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소. 이상이라 하오. 이번 봄엔 추위가 가시지 않으련가 보오•••••.  걸음 하다 문득 보인 물 위엔 파문이 어지럽고, 거꾸로 비친 나무와 가지들을 물은 틈바구니로 빠져 흐르고 있소. 이토록 시린 봄은 참 오랜만이오. 내가 그대를 오늘에서야 놓았기에, 이제서야 녹은 눈이 오고 있구려. 나는 눈이 좋소. 그래, 그날도 눈이 내리던 날이었소. 눈은, 가루 되어 있지만, 꽉 쥔 손 틈 사이로 흘러가지는 않더구려. 내 손의 따스함이 눈을 녹여 얼음 되는 감각을 나는 즐기곤 했소•••. 눈은, 따스함과 손길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모양이 되어 주는 존재였소. 우리도 그런 관계였소. 서로의 손을 맞잡고, 같은 온도를 걸었소. 서로는 서로를 둥글게 쓰다듬고, 날카롭게 벼리며 딱 맞는 두 조각이 되었었소. 하오나, 순간이 영원이 될 수 없듯, 봄이 오면 눈이 녹기 마련이오. 우리도 결국 그렇게  녹아내려 버렸소. 눈물 되어, 손 틈 사이로 흘러나갔소. 다만, 우리가 가운데에 큰 각을 끼고 걷기 시작한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그날처럼 눈이 내리더구려. 나는 아마 그때도 그대를 그렸었나 보오. 오늘은, 우리가 떨어지고 난 뒤 처음으로 비가 내리는 날이오. 그쪽은 어떨지 모르겠소. 그대도 나와 같은 날에 서로를 놓았는지... 어쩌면, 그곳에는 아직 눈이 내릴지도 모르겠소. 그대는 참으로 감성적인 사람이었으니... 간만에 그대 생각을 했더니 이곳은 점점 춥고 빗방울은 차차 굵어만 가는구료. 이 비를 막으려 물 위에 나뭇잎 하나 주워 우산을 막아도, 마음만은 젖어들어 가는구려••••. 터질 듯 스미는 이 비를, 지금, 그대도 맞고 있으면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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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수능 끝났다