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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목차]

0. 들어가며

1. 소설의 Art - 하나의 소설이 만들어 지기까지

2. 소설의 Engineering - 맞춤법과 가독성

3. 소설의 Art - 소설 구상의 3 요소

4. 소설의 Engineering - 단어 선택, 문장 쓰기

5. 소설의 Art - 메타적 요소를 넣는 방법 (메타픽션 아님!)

6. 소설의 Engineering - 논리적 문장 연결, 묘사법

7. 소설의 Art - 소설 구성의 3 요소 -(1) 사건

8. 소설의 Engineering - 연출하기, 분위기 내 보기

9. 소설의 Art - 소설 구성의 3 요소 -(2) 인물

10. 소설의 Engineering - 도입부를 흥미롭게

11. 소설의 Art - 소설 구성의 3 요소 -(3) 배경-1

12. 소설의 Engineering - 단기 플롯차트 작성법

13. 소설의 Art - 소설 구성의 3 요소 -(4) 배경-2

14. 소설의 Engineering - 중장기 플롯차트 작성법

15. 소설의 Art - 자잘한 빌드업 스킬들

16. 소설의 Engineering - 모순 점검, 복선 회수, 완결성 검사

17. 소설의 Art - 몇가지 금기사항들

18. 소설의 Engineering - 분량 조절, 속도감 조절, 무게감 조절

19. 소설의 Art - 흥미로운 설정을 녹여내기 위한 가이드

20. 소설의 Engineering - 묘사와 서사의 무게중심, 전개를 풀어나가는 테크닉

마지막. 소설의 Science - 엔드게임 : 남은 문제들


사실 이번 편은 앞으로 전체 시리즈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관망하는 것이 목적이다. 개괄적이고 개론적인 내용이니 부담없이 봐 주시길.


소설 작문의 공학과 예술 씨리-즈

 (1) Art : 하나의 소설이 만들어 지기까지


i ) 소설이란?


하나의 소설이라 함은 뭘까?


단편도, 장편도 상관 없다. 장편의 경우 프롤로그부터 엔딩까지, 단편의 경우 나름의 기승전결을 갖추어 놓은 하나의 작품이 바로 소설이다.


ii ) 소설의 목적은 주제를 전달하는 행위이다


 소설은 반드시 목적성을 띄고 집필되어야 한다. 그게 설령 1차원적인 오락성을 위한 것이던지, 현대사회의 철학적인 문제를 짚는 있어보이는 목적이던지. 그리고 그 목적을 전달할 주제도 잡혀 있어야 한다. 장르가 아닌 주제 말이다. 


 장르가 현대 수사물이던, 중세 판타지던, 근대 추리소설이던. 매체가 영화건, 소설이건, 연극이건 간에 그 목적을 전달할 나름의 주제가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제는 

<다수의 치안을 위해 개인의 사생활이 감시당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리고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 라고 볼 수 있다. 

2. 원령공주의 주제는

<문명 발전과 자연 파괴에 대한 당위성 비판> 이라고 볼 수 있다.

3. 1984의 주제는 

<모든 것이 독재당의 존속을 위한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묘사> 라고 볼 수 있다.

4. 죄와 벌의 주제는 

<선한 생각도, 악한 생각도, 행동으로 인한 결과는 보장하지 못한다.(초중반 전개에서 느낀점)>

<죄는 벌과 별개이며, 죄는 씻을 수 있지만 벌은 씻을 수 없다.(결말부에서 느낀점)> 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매우 볼륨이 큰 장편소설이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여러 주제를 생각해 낼 수 있다.


 명작이라 손꼽는 작품을 예시로 든 이유는, 그런 작품들이 주제를 잘 전달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제를 어렴풋이 마음속에 새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설의 목적은, 나아가 매체의 목적은 주제를 전달하는 행위 그 자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목적이 단순히 주제의 전달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상당히 난해해지거나, 소설의 격이 한 차원 높아진다. 


필자는 그러한 구상을 한 적이 없으며 난이도가 매우 높기에 그러한 구상에 대한 발언은 하지 않기로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소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단계들을 살펴보자. 물론 이는 본인만의 방법이므로, 더 좋은 방법은 언제나 있을 것이며 필자는 그런 방법이 생기면 언제나 수용할 것이다.


우선 소설을 집필하기 전, 구상 작업부터 들어간다.

