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터에서 벗어난 지가 어언 몇 년 즈음 되었는지도 모를 무렵이오.

전쟁의 화마를 피하기 위하여 배를 띄웠으나 이곳 또한 별반 다르지 아니할 수가 없소.


내 몸은 불편하지 아니하나 그곳에 두고 온 것들이 너무나 많아 마음이 편치 못하니,

정녕 이곳이 파문 하나 일렁이지 않는 평온한 강 이여도, 나는 화마 속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이야기요.


참 기묘한 일이라 생각 되지 않소? 전쟁 말이요.
우리는 세세한 것은 다르나 모두 같은 인간이거늘, 어찌 서로 깃발을 내걸고 죽여 대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요."


그것을 처음부터 잠자코 듣고 있던 손이 그의 말이 끝나자 이내 입을 열었다.


"그대의 마음 불편한 까닭을 되짚어 보시오, 그리 한다면 그들이 싸우는 이유 또한 알 수 있을 것이오."

사공이 노를 젓는 것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하여도 끝내 답을 얻지 못하자 손은 다시 입을 열었다.

"두고 온 것들이오, 직접 전투에 임하는 병사나, 명을 내리는 왕이나 모두 자신이 가진 것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오.

존재는 소유하오, 그 소유를 잃지 않기 위하여 그들은 싸우는 것이오.


그것은 인간에게만 속하는 이야기가 아니오, 저기 풀벌레와 들개 같은 미물들부터, 범과 같은 것들 또한 소유를 위해 싸우지."

손은 느긋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사공에게 말했다, 손은 말을 이어갔다.


"그리하여 소유는 모든 분쟁의 원흉이라 부를 수도 있겠으나, 소유, 즉 원함은 모든 것의 원천이오.

우리는 원하는 것에서 삶의 의의를 찾고, 우리는 살기 원하기에 계속 그 목숨을 부지하오.


즉 살아가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탐욕을 가진 다는 것이니, 그 누구도 진정 탐욕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오."

툭-


작게 부딪쳤다.

이내 강변의 작은 나루터에 사공은 배를 멈추었고 손은 육지로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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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쓸 수 있었겠으나 졸린 관계로 더이상 쓰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