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잔 중엔 깊이가 얕은 대신 넓찍한 잔이 있다.
자, 한번 상상해보자.
이런 와인잔에 푸른색 와인이 넘칠 정도로 담겨있고,
그 위에, 뭐가 좋을까.과일 쪼가리? 먹어봤자 간에 기별도 안가는 조각들이 몇개 둥둥 떠있는 와인잔.
이게 내가 살던 세계의 대략적인 생김새다.
우리는 '판'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와인잔에 떠있는 다섯 개의 토핑 같은 대륙에 발을 딛고 살았지.
아기자기한 곳에 살고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대륙이니까, 대륙 값은 하고 있다. 사람도 많고 땅덩어리도 넓다. 와인잔 이야기는 생김새가 가장 비슷한 사물을 빗대어 말하는, 어디까지나 비유일 뿐.
이 '판'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아는 이는 적어도 우리 세계엔 아무도 없다. 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건 드넓은 허공과 끝모를 낭떠러지, 그리고 짙은 안개 뿐.
전지전능할 것만 같은 최강의 생명체, 드래곤의 지식과 지혜도, 마빕이면 뭐든지 가능하다고 떵떵거리는 잘나신 마법사들도 '판' 너머까지는 닿지 못했다.
우리는 이걸 무한의 절벽이라고 부른다.
정말로... 정말로 끝도 없는 낭떠러지다.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못하는 그야말로 블랙홀 같은 허공이 우리가 살던 판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수백, 수천년의 시간 동안 우리 세계의 인류가 알아낸건 고작 '판'에서 흘러넘친 바닷물이 무한의 절벽 밑바닥으로 떨어졌다가 판의 줄기를 역류해 다시 판의 바다로 돌아온다는 사실 뿐이었다.
흥미로운건 수세기, 수십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의 인류에게도 과거 이 판과 무한의 절벽에 관한 구전된 이야기조차 없다는 것이다. 어떤 전문가조차도 이 수상한 세계에 대해 설명을 뒷받침해줄 힌트마저도 발견해내지 못했다.
때문에 이에 관해서는 추측과 억측, 상상력이 가미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신 신만이 아는 이 세계의 밑바닥이라는 매력적인 소잿거리는 호사가들에겐 최고의 소스로 활약하기에 킬링타임용 이슈로서는 대활약 중이다.
절벽 밑엔 무엇이 있을까.
안개 너머엔 또다른 판이 있을까.
드래곤도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던 안개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신은 어째서 낭떠러지로 생명체를 가둔 것일까.
과연 우물 안 개구리, 아니 판에 갇힌 인류는 이 수수께끼를 풀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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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의 이야기 속 화자는 계속 같은 인물일것
2. 15년가량 애용하는 세계관인데 소설쓰면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설정이나 그간 없었거나 허술했던 설정들을 확장, 보강시키면서 이것들을 기억하기 쉽게 하려는 용도의 글이라서 쓰기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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