1. 이 소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주제를 전달할 것이며,

2. 이 소설의 어떤 요소가 독자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며,

3. 이 소설의 시작과 끝은 어떻게 어우러질 것인지.


이것이 앞으로 이야기할 소설 구상의 3 요소다.


만약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하여 충분히 디테일한 대답을 할 수 있다면, 그러니까 대략 200자 정도의 글로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p.s. 길면 긴 대답을 할 수 있을수록 목적에 충실한 기획안이 될 확률이 크다.


iii ) 내 소설의 매력을 어디서 나타낼 것인가?


두 번째 단계는 어떻게 독자를 몰입하게 할 것인지 전략을 세우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할지, 사건에 몰입하게 할지, 설정에 몰입하게 할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방금의 나열 순서를 눈치챈 독자도 있을까? 각각의 몰입 대상은 소설 구성의 3 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 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하려면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1. 메타적 요소, 즉 현실 속에 있는 요소를 주인공에게 신화적으로 투영하기.

2. 1인칭 시점을 밀도높게 묘사하여 인물, 사건, 배경의 조화를 만들어내기.


사건에 몰입하게 하려면 전략은 한 가지 뿐이다.


1. 초반에 흥미롭거나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하기


p.s. 여기서 팁인데, 무조건 '휘말려야' 한다. 거대 사건의 단순한 제시 만으론 그저 폼 잡는 것으로 밖에 안보이고 흥미가 식게 된다. 독자는 소설을 읽고 싶지 설정집을 읽고 싶은 것이 아니다.


배경에 몰입하게 하려면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다만, 초반부터 배경에 몰입하게 만들 수는 없다. 반드시 사건이나 인물에 몰입하게 한 뒤에 흥미로운 배경을 제시해야 몰입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예시는 내가 씹덕이라 애니로 대체한다.


1.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한 경우 - 비범한 주인공의 특징을 세계관의 중요 요소들과 엮어낸다.

-> 예시 '나루토' : 주인공이 나뭇잎마을을 구한 9미 인주력?! 근데 마을 단위로 왕따라고?!


2. 메타적 요소를 투영해 몰입하게 한 경우 - 현실적 문제를 세계관의 특징적 요소로 투영한다.

-> 예시 '사이코패스' : 총에 새겨진 숫자로 범죄자를 처분할 수 있게 된 사회. 그런데 범죄계수란 것이 그렇게 제멋대로인 것이면 결국...


3. 흥미롭거나 거대한 사건에 몰입하게 한 경우 - 거대한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의 일상과 대비시키면서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 예시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 비밀로 거래되던 고성능 군용 임플란트 산데비스탄을 장착해 버린 주인공의 용병생활이 시작된다.


물론 1과 3의 예시는 비슷하지만 나루토가 왜 1인지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마을 단위로 당하는 왕따는 흔치 않지만 현대인의 심리를 잘 반영한다. 실제로 왕따를 당한 적은 없지만 왕따를 당하는 것이 어떤 고통인지 잘 알고 있으며, 나도 남들에게 모략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두려움이다.


그러나 사이버펑크의 주인공은 한순간에 부모를 잃고 학교에서 쫓겨난다. 부모의 장례조차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루지 못한다. 이런 경험은 독자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수준의 극단성을 가지며, 따라서 마음이 찢어지겠구나. 정도의 감상은 남길 수 있어도 마음속 깊이 공감하기는 힘들다.


이에 따라, 나루토의 예시는 1로 배치했고, 사펑은 3으로 배치했다.


아니 결국 배경에 몰입하게 하는게 전제되어야 하는게 아닌가요? 라고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배경보다 서사나 인물이 중요한 일반적인 현대 배경, 일반적인 이세계 판타지 배경 같은 경우엔 그런 것이 필요 없어진다. 


예시로 든 세 가지 애니를 잘 살펴보자. 전부 특유의 세계관이 작중 내내 밀도높게 묘사되는 특징이 있다.


iV ) 인물, 사건, 배경 설정하기


설정을 짜는 것이 다음 단계다. 이 부분은 Art편에서 추후 자세히 다룰 것이므로 넘어가도록 하자.


V ) 플롯차트 작성하기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짜는 과정이다. 사실 본인은 기승전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워딩에 조심스러운 편이다. 사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은 전체적인 전개에 있어서 매우 모호한 경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 장편으로 가면 이 모호함은 더욱 커진다.


