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세계는 대충 멸망했다.


대부분의 기술이 소실되었다.


대부분의 인류의 지능도 낮아져 문명 복원은 꿈속의 꿈이 되었다.


대부분의 인류는 생태계 최하위의 존재가 되었다.


이것은 개씹창난 세계의 이야기이다.









인간은 가장 무난한 사냥감이다.


가장 사냥하기 쉽고 맛도 좋다.


다른 사냥감은 잡아도 고기 말곤 안나오는 반면 인간은 화폐나 무기 등도 얻을 수 있다.


다만 오늘 사냥한 녀석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오늘은 소득이 적구만!"



웨일즈가 날개를 펄럭이며 말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조금 전 사냥한 사냥감의 팔을 뜯으며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잡는 날보다야 낫지."


"맞는 말이군!"



웨일즈가 사냥감의 머리 위로 가 눈알을 파먹었다.


내가 잘 먹지 않는 부위라는 걸 알고부턴 먼저 먹어치운다.



"이 맛있는 부위를 왜 안먹나 몰라!"


"식감이 기분나쁘니까."







바퀴벌레는 별로다.


죽이기도 힘들고, 맛도 없다.


굳이 사냥을 할 만한 사냥감은 아니지만, 저쪽에서 먼저 덤벼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인간만큼 만만한 먹이도 적으니.


아무튼, 난 바퀴벌레를 먹지 않는다.


덤벼드는 바퀴벌레를 죽이고 나면, 그 시체는 웨일즈의 몫이다.



"네 이런 점이 참 좋아!"


"무슨 점."


"편식이 심한 점!"







이런 세상이지만, 도시가 있다.


몇 개나 있는지는 모른다.


일단 내가 아는 도시는 1개다.


어떤 놈의 하렘이 집창촌이 되고, 그게 시장이 되고, 그게 또 도시가 됐다.


도시는 짐승을 들이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웨일즈는 나한테 갖고 싶은 물건을 부탁한 후 동족과 놀러 가는 편이다.



"반짝이는 것도 사와!"


"그런 건 필요 없잖아."







도시의 시장은 간단히 구분하면 세 구획이다.


집창촌, 사치품, 생필품.


나는 음식을 주로 판다.


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꽤 저렴하게 판다.


나는 편식이 심하고, 웨일즈는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이 아니기에.



"이거 얼마에요?"


"10만원."


"비싼데... 좀 깎아주면 안돼요?"



--빡!



"씨발련이."







도시에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1. 도시 안에선 살인 금지

2. 도시 안에선 도둑질 금지


규칙을 어기다 걸리면 사형이다.


하지만, 창녀나 상인을 죽인 게 아니라면 굳이 찾아서 처벌하진 않는다.


나처럼 으슥한 곳에서 장사하는 놈은, 거지같은 손놈이 꼬여도 대가리 깨버리고 살 발라서 상품으로 만들면 그만이라는 거다.


이 방식에 장점만 있지는 않다.


파리가 제법 많이 꼬인다.



"이야~ 고기 많네~?"


"용건만 말해라."


"크흠! 별 건 아니고, 너 민식이 형님 아냐? 내가 그분이 아주 아끼는..."


"몰라."


"싸가지가 없네? 뒤지기 싫으면 고기 다 내놓고 꺼져라."



--빡!



"씨발련이."







내가 때려 죽이는 걸 눈감아 주는 건 단순히 으슥한 곳에서 장사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론 대놓고 진상을 처리할 수는 없다.


일단 손님이니까.


이미지에 연관된다.


그래서 그들은 진상을 내게 보낸다.


나름의 윈윈 관계다.


진짜로 내 상품을 보고 만족해 돌아가면 그걸로 문제 없고, 아니면 진상을 처리해서 좋고.


나는 어차피 버릴 거 팔아서 좋고, 아니면 사냥감이 절로 찾아온 셈이니 좋고.



"슬슬 사갈까."


"어서옵쇼!"


"얼맙니까."


"그 반지 말입니까? 2만원입니다!"


"주십쇼."


"감사합니다!"







웨일즈를 부르는 방법은 크게 복잡하지 않다.


도시 밖에서 불을 피우면 웨일즈가 알아서 날아와서 나인지 확인을 한다.


고기는 굽지 않는다.


고기 냄새 나면 괜히 다른 까마귀도 꼬인다.



"반짝이는 것!"


"여깄다."


"반지인가!"


"다시 사냥이나 하자."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