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감자 껍질을 죄측 구멍에 안 넣어보기도 했고 손톱을 넣어보거나 멀쩡한 감자도 넣어봤다. 그 외에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 해 보았지만, 특별한 반응은 볼 수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벽의 구멍, 침대, 변기까지. 남자는 처음으로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에 의문을 품고 조사 해 보았다.

하지만 그렇다 할 결과는 없었다.

바닥의 우측 구멍에 넣는 것이 음식으로 나온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애초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남자의 호기심과 열정은 길게 가지 못 했다. 결과가 있어야 의욕이 생기는 법. 아무런 성과가 없는 조사를 계속할 수 없었다.

결국 그게 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의 일상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무의미 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자 껍질을 벗기고 그 감자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남자는 몰랐지만, 감자 껍질과 변기에 들어가는 배설물은 연료로 쓰였다. 불로 태워 감자를 가열할 때 사용됐다.

남자가 시설에서 하는 모든 행위는 남자의 생존에 사용될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시설에 있는 모두는 그 무한한 사이클에 갇혀 있었다.

일을 하면 음식이 나온다. 음식을 먹고 일을 한다. 언젠가부터, 그리고 언제까지나. 계속 그렇게 살고 있었고, 살고 있을 것이다.

오늘 감자 껍질을 벗기고 있었기에 내일도 감자 껍질을 벗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감자 껍질을 벗기는 걸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살아 있기 위해 의미 없는 행위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