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뜨려버린 필름 같은 나의 인생.


젖지 않은 부분을 잘라 내보이는 것이 긍정이라면, 잘리고 남은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쓰레기통에 휴지를 던지듯이, 툭 버려 버리면 되는 걸까요?


누군가는 간단한 일이 아니냐며 조소할 지 모르지만, 날선 가위로 잘라내는 것조차 어려워 돌돌 말아 품고서, 한숨만 푹 내쉬며 걷는 사람에게는 힘든 선택이에요.


어릴 적의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 반짝이는 '가능성' 자체로 긍정이었죠. 그러나 영원이란 없어서, 무자비한 시간에 쫓겨 '가능' 또는 '불가능' 중 하나로 고정되어 버린 거에요.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어요. 죽 내려온 다크서클, 무의식적으로 새어나오는 한숨, 구부정한 자세, 피곤에 찌든 의지 없는 눈빛..


나는 실패에 고정되어 버렸고, 여전히 시간 위에 올라탄 가능성은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해서, 도저히 잡을 엄두도 나지 않게 되어서..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요.


나는 이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요..


해피엔딩을 바란 적도 없지만, 이리저리 부딪히며 당장에야 최선이었던 방어기제와 경계로 기괴하게 뭉쳐져 아등바등 살아낸 다음에야 정적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분란이 되는.. 그런 괴물같은 삶을 바란 적은 없단 말이에요.


세상을 원망하고서 실의에 빠지는 무책임한 사람은 되기 싫어서, 결국엔 탓할 것이 나밖에 없어서,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산다고 해도, 나라는 흉물은 잘못 만든 조각상처럼 일그러진 채로 언제까지나 서 있을 게 뻔해서, 나는 감히 밝디밝은 긍정에 빠져 살 수 없나 봐요.


닿을 수 없는 별을 바라보며 동경하고, 시기하고, 그보다 더 열등감을 느끼나 봐요.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마지막 희망이자 희망은 어느 밤에 삼켜져 사라졌지만, 그 문장의 열기와 아픔만은 선명히 남아서.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