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창작을 동경하는 사람이다.

난 언제나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것에 갈망을 가진 인간이었고, 그건 현재도 그렇다.

선택한 학과, 지망하는 직업, 취미까지. 모든 게 창작과 관련된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성향과 능력은 달랐다. 나는 끈기가 상당히 부족한 부류에 속했다.

예선에 합격한 공모전을 과제가 밀렸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꽤나 인기를 끌었다고 생각했던 자작 웹소설들을 줄줄이 연중시켰다.
부모님 친구로부터 받은 의뢰를 힘들다고 거절했다.

일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 어느샌가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창작에 대한 갈망과 욕구를 갉아먹었고, 이는 곧 의욕의 저하로 이어졌다. 한동안 창작과 관련된 일에서 완전히 손을 땠고, 그러자 그 곳엔 알바와 게임을 반복할뿐인 재미없는 인간만이 남았다.

그러던 와중, 기회가 찾아왔다.

소설을 즐겨보던 나는, 언제나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갈망도 존재했다.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작법이나 자소서 작성같은 활동에서 좋은 성적을 냈었고, 사실 내 재능은 그림이나 음악같은 시청각적인 것이 아닌 글에 근본이 있지 않을까 항상 생각해왔다.

그러던 와중, 웹소설을 보던 사이트에서 작가들을 지원한다는 요지의 이벤트 공지가 올라왔다. 이건 기회였다. 재미없고 무미건조한 생활에서 벗어날 기회였고, 게으르고 무능한 자신을 고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집필을 시작했다. 단순 취미로 시작해서 수익화조차 하지 않고 연중을 때렸던 그 나날들. 그 때와는 사뭇 다른 마음가짐으로 프롤로그와 1화를 적어 올렸다. 이젠 이걸 진심으로 해보자. 돈 조금이라도 벌어먹어 보자. 그런 생각으로 글을 썼다.

예전에 쓰던 글들과는 달리,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한시간만에 뚝딱 써서 투고하던 그 때와는 달리, 한 편 한 편에 공을 들이다 집필시간이 다섯, 여섯시간을 넘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그렇게 공을 들였기에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그 무엇에도 진심이 아니었음을.

그저 창작욕구가 있었을 뿐, 그리고 그런 욕구를 채우는 게 목적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니 금방 실증내며 작가로서 최악의 선택을 반복했던 것이다.

글을 쓰는 게 취미가 아닌 진심어린 행동이 되자 나는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다. 글을 몇번이고 퇴고하고, 점검하게 됐다. 캐릭터들의 성격을 확실히 인지하고, 내 세상 속 살아 숨쉬는 이들로서 인식하게 되었다. 그들의 말투, 생활 방식을 설정해 디테일을 망치지 않는 선에서 전개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단 일주일.

겨우일주일동안 일어난 일 덕분에 나는 나의 부족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시절은 나에게 있어 일종의 방황이었다. 방향조차 알지 못한 채 어두운 앞길을 더듬거리다가, 끝내 나아가길 포기한 겁쟁이였다.

지금은 다르다. 물론 아직도 무섭긴 하다. 오늘도 투고될 새로운 화의 내용이 독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두렵다. 재미없을까 두렵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떤가? 결국 이 글은 내가 책임지고 끝을 맺어야 할 이야기고, 만약 다음 화가 실패했다면 그 다음 화에서 만회하면 된다. 다음 에피소드를 위한 디딤돌로 삼으면 된다.

다행히도, 진심을 다한 이번 글은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댓글과 추천이 하나 둘 올라갈 때, 그 광경을 지켜보며 미소지을 때 비로소 나는 창작을 멀리한 채 즐겁게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방황을 끝내고 싶은가? 사실 나도 정확한 방법은 모른다. 방황이란 각자 사정도, 이유도, 환경도 다른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 생각이 모두의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있다.

실패한 과거가 없다면 방황은 끝낼 수 없다.
발판삼을 경험이 없다면 성장할 수 없다.

일단 부딪히고, 깨져라. 사람은 돌맹이가 아니다. 깨진 곳은 언젠가 다시 차오르기 마련이다.

일단 깨져라. 차오르며 조금씩 쌓여갈 흉터를 간직해라. 방황을 끝낼 방법은 이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