보통 결말은 갈등의 해결 또는 미해결로 남게 되는데, 장편의 경우 갈등 자체가 한 두개가 아니다. 그러므로 저 규격이 한 소설에 여러 개가 나올 수도 있고, 발단-전개-위기-전개-위기-전개 식으로 이어져 쌓일 수도 있는 노릇이다.


따라서 본인은 이러한 구조에 얽매이지 않도록 단기 플롯차트와 중장기 플롯차트를 쓰면서 스토리 전개를 하는 편이다. 플롯차트를 쓰는 방법은 추후 Engineering 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VI ) 소설 초안을 써 보자


이제서야 초안을 쓰게 된다. 소설을 쓸 때에는 본인이 설정했던 인물 사건 배경 이 세 가지 요소에 완전히 몰입해서 써야 한다. 만약 구상 단계에서 제대로 구상했다면 구성을 잘 했을 것이기에 초안을 쓰는데 있어서 어려울 것은 없을 것이다. 플롯차트에 있는 전개내용을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면 될 테니까. 단지 키보드 앞에서 얼마나 고심할 것인지의 정신력이 중요하다.


VII ) 무한한 퇴고의 사슬


퇴고하고, 퇴고하고, 점검하고, 점검하고, 검사한다. 그리고 퇴고한다.


퇴고는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 무작정 오타만 잡을게 아니라 더 좋은 표현, 더 잘 읽히는 문장, 여기서는 묘사를 줄이는게 좋을지, 이 인물에게 대사를 더 줄지 등등의 소재와 문장 연결의 조절을 첫 한 두 회차의 퇴고에서 생각해 수정해야 한다.


퇴고에 관한 팁은 추후 Engieering의 마지막 세 편 에서 할 예정이다.


이렇게 하여 소설은 구상->전략->설정->구조화->전개->퇴고->반복퇴고->완성 의 형태로 만들어지게 된다.


자. 이제 연습 해 보자.


연습문제

1. 중세 십자군 테마의 세계관의 이단심문관과 성녀 캐릭터를 잡았다. 이것은 구상이라고 할 수 있나? O/X

 정답 및 해설 
X. 구상이라고 할 수 없다. 구상은 주제를 구체적으로 잡고 소설 구상의 3 요소를 갖췄는가? 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설정을 짜는 행위는 첫 단계 '구상'이 아닌 세 번째 단계 '설정'에 해당한다.

2. 애니메이션 <라바> 는 짧은 플레이타임을 가진 개그 애니메이션이다. 여기에는 갈등이 있을까? O/X

 정답 및 해설 
O. 모든 작품에 갈등이 있다. 언뜻 보면 아무런 갈등이 없어 보이는 힐링 장르도 자세히 파고들면 내적, 외적 갈등이 드러난다. 가령 레드가 소세지를 먹고 싶지만 병 속에 들어 있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처럼. 갈등의 파워가 약할 뿐,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에 갈등이라는 요소는 필수적이다. '현재 상태'에서 '바람직한 미래상' 으로 이어지는 '일상적 적응 과정' 도식인데, 이는 앞으로 시리즈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자.

3. 소설 <죄와 벌>은 독자를 몰입시키는 전략 중 어느 전략을 취하고 있나?

 정답 및 해설 
작가의 출신과 삶을 보면, 죄와 벌은 당대의 세계가 배경이므로 특별히 독자적인 배경설정을 지니지 않고 있다. 따라서 배경에 몰입하게 하는 전개는 아니다. 인물 또는 사건에 몰입시키는 것이 합당하다.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역시 사건에 몰입시킨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소설의 시점부터 3인칭으로 제시되며, 각자 나름의 갈등상황을 제시하고, 그것들이 심화하거나 해결되면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사건에 몰입시키는 것은 한 가지 전략 - 흥미롭거나 커다란 사건과 초반에 휘말리게 하기. 뿐이라고 했는데, 극 초반에 주인공은 '고민 많은 법대 대학생'과 같이 살인을 절대 못 할 것 같은 신분으로 사람 두 명을 살해하고 만다. 이는 충분히 자극적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소설 죄와 벌은 사건에 몰입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4. 장편소설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O/X

 정답 및 해설 
X. 단편이나 엽편소설의 경우는 갈등이 한 두개 정도라서 위와 같은 도식으로도 충분히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장편의 경우 갈등이 여러 개이기 때문에 단순한 도식으로 표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