것이다. 


 스윽


 그런데, 무언가 움직였다.

“...뭐지, 잘 보이지 않는데.”

 그는 조금 더 고개를 숙였다. 희미한 것이 선명해지자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경명이었다.


“…아빠, 침대 위에 뭐가 있어요. 무서워요.”

“……”

 그는 그때부터 방안의 고요함이 느껴졌다. 침대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이를 보았다.

“아빠, 밑에 괴물이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